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104
사상 최강의 오빠 104화
38장 악마(7)
다음 날 아침. 뜬눈으로 밤을 지새 운 유천희에게 본드 클랜의 직원이 찾아와 하루의 유예기간을 더 준다 는 말을 전했다.
어떤 방식인지는 몰라도 블랙 머천 트가 손을 쓴 게 분명했다. 그리고 몇 날 며칠이든 유예해줄 수 있다는 듯 말을 했음에도, 정작 단 하루의 시간만 준 것은 일종의 경고와 같이 느껴졌다.
‘여태까지와 달리… 그들도 여유가 없어 보이는군. 그만큼, 업적석이란 게 중요한 것일까?’
평소 느긋한 여유를 가지고 대상을 농락하듯 천천히 일을 진행해오던 블랙 머천트였으나, 업적석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자 마자 숨을 꽉 죄듯, 유천희가 강제 로 행동하도록 압박해왔다.
이런 일 처리 방식은 일견 다급해 보이기까지 해서 유천희는 옅은 의 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만한 능력을 갖춘 조직이라면, 차라리 업적석을 본인들이 손에 넣 어서 자신에게 건네는 게 더 효율적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인지 몰라도, 그들은 유 천희를 통해 모든 일을 처리하려 했 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말 이다.
“마스터. 저 보미예요. 잠깐 들어가 도 될까요?”
최보미의 목소리에 유천희는 끊임 없이 뇌리를 떠돌던 상념을 접어둔 채 답했다.
“보미니? 그래, 들어오렴. 무슨 일 이니?”
최보미는 잠시 머뭇거리다 두 손으 로 감싸고 있던 커피를 쓱 내밀었 다.
“커피 드리려고요. 항상 아침에 블 랙커피 드시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안 타가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타 봤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마시 는 버릇이 있는 유천희가 오늘은 커 피를 거르자, 최보미는 그게 신경 쓰였던 모양이었다.
“음, 고맙구나. 안 그래도 커피가 당기던 참이었는데. 역시 우리 보미 밖에 없네.” 어제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평소 와 다름없는 유천희의 모습에 내심 안도한 최보미가 슬쩍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꺼냈다.
“소정이는 어제 저랑 같이 잤어요. 그리고 다행히 괜찮은 것 같아요. 물 론 워낙에 조숙한 아이라 내색하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저를 보면서 웃긴 해요. 저기… 궁금하실 것 같아서….”
그가 걱정하지 않도록, 또한 동시 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애 쓰는 그녀의 세심한 배려에 유천희 는 싱긋 웃으며 최보미의 머리를 쓰 다듬어주었다.
“그래? 보미가 날 신경 많이 써주 는구나. 그런데도 나는 어제 그런 못 볼 꼴이나 보게 하고. 허, 정말 나같이 못난 마스터도 없을 거다. 미안하다.”
고의는 아니었으나 어제 그런 모습 을 보여준 게 마음에 걸리는 듯한 유천희의 말에 최보미가 씩씩하게 답했다.
“그런 말 마세요. 마스터는 그간 저에게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은혜 를 베푸셨으니까요. 이렇게나마 소 소하게 갚을 수 있는 것도 제 복이 라 생각해요!”
“후후, 네 덕분에 웃는구나. 그래, 너라도 없으면 내가 언제 웃어보겠 니.” “그런데 마스터. 저기 어제 일 말 인데요.”
“어제 일‘?”
“네. 그… 어제 유리 언니 말이에 요.”
차 유리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유 천희의 낯빛이 살짝 경직됐다. 평소, 프레티움은 어린 유소정을 클랜원들 이 돌아가면서 봐주고 있었다. 그리 고 어제 유소정을 담당했던 건 헌터 차유리 였고.
하지만 차유리는 유소정을 돌봐야 할 시간에 텐트에서 잠에 취해 있었 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방만함은 최악 의 결과를 불러왔으니, 유천희가 아 무리 클랜원들을 아낀다지만, 웃는 낯으로 차유리를 볼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생각 같아선 당장에 라도 클랜에서 내쫓고 싶을 정도였 다.
“유리….그래, 유리가 뭐?”
싸늘한 그의 목소리에 기가 죽은 최보미가 거북이처럼 목을 움츠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조금, 이상한 점이 있어요. 유리 언니 말로는 자기는 분명히 깨어 있 었다고 했는데요. 갑자기 이상한 냄 새 같은 걸 맡고 그대로….”
“그만. 보미야. 거기까지 하자. 그 부분은 나도 들었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텐트에는 너도 있었고 나 도 있었다. 비록 칸막이 텐트지만… 그런 수면향 같은 게 있었다면 우리 도 영향을 받았어야 하는 게 정상이 고.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면 대체 누가 그런 짓을… 됐다. 더 말해 무 엇하겠니. 그냥 유리는… 허허, 그만 하자.” 어제 일로 인해 맺힌 게 많았던 유천희는 터지려는 분통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리고 잠시 이어지는 적 막. 그 답답한 분위기에 숨이 막혔 는지, 최보미가 나간다는 말을 꺼내 려고 할 무렵, 유천희가 말을 꺼냈 다.
“그런데 보미야.”
“네. 마스터.”
“그때 봤던. 김세정 씨 말이다. 혹 시 많이 친하니?”
“세정이요? 그럼요. 친하죠. 뭐, 오 랜만에 만나서 어색할까 걱정도 하 긴 했었는데요, 역시 왕년의 절친 어디 안 가더라고요. 헤헤, 그리고 안 그래도 이따 또 만나러 가요. 레 이드도 끝났으니까, 겸사겸사 후기 도 좀 듣고, 가기 전에 인사도 하려 고요.”
최보미의 말을 듣고 잠자코 있던 유천희. 그는 감정의 찌꺼기가 잔뜩 묻어나오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보미야.”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 그리고 이 런 뉘앙스는 어려운 부탁을 불러오 기 마련이란 걸 익히 알고 있는지, 최보미가 긴장한 기색으로 대꾸했 다.
“네. 뭐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 도…?”
망설임과 함께 고민을 되뇌고 또 되뇌던 유천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왔다. 그렇다고, 그 남자의 말대로 김세정 들을 처리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이 방법이 최선이라 여긴 유 천희가 용건을 꺼냈다.
“내가 어려운 부탁이 하나 있는 데… 들어줄 수 있을까?” 레이드가 끝나고 텐트로 돌아온 김 세정은 손바닥 위에 놓인 보랏빛 보 석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빛을 반사하는 여타의 보석과 달 리, 이 보랏빛 보석은 표면을 물감 으로 덧칠한 듯 광채 하나 없었고, 계속 주시하다 보면 묘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주변에 일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게 상당히 기묘하고 신기한지라, 김세정은 질리지도 않고 보석만 뚫 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야, 보면 닳으니까 넣어둬. 그리고 그럴 시간 있으면 훈련이나 해. 쓸 데없이 뭐하는 짓이야? ”
김세훈의 핀잔에 김세정은 입을 빼 죽거리며 답했다.
“잠탱이 오빠가 그런 말 해봐야 설 득력 없거든?”
“나는 소싯적에 워낙에 고생을 많 이 해서 잠 좀 자도 돼. 너는 한창 고생할 나이고. 그래,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 몰라? 흐}, 나는 보자마자 감격했다. 이런 명언을 누가 만들었 나 하고.”
“고생을 왜 사? 미친놈이나 사지. 아니, 님아, 양심 있으세요? 고생을 파시게? 어휴, 제발 팔아먹을 걸 팔 아먹으세요.”
“닥쳐. 네 나이 때 내가 얼마나 고 생했는지 알아? 그러니 너도 해야 돼. 안 그럼 불공평하잖아.”
“…어휴 이 꼰대… 진짜 나이는 똥 구멍으로 먹었….”
빠악.
기어이 뒤통수를 맞은 김세정이 뒤 통수를 잡고 텐트 바닥을 굴러다닐 때, 이춘수가 칸막이 지퍼를 올리고 대두를 쏙 내밀며 말했다.
“세정! 큰일 났다!” “으… 뒤통수야… 네? 춘수 씨? 큰일 나요? 뭐가요?”
“나 배고프다! 이대로면 굶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알기로 춘수 씨 간식 먹은 지 3시간밖에 안 된 거로 아는데…. 보통 그 정도로 사람이 굶어 죽던가 요?”
“죽는다! 분명히 죽는다! 그리고 고기반찬 안 먹어도 죽는다! 그러니 춘수 안 죽게 고기 준비해 달라! 아, 그리고 춘수는 꽃등심이 좋다. 참고하라!” 저 할 말만 하고 쏙 사라지는 이
춘수. 그리고 이제는 저런 이춘수의 뻔뻔함에 제법 적응이 됐는지, 세상 다 산 노인네 같은 표정으로 김세정 이 중얼거렸다.
“인생… 천하의 김세정이 어느샌가 밥순이가 다 됐구나. 훈련하랴, 밥하 랴. 하… 내가 어쩌다가….”
김세훈이 양손으로 귀와 코를 동시 에 후비며 말했다.
“나는 치킨에 콜라.”
“이보세요. 여기에 호프집 없거든 요?”
“없으면 튀겨. 그리고 난 네 노동 의 풍미를 좋아하니까, 가급적이면 최대한 고생을 하면서 만들도록 해. 자고로 음식은 정성이거든. 그러니 개고생하면 음식이 맛없을 수가 없 어요.”
“와, 진짜 미치겠네. 내가 배달 어 플도 아니고, 시키면 대령해야 해? 그것도 개고생해가며? 우씨, 오빠 진짜 이럴래?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꼬우면 업적석 내놓으시던가. 그 거 어떻게 얻었는지 알지? 나 아니 었으면 너 그거 십만 년이 걸려도 못 얻었다.”
“아씨, 오빠는 알려주기만 하고 손 하나 까닥 안 했잖아! 고생한 건 나 거든?!” “아, 그래서 어쩌라고. 나 아니었으 면 그런 짓 할 엄두도 못 냈을 거 고, 업적석도 어빌도 못 얻었을 거 잖아.”
김세훈의 말에 김세정이 코를 씰룩 거리며 어쩔 수 없이 입을 닫았다. 그의 말대로, 업적석을 얻는 과정은 독특하면서도 황당했다.
세상에 스펙터의 정신 공격을 6시 간 동안 견디라니? 어디 그게 사람 이 할 짓이던가?
아니, 애초에 6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만 때리라 해도 참을성 없는 사람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 런데 환청에 환각은 물론, 환각통까 지 첨부된 스펙터의 정신병 종합세 트를 6시간을 버티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짓거리였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하니까 된다 는 것이다. 하기 전에는 엄두도 안 나고, 많이 버텨야 30분일 것 같았 다. 근데 하다 보니까 의외로 할만 했다.
그것이 평소 하드하다 못 해 악랄 하기까지 한 김세훈의 커리큘럼을 견딘 성과라는 걸 체감치 못하는 김 세정이었지만, 어찌 됐든 결말은 좋 았다.
결국, 업적석도 얻었고, 어빌리티 ‘정신 내성 LV 1’도 얻는 데 성공했 으니까.
“아니, 그럼 이거 어디다 쓰는지나 좀 말해줘. 나 궁금해 죽겠단 말이 야, 인터넷에선 아무리 찾아봐도 없 고…”
“인터넷에서 나오겠냐? 그거 되게 구하기 힘든 건데? 모르긴 몰라도 가진 놈이 많아 봐야 50명 내외일 거다.”
“정말? 이거 그럼 무지 비싸겠네? 그, 그럼 이거 우리 팔까? 얼마 받 을까? 10억? 20억?” 빠악.
이마에 딱밤을 정타로 맞은 김세정 이 이마를 붙잡고 사방을 굴렀다. 사실, 말이 딱밤이지 펀치나 다름없 는 공격이었기에, 충격이 이만저만 이 아니었다.
“아악! 이마! 내 이마가 떨어져 나 갔어!”
“엄살 부리지 마. 아직 붙어있으니 까. 하여간 그거 간수 잘해. 진짜 귀한 거니까. 그리고 꼭 내가 준 마 법 주머니에 보관하고. 알았어?”
“…그 주머니 촌스럽던데. 복주머 니처럼 생겨서 이상한 마법진도 그 려져 있고….”
“무조건 거기에 넣어서 보관해. 안 그럼 너 큰일 날 수 있으니까. 알았 어?”
김세훈의 엄포에 김세정은 입을 빼 죽거리면서도 곱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런 그녀를 보며 김세훈이 걱 정된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생각 같아선 내가 보관하 고 싶은데. 내가 가지고 있으면 지 랄을 할 놈들이 한 둘이 아닌지 라….”
업적석은 일종의 카르마 집약체로, 그 가치는 중간계에선 값어치를 따 지지 못할 정도로 귀중했다.
특히나 인외종들이 환장하는 귀물 이다 보니, 김세훈은 다루기가 껄끄 러웠다.
조금이라도 가까이하면 그의 내면 에 거하는 것들이 눈깔이 돌아선 법 석을 떨었기 때문이다.
“응? 지랄? 누가 지랄을 하는데?”
“신경 꺼. 그런 게 있으니까. 그리 고, 그건 일종의 화폐와 같은 역할 을 한다고 보면 돼. 그러니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요긴하게 쓸 때가 있 을 거다. 물론, 그때까지 몇 개 더 모아야 할 테지만.”
“화폐? 돈이란 거잖아? 오예! 그럴 줄 알았어. 한눈에 비싼 건 줄 알았 다고! 알았어! 걱정 마 내가 아주 소중하게 다뤄줄 테니까. 츄릅.”
화폐라는 소리에 눈이 하트 모양으 로 변해선 침까지 줄줄 흐르는 꼴이 라니, 동생의 아름다운 몰골에 김세 훈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야, 근데 우리 집에 언제 가냐? 왜 쓸데없이 텐트에 또 왔어? 그냥 집에 가자고. 여긴 잠자리도 불편하 잖아.”
“뭐래, 오빠가 먼저 약속했잖아. 스 펙터 정신 공격 버티는 거 한 번에 패스하면 하루 놀게 해주겠다고! 그 런 당근 아니었으면 내가 6시간 동 안 그런 끔찍한 짓을 어떻게 버텼겠 어?”
“…그래서 여기서 뭐 할 건데? 쉬 려면 집에서 쉬는 게 최고 아니냐?”
“아니지. 거긴 잠탱이 오빠만 있고, 여기엔 보미가 있잖아. 흥, 비교가 안 되지!”
아무래도 최보미도 양반은 못 됐는 지, 김세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강 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정 씨. 나와보세요. 보미 씨 왔 어요!”
“아, 보미 왔네. 나 갈게. 그리고 오빠는 쪽팔리니까 웬만하면 보미 눈에 안 띄도록 해. 알았지?”
“내가 부탁하고 싶네. 두 못생긴 것들이 눈앞에 거슬리면 때려주고 싶거든. 그러니 오래 살고 싶으면 알짱거리지 않도록 해. 친구 따라 인생 하직하면 보미가 불쌍하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