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2
72화 대장장이 데뷔 (2)
“음, 속이려고 한 건 아닌데. 알고 보니까 헌터협회에서 마주치기 이전엔 만난 적 없더라고. 내가 거짓말한 셈이 되긴 했는데 고의는 아니었고.”
창을 만지작거리며 횡설수설 말했다. 착각이라고 하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만 이 정도의 무반응은 예상외였다. 약간 놀라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명우가 입을 열었다.
“설사 속인 거라고 해도 상관없어.”
“…응?”
“유진이 네가 거짓말을 한 거라면, 나는 날 속여 줘서 고맙다고 대답하겠어.”
명우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뭐 고마울 거까지야……?
“대체 왜 당황해하는 거야? 자, 나를 봐. SS급 제작 스킬을 가진 유명우.”
녀석이 두 팔을 벌려 보이며 말을 이었다.
“한유진, 네가 만들어 냈어. 흔해빠진 F급 헌터 데려다가 이렇게 바꾸어 놓은 게 바로 너야.”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양심이 찔렸다.
“내가 널 도와준 건 사실이긴 한데, SS급 스킬 얻은 건 네 노력이고 재능이야.”
“자갈 속에 보석 들었으면 뭐 하냐. 굴러다니다가 진창에 빠지기 직전이었는데.”
“그렇긴 해도.”
“너무 빼지 마. 섭섭해지려고 그런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여기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건 전부 네 덕 맞아. 재능이고 노력이고 여건이 안 되면 소용없어. 내가 그 산 증거 아니냐.”
그렇게 말하며 명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런데 그 힘이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윽, 아프잖—”
– 크르르.
비틀거리며 어깨를 붙잡는데, 돌연 싸한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주위를 살펴보자 피스가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블루도 날개를 반쯤 펼친 채다. 심지어 삐약이까지 포함해, 셋 모두 명우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놓아두면 큰일 나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아니야, 안 아파! 장난이야, 장난. 피스야, 송곳니 숨기고 블루도 날개 접고 삐약이 넌 뭘 어쩌려고. 아무튼 다들 진정해.”
특히 피스 넌 명우랑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고작 이거 가지고 이를 드러내고 그러냐. 성현제 때야 낯서니까 그럴 만했지만.
“명우는 내 친구야, 친구.”
다행히 애들은 이내 다시 평소대로 돌아갔다. 한숨을 쉬고 명우를 돌아보았다.
“미안. 애들이 착각을 했나 봐.”
“아냐, 내가 힘 조절을 제대로 못 한 탓인걸.”
“종일 쇠만 두드려 대니까 그렇지. 좀 쉬어 가며 해.”
“그보단 스탯이 올라서 그래.”
“…뭐?”
아니 스탯이 또 올라? 명우 이놈만 시스템이 다른가 왜 또 올라? 명우가 턱끝으로 내가 들고 있는 창을 가리켰다.
“첫 S급 아이템 만든 보상이라면서 오르더라고. A급 때도 올랐는데 그땐 힘 조절하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거든. 이번엔 꽤 많이 올라서 아직 적응이 덜 된 모양이야.”
그런 보상도 있나. 원래 있는 시스템인지 선배님 배려인지 모르겠지만 사기였다.
“스탯 계산 좀 해보자.”
명우가 불러주는 스탯을 더해 나누어 보았다. 평균이…….
“…C급이네.”
A급 아이템 만들었을 땐 D급으로 올랐던 건가. 이대로라면 SS급 만들면 B급 되고 SSS급 만들면 A급 되고 L급 만들면 S급 되나?
역시 명우가 주인공이고 나는 서포터 같은 건가 보다. 자기가 만든 장비로 자기가 다 해먹고 다니겠네.
‘나도 스탯 올라가는 거 뭐 좀 없나.’
남의 목숨과 내 멘탈 갈아서 일주일 강해지는 그런 줘도 싫은 거 말고.
“너, 이러다가 F급으로 시작해서 S급 되는 거 아니냐?”
“설마 그럴 리가, 싶지만 모르지.”
명우가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의 녀석은 시들하게 창백한 편이었다. 손이라고 다를 건 없었을 터다. 기껏해야 펜 굳은살이나 붙은 맥없는 손이었겠지.
하지만 지금은 단단해졌다.
굳은살은 물론이고 눈에 띄게 굵어진 손가락에 미처 치료 못 한 상흔도 보였다. 색도 모양도 못해도 일 년 이상 쇠를 두드려 온 장인의 그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냐. 그러니 F급이 S급 될 수도 있지. 모를 일이잖아.”
명우 넌 애초에 재능이 있었고, 라고 생각하다가 시스템 관리자의 말이 떠올랐다. 시스템의 제한이 없다면 평범한 사람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던.
10년 안팎으로 시스템은 사라질 예정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되면 명우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별다른 재능 없이도 A급, S급이 되는 사람들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래, 모를 일이지.”
모를 일이 맞다. 나만해도 회귀해서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뭐.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도 모를 일 한번 보여 주자.”
휴대폰을 꺼내 풍성하게 들어찬 연락처를 열었다. 스크롤을 주르륵 내리는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 * *
헌터협회장은 내 연락을 받고 믿을 수 없다 하더니 아예 직접 당장에 이쪽으로 오겠노라 어울리지 않는 호들갑을 떨었다. 나 때보다 더한 반응이었다.
그럴 만은 했다. 헌터협회의 주 수입원은 마켓과 포션을 포함한 각종 아이템의 제작판매였다. 직접 만드는 아이템이라고 해봐야 저주 관련이니 장비를 주로 만드는 명우와는 관련이 없었다. 포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헌터마켓은 다르다.
S급 이상 장비의 경매 수수료도 짭짤하겠지만, 그보다 정기적인 공급이 가능하게 된다는 이점이 가장 컸다. 전 세계에서 상급 헌터들이 방문하고 이름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크게 뛸 테니까.
물론 협회장이 바라는 대로 잘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에 전화며 문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새 어떻게 알아냈는지 명우 폰도 덜덜 떨어댄다.
“그 번호면 브레이커 길드장이네.”
명우가 자꾸 전화 온다며 보여 준 번호를 확인하고 말해 주었다.
“길드장?”
“응. 이번에 만든 무기가 창이라는 것까지 전해들었나 봐. 거창 쓰는 S급 헌터거든.”
얼음나무 창은 돌격용은 아니었다. 이건 역시 예림이한테 딱이지. 마력 스탯 증가 비율도 높고.
“귀찮을 거 같으면 이참에 번호 바꿔. 번호는 안 바꾸더라도 폰은 바꾸고.”
못해도 3년쯤은 된 거 같은 폰이니 갈 때도 되었지.
“아직은 협회와 길드들만 연락하지만 방송 타고 나면 사돈의 팔촌까지 폰에 불날걸?”
명우는 아직 잘 실감이 안 나는 표정이었다. 그것도 얼마 안 가겠지만.
* * *
“아저씨! 그리고 우리 명우 오빠!”
메이크업실 문을 열자 먼저 관리 받고 있던 예림이가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외쳤다. 그 외침에 대답도 못 하고 명우가 사람들 손에 끌려갔다. 원래 입던 옷이 다 작아져 꼴이 말이 아니었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갈아야 할 판이었다.
한 시간여쯤 예림이와 노닥거리고 있자니 명우가 어색해하며 나타났다.
“오, 완전 다른 사람인데요. 안 그래요?”
“그러게, 완전 처음 보는 사람인데?”
반쯤 농담 삼아 말했지만 첫 만남 때와 비교해 보면 진짜 딴사람이었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머리칼 아래의 얼굴은 비슷했지만 깃든 표정은 완전히 달라진 데다가 뭣보다 몸이 다르다. 툭 치면 넘어갈 듯 시들푸들하던 모습은 깨끗이 사라졌다. 커진 키도 키지만 딱 맞는 여름 정장셔츠 너머로 굵어진 팔뚝 선이 뚜렷했다.
등도 쫙 폈고 어깨도 넓어졌고. 뒷모습만 보면 낳아 준 부모도 못 알아보겠다.
부러워라.
“화장까지 해주던데… 티 나? 이상하지 않냐?”
“아니, 괜찮아. 자연스러워. 잘생겼어.”
“맞아요! 최고, 완전 미남!”
통장이 거덜 나게 생긴 예림이가 호들갑을 떨어댔다. 시세도 없이 경매로 가야 하는 S급 무기라 S급 던전 한번 못 들어가 본 햇병아리 헌터 지갑 사정으론 원래는 절대 구입 불가능했다.
우리 예림이, 돈 잘 번다고 자신만만하던 게 얼마나 되었다고 빚쟁이 되겠구나. 금방 갚긴 하겠지만.
“준비 다 된 모양이로군요.”
유현이가 들어와 명우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곤 나를 손짓해 불렀다. 다가가자 나직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말했어?”
“했어. 상관없대. 설사 속인 거라고 해도 괜찮다고.”
“다행이네.”
유현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좀 더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명우를 바라보았다.
“이젠 진짜 잘해 줘. 친하게 지내라고.”
“노력은 해볼게.”
순도 백 퍼센트 진정성 없는 대답이었다.
* * *
유명우의 스킬을 공개, 검증할 헌터협회 회견장에는 이미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직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음알음 말은 퍼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회견장과 이어져 있는 대기실에 먼저 와 있던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한유진 헌터.”
한신의 길드장 박민규가 내게 인사하고 이내 명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방어계인 그로서는 내가 키울 기승수보다야 명우의 장비가 더 탐날 것이다. 그래도 먼저 인사는 해주네.
MKC 길드장은 나올 염치가 없었을 테고, 문현아는 급한 던전 공략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안녕하세요, 한유진 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드래곤 라이더 스킬을 지닌 세성의 A급 헌터 강소영도 내게 인사를 건네 왔다. 그녀의 뒤쪽으로,
“새로운 S급 몬스터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들었네만.”
세성 길드장이 서 있었다. 이번에는 꽃다발 없네. 명우에게도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성현제가 내 앞으로 다가와 몸을 살짝 숙였다. 그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내 귓가로 와 닿았다.
“어린 것들을 돌보는 일은 도와주지 못해도, 늙은 것을 다루는 일은 거들어 줄 수 있어.”
각성센터에서의 일을 들었나 보구만. 성현제에게 마주 미소 지어 보였다.
“저는 둘 다 잘한답니다.”
“또 어떤 것을 잘하는지 차분히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는군. 한유진 군과 둘 만이서 말이야.”
“집에 초대라도 해주시게요?”
“누군가를 초대한 적은 없었는데. 오길 원하나?”
“첫 손님이라면 부담스러우니 사양하겠습니다.”
집에 사람 초대한 적이 없다니, 친구 없나 보다. 없을 거 같긴 해.
성현제가 한 발 뒤로 물러나자마자 유현이가 나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경계 안 해도 세성 안 간다.
성현제는 내게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명우에게로 돌아섰다.
“유명우 헌터, 우선 축하부터 하겠네.”
천하의 세성 길드장이라도 대장장이를 무시하진 못하는구나. 나 다음에 바로 명우에게로 관심 돌리는 거 보니.
심지어 성현제 저 인간 유현이와 예림이는 쳐다도 안 봤다. 뭐 다른 길드 소속 S급 헌터보다야 명우가 훨씬 중요하겠지만.
“저기요오, 한유진 님.”
성현제가 멀어지자 강소영이 다시 다가와 내게 말했다.
“새 몬스터들 여럿 들어왔어도 아직 자리 남아 있죠?”
“네, 물론이죠. 암룡은 아직인 모양입니다.”
작게 묻자 강소영이 한숨을 내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래 걸리는 거 보니 둥지는 제대로 나온 거 같지만요. 다들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괜찮을 겁니다.”
나온 지 꽤 된 공략 정보 완벽한 던전이라고 했으니 별일 없겠지.
강소영과 잠깐 이야기하는 사이, 성현제로부터 풀려난 명우가 순식간에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가볼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두었다. 앞으로도 저 비슷한 일 많을 텐데 홀로서기 하겠다고 결심했으니 익숙해져야지.
‘그리 곤란해 보이지도 않고.’
언뜻언뜻 나타나는 얼굴이 생각보다 편하다. 우리 명우, 짧은 시간 만에 겉도 속도 많이 변했구나. SS급 스킬 가질 수 있다는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렇게나 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보고 있자니 자꾸 흐뭇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넌 저기 안 끼냐?”
내 옆에 있는 유현이에게 말했다. 강소영 헌터도 저리로 갔는데.
“이제 와서 뭘 새삼.”
“새삼이라니. 일해라, 길드장.”
“어차피 유명우를 꼬드기는 것보다 형한테 부탁하는 편이 더 빠를 거 같던데.”
이건 또 무슨 소리냐.
“야,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 왜 엉뚱한 나한테 부탁을 해?”
“안 도와줄 거야?”
…그건 아니지만. 얘가 은근 뻔뻔하게 구네. 그래도 형은 그냥 가만히 있어보다는 낫다. 뭐, 형만 믿어라. 내가 네 장비하나 못 마련해 주겠냐.
잠시 뒤 명우와 협회 사람들이 회견장으로 나갔다. 나는 따라가진 못하고 모니터를 통해 바라보았다. 명우 녀석, 화면빨도 제법 잘 받는구나.
짧은 인사와 소개말이 끝나고 명우가 긴장감 없이 미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제가 얻은 스킬은 SS급 제작 스킬, 황금대장간의 주인입니다.] [대장간이라면 금속 아이템만 제작 가능한 겁니까?] [금속이 들어간 아이템이라면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대답도 침착하다. 뿌듯하다.
[제작 가능한 아이템의 최고 등급은 얼마입니까. SS급이라면 설마 SS급까지도 만들 수 있습니까?]기자의 물음에 명우가 대답 대신 파르미니의 얼음나무 창을 꺼내들었다. 푸르른 한기를 휘감은 심상찮은 창의 등장에 좌중이 잠시 조용해진다. 그사이 협회의 감정사가 마이크를 들었다.
[이 파르미니의 얼음나무 창은 S급 무기로 빙 속성 강화 S급 스킬이 담겨 있음을 한국 헌터협회의 이름으로 보증합니다.]S급 스킬을 가진 S급 무기. 한국의 열여섯 번째 S급 무기의 모습을 담기 위해 플래시가 파바바박 요란하게 터진다. 잠깐 사이를 두었다가, 명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침묵이 좀 더 길었다.
“와, 저게 진짜예요?”
대기실에서 같이 모니터를 보고 있던 강소영이 중얼거렸다. 제작 등급의 한계가 없다는 말은 협회 측에도 알리지 않았다. 그냥 S급 무기를 만들었고 SS급 제작 스킬이라는 정도만 말해 주었다.
[그, 그럼. S급을 넘어선, SS급 이상의 아이템도 만들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스킬상 한계는 없으니 가능합니다. 다만 SS급 이상 아이템을 만드는 데에는 숙련도가, 좀 더 많은 아이템을 만들어 본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미 짧은 시간 만에 S급 아이템을 만들어 냈으니 SS급 아이템이 나오는 것도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겁니다. 언젠가는 정기적인 공급까지도 가능하겠지요.]누구의 것인지 모를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명우의 말을 듣고 있는 모든 헌터의, 특히 상급 헌터의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설렐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SS급 무기. 어쩌면 그 너머까지도. 스탯 F급인 나도 기대되는데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상급 헌터야 긴말할 거 있을까.
자잘한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대기실은 계속 침묵에 잠겨 있었다. 성현제조차 입을 다문 채 깊은 생각에 빠진 표정이었다.
다들 심각, 진지한 가운데 나 혼자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려니 좀 민망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명우 스탯이 여전히 F였다면 이렇게 대대적으로 털어놓기 조금 꺼려졌겠지만 이젠 C니까. 스탯 C면 장비 든든히 차면 큰 걱정 없다. S급 장비 직접 만들어서 도배하면 되지. 여차하면 대장간으로 튈 수도 있고.
아, 진짜 걱정이 없네. 정말 잘났다, 우리 명우.
모니터 보고 히죽거리는 사이 예림이가 등장했다. 파르미니의 얼음나무 창의 새로운 주인이었다. 그간 해연 길드의 도움을 받은 바 있는 만큼 첫 S급 무기를 단돈 천억에 넘겨주기로 한 것이었다.
진짜 단돈이다. S급 무기면 스킬 안 붙고 평범한 수준도 경매 시작가가 천억이니.
얼음나무 창을 품에 안은 예림이의 얼굴이 빛나듯 환했다. 예림이가 좋아하는 거 보니 나도 좋네.
[감사합니다, 유명우 헌터님. 그리고 한유진 헌터님도 고마워요!]…아니 나는 왜 나와?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제가 SS급 스킬을 얻게 된 데에는 해연 길드의 협조도 있었지만, 가장 큰 조력자는 한유진 헌터입니다. 은인이라는 단순한 단어로는 표현하기 부족한—]명우야! 지금 생방송인데! 으아악, 누가 모니터 좀 꺼 줘! 아님 소리라도! 안 돼, 그만 말해.
사방에서 따끔하게 내리꽂히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쪽팔려 죽을 것 같다. 성현제도 꽤나 흥미로운 눈길을 던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