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110
ⓒ 목마
망한 파티-1
검은 수도 사원. 레벨 80의 인스턴트 던전이다. 총 세 마리의 중간 보스 몬스터가 출현하고, 중간 보스를 모두 쓰러트리면 보스 룸이 개방된다.
검은 수도 사원에 출현하는 몬스터들은 흑마법을 사용한다. 라덴이 굳이 검은 수도 사원을 선택한 것은, 흑백 레아스에 붙은 특수 스킬, 흑마법 데미지를 10% 줄여주는 ‘악마의 심장’ 때문이었다. 덕분에 라덴은 데미지를 10% 감소시켜주는 특수 스킬 견고함과의 시너지로 흑마법 데미지를 무려 20%나 덜 받는다.
데미지를 퍼센트로 줄여주는 옵션은 방어구 옵션 중에서 최상위에 든다. ‘저항 세트.’ 화염 속성이나 얼음, 흑마법 따위의 속성에 저항 옵션을 맞춘 장비의 세트를 일컫는 말이다. 레벨 80 때의 흑마법 저항 세트가 줄여주는 데미지 감소치는 30%. 그것도 전신 세트로 줄이는 데미지가 30%다. 라덴은 그런 데미지 감소를 흑백 레아스 하나만으로 20%나 얻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저항 수치를 갖추었어도, 라덴 혼자서 검은 수도 사원을 돌파하는 것은 힘들다.
‘불가능 하지는 않아. 엄청 힘들 뿐이지.’
크림슨 데몬을 잡으러 갔을 때에도 엄청나게 고생했다. 크림슨 데몬 하나를 쓰러트리는 영상만 해도 70분. 그것도 몰입에 방해되는 불필요한 장면과 루즈한 장면을 자르고 일부 장면에는 배속 효과를 줘서 그 정도지, 사실 크림슨 데몬을 잡는 것에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던전에 입장하고, 길을 막아대는 정예 몬스터를 모두 쓰러트리고, 크림슨 데몬의 방을 개방하기 위해 네 마리의 중간 보스들을 쓰러트렸다. 그걸 전부 하는 것에 이틀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만한 보상을 얻기는 햇지만, 이틀 동안 몬스터가 바글거리는 던전에서 버둥거리는 것은 정신적인 피로가 너무 극심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파티 플레이에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솔로 플레이의 가장 큰 이점은 전리품과 경험치를 독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시간이 느리고 정신적인 피로나 여러 가지 위험이 많다는 것.
반대로 파티 플레이의 이점은 ‘속도’와 ‘안정성’이다. 파티의 기본은 탱커와 힐러, 딜러. 몬스터의 공격을 탱커가 버텨주고, 딜러가 탱커가 버티는 동안 딜을 넣는다. 힐러는 체력이 떨어진 탱커와 딜러에게 힐을 넣어준다.
그 세 포지션을 기본으로 두고서, 보통의 파티는 4인으로 구성된다. 탱커 1, 힐러 1, 근접 딜러 1, 원거리 딜러 1. 던전의 형태에 따라서 근접 딜러 2나 원거리 딜러 2로 바뀌기도 한다.
거기에 보조로 장비 수리 전문 기술을 익힌 서포터나, 던전의 형태에 따라 자물쇠를 여는 스킬을 가진 도적이 붙기도 한다.
보통의 던전 파티는 4인 구성을 기본으로 두지만, 검은 수도 사원은 5인 구성이 기본이 된다. 탱커 1, 딜러 2, 힐러 2. 그것은 검은 수도 사원에 출현하는 몬스터들이 언데드+흑마법사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검은 수도 사원에 무투가는 인기가 없다. 언데드 형 몬스터가 무투가에게 얼마나 천적인지는, 라덴도 잘 알고 있었다. 벨코브의 검은 저택에서 직접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죽은 시체를 되살리는 언데드는 몸 자체에서
독소를 내뿜는다. 주먹이 닿는 거리, 맨 몸으로 싸워야 하는 무투가는 언데드를 두들겨 팰수록 그 독에 체력이 줄어들게 된다.
“죄송합니다. 무투가는 좀…”
덕분에 이런 처지였다. 검은 수도 사원의 입구. 많은 플레이어들이 모여 파티를 구하는 곳이다. 라덴은 파티원을 구한다는 파티장들에게 몇 번이나 다가갔지만, 단순히 무투가라는 이유만으로 거절을 들었다.
“아니, 이건 너무하잖아.”
다섯 번째 거절을 듣고서 라덴은 결국 그렇게 내뱉고야 말았다. 검은 수도 사원. 무투가가 인기가 없다 뿐이지,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스가 아닌 정예 몬스터에게는 지속적으로 체력이 줄어든다고는 해도, 보스 급은 언데드가 아니기에 무투가는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나 세 마리의 중간 보스 중에서 검은 성기사단장과 사원 조련 사냥개는 움직임이 굉장히 빠른 놈들이기에, 무투가를 딜러진으로 넣는다면 훌륭하게 딜러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 딜러 역할을 굳이 무투가가 아닌, 검사나 다른 딜러를 사용해도 수행이 된다는 것이지만.
“혹시 파티 구하시나요”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권유받은 것이다. 라덴은 헉하고 숨을 삼키며 뒤를 돌아보았다. 키가 큰 남자가 라덴을 향해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네.”
“아까부터 보고 있었거든요. 베이직 클래스가 무투가 맞으시죠”
“네… 무투가 맞습니다.”
“혹시 같이 파티 하실래요”
남자가 권하는 말에 라덴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무투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파티를 권유받았다. 다섯 번의 거절을 듣고서 드디어 파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다른 파티원들은…”
“지금부터 구해 봐야죠.”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상태창을 조작했다. 스크라이더님이 파티에 초대하였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라덴의 머릿속에서 시스템의 알림이 울렸다.
[스크라이더님의 파티에 가입하였습니다!] “라덴… 님이시군요”스크라이더가 라덴을 향해 눈을 빛냈다. 파티 가입까지는 아이디를 숨길 수 없다. 다행히 라덴이라는 아이디는 무척 흔한 편이다. 게다가 지금의 라덴은 얼굴을 가리는 투구를 쓰고 있다.
“괜찮다면 스펙을 확인해도 될까요”
스크라이더가 물었다. 스펙 확인. 기껏 가입시킨 파티원의 스펙이 평균도 되지 않는다면, 거기서 발생하는 공백은 다른 파티원들이 감당해야 한다. 그렇기에 파티원의 스펙 확인은 파티장이 해야 할 의무 중 하나였다. 라덴은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자신의 상태창을 스크라이더에게 공유해 주었다.
“…맙소사…”
라덴의 스펙을 확인한 스크라이더의 입이 쩍 벌어졌다. 레벨 80 무투가의 스펙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스펙이었기 때문이다. 스크라이더도 탱커로서 장비 파밍은 충분히 해 둔 상태였지만, 라덴의 스펙과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았다.
‘뭔 추가 스탯이 이래’
체력 스탯만 놓고 보면 준 탱커 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더더욱 말이 안 되는 것은 힘과 민첩 스탯. 힘, 체력, 민첩. 이 세 스탯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높다. 스크라이더는 꿀꺽 침을 삼키면서 머리를 끄덕거렸다.
“화, 확인했습니다.”
“아, 혹시 저도 스펙 확인 가능할까요”
“무… 물론이죠.”
스크라이더가 라덴에게 자신의 스펙을 공유해 주었다. 스펙 공유로 알 수 있는 것은 베이직 클래스와 스탯 뿐이다.
‘…뭐야. 암흑기사잖아’
라덴의 눈이 가늘어졌다. 스크라이더는 레벨 81의 암흑기사였다. 스크라이더의 직업을 확인하고서, 라덴은 스크라이더가 왜 굳이 인기 없는 무투가를 파티원으로 받아 들였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암흑기사. 전체적으로 보면 나쁜 직업은 아니다. 탱커 능력도 출중하고, 패시브로 흡혈 스킬이 붙어 있어 힐러의 보조 없이도 어느 정도의 탱킹이 가능하다. 그리고 암흑 기사는 자체적으로 디버프 스킬을 쓸 수 있기에 탱커 역할을 수행하면서 상대 몬스터에게 디버프를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검은 수도 사원에서는 암흑 기사는 좋은 직업이 될 수 없다. 검은 수도 사원에 출현하는 몬스터가 언데드&흑마법사이기 때문이다. 암흑기사가 사용하는 스킬은 대부분이 흑마법 기반이다. 검은 수도 사원에 출현하는 몬스터에게 그리 큰 데미지를 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탱커 역할은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지만, 암흑기사를 탱커로 쓰느니 차라리 다른 탱커를 쓰는 편이 낫지.’
무투가와 똑같은 것이다. 역할은 수행할 수 있지만, 차라리 다른 직업을 구하는 편이 낫다.
암흑기사인 것은 둘째치고서, 스크라이더의 스펙은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 스펙이 이 레벨 대의 평균 스펙이겠지. 라덴은 스크라이더의 스펙과 자신의 스펙을 비교해 보고서 자신의 스펙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파티원을 구해 볼 테니까요.”
“네.”
스크라이더가 몸을 돌려 득실거리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다가갔다. 검은 수도 사원은 레벨 80의 인스턴트 던전 중에서 인기가 많은 곳이다. 덕분에 파티를 찾는 플레이어는 많았다.
문제는 파티원을 구하는 파티장도 많다는 것이다. 10분이 흘렀지만, 파티원 목록은 갱신되지 않았다. 라덴은 바위 위에 주저앉고서 멍하니 득실거리는 플레이어들 쪽을 바라보았다. 스크라이더가 열심히 파티원을 영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해로이님이 파티에 가입하였습니다!] [로사나님이 파티에 가입하였습니다!]두 명의 파티원이 추가 되었다. 라덴은 파티 목록에 보이는 둘의 직업을 확인해 보았다.
‘어새신이랑 궁수… 5인으로 갈 생각인가 힐러가 부족하잖아.’
벌써 파티원이 네 명이다. 큰 상관은 없었다. 검은 수도 사원이 2 힐러로 가는 이유는 근접 거리에서 탱커가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흑기사는 언데드의 독 데미지에 면역력을 갖고 있고, 자체 흡혈 능력으로 체력 관리가 수월한 직업이다.
그렇다면 힐러를 한 명으로 둬도 상관은 없다. 라덴도 흡혈이 붙은 유혈 특성을 가지고 있고, 원거리 딜러인 궁수가 있으니 힐러도 어새신 쪽만 주의 깊에 신경을 쓰면 된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위해 다가 온 파티원을 보고서, 라덴의 얼굴이 멍해졌다. 해로이와 로사나. 순간 알아보지 못할 뻔 했지만, 라덴은 그들이 누구인지 곧 깨달았다.
아카이드 숲에서 라덴을 습격했던 플레이어들이었다. 원거리에서 화살을 쏘던 궁수가 로사나였고, 근거리에서 클로를 휘두르던 어새신이 해로이였다. 라덴은 둘을 알아보았지만, 해로이와 로사나는 라덴을 알아보지 못했다. 라덴이 투구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안녕하세요.”
굳이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해서 별로 좋은 꼴을 볼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해로이의 곁에서 로사나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해로이 쪽을 노려 보았다.
[암흑기사에 무투가라니. 이 파티 완전 똥파티잖아.] [그럼 어떡해 이 파티 말고 갈만한 파티가 없잖아.]해로이와 로사나는 남매 사이다. 검은 수도 사원에서 어쌔신은 그리 환영받는 직업은 아니다. 어쌔신이 활약할 만한 던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궁수인 로사나는 다른 파티에서 환영하여 데리고 가려 했지만, 어쌔신인 해로이는 파티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 둘이 세트로 묶여 있으니 받아주는 파티가 없었다.
그런 중에 스크라이더가 둘을 영입한 것이다. 그 후로 5분 정도 더 흘렀을 때.
[라바님이 파티에 가입하였습니다!]알림을 들은 즉시 라덴은 파티 창을 열어 보았다. 라바. 레벨은 80. 직업은… 라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라바의 직업은 혈법사였다.
혈법사. 보통의 마법사는 마법을 사용할 때 마력을 소모하지만, 혈법사는 마력 대신 체력을 소모하면서 마법을 사용한다. 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은 일반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과 형태가 다르다. 굳이 분류하자면 흑마법 쪽이겠지만, 그렇다고 흑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체력을 소모하면서 마법을 사용하기에, 혈법사의 스킬은 대부분이 몬스터에게서 체력을 빼앗아 자신의 체력으로 삼는 형태다. 그리고 혈법사의 스킬 중에서는 자신의 체력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넘겨 회복시키는 스킬이 있다. 그래서 한때 전투 능력이 거의 없는 힐러 대신에 혈법사를 힐러로 넣어 전투적으로 파티를 꾸리는 것이 유행했었다.
사실 효율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혈법사가 지속적으로 몬스터에게 도트 데미지를 넣고, 그를 바탕으로 체력을 회복한다. 그리고 회복한 체력을 다른 파티원에게 넘긴다. 확실히 효율적인 면을 보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전문 회복 마법과 버프 마법을 익힌 힐러를 파티에 넣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기에 잠깐 유행하고 말았을 뿐이다.
“안녕하세요.”
라바는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였다. 암흑기사, 혈법사, 어쌔신, 궁수, 무투가. 궁수를 제외하고서는 모두 다 검은 수도 사원에서 주류라고 할 수 없는 클래스들이다. 제대로 된 힐러라도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힐러의 역할마저 혈법사가 하고 있다. 라덴의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아파왔다.
‘망한 파티잖아.’
라덴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망한 파티-1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