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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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대로 라덴을 쓰러트렸지만, 연합은 계속해서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이름 뿐으로만 유지되고 있었다. 연합이 결성되었지만, 연합은 그 자체적으로는 무언가 행동하지는 않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다섯 개 길드는, 길드 하나만으로도 시즌 던전의 공략이 가능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던전이라면 연합에 소속된 길드가 나서서 공략해야 하겠지만, 최근에 공개된 시즌 던전은 무리를 감수해야 하기는 해도 길드 하나가 공략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게다가 이벤트 타워. 이벤트 타워가 공개되면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벤트 타워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것은 연합에 소속되어 있는 최상위 길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벤트 타워의 던전이 하루에 두 번이라는 횟수의 제한이 걸려 잇는 것이었다.
하루에 두 번 이벤트 타워의 던전을 공략한다. 남은 시간은 시즌 던전의 탐색, 혹은 경험치와 드랍률이 상향 된 일반 던전과 인스턴트 던전을 돈다.
루카스가 이끌고 있는 길드, ‘불칸’도 그랬다. 다른 연합 소속 길드들도 마찬가지다. 연합이라는 형태로 묶여있기는 하지만, 루카스는 연합 소속의 다른 길드와 랭커들을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연합 길드를 이끌고서 다른 길드를 공격하고 싶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당장은 이벤트 타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레벨을 높이는 편이 먼저다.
“손님?”
보하미르에 있는 불칸의 길드 하우스. 이벤트 타워에서 돌아 온 루카스는 길드원의 보고를 듣고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수도에서 온 손님입니다.”
길드원이 대답했다. 수도. 그 말을 듣고서 루카스는 잠깐 동안 생각에 잠겼다. 라덴이 수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플레이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당장 TV 발할라 채널에서 방영되는 에서도 수도로 입성한 라덴의 이야기가 방영되고 있었고, 루카스는 그 프로그램을 매주 챙겨보는 애청자였다.
“수도… 수도에서 나를 왜?”
“그것까지는 저도 잘…”
길드원이 말끝을 흐렸고, 루카스는 머리를 끄덕거렸다. 루카스는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는 길드 하우스 내의 응접실로 들어갔다.
응접실에 앉아 있는 것은 제페르 백작가의 기사인 코브였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 온 루카스를 보면서 몸을 일으켰다.
“수도에서 온 손님이라고 하던데.”
루카스가 히죽 웃는 얼굴을 하고서 코브에게 말을 걸었다.
“…제페르 백작가의 기사인 코브라고 합니다. 그쪽은?”
“불칸의 길드장인 루카스. 확인차 물어보는데, 나를 찾아 온 손님이 맞겠지요?”
“그렇습니다.”
“앉으시죠.”
루카스는 시원스레 말하면서 코브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진한 흥미를 담은 미소를 지으면서 코브에게 물었다.
“그래서. 제페르 백작님의 기사가… 나에겐 무슨 볼 일로?”
코브는 잠깐 동안 입술을 다물고서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플레이어인 루카스에게 제페르 백작가의 기사가 될 것을 약속 받고, 수도로 데리고 올 것. 코브가 제페르 백작에게 받은 명령은 그것이다. 본래 코브는 귀족이 아니라 수도까지 가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할 수 없지만, 이번 일을 위해서 제페르 백작은 코브에게 백작의 휘장을 빌려주었다. 백작이 직접 오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플레이어 투성이인 보하미르로 왔다가 괜히 봉변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은 능하지 못하기에.”
“그렇다면 나야 좋지요.”
“제페르 백작가에서는 당신을 원하고 있습니다.”
했던 말 그대로, 코브는 단도직입적으로 루카스에게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듣고서 루카스는 크게 놀람을 표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기 때문이다. 이름도 모르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수도 백작 나으리가 사람을 보내서 자신을 만나고 싶다 청했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면 또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나를 원한다. 어떤 형태로?”
루카스는 서두르지 않았다. 저쪽이 나를 원하고 있다면 칼자루는 이쪽에 있다.
“제페르 백작가의 기사가 되어 주십시오.”
코브는 정중한 투로 말했다. 역시 그런 형태겠지. 라덴도 그런 형태로 수도로 들어갔으니까. 루카스는 피식 웃으면서 손으로 턱을 괴었다.
“라덴 때문입니까?”
루카스가 툭하고 말을 던졌다. 그 말에 코브의 표정이 멈칫 굳었다. 표정 관리할 줄 모르는 아저씨로군. 루카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낄낄 웃었다.
“아, 뭐. 뻔한 일이니까. 플레이어인 라덴이 알크레토 후작의 기사가 되어 수도로 들어간 것 말입니다. 면식도 없는 나한테 찾아와 기사가 되라는 것을 보니, 라덴 말고 다른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그런데 대체 뭡니까? 수도에 단체로 플레이어를 기사로 삼는 유행이라도 분 겁니까?”
루카스가 웃는 낯으로 물은 것에, 코브는 잠깐 동안 머뭇거렸다. 이유에 대해 말해도 되는 것인가? 루카스는 머뭇거리는 코브를 보면서 말을 덧붙였다.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면 가지 않겠습니다.”
“…으음.”
코브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뭐, 애초에 이유를 숨기라는 명령은 듣지 않았으니까. 코브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술을 열었다.
“제페르 백작님이 당신에게 원하는 것은, 당신이 라덴 백작님과 싸워 승리하는 것입니다.”
“어렵네.”
루카스가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싸움이라는 것이 지난 번에 이겼다고 해서 또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니까. 내가 라덴을 한 번 이기기는 하였는데, 그것에는 요행이 꽤 섞였었거든.”
루카스는 우선 그것을 인정했다. 라덴을 잡기 위해 루카스는 많은 공을 들였다. 라덴과 싸워 확실하게 우월성을 얻을 수 있을 만한 몬스터들의 특성을 확보했고, 연합 길드원들을 갈아 넣으면서 라덴의 특성을 미리 체크했다. 대놓고 라덴을 도발하면서 자존심을 건드렸고, 라덴이 피하지 않을 상황을 만들었다. 다른 랭커들과 연합할 때에도 그들을 먼저 투입시키면서 라덴을 먼저 지치게끔 만들었다.
“나 하나 데리고 간다고 해서 라덴을 이길 수는 없어.”
“…예?”
“아니, 진짜로. 약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나 혼자로는 라덴을 이길 수 없다고. 그러니까…”
이건 기회다. 라덴과의 직접 전투는 지금으로서는 그리 내키지 않다. 싸워봤자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루카스는 라덴과의 싸움에서 한 번 승리했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여기서 괜히 라덴에게 설욕전의 기회를 줄 필요는 없다.
“…어떻습니까? 나 하나를 기사로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기사단을 크게 늘리는 것이.”
라덴의 설욕전을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도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침 내 주변에 힘 깨나 쓰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러니, 연합 전체를 수도로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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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는 갑작스럽고 은밀하였다. 아라포니아는 펼쳤던 책을 덮고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책이 부족했었나. 아니, 그렇지는 않다. 이 낡은 저택은 보기와는 다르게 몇 백 개나 되는 고위 마법으로 둘러 쌓여 있다. 아라포니아의 허락이 없다면 그 누구도 들어 올 수 없는 그녀의 공방이다.
그럼에도 방문자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아라포니아의 영역으로 침범했다. 다섯 괴물 중… 이것이 가능한 괴물은 아무도 없다. 어린 철부지인 염화는 말할 것도 없다. 환룡이 용언을 사용한다고 해도 아라포니아의 결계를 파훼할 수는 없다. 검왕이 진심으로 검을 휘두른다고 하여도 결계를 베어낼 수 없고, 악희가 어둠을 쏟아낸다 하여도 결계는 박살나지 않는다.
그래. 결계는 파훼되지도, 베어지지도, 박살나지도 않았다.
침입자는 결계를 건드리지 않았다. 통과했을 뿐이다.
“…악희는 잘 있느냐?”
아라포니아는 그렇게 물으면서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철컥.’ 문고리를 잡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라포니아는 손을 들어 올렸다. 한쪽에 놓여 있던 마도서가 붕 떠올라 아라포니아의 앞으로 다가온다. 왼 손바닥 아래에 두고 있던 두개골의 눈구멍에서 푸른빛이 흘러나온다.
“잘 지내고 있어.”
문이 열려감과 동시에 대답이 나왔다. 긴장했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봉인에서 풀린 악희와 마주쳤을 때에도, 오딘의 서재에 입장하였을 때에도. 아라포니아는 이런 긴장을 느끼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긴장을 느낀다. 입 안이 바짝 마르고… 가슴이 뛴다. 어느새 손바닥은 식은 땀으로 축축했다. 몸은? 떨리고 있나? 아라포니아는 자신이 떨고 있음을 굳이 의식하려 들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다.
“너도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군.”
문을 열고 한 남자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크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는 외모다. 키가 조금 큰가 싶기도 하지만, 특징이라고 할 정도로 큰 키도 아니다. 체형은? 건장하다. 그것 역시 특징으로 삼을 만한 것은 아니다. 그나마 남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은, 색이 엷은 회색의 눈동자일 것이다.
“…교주.”
아라포니아는 작은 신음을 흘렸다. 아라포니아는 남자를 ‘교주’라고 불렀다. 황혼 교의 정점에 있는 자. 고대 신인 네브람의 유일한 신도이자 신관. 네브람의 화신化神.
“긴장하고 있군.”
교주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라포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몇 백 년 만의 만남이다. 처음 만났을 때에도… 이랬다. 그때에도 아라포니아는 마법의 영역에서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상태였지만, 교주와 처음 맞닥트렸을 때 실로 오랜만에 ‘두려움’이라는 것을 느꼈었다.
“지금도 두려운가?”
교주가 물었다.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이번에도, 아라포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후로 몇 백 년이 지났다. 아라포니아의 마법은 더욱 높은 영역에 올랐다. 하지만… 두렵다. 여전히 두렵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었다.
“…몇 백 년 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욱 괴물이 되었군.”
“하하! 다섯 괴물이라고 불리는 흑성에게 괴물 소리를 들을 줄이야. 아, 너는 흑성이라는 불리는 것보다는 다크 세인트라 불리는 것을 좋아하였던가?”
교주가 웃음을 터트렸다. 교주를 노려보던 아라포니아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왜 왔지?”
“오딘에게 무엇을 부탁하였나?”
교주가 천천히 아라포니아에게 다가왔다.
“그만. 더 이상 다가오지 마. 더 다가온다면…”
“내가 더 다가간다고 해서 네가 나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을 하였지만, 교주는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네 말은 존중해 주지. 나는 너와 싸우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니까. 싸울 필요도 없다 생각하고. 그저,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온 것뿐이니.”
달갑지 않은 존중이었다.
“…내가 오딘에게 부탁한 것을 네가 신경 쓸 이유는 없지 않느냐.”
“네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바랄 뿐이야.”
교주가 말했다.
“나는 너의 적이 아니다. 너 역시 나의 적이 아니지. …이봐, 다크 세인트. 너는 나를, 황혼을.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질문이었다. 아라포니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질문이었고, 아라포니아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네가 우리를 악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네가 타락하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안 그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말 그대로. 우리는 악이 아니야. 악은… 플레이어지. 플레이어가 유입되고서 2년. 머지않아 플레이어는 NPC의 자리를 빼앗을 거야.”
예언이라고 할 수도 없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아라포니아도 그것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아라포니아가 떠올린 것은,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플레이어 라덴이었다. 아라포니아는 라덴의 움직임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다.
모든 플레이어가 라덴만큼 성장이 빠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몇몇 플레이어는 라덴과 비슷한 영역에 도달할 것이다. 이미 라덴은 다섯 괴물을 죽일 수 있을 수준에 도달하였다. 어디까지나 다섯 괴물이 라덴의 공격을 맞아 준다는 가정 하이지만.
“너는 아직 오딘에게 부탁하지 않았어. 그렇지?”
맞는 말이었다. 히든 피스를 얻은 대가로 아라포니아는 오딘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그 부탁을 전하지는 않았다. 마음속에는 하고 싶은 부탁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이 말을 너에게 하고 싶어서 온 것이야.”
교주의 목소리는 작았다.
“네가 마음에 품고 있는 부탁이 ‘우리’를 위한 것이기를.”
우리.
NPC를 말하는 것이다.
“시간은 많지 않아. 네가 너무 뜸을 들이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거야.”
아라포니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시간이 많지 않음은 아라포니아도 알고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도 알아.”
아라포니아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끝
ⓒ 목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