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93)
93 화 충격.
충격.
쟈른이 멋대로 자신이 쥐고 있던 고대 유물을 빼앗아서 쟈멜을 향해 총탄을 쏴 버렸을 때, 지젤은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그리고 갑자기 허공에서 거대한 쥐와 함께 등장한 손바닥만 한 기사가 순식간에 제 몸을 불려서 총탄을 베어 내는 걸 보고 다시 한번 더 놀랐다.
‘이거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 이 무도한 것들이 어딜 감히 후계자님의 동료분을 건드리려 하느냐!!!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쟈멜은 테르지오의 성난 외침을 듣고는 빼꼼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듬직한 이모탈리움 기사가 쟈멜의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다. 역시 황금 동아줄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몰래 테르지오를 보내서 자신을 호위하도록 하지 않았는가.
몰려오는 격한 감동 속에서 쟈멜은 마르낙을 향한 충성심이 힘차게 퐁퐁 샘솟아 오르는 걸 느꼈다. 겨우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쟈멜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짧게 중얼거렸다.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어…!”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테르지오가 검 끝을 여전히 쟈른과 지젤에게 향한 채로 고개만 살짝 돌려 쟈멜에게 물었다.
–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쟈멜은 방긋 웃으면서 잽싸게 손바닥을 팔랑였다. 아직 쟈른의 손에는 고대 유물 총이 쥐여 있었고, 그가 언제 한 발 더 쏠지 모르는 상황에서 테르지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본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저, 전 완전 괜찮아요! 어, 얼른 일 보세요!”
– 예.
눈구멍 사이로 일렁이는 푸른 귀화가 쟈른과 지젤을 향해 맹렬히 타올랐다. 테르지오는 낮은 목소리로 선언했다.
– 너희는 이곳에서 죽는다.
“네, 네?!”
쟈멜은 깜짝 놀라서 테르지오에게 말했다.
“구, 굳이 죽일 필요까지 이, 있을까요?”
– 후계자님의 동료분을 향한 적대 행위는 곧, 후계자님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 저 둘을 제거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럼.
쾅!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금속 기사가 자리를 박차고 쟈른을 향해 은빛 이모탈리움 대검을 휘둘렀다. 깔끔한 궤적이 정확하게 쟈른의 목을 노리고 그어졌다.
쟈른은 무감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대검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결심을 굳혔다.
배신자를 제거하기 위해 응전한다는 선택지도 분명 존재했지만, 베아투스 안에서 소란을 피우기엔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쟈멜 정도의 배신자를 제거하는 건, 시간을 두고서 천천히 처리해도 충분한 사안이었다.
그는 가볍게 뒤로 물러나며 지젤을 향해 명령했다.
“일이 틀어졌군. 퇴각한다. 지젤.”
“아, 알았어!”
은빛 기사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지젤은 쟈른의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리곤 재빨리 권능을 발현했다.
– 어딜!!!
테르지오의 기계 몸뚱이 일부가 갈라지며 자그마한 분사구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분사구의 구멍에서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와 테르지오의 몸을 가속했다.
– 하압!
솟아오르는 그림자들. 그림자에 뒤덮인 쟈른과 지젤은 간발의 차이로 은빛 대검을 피해 사라졌다.
후웅!
목표물을 잃은 테르지오의 검이 애꿎은 허공을 베어 냈다. 쟈멜은 얼떨떨한 눈빛으로 지젤과 쟈른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다.
처음 나타났을 때는 깜짝 놀라서 상황을 파악할 여력이 없었기에 몰랐지만, 조금 여유가 생긴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녀는 방금 눈앞에서 벌어진 현상의 의미를 깨닫곤 경악했다.
신성이. 신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명백한 권능의 발현이 이루어졌음에도.
“마, 말도 안 돼…”
이건 당장 마르낙 사제님한테 알려 줘야만 할 사안이었다. 권능을 사용하고도 신성을 숨길 수 있는 방법만 알아내면, 지금과는 달리 적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종류의 권능을 마음껏 사용하면서 다닐 수 있었다.
찌직!!!
사람 머리통만 한 거대한 쥐가 쟈멜을 지나쳐 테르지오의 몸을 타고 올랐다.
찌지직!!!
징그러울 정도로 거대한 쥐는 테르지오의 머리 위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쟈멜을 내려다보았다. 그제야 쥐의 존재를 눈치챈 쟈멜은 께름칙한 표정으로 거대한 쥐를 올려다보았다.
고아 출신의 쟈멜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쥐라는 생물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거기다 저렇게 부담스럽게 커다란 쥐는 더욱.
그녀는 슬쩍 테르지오와 거리를 벌리곤 자그마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이제 어쩌실 거예요?”
– 후계자님이 이리로 오실 겁니다. 마침 방금 사라진 저들이 해 둔 짓인지는 몰라도, 지하를 담당하는 경비병들이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더군요.
말을 끝마친 테르지오의 몸이 순식간에 줄어들어 손바닥만 해졌다.
찌직!!!
검은 들쥐가 슬쩍 고개를 숙이자 테르지오가 자리를 박차고 펄쩍 뛰어올라 들쥐의 등에 올라탔다.
–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후계자님이 곧 오실 겁니다.
들쥐를 탄 기사는 쟈멜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발뒤꿈치로 들쥐의 옆구리를 툭 하고 쳤다.
– 이랴!
찌지직!!!
검은 들쥐는 기다렸다는 듯이 테르지오를 태우고 순식간에 감옥의 복도를 달려서 사라졌다. 쟈멜은 멍한 눈으로 들쥐를 타고 바람처럼 달려나가는 테르지오의 등을 바라보았다.
***
베아투스의 뒷골목. 그림자 속에서 솟아난 지젤은 멍한 얼굴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쟈멜의 말이 전부 진짜였다고…?”
***
내 얼굴을 확인한 쟈멜이 두 눈을 글썽이며 힘차게 소리쳤다.
“마, 마르낙 사제님!!! 저, 전 믿고 있었어요! 마르낙 사제님이 절 버리시지 않을 거라 믿고 있었다고요!”
“그렇습니까?”
“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기절하듯이 잠들어 있는 경비병에게서 챙겨 온 감옥 열쇠로 쟈멜이 갇힌 감옥의 문을 열었다.
철컥.
듣기 좋은 금속 소리와 함께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사람 머리통만 한 쥐를 타고서 테르지오가 나타났을 땐 조금 놀랐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릴 거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같이 온 다키아가 진상을 피우며 경비병들의 시선을 끄는 틈을 이용해 테르지오의 안내를 따라 이곳 지하 1층 감옥으로 내려왔다. 지상과 달리, 지하의 경비병들은 모조리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태였기에 나는 굳이 몸을 숨길 필요도 없이 열쇠를 챙겨서 곧장 쟈멜이 갇혀 있는 감옥으로 가면 될 뿐이었다.
“마, 마르낙 사제니이이임…!”
문을 열고 내가 감옥 안으로 들어가자 쟈멜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날듯이 뛰어 나를 향해 달려 들어왔다.
그 순간, 내 품속에서 뿜어져 나온 은은한 빛과 함께 한 명의 소녀가 튀어나왔다.
‘살(殺)!!!’
‘어딜 감히!!!’라는 외침. 어머니는 공중에서 멋들어지게 두 바퀴를 회전하고선 그대로 팔꿈치로 쟈멜의 머리통을 쿵 하고 찍었다.
“아얏?!”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팔꿈치에 머리를 찍힌 쟈멜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벼, 별로 안 아파…?”
‘살햇?!’
어머니는 자신의 회심의 일격이 쟈멜에게 아무런 충격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쟈멜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어머니를 보곤 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분은… 누구…시죠…?”
나는 자신의 팔꿈치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솜 팔꿈치 어머니의 머리를 툭툭 두드려 드리며 대답했다.
“이분이 바로 제가 모시는 ‘부패의 어머니’십니다.”
“넷?! 저, 저분이 시, 신이시라고요?!”
‘살해!!!’
가슴을 콩 하고 두드린 어머니가 ‘그래, 바로 내가 신이다!!!’라며 즐거이 대답했다. 그리곤 엄지를 척 하고 뻗어서 자신의 목을 스윽 그으셨다.
‘살해살해!’
쟈멜은 나를 바라보며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한 번만 더 내 품에 멋대로 안기려 들면 아주 묵사발을 내 버리겠다는 으름장이었지만, 나는 굳이 이 말을 직접 전하기보다 어머니의 품위와 위엄을 지켜 드리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만나서 돼서 무척 반가우시답니다.”
‘살햇?!’
“아하!”
활짝 웃은 쟈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머니를 향해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저, 저도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가워요!!! 진짜 신기하네요! 태어나서 신을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진짜 처음이에요! 너무너무 영광이에요!”
찰싹!
‘살해!’
무척이나 살가운 쟈멜의 인사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쟈멜이 내민 손을 잽싸게 쳐 내곤 내 뒤로 냉큼 숨어 버렸다.
‘살해살해!’
어딜 감히 이 몸을 만지려 드느냐는 지엄한 경고. 나는 빙그레 웃으며 쟈멜에게 어머니의 말을 통역했다.
“악수를 하시기엔 아직 많이 쑥스러우시답니다.”
‘살해…?!’
나는 어머니와 눈을 마주하곤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어머니. 최대한 빠르게 일을 끝마치고 나가야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미 아주 잘 알고 계시겠지만요.”
어머니는 쟈멜의 얼굴을 지그시 노려보곤 폭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살해살해.’
이번 한 번만이라는 투덜거림과 함께 어머니께서 성큼성큼 걸어서 쟈멜을 향해 다가갔다. 쟈멜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살해.’
어머니는 손을 까딱이며 머리를 숙이라고 손짓했다.
“이렇게요…?”
쟈멜이 살짝 고개를 숙이자, 어머니는 냉큼 쟈멜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곤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아주 잠깐 흐릿한 빛이 감돎과 동시에 어머니는 쟈멜의 머리에서 손을 떼어 냈다.
‘살해!’
끝났다는 외침. 솔직히 조금 감탄했다.
“벌써 끝나셨습니까?”
‘살해!’
이 정도는 완전 일도 아니라는 위풍당당한 선언과 함께 어머니는 내 품에 쏙 하고 안겨 들어왔다. 내가 어머니를 안아 들자, 어머니는 빛과 함께 손으로 되돌아가 내 가슴주머니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두 눈을 반짝이며 관찰하고 있던 쟈멜이 무척이나 부럽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신’과 함께 다니는 사제라… 진짜진짜 엄청나시네요!!!”
“일단 대외적으로는 비밀이니, 어디 가서 이야기하시면 안 됩니다.”
“네! 절대절대 이야기 안 할게요!!! 그럼 이제 전 어떻게 되는 거예요?”
“몸에 잔류해 있던 신성을 모두 제거했으니, 말살성전단분들이 성물로 몸을 검사할 때까지만 권능을 사용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아하! 역시 대단하세요!!!”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아니라 어머니가 대단하신 겁니다.”
“그래도요! 맞다! 저도 마르낙 사제님에게 말씀드릴 게 있어요!!!”
쟈멜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뭔가 잔뜩 이야기하긴 했지만,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신성을 은닉한 채 발휘한 권능.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렇죠! 그런데 있잖아요…”
“편히 말씀하시길.”
쟈멜은 주저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언제 쟈른하고 지젤이 또 올지 모르는데, 전 이제 어떻게 하죠…?”
“그건 걱정 마십시오. 무사히 석방되실 때까지 쟈멜에게 테르지오를 호위로 붙여 드리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테르지오?”
찌직!
검은 들쥐의 털을 쓰다듬고 있던 테르지오가 내 목소리에 힘차게 대답했다.
– 맡겨만 주십시오! 후계자님!!!
***
쟈멜의 일을 대충 마무리한 다음 날.
숙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카르멘과 사지타에겐 쟈멜이 누명을 썼고, 아마 곧 풀려나올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 둘은 처음엔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듣다가, 쟈멜이 곧 풀려날 거란 이야기에 안도한 얼굴로 다시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쓰러지듯 잠을 청했다.
다키아는 잠깐 어디 볼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와서는 나와 함께 약속된 보수를 지급받기 위해 은행으로 향했다.
“자, 여기 있어요! 마르낙 사제님!”
은행에서 건네받은 세 장의 종이 중 한 장을 다키아가 내게 내밀었다.
“약속한 보수예요. 마르낙 사제님. 진짜 금으로 드리면 들고 다니기 어려우실 테니, 북부 왕국 어느 은행에서도 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증서로 드릴게요. 증서가 싫으시다면 실제 금으로 드릴까요…?”
나는 귀한 종이를 받아들고서 곱게 접어 품 안에 챙겼다. 확실히 내 몸만 한 황금을 들고 다니면 온갖 애로사항이 잔뜩 피어날 게 분명했으니, 이편이 훨씬 나았다.
“감사합니다.”
‘살해…’
뭔가 진짜 황금이 아니라 김샌다는 투덜거림. 나는 어머니를 토닥여 드리며 다키아에게 말했다.
“나머지 두 장은 사지타와 카르멘의 몫이군요.”
“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다키아는 슬쩍슬쩍 내 눈치를 보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르낙 사제님.”
“네.”
드디어 때가 왔나. 보수의 지급이 완료된 지금. 다키아와 나 사이에 계약은 이 순간부로 완전히 끝났다.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갈 길을 내게 통보할 생각이 분명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편히 말씀하시지요.”
“그게…”
다키아는 몇 번이나 더 머뭇거리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내게 무언가를 내밀며 소리쳤다.
“저, 저랑 이, 이거 같이 보러 가 주세요!!!”
내 예상과 달리 귀까지 새빨개진 다키아가 내민 건 두 장의 표였다. ‘아도라’라는 이름이 크게 새겨진 연극 표. 아침에 잠깐 자리를 비웠던 건, 나 몰래 이 표를 사기 위해서였나.
그녀는 달아올라 도저히 진정이 되질 않는 얼굴을 애써 감추며 내 가슴팍에 표를 꾹 하고 들이밀었다. 나는 표를 받아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제 남은 평생 연극은 안 보실 생각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 그건…”
나는 당황하는 다키아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연극을 보러 가는 건 처음이라 무척이나 기대되는군요.”
내 대답의 의미를 깨달은 다키아가 환히 미소지었다.
“저도 엄청 기대돼요! 마르낙 사제님!”
‘살(殺)!!!’
***
팔랑팔랑.
두 장의 표가 길바닥 위로 떨어졌다. 직접 표를 건네며 다키아에게 한 번 더 권유를 해 보려던 바티스는 자신이 목격한 광경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잔뜩 얼굴을 붉힌 채, 직접 표를 내미는 다키아. 그리고 그걸 받아 드는 마르낙이라는 쓰레기.
털썩.
다키아의 위치를 듣곤, 누구보다 바삐 달려왔던 바티스가 다리의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뒤를 따르던 힐덴이 깜짝 놀라서 바티스의 몸을 부축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바티스 왕자님?!”
바티스는 자신의 눈을 가린 채 낮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무척이나 애처롭고 아련했다.
“바, 바쁘다며… 이미 봤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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