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외유내강
“어라라?”
김정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건 비단 김정연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참 노골적이지 않은가.
하고 많은 자리를 놔두고 굳이 내 옆에 떡 하니 앉는 걸 보면.
기가 차지만 또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현식~ 너어~”
김정연은 옆에 홍미나가 앉는 걸 보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오빠.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렇게 홍미나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김정연은 득달같이 달려와서는 나에게 물었다.
물론 궁금하겠지.
먼저 감정 표현을 안 하기로 유명한 홍미나를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저리 적극적인지.
당연히 나도 궁금할 정도니까.
“야! 야야! 너. 시아 버려?”
“언제는 홍미나 편이라면서요?”
“내가? 내가 언제?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그냥 홍미나가 불쌍했다는 거지. 난 누구 편도 아닌뎁?”
“치사하게. 인제 와서 발뺌하기는.”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금. 너 어떻게 했길래 홍미나가 저래?”
“나도 모르죠.”
“결판을 지으랬더니 다른 방향으로 결판을 지은 거야?”
김정연은 혹시라도 홍미나가 돌아올까 싶어서 문 쪽을 힐끔거렸다.
다행히 아직은 오지 않았다.
“빨리! 홍미나 오겠다.”
“나도 진짜 몰라요. 그냥… 정확하게 말했을 뿐이었는데.”
“하! 네가 잘도 정확하게 말했겠다.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홍미나가 눈치도 없이 저런다고? 그게 말이 되냐?”
“그러니까요. 나도 답답할 노릇이라니까?”
진짜 그랬다.
내가 입장을 애매하게 한 것도 아니었다.
그때.
홍미나 집에서 대화했던 그때 말이다.
나는 분명히 내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내 마음 또한 정확히 홍미나에게 확인시켰다.
그런데.
“그래서요?”
돌아온 대답은 이거였다.
그래서요?
그래서요?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홍미나의 저 말을 듣고는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네 마음도 알겠고, 네가 무슨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오는지 알겠지만.
나는 오직 시아뿐이다.
시아랑 결혼할 생각이다.
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도 홍미나는 웃으면서 저 말을 한 거다.
그래서요?
아직도 어이가 없다.
“오빠, 나는 시아가 돌아올 때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예요.”
그게 홍미나의 마지막 답변이었다.
그 이후로는 진짜 그녀 마음대로 하는 중이다.
나를 보고 싶으면 주변 눈치도 보지 않고 내 집을 찾아온다거나.
학교로 와서 오늘처럼 떡 하니 옆에 앉아서 여우처럼 꼬리를 살랑인다.
뭐 당연히 평소에도 홍미나는 모든 사람에게 살가웠고, 나에게도 그런 모습을 종종 보여 주었지만, 지금의 홍미나는 뭔가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걸 주변 사람도 충분히 느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홍미나의 달라진 점.
하나 더.
이따금 존대를 한다.
근데 이게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조금 설렌다고 해야 하나?
존대와 반말의 중간쯤에 줄타기하는 느낌은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얼마나 설레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또 최근에 자꾸만 나한테 허락을 구하기도 한다.
마치 말 잘 듣는 시종을 둔 기분이랄까?
내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다 들어줄 기세다.
그렇다 보니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거 같고 막 그렇다.
물론 나한테는 시아뿐이다.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예쁜 여자가 옆에서 꼬리를 치면 자연적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도파민을 뿜어내는 건 생리 현상이지 않은가.
이건 어디까지나 속마음이기에 하는 말이지만, 시아의 빈자리가 홍미나의 저 애교 섞인 행동들 때문에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몰아내려고 부단히 애썼다.
홍미나한테 차갑게도 굴어 봤다.
보통 자기에게 관심이 없고 못되게 굴면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니까.
하지만 홍미나의 ‘외유’에 속고 있었다.
‘내강’형 사람이라는 걸 나는 잊고 살았다.
아니,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홍미나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못되게 굴어도 웃으며 나한테 다가왔고.
무관심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홍미나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아니, 오히려 내가 이전처럼 돌아오길 바라는 건지 더 격렬하게 붙어 다닌다.
이러니 나도 답답할 수밖에.
“너어~ 조심해. 진짜. 나중에 시아한테 다 이른다?”
“이젠 저도 포깁니다. 포기.”
막거나 피할 수 없다면 그냥 두기로 했다.
저러다 말겠지.
내 마음은 확고하니까.
“오빠! 오늘 뭐 먹으러 갈 거예요?”
“난 그냥 굶으려고.”
“어? 그럼 안 돼요.”
“내 맘이야.”
“내가 밥 해 줄까? 우리 집에서 밥 먹고 갈까?”
“아니. 나 오늘 장사해야 해.”
“나도!”
“넌 왜?”
“나 거기서 알바했던 거 기억 안 나?”
“기억나지. 근데 알바 필요 없을….”
“사장님! 오늘은 제가 최선을 다해서 손님을 끌어 보겠습니다!”
나는 무언의 행동으로 김정연에게 요 앙큼한 녀석 좀 보라고 전달했다.
그러자 김정연은 입을 막더니 내가 한 말이 진짜라는 걸 깨달았는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사실 지금도 카페에서 김정연이랑 상의할 게 있어서 잠깐 만나는 거였는데.
난데없이 나타나서는 내 옆에 앉아서 아메리카노를 홀짝이고 있는 거다.
“아무튼. 홍미나. 나 정연 누나랑 할 얘기가 있으니까. 너 저기 가 있어.”
“아. 응.”
그리고 내가 부탁하는 건 대부분 들어준다.
사실 일부로 날 보려고 왔을 텐데 내가 매몰차게 내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럼에도 홍미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미친.”
“내가 말했죠?”
“저거 홍미나 맞아?”
“아닌 듯. 누가 바꿔치기한 듯.”
“그러니까. 나도 그런 거 같은데?”
“아무튼. 저 홍미나 아무도 못 말려요.”
“그럴 거 같긴 했어. 홍미나가 저래 보여도 고집이 진짜 장난 아니거든. 그리고 애가 강단도 있고 강해. 겉으론 물렁해 보여도.”
그래.
딱 외유내강형이지.
“외유내강이죠.”
“진짜. 완전. 깜짝 놀랐네.”
“아무튼. 우리는 우리 얘기로 넘어갑시다.”
“아차! 그래. 차현식. 너 DMU에 연락 좀 해 봐.”
“왜요?”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 처먹질 않아.”
“화상 프로그램이요?”
“어. 그냥 공짜로 배포한다고 해도… 뭐 정책이 어쩌니 위쪽에서 어쩌고저쩌고.”
꽤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사실 공짜로 뭔갈 배포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
요즘 같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코로나 사태 전까지, 즉 정식 출시 전까지는 공짜로 배포할 예정이다.
그러고 나서 차근차근 유료화 진행을 할 건데.
어쨌든, 그때 동안에는 품질 좋은 화상 회의를 무료로 할 수 있는 거니까 서로 윈윈이지.
“흐음. 바비한테 얘기해 봐야 하나….”
“그런 중간 관리자 말고. 그냥 확 제일 위로 올라가야 할 거야.”
“어… 그럼 총장?”
“그래 대학교 총장 정도는 돼야지.”
살면서 대면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사실 대학생이 대학교 총장을 직접 대면하는 일은 잘 없으니까.
가끔 부총장과의 만남이라면서 간단한 간식으로 신입생을 유혹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 그걸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물며 총장은 큰 행사에서 먼발치에서 스피치 하는 모습이나 봤을까.
직접 대면해 본 적도 없는 사람과 담판을 지으라니.
“아. 총장 한 번도 못 만나 봤는데.”
“야. 너 정도면 총장도 만나 주지 않을까?”
“제가 뭐라고요?”
“너? 천만 너튜버. 부자. 아, 그리고 너 장학 재단으로 매년 장학금 지원하고 있지 않아?”
“아. 그거요?”
익명으로 장학 재단에 돈을 후원하고 있긴 했다.
누구라도 용기 내서 장학금 신청을 하면 장학금을 줄 돈이 없지 않은 한 탈락하지 않는 장학금.
“그래~ 너 그걸로 협박 좀 하면 잘 풀릴 거 같은데.”
“아니, 근데 생각해 보니까 우리가 좋은 프로그램 무료로 배포 좀 하겠다는데 이렇게 구차하게 굴어야 해요?”
“네가 DMU는 꼭 넣으라며?”
“윽. 그랬구나.”
그래도 모교인데.
DMU는 코로나 때 맘고생 없이 원격 수업을 할 수 있어야지.
그런 마음으로 DMU는 반드시 넣어 달라고 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원하지 않을 줄은 몰랐지, 나도.
“어쨌든 난 화상 프로그램 관리하는 것도 벅차. 이런 사사로운 일로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네요.”
“네에~ 네에~ 제가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김정연 대표님.”
“푸핫. 아, 진짜 아직도 그거 낯간지러워서 못 듣겠어.”
“회사에서 대표님이라고 안 불러요?”
“안 부르지. 그냥 이름 불러. 우리 개발자들이 뭐 그런 상하 관계를 막 따지지는 않으니까.”
“흐음.”
“왜?”
“나는 출근도 안 하는 로펌 회사에서 꼬박꼬박 대표님이라고 메일도 오고 연락도 오는데.”
억울했다.
매일 출근하는 김정연도 듣지 않는 대표님 소리를 나는 거의 매일 듣기 시작했다.
거기에 덧붙여 모건 아저씨가 차린 부동산 회사에서도 나더러 대표를 하라는 연락을 얼마 전에 받았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대표가 된 셈이다.
“넌 이제 클래스가 달라질 때가 되긴 했지.”
“클래스요?”
“너. 추정 자산이 얼마야?”
“그건 왜요?”
“왜 그렇게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봐? 누가 잡아먹는데?”
“누난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 같은데?”
“미친놈. 나도 대표야. 네 돈 훔쳐서 뭐 하게?”
“모르죠.”
김정연은 두 팔을 들며 고개를 저었다.
본인은 숭고하다는 뜻을 내비친 거 같지만, 내가 가장 경계하고 믿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가 김정연이었다.
사람이 너무 똑똑해.
최기명 변호사와 쌍두마차를 이룬다.
그 둘은 내 블랙리스트 최상단에 안착한 요주의 인물 베스트.
“어쨌든 네 재산으로는 우리처럼 이런 싸구려 카페에서 만나고. 저 국산 SUV 몰고 다니지 않지.”
김정연은 밖에 세워진 내 차량을 흘겨보며 말했다.
아무리 외제 차가 좋다고 하지만 국산 차가 어때서?
가성비 좋지.
잘 나가지.
디자인 예쁘지.
우리 애 기죽게 무슨 말을 하는 거람.
“너 솔직히 대학교 졸업 안 해도 아무 지장 없잖아? 아니, 사실 대학교 졸업 안 하는 게 너한테는 시간 절약도 되고 좋은 거 아냐?”
“뭐 효율성만 따지면 그렇긴 하죠. 수업 듣는다고 시간을 아무래도 빼앗기니까.”
“그러니까.”
“그래도 대학은 졸업해야죠.”
“그렇다고 명문대에 다니는 것도 아니야. 또 경영이나 MBA 할 것도 아니잖아. 왜 대학교 졸업하고 싶은 거야?”
“그야 물론 낭만적이니까요. 나중에 피플지에서나 뉴욕 타임스 같은 곳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면 인터뷰할 거 아니에요.”
“너 벌써 그런 생각 하는 거야?”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생각 자체가 설레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제임스 황도 매거진에서 인터뷰를 했던 기사를 읽었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아니 그렇게 되면 나 또한 그런 수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되겠지.
그래서 미리 생각해 놓는 것뿐이었다.
예전이었다면 그저 뜬구름 잡는 망상이라고 주변에서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사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처럼 보이니까.
“당연하죠. 미리 준비해야죠. 누나도 준비해요. 아! 누나도 어디서 인터뷰했다고 하지 않았나?”
“나도 했지. 민망해 죽는 줄.”
“그러니까요. 나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때 영문학과를 졸업한 사업가 차현식으로 소개되고 싶어요. 문학도이자 사업가. 크으~ 낭만.”
“미친놈. 진짜 또라이야. 고작 낭만을 위해서 시간을 날린다고?”
“그리고 날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렇게 다른 분야를 공부하면 내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자각하게 되니까요. 자신을 깨닫고 겸손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오올. 아무튼. 넌 이제 대표야. 그러니까 그에 걸맞게 다녀야지 않겠어? 그 다 낡아 빠진 티셔츠랑 청바지 좀 그만 입고!”
“이게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요!”
“너 그거 한 벌만 있는 건… 아니지?”
“에이. 저를 뭐로 보고.”
“그럼… 그것만 옷장에 수십 벌 쟁여 놓은 것도 아니지?”
“어? 어떻게 알았어요?”
“와. 너도 진짜 괴짜다 괴짜야.”
집에 옷장에 보면 딱히 다양하게 옷이 갖춰져 있는 건 아니었다.
주로 시아가 입는 옷 위주로 채워져 있었고.
나를 위한 옷장은 단란하게 여름에 입을 티셔츠, 겨울에 입는 후디, 그리고 똑같은 청바지.
그걸 똑같은 브랜드, 똑같은 치수로 수십 장씩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으~ 진절머리 나. 너 어쨌든 이번 DMU 건. 확실히 해결해. 난 간다.”
“네에~”
“아차! 그리고 홍미나 심심하겠다. 좀 놀아 주고.”
“하아….”
“너무 싫어하지만 말고. 알겠지?”
“네에~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