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24)
제124화. 침공 30시간 전 (2)
“이것은…!”
헤일리가 준 물건은 다름 아닌 효자손이었다.
물론 보통의 효자손은 아니었다.
무려 금빛의 말 손잡이가 달린 효자손이었다. 척 보기에도 상당히 비싸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의 물건에 대해서는 전부 꿰고 있는 천성재가 놀랐다.
“어! 저거, 분명 미국 옥션에서 1,000달러에 나왔던 물건인데…!”
무려 100만 원. 이건 물건치고는 가장 최하 가격으로 팔려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 삼촌이 필요 없다면서 벼룩시장에 내놓았다는 물건….”
그게 돌고 돌아 미국 갑부들 옥션에 나왔었다고 했다.
이건의 사후, 그의 물건은 기본적으로 경매가가 수십억, 수백억에 달하는 대형 옥션에서만 출몰했었으니까.
그래서 이건의 물건치고는 굉장히 싸게 팔린 것이었다.
하지만 서기관은 참 호화로운 잡동사니라며 혀를 찼다.
‘고작 효자손 주제에 백만 원 단위라니.’
그러나 정작 그 소리를 들은 휴고는 미친 듯이 화를 냈다.
“고작 1,000달러라고?! 이게?”
“서, 성주님!”
“조심하세요! 부서집니다!”
“맞습니다! 그게 어떤 물건인데요!”
“???”
서기관은 신궁좌 성도들을 미쳤냐는 듯 보았고, 고트와 이재원은 행여라도 효자손이 부서질까 안절부절 못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휴고는 효자손을 들고 버럭 아들에게 화를 냈다.
“아니 이게 왜 1,000달러에 팔렸는데?”
“뭐? 나한테 그걸 물어도… 분명 삼촌의 물건치고는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다. 싸구려 물품일거라고….”
“뭐가 어째!”
순간 휴고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지만, 그는 가까스로 참고 이건을 보았다.
가격이야 지금은 아무래야 좋다는 의미였다.
“뭐 벼룩시장…? 야! 너 신궁좌의 어전 성물을 떨이로 내다 팔았었니?!”
“?!”
뜻밖의 정체에 서기관의 표정이 볼만했다.
뭐라고 어전 성물?
저딴 게??
그러나 이건은 귀를 후볐다.
“그까짓 거 한두 개 판다고 뭐 잘못된다고.”
“야!”
그랬다.
단순한 효자손이라고 생각했던 물건은 신궁좌의 어전성물이었던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효자손이었던 것은 아닐 것이었다.
‘좀 빌린다.’
원래부터 자기 성물 만드는데 참고한다고 다른 12명의 어전 성물(SS)로 멋대로 훔쳐 쓰던 놈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어전성물 중 하나. 신궁(神弓)도 멋대로 빌려가 놓고는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멋대로 개조해버렸다.
덕분에 자신의 예술적인 디자인이 괴상망측하게 변했다고 성신이 분노했었던 것이다.
물론 그 뒤에 성신이 이건의 실력에 감탄을 했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개조하면서 떼어낸 어전성물의 일부를 자기 멋대로 고쳐 쓴 것이리라.
‘설마하니 효자손으로 만들었을 줄은 몰랐지만.’
지금껏 떼어낸 부품은 이건의 작업장에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뭐, 여전히 기능은 살아 있네.”
철컥!
이건이 효자손 손잡이에 달린 말의 주둥이를 누르자 효자손의 막대 부분이 길어졌다.
동시에 휴고는 분노에 떨었다.
솔직히 자신도 떼어내길 잘한 부품이라고 생각했고, 이건이 더 좋은 걸로 만들어서 준다고 해서 넘긴 것이었는데.
그러나 휴고가 떨든 말든 이건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게 있으면 말이 달라지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건은 바로 자신의 능력을 썼다.
[분해공방으로 전환합니다] [성물을 분해합니다]이건의 손에서 녹청의 빛이 뿜어지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펑!
움켜쥔 효자손에 금이 가면서 완전히 박살이 난 것이다.
[성물을 분해했습니다] [소량의 분해 경험치를 얻어냈습니다]녹청의 빛이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흡사 별의 폭발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박살난 물건은 방사형으로 퍼지는가 싶더니,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멈췄다.
분해된 잔해들이 반짝이며 이건의 주변에 붕붕 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광경. 아니 중력이 사라진 우주 공간을 보는 듯 했다.
동시에 이건은 자신의 성물을 꺼냈다.
[무엇이든 담아두는 책 (S)]곧 책의 14p를 펼치자 안에서는 낯익은 물건이 튀어나왔다.
[작열사자리의 태양광] (SS)거대한 활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성인들에게만 허락된 신의 대리자의 무구.
.
성신들의 보물이다.
동시에 성신과 계약한 증거였고, 각 신좌들의 최상급 보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전성물이 없으면 성인은 절반의 힘밖에 내지 못했다.
성신의 직계자인 그들은 일반 각성자들하고는 몸의 구조가 좀 다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중요한 성물의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아보였다.
[성신의 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생명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마치 녹이 슨 듯 활은 빛을 잃어 있었고 활시위도 그야 말로 누더기 상태.
심지어 동강 동강 나 있어 활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수준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이건이 손을 봐서 이정도인 것이다.
처음 받았을 때는 아예 전소한 듯 까맣게 타버린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그 처참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케빈은 미간을 좁혔다.
‘분명 천칭 쪽의 놈들한테 당했었던가.’
아마도 20년 전.
붉은 눈을 잡은 직후였을 것이다.
거해좌를 통해 이건의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휴고는 12성인들의 기자회견장에 쳐들어왔었다.
이건이 죽었을 리도 없으며, 왜 이건을 버려두고 너희들끼리 나왔느냐는 이유였다.
[붉은 눈도 너희가 잡고, 이건이 너희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그딴 말을 믿을 것 같아?]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휴고의 입장에선 친구가 난데없이 죽었다니, 그야말로 날벼락이었을지 모른다.
물론 케빈은 악마의 탑에서의 기억이 없었고, 찜찜한 마음에 억지로 끌려갔던 기자회견 장에서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지만.
‘전갈좌는 그때 자리에 없었으니 어쩌면 악마의 탑에 이건을 다시 찾으러 갔던 걸 수도.’
당시 붉은 눈을 잡을 땐 그야말로 혼란의 장이었고, 전갈좌는 후발대로서 뒤처진 소피를 돌보고 있었다고 들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때 휴고와 12성인들 간에 격렬한 싸움이 붙었는데, 휴고의 어전성물은 그때 망가진 것이었다.
[그렇게 화를 낼 거면 너야말로 중간에 탑을 나가지 말았어야지. 등신 놈이.] [네가 나가서 이건이 죽었다는 생각은 안 하지?] [……!]휴고는 강한 신좌였지만, 성인급 대결에서 1대 다수는 너무 컸다.
결국 성인이 힘을 100% 낼 수 있는 도구인 어전성물이 박살나고, 그 뒤 신궁좌는 몰락.
[이걸로 넌 힘도 못 쓰는 반푼이지]그렇게 천칭좌는 웃었다.
휴고의 활을 박살낸 성인들도 웃었다.
사실 10년 전. 두꺼비 괴수에게 손도 못 쓰고 당한 건 괴수의 힘도 힘이지만 어전성물의 부재 탓이 더 컸다.
어쨌든 그만한 물건이었다.
‘어전성물은 마갈좌 성신조차 고칠 수 없었다.’
마갈좌 성인이 자신 있게 성신을 등판 시키며 나섰지만 처참하게 실패.
워낙 성물의 급이 급이고, 손상도도 심해서였다.
‘분명 수리의 영역이 아니라고 했던가.’
완전히 성물이 죽어버렸다고 했다. 성신과의 연결조차 끊겨서 어전성물의 가치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수리공방으로 전환합니다]이건이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효자손의 파편이 동강난 활에 모여 들었다.
마치 모래 알맹이들이 모여드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활의 빈 공간에 파편들이 채워져 들어가고.
[같은 물질로 이루어진 부품입니다] [합성이 가능합니다] [시간 단축이 대폭 가능합니다] [재합성을 하시겠습니까?]그와 함께 이건이 주먹을 쥐었다.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
빛이 점점 사라지면서 활의 형태를 되찾은 물건이 나타났다.
[만물을 두드리는 자의 특성과 뱀주인좌의 특성이 발휘되었습니다] [어전성물이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어전성물이 활력을 되찾습니다]마치 불씨와 같았다.
이건의 힘으로 몸체가 붙어버린 그 순간.
파지지직!
죽어있던 활 내부에서 용암이 끓듯 생명의 에너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발하듯 어전성물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쾅!
태양의 활이 부활한 것이었다.
성도들은 모두가 놀랐다.
[SS급 성물을 재창조했습니다] [경험치가 대폭 오릅니다] [어전성물의 부활에 신궁좌 권속신들이 술렁거립니다] [뱀주인좌에 대한 명성이 올라갑니다] [어전성물에 깃들어 있는 영혼이 뱀주인좌에게 은혜를 입고 호감을 품습니다]마침내 활의 형태를 찾은 성물의 모습에 휴고가 말문을 잇지 못했다.
완전히 포기하고 있던 물건이 되살아나다니.
이건은 웃었다.
“뭐, 손실된 몸체를 대체할 부품이 부족해서 문제였던 건데. 같은 성분이 있으면 수리야 금방이지. 반년은 줄였다.”
“……!!”
물론 완벽해보이지만, 아직 완성은 아니었다.
“아직 뼈대만 맞춘 거야. 좀 더 마무리해야 해.”
하지만 그때였다.
이건의 머리에서 붉은빛이 쏟아졌다.
[작열사자리의 주인이 매우 기뻐합니다] [작열사자리의 주인이 뱀주인좌에게 이것저것을 보답하려합니다]그 말과 함께 이건의 머리 위에 엄청난 물건이 우수수수 떨어졌다.
금은보화에 온갖 보물들, 거기에 정력제까지 쏟아졌다.
탈모약도 떨어졌지만, 그건 보자마자 던져버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이건으로서는 굉장히 놀라울 만한 일이 벌어졌다.
[작열사성신이 어떤 보답이라도 하겠다고 약조합니다] [동맹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이 생성되었습니다] [앞으로 작열사 성신은 당신의 그 어떤 부탁이라도 한 가지를 들어주게 됩니다]그와 함께 이건의 앞에 뭔가 떨어졌다. 붉은 깃털로 된 팔찌였다.
[약조의 증거]그걸 보며 이건이 씨익 웃었다.
그 어떤 부탁이라도…라.
[바이블에 행적이 추가되었습니다] [태양이 뱀의 은혜에 감복하다]반면 눈앞에서 어전성물이 부활하는 광경을 본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건 당연했다.
“저, 저걸 고쳤어?”
“이건 님, 천재공방의 장인들보다 더 대단하신 거 아니에요?”
케빈도 침을 꿀꺽 삼켰다.
‘이쯤 되면 부활의 영역이다.’
물론 뱀주인좌는 재생의 신좌.
그래서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잠깐. 이렇게 되면 신궁좌의 순위가 바뀌게 되는 거 아닌가?’
신궁좌를 파멸시킨 장본인들이야 아직 모르겠지만, 신좌로서의 힘을 되찾았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그리고 어전성물을 고친 이건은 흡족하게 웃었다.
그는 헤일리를 보았다.
“마무리는 해야 하지만, 덕분에 잘 고쳤다.”
이건은 몹시 기뻐하는 휴고에게 활을 던져주었다.
‘듣자 하니 택수 활을 망가트린 게 황소 놈이랬나.’
자신들을 몹시 싫어하던 놈이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휴고를 묵사발로 만드는데 협력한 성인들이 있었다.
‘뭐 이거면 택수도 부활할 수 있겠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신궁좌의 약점인 물속성 데이터를 넣지 못한 것 정도?
‘전에도 물고기 놈을 이용해서 황소가 박살을 낸 듯 하고.’
뭐 그래도 완벽하다는 듯, 이건은 제 장비를 들었다.
천칭에게 붙은 남은 놈들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우선 놈들의 성역부터 뚫어야겠지.”
하지만 고개를 돌린 이건은 깜짝 놀랐다.
눈앞에는 그새 다른 보따리가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그, 그쪽으로 갈 것이라면 이것을 사용하라. 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보따리에는 온갖 치료약과 이건을 위한 도시락이 담겨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뭐야. 너 무슨 이사 하냐?”
휴고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보따리 안을 보았다.
산더미만 한 보따리에는 물이며 옷이며 건전지에 책, 수건, 칫솔, 간식, 수백 명이 먹고도 남을 물건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담긴 식량을 보고 헤일리의 권속신들이 경악했다.
[고, 공주님! 이러시면 저희들의 식량이!]“굶어라.”
[예?!] [아, 아니 이러시면 저희 병사들이!]“굶어라.”
[공주님!]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멍해졌던 휴고가 이건의 어깨를 쳤다.
“잘해봐라.”
여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딸이다. 무조건 딸이야. 널 닮은 아들은 안 돼.”
휴고는 또 얻어맞았다.
* * *
아주 짧은 시간 뒤.
이건은 진지했다.
눈앞에는 자신의 흉측한 과거의 얼굴이 있었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모습, 실물크기의 이건 피규어였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건의 표정은 정말 심각했다.
“성재야.”
“예?”
“너 이 얼굴이랑 연애할 생각 듦?”
그 말에 천성재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삼촌이라면 저 얼굴이라도 결혼 가능해요.”
“…….”
물을 상대가 잘못됐지.
아무래도 여자인 유하한테 물어보면 좀 다른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아무래야 좋았다.
이건은 짐을 옮기고 있는 천성재를 보았다.
뱀주인좌의 성역도 생겼겠다, 그 신도인 천성재가 그쪽으로 이주하려는 참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부르르르.
이건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번호를 확인한 이건이 미간을 좁혔다.
그도 그럴 게 굉장히 낯이 익은 번호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건, 부탁이야 살려줘! 괴수들이 쳐들어왔어!]그 전화는 다름 아닌 물고기좌.
천칭좌의 침공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천칭 쪽이랑 다른 애들은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아. 부탁이야, 네가 아니면 성역이!]그 말에 이건이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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