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285
사령관이 돌아왔다 285화
285 절대신의 제단(2)
“제단이라고요?”
내가 불쑥 끼어들었다.
루카스가 나를 바라본다.
“누구신지……?”
“제가 고용한 S급 용병입니다.”
“S급 용병이라!”
“S급 용병 두 분에 A급 용병 한 분입니다.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죠.”
“언제 한번 대련을 청해도 될까요?”
“그러시죠.”
검을 쓰는 사람이라면 강자와 붙어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건 루카스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고 제단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그곳을 조사하는 것이 중요했다.
여기까지는 발렌 백작령의 상황이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인원도 많았기에 일단 우리들이 시온 교단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아야 한다.
“가 봅시다.”
“용병분들은…….”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입니다. 추후 교단에 들어올 사람이죠.”
“아, 그렇습니까? 레일라 님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
“그럼, 가시죠.”
우리들은 산맥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맥 곳곳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어 오르는 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물론 불이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해도 별문제는 없었을 테지만.
루카스는 우리들에 대해 물어보았고 단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신원을 보증해 주었다.
그렇기에 기밀이 술술 새어 나온다.
“시온 교단에 신 중의 신이 있다는 말을 했었지요. 그런 기록이 있습니다. 제단에도 그런 기록이 있죠.”
“그렇습니까?”
정보는 라일스 단장이 캐고 있었다.
질문을 유도하여 정보를 뱉게 만든다.
우리들은 곁에서 걸으며 정보를 훔쳐 들었다.
“왕 중의 왕이 천지를 창조하사, 수많은 차원이 나누어졌다. 왕께서는 자신의 힘을 곳곳에 나누시고 파수꾼을 두었다.”
“힘을 나누었다고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저도 고대 언어는 통달하지 못했지만, 저희 군의 책사들이 해독을 했습니다.”
‘힘을 나누었다라.’
힘을 나누어 전 차원에 배치를 했다고 한다.
그 힘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그저 기록일 수도 있었고 흔적을 남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록을 쫓아가면 꽤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비안이 메시지를 보냈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뭔가 단서를 얻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할 수도 있겠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구의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마신을 죽이기 위해서는 깨달음이 필요했다.
당장의 이익을 위하여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지구가 어떻게 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곳에서 단서를 찾는 것이 나을 듯했다.
시온 교단을 빨리 부흥시켜야 할 것 같다.
-신의 행사가 곳곳에 필요하겠어요.
-귀찮지만 언제 한번 작업을 하도록 하죠.
-고생하시겠네요.
-고생이라고 할 것 있나요.
시온 교단이 부흥해야 절대신에 대한 단서를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돌아다녀 봤자 한계가 있었다. 천사들을 풀어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단서를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도착했습니다.”
“여긴가요?”
“네, 벌써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죠.”
신력이었다.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그러면서도 깊은 신력이 발산되고 있다.
사람들이야 그저 이것을 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을 하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곳에서 뭔가 큰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비비안도 이곳을 보며 감탄했다.
“이 정도의 기운이라니…….”
“뭔가 느껴지시나요?”
루카스가 말했다.
비비안은 쓰게 웃었다.
“그저 어떤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말이죠.”
“역시 신심이 깊으시네요. 악마들이 이곳에서 제를 지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의 말에 우리들은 너털웃음을 짓고 말았다.
악마들이 제를 지내다니?
어쩌면 이곳은 절대신의 유적지일 수도 있었다.
이 차원의 신이 버린 곳.
우리들은 그곳을 향해 걸었다.
지하 신전이다.
제단으로 향하면 향할수록 조금씩 힘이 강해진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신력이 아니라 뭔가 알 수 없는 오묘한 힘이었다.
“음습하군요.”
루카스는 이 기운을 음습하다고 표현하였지만, 나와 비비안은 아니었다.
조금씩 긴장감이 어린다.
그냥 신의 힘도 아니고 전 차원을 창조한 신의 기운이라니. 그것은 과연 어떤 실체를 가지고 있을까.
‘지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유라시아 차원에서는 이런 흔적 자체가 없었다.
지구에서 이런 힘을 발견하였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그 힘을 손에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는 이런 힘이 존재하지 않았다.
저벅저벅.
깊은 지하로 향하였는데, 거대한 동굴이 나왔다.
곳곳에 천사와 악마가 조각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천장은 압권이었다.
천사와 악마가 함께 누군가를 경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앞에는 신들로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비비안이 메시지를 보냈다.
-절대신을 경배하는 모습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레토나 차원에도 이런 광경은 없었나요?
-전혀요.
이 세계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광경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단은 그냥 평범해 보였는데,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석상이 조금 위협적이다.
개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는 견인이었는데, 거대한 창이 상당히 날카로워 보였다.
제단 입구에 쓰여 있던 내용을 상기한다.
‘이건 절대신의 파수꾼일 가능성이 높다.’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그냥 신이 만들어 낸 파수꾼이 아니라 절대신이 만든 파수꾼이다. 절대 평범할 리 없었다.
천천히 파수꾼에게 다가간다.
“위험합니다!”
루카스가 만류하였다.
그런 루카스를 라일스 단장이 다시 만류한다.
“괜찮습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아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저분은 신의 대리자와 같은 분입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여신의 대리자라고요?”
“저는 신의 대리자라고 했습니다.”
“그거, 말이 좀 이상한데요? 평소의 단장답지 않습니다.”
“저다운 것이 뭔데요?”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제단에는 작은 단검이 꽂혀 있었다. 그 단검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일반적인 신이 아닌, 절대신이 남긴 유물.
이 유물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파수꾼을 죽여야 하는 것 같다. 죽이는 것이 아니라면 인정을 받든가.
좀 더 다가가 본다.
우웅, 우웅.
단검이 내 신력에 반응하고 있었다.
문제라면 우두커니 서 있던 석상도 함께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쩌저적!
“헉! 석상이 움직입니다!”
“다들 물러나세요.”
비비안이 본능적으로 경고를 보냈다.
사람들은 재빨리 물러났다. 여기서 어떤 큰일이 발생할 거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쩌저저적!
석상이 완전히 깨져 나갔다.
-누가 감히 신성한 곳에 발을 들이는가.
“나는 신위를 받은 자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지?
“당신에게 도전하겠다.”
-흥! 그 영혼은 영원히 지옥을 떠돌게 될 것이다.
쿠아아앙!
견인(犬人)의 창이 어마어마한 파공성을 냈다.
나는 무형검을 만들어 창에 맞섰는데, 사방으로 파동이 퍼져 나갔다.
비비안의 결계가 아니었다면 단숨에 모든 사람이 찢겨 나갔을 것이다.
땅이 뒤집힐 듯이 충격을 받았으나 다행히 뒤집히지는 않았다. 다만, 공기가 찢겨 나가며 검은 회오리들이 주변에 생긴다.
쾅쾅!
꽈지지직!
뇌전의 파동이 퍼져 나간다.
내부가 진탕되는 느낌이다.
수많은 무형검으로 상대를 하려 하였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 같다. 검 한 자루에 모든 힘을 실어 쳐야 한다.
-제법이구나!
“피조물 주제에 말이 많다!”
콰과과광!
나 역시도 온 힘을 다해 상대를 해 나갔다.
비비안의 결계가 찢어질 듯이 일렁거린다.
우리들은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쾅! 콰과과광!
“말도 안 돼.”
그 싸움을 지켜보던 루카스는 혀를 내둘렀다.
저 힘은 초자연적이다.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놀란 것은 라일스도 마찬가지였다.
레일라교의 경전에 나왔던 악마나 암흑 사제들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대한 파괴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던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강함.
비비안이라는 여자가 결계를 쳤는데, 그 힘도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이 힘이 바깥에서 퍼졌다면?
산이 무너지고 땅거죽이 뒤집혔을 것이다.
워낙 강력한 힘으로 인하여 공기가 찢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건 신의 힘…….”
“신의 힘이라니요? 저건 마녀 아닙니까?”
“마녀?”
루카스의 말에 라일스는 코웃음을 쳤다.
마녀가 어떻게 저런 힘을 가진단 말인가?
기이한 사술을 사용하는 자를 마녀라고 한다. 특히나 남자 마녀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라일스는 여자들이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정치적인 이해에 따라 발전한 것이 바로 레일라 교단이지.”
“……!”
루카스는 눈을 부릅떴다.
평소 신앙심이 깊기로 소문이 자자한 라일스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니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루카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위대한 신이 강림하셨도다.”
“단장.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보면 모르겠습니까? 레일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요!”
“그런 미친 소리를!”
쿠아아앙!
사방으로 빛이 번쩍인다.
그들은 신성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 보았던 신의 강림에서 사용되었던 신성력이다. 그 실체를 루카스는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털썩.
라일스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위대한 시온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