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3
73화 대장장이 데뷔 (3)
부모님께 바치는 수상소감과도 같은 절절한 헌사가 드디어 끝나고,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뭔 박수야, 박수는. 그래도 부모님이 들어가야 할 자리를 내 이름이 대신 차지해 버렸다는 점만 빼면 꽤 괜찮았다. 환골탈태한 F급의 진심을 가득 담은 만큼 감동적이기도 했다.
…감동적이지만, 엄청나게 쪽팔려! 아니 명우 저놈은 진짜, 진짜,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저러냐? 내가 명우 부모님이었다면 감동의 눈물을 글썽였을 거 같은데… 우리 그냥 친구잖아……. 친구도 뭐 한 이십 년 지기 죽마고우도 아니고 안 지 두 달도 채 안 됐다고.
‘와 씨… 죄다 둘이 무슨 사이냐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잖아…….’
여기만이 아니었다. 모니터 너머 회견장에서도 내 이름이 거론되는 질문이 나오고 있었다.
으… 그래, 뭐. 괜찮아. 명우야 좋은 마음으로 저러는 거고. 잠깐 쪽팔리면 될 일이고. 관심 분산에 실패한 건 아쉽지만.
아이템 제작 등급 한계 없는 대장장이가 등장하면 나는 좀 묻히게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 반대가 될 판이었다. 명우 넌 그냥 혼자 스포트라이트 받지 뭘 나한테까지 공을 돌리고 그러냐.
잠시 뒤 담화가 끝나고 명우와 예림이가 대기실로 돌아왔다. 예림이는 얼음나무 창을 인벤토리에 넣지도 않고 꼭 끌어안고 있었고 명우 놈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었다.
아까완 달리 녀석이 내 앞으로 올 때까지 누구하나 붙잡는 사람이 없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다들 쳐다만 보고 있다.
“나 어땠어?”
명우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물었다. 어땠긴 뭐.
“잘했어.”
여기서 초 치겠냐. 웃어야지.
실제로 말 잘하긴 했다. 빼먹은 것도 없고. 길드 관련해서도 스킬을 얻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동안은 수련에 힘쓸 것이라 특정 길드에 소속될 생각은 없다, 대신 지원은 받겠다고 발 걸치는 식으로 잘 무마해 놓았고.
“다만 나한테 그렇게까지 공을 넘기는 건 좀 과하지 않았냐. 어디까지나 네가 주인공인 자리잖아.”
명우가 주위를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일부러 그런 건데.”
“…응?”
“물론 백 퍼센트 진심을 담은 거지만 공개적으로 구구절절 강조한 건 고의야.”
…얘가 보름 전만 해도 참 순하고 착하고 숫기 없기도 하고, 그랬는데. 혹시 스킬 부작용 같은 건가.
“어… 왜?”
“너 건드리면 국물도 없다는 거 알려 주려고.”
명우가 주위 사람 다 들으라는 듯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S급 아이템 만들 때까지 공개 안 하겠다고 한 거야. S급 무기 정도는 내놓아야 효과가 있지.”
당당하고도 뿌듯한 얼굴이었다. 솔직히 좀 당혹스럽고 어이없기도 했지만.
“고맙다. 정말로.”
그 두 마디가 절로 혀를 넘었다. 고맙지 않을 수가 있을까. 하루라도 더 빨리 인정받고 싶었을 텐데도 참았다. 긴 암흑 끝에 드디어 빛을 보는 그 순간조차 혼자 누리지 않았다.
이렇게 받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퍼주는데, 그 앞에서 무슨 말을 더 할까.
“에이 뭐, 이 정도야.”
쑥스러워하는 거 보니 내가 아는 명우 맞네.
“너한테 찍힐까 봐 무서워서라도 아무도 나 못 건드리겠다, 야.”
농담처럼 말했지만 사실이었다. 기승수와 달리 헌터의 실질적 능력을 높여 줄 수 있는 대장장이 눈 밖에 나고 싶은 헌터가 어디 있을까. 혹시라도 내가 또 납치당한다면 상급부터 하급까지 모든 헌터가 명우에게 잘 보이려고 두 팔 걷고 나설지도 모른다.
친분을 과하게 과시했으니 인질로 써서 귀한 장비를 뜯어낼 수도 있겠지만 쉽진 않겠지. 잘만 하면 초대박이지만 실수하면 쪽박도 못 남기고 깨질 거다.
“진짜 든든하네.”
비록 쏟아지는 흑심 담긴 시선들이 따갑긴 하지만.
* * *
S급 최상급 무기와 함께 등장한 세계 최초의 장비 제작 헌터!
황금대장간의 주인, 유명우. 제작 아이템의 등급 한계가 없다고 밝혀!
등급 제한 따위 없다, 신의 손 등장!
F급 헌터, 하루아침에 SS급으로!
SS급 스킬 습득의 비결은?!
기자 회견 영상이 대형포털 메인에 걸리고 순식간에 명우와 관련된 기사들이 온갖 사이트를 뒤덮었다. 실시간 검색어도 1위부터 주르륵 유명우, 황금대장간의 주인, 얼음나무 창, S급 장비, SS급 장비, 등급 한계 등등이 차지했다. 내 이름도 있지만 없는 셈 치고.
댓글 반응도 엄청났다. 악플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부러워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중급, 상급 헌터가 아닌 F급이 대박 난 셈이니 더더욱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어떻게 해야 F급이 좋은 스킬 얻을 수 있느냐고 묻는 댓글도 많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각성센터 바로 가는 걸 참고 특수 스킬 먼저 확인해 보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지겠군.’
[황금대장간의 주인 유명우. 이 최초의 대장장이 헌터를 향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켜놓은 TV에서도 ‘우리 명우가 이렇게나 대단하다!’를 재탕 삼탕 사탕 해주고 있었다. 더해라, 더해.
“와, 예림아 이것 봐라. SS급 스킬 얻는 확실한 방법이란다.”
블루와 놀아 주며 1인용 소파를 부수고 있던 예림이가 까르르 웃었다. 예림아, 그거 바로 어제 새로 산 건데.
“방법이 뭐래요? 저 가지고 싶은 스킬 많은데!”
“요즘 SS급 황금대장간의 주인 스킬로 세상이 떠들썩하지요? 이런 높은 등급 스킬을 얻게 되면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된답니다. 하지만 보통은 각성도 힘들뿐더러… 뭐가 이렇게 사족이 많아?”
“에이, 그거 낚시예요, 낚시.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요 이러쿵저러쿵 날씨가 어쩌고 건강이 어쩌고 아무튼 SS급 스킬 최고 하고 끝날걸요.”
예림이가 블루를 천장에 닿을 듯 휙 던지며 말했다.
– 꺄아꺄!
“근데 아저씨는 그런 거 찾아보는 거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저씨 때도 기사 도배하고 실시간 검색어 오르고 그랬잖아요. 그땐 티브이만 조금 보고 말더니.”
“내 일이랑 같냐.”
그때는 기사 뜨는 거 보고 며칠 인터넷 창 켜지도 않았다. 뭐 하러 보냐, 그걸. 아무리 좋게 난 기사라고 해도 악플 없을 리 만무한데. 선량한 메시아가 강림해 기적과 자비를 베풀어도 짜고 치는 사기 아니냐 개나대네 지가 예수인 줄 아는 듯 재수없다 댓글 다는 놈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나를 조금이라도 언급한 기사는 거르고 있었다.
없던 일 됐다고 해도 이미 충분히 처맞았는데 뭐 하러 또 사서 눈 찌르겠냐. 심지어 내 SNS 댓글도 잘 안 본다고.
“유진아, 너 혹시 필요한 아이템 없어? 가지고 싶은 거라든가.”
이제야 부끄러워졌는지 TV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곁눈질하고 있던 명우가 문득 물어 왔다. 뭔가 만들어 줄 모양이다. 필요한 거라.
“나야 뭐 스탯 정수 증가 장비밖에 못 써서……. 정수 증가 장비를 일부러 만드는 건 시간과 재료가 아깝지.”
“특수 효과 같은 건 어때?”
“특수 효과? 음…….”
특수 효과라, 뭐가 있을까. 애들 성장에 도움이 되는 거? 아니면 스킬이나 호칭을 접촉 없이 남에게 전해 주는 것도 가능할까. 그런 것까지 되면 너무 만능인데.
“특수 효과라고 뭐든 다 되는 건 아니지?”
“어. 기본적으로는 재료에 바탕을 두거든. 아이템에 특수 스킬을 넣으려면 그 바탕이 되는 재료가 필요해. 강한 냉기를 지닌 재료로 만든 얼음나무 창처럼.”
역시 만능은 아니구나.
“혹시 스킬 전이 가능할 거 같은 재료도 있냐?”
“그런 건 없는 거 같은데.”
“그럼 방어 스킬류? 아예 차단되어서 아군도 손댈 수 없는 그런 거 말고 신체 자체의 방어력이 높아지는 건 안 되려나. 한두 시간 한정이라도.”
덤으로 하나 더 스킬, 상대와 접촉하여 스킬을 공유하려면 일반적인 방어막은 못 쓴다. 만약 신체 자체가 잠시 방어력 A급 이상쯤 된다면 만약의 사태 때 공격 스킬 효과 두 배 칭호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을 텐데.
“재료 중에 제일 많은 게 방어 관련이야. 한번 만들어 볼게.”
“무리하진 말고. 있으면 좋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
던전 난이도 높아지는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도 상급 던전 터져 나갈 때까진 1년 이상 남았을 것이다. 그전에 애들 열심히 키워 놓으면 스킬 공유까진 할 필요 없었다.
스탯 F급짜리 몸뚱이 이끌고 나서야 할 일 안 생기는 게 최고지.
* * *
회귀 후 첫 던전 공략 날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즉, 애들한테 써 준 내 새끼가 최고 스킬 대기 시간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시간 한번 빠르기도 하지.
예림이에겐 고민할 거 없이 냉기 저항A 스킬을 선택해 주었다. 얼음나무 창으로 빙 속성 강화 스킬까지 생겼기에 저항 스킬이 필수였다. 자속성 저항 스킬은 보통 성장도 빠르니 얼른 얻어 S급으로 키우는 편이 좋았다.
예림이는 이번에도 별다른 조건 없이 레벨도 1만 더 올리면 되었다.
반면에 명우는 고르기 쉽지 않았다.
‘어떤 스킬이 좋을지 스킬명만 봐선 영 감이 안 잡힌단 말이야.’
뭔가 특수 스킬로 보이는 것이 많아서 문제다.
망치질의 대가(A)
섬세한 손끝(A)
화염 저항(A)
금속 분류(A)
칼 갈아요(A)]
일단 미습득 최적화 스킬은 이 다섯 가지였다. 화염 저항을 제외하면 모두 제작 스킬 관련인 듯했다. 그리고 넷 다 유용해 보였다.
‘그냥 차례로 얻게 할까.’
고민해 봤자 스킬 설명창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내새끼 대기 시간도 고작 한 달이니 그냥 다 얻게 해주면 그만이다.
우선 망치질의 대가부터. 선택하자 조건이 떴다. 황금대장간의 주인과 달리 5레벨 업만 요구한다. 다른 조건은 아마 다 채운 듯했다. 망치질 천 번 하기, 뭐 그런 게 아니었을까.
“명우야, 이왕이면 스탯 등급 더 오르기 전에 레벨업 해둬라. 등급 높아지면 렙업하기 더 힘들어져.”
내 말에 갈비 재우고 있던 명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맛있겠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헌터님께서 나 먹이겠다고 저러고 있는 게 양심 찔리긴 하지만.
“그렇잖아도 쉽게 올릴 수 있는 구간까지는 올려 두려고.”
“예림이가 곧 열흘쯤 쉴 거라니까 그때 같이 갈까?”
“나야 좋지.”
명우가 스탯 C급이긴 하지만 레벨 낮고 전투 헌터도 아니니 무난하게 D급 중하위 던전이 좋겠지. 대장간으로 이동하는 거 던전 내에서도 쓸 수 있나?
“대장간에 생활 시설도 갖춰져 있다고 했었지?”
“어. 2층에.”
“스탯 더 올라서 상급 던전 들어갈 수 있게 되면 진짜 유용하겠다. 편히 쉴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가진 셈이니.”
무시무시한 몬스터 득시글한 땅을 며칠씩 헤집고 다녀야 하는 게 상급 던전 공략이었다. 안전한 휴식 공간은 튼튼 건강한 상급 전투 헌터들에게도 꿀처럼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진짜 던전에서도 쓸 수 있다면 명우 녀석 완전 팔방미인이네. 유현이랑 같이 던전 공략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졌다. 장비 만드느라 바빠서 안 되겠지만.
예림이와 명우 다음으로 내새끼 스킬 대기 시간 끝난 상대는 다름 아닌 피스였다.
[성체 탈태 소요 시간(56:15)]그간 틈틈이 놀아 준 덕에 56시간, 이틀 하고 한나절 정도밖에 안 남았다. 스킬 적용 시간 동안에는 최대 3배까지 빠르게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하루면 끝난다.
체력, 근력 위주 장비도 착용했고 단련실 가득 훈련 도구도 챙겨 놓았고 피로회복제도 준비해 두었다.
“자, 피스야. 빠르게 끝내자.”
– 끼앙!
피스가 꼬리를 탁탁 치며 힘차게 대답한다.
그리고 하루가 꼬박 지났다. 반쯤 죽은 거 같았다.
“…피스야, 내 휴대폰 좀 찾아다 줄래?”
간이 침대에 길게 늘어진 채 말했다. 훈련하다 깨먹을까 봐 꺼내 놨었는데 어디 뒀는지 기억이 안 나……. 기억나도 가지러 못 가겠다.
– 꺙.
여전히 유체 모습인 피스가 휴대폰을 물어 내 손 위에 얹어 놓아 주었다. 똑똑하기도 하지. 사람 말을 다 알아듣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일곱 시 좀 넘었네.”
저녁 시간이다. 가서 애들 밥도 챙겨 줘야 하고 나도 저녁 먹어야 하고. 딱 삼십 분만 눈 붙였다가 올라가자.
하고 감았다 뜨니 열한 시였다. 이런 젠장. 어느새 침대로 올라와 내 옆구리에 몸을 딱 대고 있던 피스가 고개를 갸웃한다.
“배 안 고팠냐. 깨우지 그랬어.”
– 그르릉.
얼른 명우에게 전화하려다가 하도 전화가 많이 와서 휴대폰 꺼놓은 걸 뒤늦게 떠올리곤 기숙사 관리실로 연락했다. 관리실에서 집 인터폰으로 연결해 주었다. 다행히 명우는 대장간에서 나와 있었다.
[걱정 마. 내가 밥 챙겨 줬어. 유니콘들도 너 오늘 못 갈 거 같다고 연락해 줬고.]“진짜? 고맙다!”
[몸 챙겨 가면서 해.]남 말 하기는. 아무튼 다행이었다. 명우가 스탯 C급이 되니 블루도 챙겨 줄 수 있고, 좋구나.
통화를 끊으며 간이 침대에서 내려섰다. 피스도 폴짝 뛰어내린다. 으윽, 허리야.
“피스야, 너 성장 다 하지 않았냐.”
– 끼앙?
“확인 좀 해보게 한 번만 커져 주면 안 될까? 응?”
손짓해 가며 부탁하자 피스가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잠시 뒤, 화악, 뜨겁지 않은 불길 같은 것이 일며 피스의 몸이 커졌다.
아성체일 때보다 더 크다. 그때의 두 배쯤 되었다.
웅장한 붉은 거체에 황금빛 갈기가 화려하게 일렁였다. 덩치는 크지만 둔한 느낌은 없었다. 같은 고양잇과라 해도 사자나 호랑이보다는 표범 같은 날렵한 선을 지녔다. 뾰족한 귀와 풍성한 꼬리 때문에 여우가 연상되는 면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2급 유니콘아종 – 화염 뿔사자 피스현재 스탯 등급 S
성장 가능 스탯 등급 A~S
최적화 초기 스킬
화염 브레스(S) 획득
불길 질주(A) 획득
거대화(A) 획득
화염 저항(A) 획득]
“좋아! 스탯 S급에 초기 스킬도 다 습득했어!”
성장을 시킨 거지 최적화 각성을 시킨 건 아니기에 살짝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우리 피스, 이젠 진짜 다 컸구나. 손을 뻗자 피스가 머리를 대어 왔다. 이젠 머리만 끌어안아도 두 팔 가득하고도 남는구나.
“우리 피스, 잘생기기도 했지.”
– 그르르.
목 울림 소리도 작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구나. 며칠 뒤 유현이 S급 던전 공략 갈 때 피스도 데리고 가려나? 너무 이른 거 같지만. 일단 연락해 줘야겠다.
피스의 성장이 끝났다고 연락하고 잠시 뒤, 유현이가 단련실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