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57)
157 화 신조차…
신조차…
마침내 마지막 한 방울의 약물까지 전부 카디쇼의 몸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반응만 기다리면 되겠…
“갸으아아아아아아아악!!!”
약물의 반응은 너무나도 빨리, 그리고 격렬하게 나타났다. 피투성이 카디쇼는 전신의 핏줄이 울긋불긋 솟은 채로 바닥 위에서 버둥댔다.
그 돌팔이 왠지 믿음이 안 가더라니. 이거 진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긴 하는 건가.
진지하게 미리 한 방 때려 둘까 고민했지만, 피투성이인 카디쇼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는 게 너무 뻔히 보였다. 지금 내 주먹 한 방을 맞았다간 바로 절명할지도 모를 정도로.
“갸악!!! 갸아아아악!!! 갸아아아…”
다행히 마지막 발악이었던 건지, 그녀의 버둥거림이 곧 잦아들었다.
하긴, 약효가 그렇게 빨리 나타날 리가 없나.
마음속으로 아테르를 향해 내뱉었던 욕을 취소한 나는 피투성이 카디쇼를 어깨에 들쳐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테르의 말에 따르면 방금의 약물은 응급조치에 불과했고 약물을 투여한 카디쇼를 데려와서 자신이 직접 후속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했다.
어둑한 유적 복도를 따라 조금 걷자, 쟈멜과 어머니가 보였다. 어머니는 커다란 바위를 닮은 구조물 위에 앉아 있었고, 쟈멜은 어머니의 등 뒤에 앉아 어깨를 조물조물 주무르고 있었다.
“시원하세요?”
‘살해살해.’
썩 나쁘지 않다는 대답. 쟈멜한테 어머니의 대답이 들릴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괜찮으신 거 같으니까, 이대로 계속할게요!”
‘살…’
어머니는 그러라고 말하려던 차에, 멀리서 걸어오던 나와 눈이 마주치셨다. 반응은 무척이나 신속했다. 어머니는 잽싸게 바위 모양 구조물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나를 향해 쪼르르 달려왔다.
어머니의 시선은 정확하게 내 어깨에 들쳐멘 카디쇼에게 꽂혔다. 어머니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카디쇼를 노려보더니 내게 물어왔다.
‘살해?’
손가락 네 개짜린데 진짜 안 죽여도 괜찮겠냐는 물음. 나는 어머니의 머리를 툭툭 두드려 주려다 내 손이 지금 무척이나 더럽다는 사실을 깨닫곤 뻗던 손을 멈췄다.
“신성이야 살다 보면 또 모을 기회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살(殺)!’
모을 수 있을 때 바짝 모아야지, 사람이 좋아도 너무 좋은 거 아니냐는 지적. 다 맞는 말이었다.
“제가 아무것도 안 받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누구에게든지 얻을 수 있는 신성보다는 아테르가 준다는 좋은 물건 쪽이 조금 더 관심이 갑니다. 저도 나름 생각이 있으니, 한번 믿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언제 어머니를 실망시켜 드린 적이 있습니까?”
‘살해…’
어머니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피와 흙투성이인 내 손을 덥석 붙잡아서 조물거렸다. 어머니 딴에는 내가 해 줬던 안마를 따라 해 보시는 듯했지만, 어머니의 손가락 힘은 내 손바닥을 자극하기에는 너무나도 약했다.
“아주 시원하네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기뻤다.
“마르낙 사제님! 오셨네요! 역시 이기실 줄 알고 있었어요!”
뒤이어 따라온 쟈멜이 내 어깨 위에 축 늘어져 있는 카디쇼를 이리저리 살피곤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거 거의 다 죽은 거 같은데… 빨리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잠깐 어머니에게 한눈 팔린 사이, 카디쇼의 숨이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고쳐 메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 보도록 하죠. 기껏 살려 뒀는데, 죽으면 조금 아쉬우니까요.”
***
아테르는 여기저기 피가 튄 옷과 장갑을 대충 벗어 던지며 입을 열었다.
“대충 다 끝났어. 위험한 고비는 대충 다 넘겼으니, 아마 내일쯤이면 다 회복되겠지.”
내가 카디쇼를 데려오자, 그는 실험실 안쪽에 따로 분리된 공간으로 카디쇼를 데리고 가더니 미리 준비해 둔 여러 약물을 신중한 손놀림으로 차례대로 투여했다.
“내일 다 회복된다는 걸 보니, 그녀가 사람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아니겠군요.”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내일까지 저 부상이 회복될 수 없었다. 부패의 거인의 손에 들린 채로 수차례나 땅에 내리쳐진 카디쇼의 상태는 그만큼 심각했다.
아테르는 퀭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한다는 듯이 대꾸했다.
“기껏 생긴 재생력을 없앨 필요는 없잖아. 몸에 안 좋은 것도 아니고. 지금 내가 한 처치는 저번 ‘치료’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게 목적이야. 다행히 내가 예상했던 반응들이 나타나는 거로 보건대, 치료는 성공적인 거 같아.”
“그걸 그렇게 빨리 알 수 있습니까?”
“응. 아마 내 이론이 틀렸으면, 네가 첫 번째 약을 투여했을 때 저 여자는 이미 즉사했을걸?”
살벌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뱉어 낸 그는 미리 준비된 두 번째 침대를 탁탁 두드리며 내게 손짓했다.
“이젠 네 차례야. 약속대로 네 몸을 살펴보고 괜찮은 선물을 만들어 줄게.”
“… 제 몸을 어떻게 살펴보실 생각입니까?”
솔직히 저 위에 누웠다간 당장 해부라도 당할 것 같아서 쉽사리 누울 수가 없었다. 그는 날 빤히 바라보더니 다 이해한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해부 같은 건 안 하니까, 걱정 말고 일단 누워 봐.”
“알겠습니다.”
일단 순순히 그의 말에 따라서 침대 위에 눕자, 그는 바퀴 달린 침대를 돌돌 끌면서 말을 건네왔다.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여기에 자리를 잡은 게 아니야. 이곳엔 내 연구에 무척이나 도움 되는 유물이 남아 있어서 자리를 잡은 거지.”
이윽고 우리는 실험실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방에 도착했다. 꽤 커다란 방 안에는 조금 낯익은 기계가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
대형 병원 MRI를 닮은 고대 유물이.
“저 유물에 잠깐 들어갔다 나온 다음에 네 살이랑 피를 조금 채취할 거야. 그리 아픈 과정은 딱히 없으니까 너무 걱정 말고. 잠깐 한숨 잔다고 생각하고 기다려.”
“산 채로 해부하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 좋습니다.”
아테르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나를 향해 툴툴거렸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뻔히 보이네.”
“본 게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 카디쇼 건은 급하게 처치하느라 그런 거야. 원래는 시간을 두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고.”
돌돌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MRI 기계를 닮은 장치 속으로 쏙 들어갔다.
***
몇 가지 테스트만 하면 끝난다던 말과 달리, 아테르는 복잡한 고대어가 적힌 종이를 받아들더니 인상을 찌푸리곤 내게 무척이나 많은 검사를 요구해 왔다.
그는 지치지도 않는지, 족히 6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내 살점들을 조금씩 떼어 가서 온갖 약물들에 담가 보고 반응을 관찰했다.
“진짜 내장 조직을 아주 조금만 떼어 주면 안 될까? 어차피 재생하잖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굳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 배를 내 손으로 갈라 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슬슬 그의 실험에 어울려 주는 것도 피곤해지던 차였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까?”
“아니.”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 몸 상태가 어떤지는 몇 시간 전에 이미 대충 다 파악했어.”
“예? 그럼 여태 뭘 한 겁니까?”
“네 몸에 맞는 물건을 만들어 주려고 부가적인 조사를 한 거지. 내장 조직을 꺼내 주기가 그러면 굳이 안 줘도 돼. 나는 본인이 싫다고 하면 억지로 요구하진 않거든.”
그는 무어라 홀로 중얼거리더니, 나를 향해 팔랑팔랑 손을 흔들었다.
“너한테 딱 어울리는 물건이 막 떠올랐어. 너 내일이나 모레 떠난다고 했지?”
“일단은 그럴 예정입니다만…”
“그럼 넌 이만 쉬러 가. 나는 너한테 줄 물건을 만들러 가 볼 테니까.”
명백한 축객령. 말을 마친 아테르는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이 실험실을 홀로 바삐 왔다 갔다 하며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동안 집요한 관심을 받아 온 나로서는 한순간에 사라진 관심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열심히 작업하는 걸 방해하기도 뭐한지라 침대에서 일어나 실험실을 빠져나왔다.
“안녕! 안녕! 다 끝났어?”
“예, 그런 것 같습니다.”
펄리는 히죽 웃고는 내 어깨 너머로 닫힌 실험실 문을 힐끔 바라보았다.
“아테르는 한번 꽂히면 밥도 안 먹고 연구에 매진해! 나름 괜찮은 걸 잘 만드니까! 기대해도 나쁘지 않을 거야! 응! 응!”
“제가 안에 있는 동안 셋이서 뭐 했습니까?”
펄리는 손가락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나?”
“예.”
“우리 카드 게임 했지! 과자 걸고! 나는 네가 나오는 거 같아서 잠깐 빠져나온 거고! 아테르야 원하는 걸 만들 때까지 나오지도 않을 테니, 너도 같이 놀자! 놀자!”
그녀는 서슴없이 내 옷깃을 꾹꾹 잡아당겨 나를 이끌었다. 그녀를 따라 휴게실 비슷한 공간으로 가자, 어두운 방 한가운데, 탁자 한가운데 램프 하나를 올려 두고서 서로를 마주 보는 쟈멜과 어머니를 발견했다.
쟈멜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보여 준 적 없는 진지한 눈빛으로 카드를 보더니 앞에 쌓인 과자의 일부를 쭉 밀었다.
“과자 스물두 개요.”
어머니는 입으로 기다란 육포 조각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다른 의자에 다리를 걸쳐 놓은 채로 대수롭지 않게 과자를 쭉 밀었다.
‘살해.’
‘받고 여덟 개 더’라는 한마디. 쟈멜은 어머니가 내민 과자들을 꼼꼼히 세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여덟 개 더 올릴게요. 그럼 패는 누구부터 깔까요?”
‘살해.’
여왕 집이라는 말과 함께, 어머니는 카드를 툭 던지곤 과자를 전부 끌어오려 했다.
“잠깐.”
‘살해?’
쟈멜은 씨익 웃으면서 자신의 카드를 내보였다.
“전 왕 집이에요.”
‘살…햇…?!’
툭. 어머니가 씹고 있던 육포 조각이 탁자 위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히하하하하핫!”
쟈멜은 기괴한 광소를 터뜨리며 의자 위에 벌떡 일어나서 선언했다.
“막판 대역전! 이것이야말로 바로 무패의 승부사 쟈멜이에요! 아아, 두렵다! 두려워! 바로 저 쟈멜의 한계는 과연 어디…”
팔랑팔랑.
쟈멜이 두 팔을 번쩍 드는 순간, 그녀의 소맷자락에서 팔랑거리는 카드 한 장이 떨어져 내렸다. 숨겨 뒀던 게 분명한 카드 한 장이.
“아앗…!”
떨어진 카드를 확인한 어머니의 두 눈이 까맣게 죽어 들어갔다. 쟈멜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이, 이게 왜 여깄지…?”
‘살(殺)!!!’
장난질에 분노한 어머니는 그대로 탁자를 박차고 쟈멜을 향해 달려들었다. 감히 신조차 속여넘기려던 필멸자 쟈멜과 깜박 속아 넘어간 여신이 서로 뒤엉켰다.
“아팟!!! 제, 제가 잘못했어요!!! 그, 그치만!!! 저만 그런게 아니잖아요!!! 아, 아까 한 번 장난치려다 저한테 걸리셨잖아요!!! 아야야야얏!!!”
‘살햇!!!’
그냥 나가 죽으라는 한마디. 지독한 개판이었다. 펄리는 그 모습을 보곤 히죽 웃었다.
“어때? 어때? 엄청 재미있어 보이지?”
“…정신없어 보이기는 하는군요. 일단 말려야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응! 응!”
***
다음 날, 아테르는 여태 봐 왔던 퀭한 모습은 장난이라는 듯이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비실비실 걸어 나와 내게 자그마한 상자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너한테 맞춘 약물. 다섯 개 정도 넣었어. 위급할 때 딱 하나만 투여해. 그러면 잠시 동안 마수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잠시 동안이라… 혹시 후유증 같은 건 없습니까?”
“후유증?”
그는 피식 웃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너한테 후유증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네 몸에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그런데…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예.”
아테르는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내 몸을 이리저리 훑었다.
“뭐? 정말 모른다고?”
“진짜 몰라서 묻는 겁니다. 제 몸이 어쨌길래 그럽니까?”
“너는… 뭐라 표현해야 좋지…”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탁 하고 자신의 손바닥을 두드렸다.
“그래! 이 표현이 가장 적당하겠네. 너는 인간을 닮게 빚어낸 ‘무언가’야. 설마 넌 네가 진짜 인간이라고 믿고 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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