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age member of the mandol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퍼스트 디너 서비스
“Yes, chef!”
[레스토랑 입구에서 너희 팬들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팬들을 공복으로 돌려보낼 생각은 아니겠지?]“Yes, chef!”
[레스토랑을 개장하겠다!]《아이돌 쉐프》 첫 디너 서비스의 막이 올랐다.
레스토랑 내부에 형형색색의 응원봉이 물결쳤다.
“뭐? 우리 진혁이가 왜 루저야?”
“진혁이는 태어날 때부터 위너였어! 머리털이 아주 빽빽했다고!”
더엠페러 팬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자 진혁은 능글맞게 팬들을 진정시켰다.
“내가 너무 잘나서 밸런스 조정하는 거야.”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고 있네.”
“……그냥 그렇다고 해 줘.”
저것이 진정 3년 차 아이돌과 팬의 대화란 말인가.
서로를 아끼는 방식이 다른 팬덤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오늘 아주 포식하게 해 줄게! 기대해!”
푸른 불빛을 향해 볼 하트를 날리던 진혁이 아차 싶었는지 손을 내렸다.
“블랙시즌은 아직 응원봉 없지?”
내가 대답했다.
“응원봉만 없게요? 팬덤 이름도 없는데요.”
“많이들 오셨을 거야. 걱정하지 마.”
그 순간 거짓말처럼 레스토랑 내부가 환해졌다.
반짝.
등산용 헤드 랜턴을 착용한 팬분들이 짧게나마 존재를 알렸다.
진혁이 팔꿈치를 세워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거봐. 너희 팬분들이 제일 많은 것 같은데?”
“도겸이 형하고 저, 따로 신청받았나 봐요.”
“그렇겠지. 설마 같은 팀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게요. 누가 알았을까요? 아하하…….”
진짜 웃기다. 아니, 안 웃겨.
제멋대로 구는 이 두 사람을 데리고 디너 서비스를 성공시켜야 한다니.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러자 기운 내라는 듯 팬분들이 헤드 랜턴을 깜빡였다.
그 광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가슴 안쪽이 따뜻해졌다.
“도겸이 형, 하트요.”
“응?”
“머리 위로 하트요.”
그제야 도겸이 형이 나를 따라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내가 외쳤다.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깜빡, 깜빡, 깜빡.
광란의 깜빡임이 이어졌다.
나는 옅게 웃으며 등을 돌렸다.
“루저 팀, 파이팅 한 번 하고 갈까요?”
허공에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파이팅 안 해요?”
손이 닿는 게 싫었던 걸까.
도겸이 형과 진혁은 서로를 지그시 응시했다.
“……제가 중간에 낄게요. 그럼 되죠?”
“좋았어!”
“루저 팀, 파이팅!”
파이팅 한 번 하기도 이렇게 어렵다니.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진이 쭉 빠졌다.
저 멀리, 고든 람쥐가 주문서를 들고 다가왔다.
[1번 테이블에 시저 샐러드 하나, 가리비 관자 구이 하나, 비프 웰링턴 둘, 치즈케이크 둘.]“Yes, chef!”
첫 주문이 들어왔다.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도겸이 형은 시저 샐러드, 진혁이 형은 가리비 관자 구이를 준비해 주세요.”
치즈케이크는 디너 서비스 전에 미리 구워서 식혀 뒀다.
시저 샐러드는 실패하기가 힘드니, 나머지 두 요리에만 집중하면 된다.
차질없이 진행한다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다.
“비프 웰링턴 오븐에 넣습니다!”
정확히 20분 뒤, 가니쉬를 준비하면 알맞은 온도로 서빙할 수 있을 것이다.
“선우야, 시저 샐러드 완성했어.”
“확인 좀 할게요.”
이럴 수가.
도겸이 형이 샤브샤브가 아닌, 정상적인 시저 샐러드를 만들었다.
나는 감격의 눈물을 글썽였다.
“형이 해냈어요! 키메라가 아니라, 음식을 만들었다고요!”
“하하, 왜 먹이는 것 같지?”
미리 손질해 둔 로메인 상추에 마찬가지로 미리 만들어 놓은 드레싱을 끼얹은 것뿐이지만.
크나큰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주방에 시꺼먼 연기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콜록, 콜록!”
범인은 진혁이었다.
주방 안으로 들어선 고든 람쥐가 까맣게 그을린 프라이팬을 싱크대에 처박았다.
[그 비싼 관자를 잘도 숯덩이로 만들었군.] [죄송합니다.] [한 번만 더 이 꼴을 만들었다간, 넌 내 주방에서 쫓겨나게 될 거다.]고든 람쥐가 자리를 뜬 뒤, 나는 진혁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럴 수 있어요. 처음이잖아요. 관자는 아직 많으니까 침착하게 다시 해 봐요.”
“……그게 말이야. 이미 다 태워 버렸어. 손질한 관자.”
“……불이 좀 셌나 보네요.”
나는 도겸이 형에게 일렀다.
“도겸이 형, 가리비 손질 좀 부탁할게요.”
“알겠어.”
도겸이 형이 가리비 껍질에 주먹을 내리꽂자, 테이블에서 열렬한 환호가 돌아왔다.
“와…… 팔 근육 미쳤다!”
“퍼포먼스 뭐야!”
일당백 더엠페러 팬분들이었다.
반면 우리 팬분들은 식전 와인을 음미하며 헤드 랜턴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규칙적으로 신호를 보내는 팬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설마…… 모스 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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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네요……?’
아직 아무것도 안 드셨는데, 왜 맛집이라고 하시는 거지?
여하튼 도겸이 형은 응원에 힘입어 더욱 세게 주먹질했다.
쿵, 쿵, 쿵.
위너 팀 테이블에서도 ‘오오’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의도치 않게 퍼포먼스 일부로 치부된 모양이다.
물론 고든 람쥐 쉐프는 이마를 짚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겸이 형은 태연하게 가리비 껍질을 박살 냈다.
나도 슬슬 비프 웰링턴 가니쉬를 준비하려던 참이었다.
고든 람쥐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역시 주먹질 손질을 무리였던 걸까.
[4번 테이블에 시저 샐러드 둘, 가리비 관자 구이 하나, 비프 웰링턴 셋, 치즈케이크 셋.]“Yes, chef!”
[7번 테이블에 시저 샐러드 하나, 가리비 관자 구이 둘, 비프 웰링턴 셋, 치즈케이크 셋.]“……Yes, chef!”
동시에 주문이 들어왔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침착하자.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도겸이 형은 시저 샐러드 셋, 진혁이 형은 가리비 관자 구이 셋 부탁할게요.”
“선우야, 난 지금 가리비 손질 중인데?”
“맞다…… 그러면 진혁이 형이 시저 샐러드 좀 만들어 주세요.”
“알겠어.”
그리고 나는 비프 웰링턴 여섯 개인가.
여기서 유의할 점, 아직 1번 테이블에 아무것도 나가지 않았다.
맞은편, 위너 키친에서는 막힘없이 척척 요리가 서빙되고 있었다.
“선우야, 가리비 손질 다 끝났어.”
“진혁이 형, 샐러드에서 손 떼고 이제 바로 관자 구워요!”
치이익.
드디어 관자가 프라이팬에 올라갔다.
얼마 안 가, 진혁이 외쳤다.
“가리비 관자 구이 준비됐어!”
“1번 테이블에 시저 샐러드 하나, 가리비 관자 구이 하나 나갑니다!”
종을 땅 치자, 고든 람쥐가 다가와 요리를 검토했다.
[지금 나랑 장난하나? 전부 집합해.]무언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만져 봐. 그냥 만져 보라고.]굳이 만져 보지 않아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관자가 덜 익었다.
[아까는 숯덩이를 만들더니, 이번에는 회를 내놔?] [죄송합니다. 다시 만들겠습니다.] [마지막 기회야.] [명심하겠습니다.]우리는 주방으로 돌아왔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진혁이 형이 비프 웰링턴을 맡아요. 제가 관자를 구울게요.”
“선우야…….”
“괜찮으니까, 그렇게 해요.”
서둘러 관자를 프라이팬에 올렸다.
치이익.
관자는 노릇노릇하게 익어 가고, 함께 곁들일 콩 퓌레도 준비됐다.
그때였다.
“선우야, 오븐에서 뭔가가 타고 있는데?”
“허억, 내 비프 웰링턴!”
헐레벌떡 오븐으로 달려갔을 땐, 이미 비프 웰링턴은 석탄이 되어 있었다.
“으아, 으아아……!”
이 꼴을 고든 람쥐에게 보였다간, 꼼짝없이 주방 밖으로 내쫓길 터였다.
시꺼멓게 탄 비프 웰링턴을 끄집어내려던 찰나.
도겸이 형과 진혁이 양쪽에서 달려왔다.
“선우야, 위험해! 형이 할게!”
“선우야, 걱정하지 마! 비프 웰링턴 아직 여기 많아!”
오, 오지 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외침은 얼마 안 가 비명이 되어 맴돌았다.
쿵.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두 사람은 거하게 나자빠졌고, 멀쩡한 식재료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어, 어억…….”
이렇게 되면 우리가 내쫓기는 건 둘째 치고, 팬분들이 식사할 수 없게 된다.
고든 람쥐는 호통치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난장판이 된 주방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자네들이 망쳤어.] [……죄송합니다.] [나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지. 자네들이 만든 음식 좀 먹어 보겠다고, 밖에서 몇 시간씩 대기한 팬들에게 사과해야지.]나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떨궜다.
팬분들을 뵐 면목이 없었다.
[루저 팀, 이름값 하는군. 오늘 디너 서비스는 자네들의 패배다.] […….] [팬들을 강제로 다이어트 시키다니, 세상에 둘도 없는 케이팝 아이돌이군.]고든 람쥐가 출구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나가. 더 볼 것도 없으니 당장 나가.]앞치마를 벗고서 문손잡이에 손을 얹자, 어디선가 환한 빛줄기가 뻗어 나왔다.
“적당히 합시다. 우리 애들 기죽은 모습 보려고 온 거 아닙니다.”
헤드 랜턴을 착용한 팬 한 분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그러자 그 주위로 동조의 목소리가 번졌다.
“윽박지르지 마세요!”
“참가자 중에서는 미성년자도 있습니다!”
고든 람쥐의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비록 말의 뜻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억양과 어투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가 전달됐으리라.
우리를 위해 저리 목소리를 내주시는데,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고든 람쥐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쉐프님, 승부와는 별개로 팬분들께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내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굶겨 보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렇지만 식재료가 없지. 자네들이 전부 망쳤으니까.] [남은 식재료로 뭐라도 만들어 보겠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세요.]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다.
고든 람쥐가 운을 뗐다.
나는 뒤를 돌아, 두 사람과 눈을 맞췄다.
이번에는 우리가 화답할 차례였다.
다시금 앞치마를 둘러매자, 테이블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내가 말했다.
“도겸이 형, 남은 가리비 좀 잘게 다져줘요. 가니쉬로 쓰려고 했던 채소도요.”
“알겠어.”
나는 출구 옆에 놓인 선반에서 건조 상태의 쿠스쿠스를 집어 들었다.
주로 샐러드를 만들곤 하지만, 끓여서 밥이나 죽처럼 먹을 수도 있었다.
“진혁이 형, 이것 좀 물에 넣고 끓여 주세요. 물이 끓고 난 뒤에 식히면 부풀어 오를 거예요.”
“바로 끓일게.”
그 후, 로메인 상추로 간단하게 겉절이를 만들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특출나게 맛있지는 않아도 끼니를 때울 만한 음식은 만들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도겸이 형이 세상이 떠난 뒤로 요리는 늘 내 몫이었다.
만들어도 먹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곤란했지만…….
“선우야, 쿠스쿠스인가 뭔가 부풀었어.”
“그리로 갈게요.”
물을 덜고, 잘게 다진 가리비와 채소를 넣고 다시 한번 끓인다.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하면 완성이었다.
“로메인 상추 겉절이와 쿠스쿠스로 만든 가리비 죽입니다.”
심장이 쿵쿵거렸다.
고든 람쥐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땐 정말 팬분들을 공복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고든 람쥐는 차례로 음식을 시식했다.
그리고…….
[서빙하도록.]첫 허락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