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143
사상 최강의 오빠 144화
54장 몽환 미궁(2)
정소담과 이정협의 귀환 소식을 들 은 검은 수녀복의 여인들이 캠프 입 구로 마중 나왔다.
그리고 수녀들은 오자마자 은으로 만들어진 돋보기와 금으로 만들어진 요상 쩍은 도구로 일행의 이모저모 를 살피기 시작했다.
왠지 거부하면 안 될 것 같은 분 위기에 살짝 긴장한 김세정이 멀뚱 멀뚱 서 있을 무렵, 귀에 익은 목소 리와 함께 검은 가죽 갑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왔다.
“이봐들, 번거로운 절차는 그쯤 해 둬. 딱 봐도 인외종이 아니잖나. 그 도 아니면 잠시 대기나 시켜. 좀 있 으면 부대장이 올 테니까.”
목소리의 주인을 본 김세정이 저도 모르게 오빠라며 반응할 뻔한 걸 꾹 참고선, 아이돌을 본 사생팬처럼 눈 알을 굴리며 남자의 전신을 스캔했 다.
짧게 쳐낸 스포츠머리, 먹물로 그 은듯한 굵은 눈썹과 대조되는 실눈, 여인의 그것과 같은 붉은 입술.
그리고 햇볕에 살짝 탄 피부부터 시작해 어딘지 모르게 앳되어 보이 는 인상.
김세정은 자신이 익히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김세훈을 묘한 눈빛으로 힐끔거렸다.
‘오, 어려? 어린데? 오]’… 오빠의 20대라… 굉장히 신선하잖아? 심지 어 헤어 스타일도 단정하네? 저거 그리 자르라 해도 말을 들어 처먹질 않더니 웬일이래?’ 김세정이 실없는 생각을 하는 사 이, 이정협이 후다닥 달려가더니 어 미의 품에 안기는 새끼 원숭이같이 김세훈의 가슴에 폭, 하고 안겼다.
“ 대장!”
김세훈이 난처한 듯하면서도 특유 의 눈웃음과 함께 응차 하며 이정협 을 품에 안았다.
“허어… 곧 있으면 17살 되는 놈 이 애처럼 굴기는. 너 인마 대체 언 제 철들래?”
이정협은 김세훈의 핀잔을 듣는 등 마는 둥 하며 그의 품에 얼굴을 비 볐다.
“우우. 대장 냄새… 넘 좋다. 대장, 혹시 이 체취. 향수로 만들어 팔 생 각….”
김세훈은 이정협의 징그러운 소리 에 혀를 차더니, 이내 망설임 없이 이정협을 마트 봉지 집어 던지듯 뒤 로 휙 던져버렸다.
“꾸웩! 아, 대장! 너무해!”
칭얼거리면서도 일어나기 무섭게 자신의 등에 업혀선, 얼굴을 비비적 거리는 이정협의 행동에 한숨을 쉰 김세훈이 정소담에게 말했다.
“정소담. 보고해.”
이정협과는 달리, 군기가 바짝 오 른 정소담이 명치 부근에 주먹을 붙 인 채 부동자세로 말했다.
“현재 시커들은 영지 주변을 정찰 중이며 캠프 근처로는 다가오지 않 고 있습니다. 최소 캠프 사방 51《m는 안전한 상황입니다.”
김세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5km라… 애매하군. 정소담. 네 생 각은 어떻지? 요격해야 할 것 같 나?”
“제 소견을 물으신다면… 대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놈들을 굳이 자극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거리라 생각되진 않기 때문입니다.”
“좋아. 그럼 일단은 네 말대로 두 고 보는 걸로 하지. 자, 그럼… 이 쪽의 미녀분을 어떻게 만났는지도 한번 들어볼까?”
김세정은 미녀라는 말에 잘 익은 홍시처럼 얼굴이 벌게져선 머리카락 을 검지로 베베 꼬았다.
‘어… 리즈 시절의 오빠… 생각보 다 괜찮을지도?!’
항상 추녀니, 김씨 가문 유전자의 실수니, 면상에서 청국장 냄새난다 느니 따위의 소리 밖에 못 들었던 김세정의 입장에서 김세훈의 칭찬은 자극적이다 못해 치명적일 정도였 다. 아예 내성이 없는 것이다.
“검은 숲에 쓰러져 있는 걸 보고 제가 데려왔습니다. 스테이터스 확 인을 하려 했습니다만, 본인은 스테 이터스가 뭔지도 모르더군요… 제 소견입니다만, 인외종 아니면 소환 자라 판단이 됩니다.”
정소담의 말에 김세훈의 실눈이 벌 어지며 검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복 잡미묘한 감정이 섞여 있는 눈빛이 었다.
“소…환자?”
“ 네.”
김세훈이 턱밑을 검지로 톡톡 두드 리며 뇌까렸다.
“소환자라… 흥미롭군. 좋아, 그럼 일단 누나한테 한번 확인해 보자고. 인외종일 수도 있….”
그때, 캠프 쪽에서 한 여인이 걸어 오며 김세훈에게 말했다.
“세훈아. 저들 중 인외종은 없으니 걱정 마.”
달빛이 자아낸 베와 같이 윤기 나 는 은발, 선명한 이목구비와 은구슬 같은 눈동자.
평범한 흰 면티와 면바지를 입었음 에도, 유럽 황실의 귀공녀의 그것과 같은 기품이 흘러나오는 여인을 본 김세정의 눈이 풀렸다.
현대의 영상매체에서 온갖 미녀를 봐온 김세정으로서도 처음 보는 미 녀였던 탓이다.
여인이 싱긋 웃으며 김세정에게 말 했다.
“반가워요. 나는 에일린이라고 해 요. 부족하지만, 이 원정대의 부대장 을 맡고 있답니다.”
“아, 저, 저는 그… 김세정이라고 합….”
퍽.
앨리스가 앞발로 김세정의 정강이 를 두드렸고, 그제야 김세정도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쏟아낸 말을 주워 담을 순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김세정?”
옆에서 김세훈이 끼어들자 김세정 은 찔끔했지만, 이내 그가 김세정을 쑥 훑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공교롭게도 내 여동생이랑 이름 이 같지만… 그럴린 없겠지. 그 초 딩이 3년 사이에 저런 쭉쭉빵빵이 될리는….”
짜악.
쭉쭉빵빵이란 소리가 거슬렸는지, 에일린이 새초롬한 눈빛으로 노려보 며 그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러자 김세훈이 등을 어루만지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 누나. 왜 이래? 설마, 지금 질 투하는 거야?”
“응. 질투하는 거 맞아. 야, 김세 훈. 내가 말했지. 딴 년한테 눈 돌 아가면 뒤진다고. 너 그러다 머리털 다 뽑히는 수가 있다?”
“크크, 내가 그럴까 보? 머리를 싹 다 밀었지요.”
김세훈이 낄낄거리며 자신의 밤톨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자, 에일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울상을 지으며 김세훈의 귀때기를 잡고 흔들었다.
“앗! 진짜네? 이씨… 야, 너 내가 머리 자르지 말랬지‘? 막, 머리 길러 서 안면 가리고! 좀 후줄근하게 입 고 다니면서 쓰레기처럼 하고 다니 란 말이야!”
“…아니 누나, 아무리 사귀는 사이 라도 남 패션이랑 외모까지 간섭하 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됐으니까, 좋은 말 할 때 못 나게 하고 다녀. 알았니? 그리고 딴 년한 테 눈웃음 흘리고 다니면… 진짜 죽 여 버린다. 알았어? 끼 부리고 다니 지 말라고 짜샤.”
“거참… 알았으니까 귀 좀 놔봐 누 나. 그래도 체통이 있지. 보스가 안 사람한테 잡혀 사는 거 보여주는 것 도 꼴사납잖아.”
에일린이 아닌 척하면서도 안사람 이란 소리가 썩 마음에 드는지 헤벌 쭉 웃으며 김세훈의 귀를 놔줬다. 그런 그들을 보며 정소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 저 닭살 커플은 때와 장 소를 안 가리는 게 문제라니까….”
정소담의 옆에서 이정협이 습기가 찬 눈으로 자신의 소매를 이로 잘근 잘근 씹으며 악에 받친 목소리로 주 절거 렸다.
“우… 대장… 언젠가는… 제가 에 일린 누나한테서 형을 뺏어올 거예 요… 아아… 나도 대장 귀때기 만져 보고 싶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분간이 안 가는 이정협의 리액션을 기가 질린 눈으 로 바라보던 정소담이 이정협의 옆 에서 분노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를 보고선 헛웃음을 터뜨렸다.
서방을 뺏긴 현모양처처럼 꼬리를 바짝 세운 채 징징거리는 흑묘의 행 태가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
“끄응, 요망한 계집이다냥. 마음에 안 든다냥. 아니, 저런 은발 흰둥이
를 베히모스는 왜 좋아하는 것이다 냥. 요리보고 저리 봐도, 내가 백배, 아니 백만 배는 낫다냥. 봐라, 저 절벽을! 쓰리 사이즈도 내가 더 우 월하지 않느냥!”
한도 끝도 없이 투덜거리는 검은 고양이의 옆에 쭈그려 앉은 정소담 이 말했다.
“야, 고양아.”
“흐규흐규… 아무리 미궁 안이라도 용납이 안 된다냥. 아무래도 내 조 만간 발톱으로 저 계집의 얼굴을… 응? 허억! 뭣이다냥. 네놈은 언제 내 옆에 있었느냥?!” 깜짝 놀라선 바닥에 발라당 누운 앨리스의 배를 손톱으로 긁어주며 정소담이 말했다.
“고양이… 너 아까부터 자꾸 뭐라 하는데 누구보고 그러는 거냐? 설 마… 우리 대장이랑 부대장님 보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으응? 아니다냥! 나는 저 둘을 오 늘 처음 보느니라! 나는 결백하다 냥.”
“뭐 그럼 상관없는데… 혹시라도 고 귀여운 발톱으로 우리 부대장 건 드리면 네 털을 몽땅 뽑아 버릴거 야. 알았어?”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경고하 는 정소담을 보고 찔끔한 앨리스가 김세정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김세정이 슬그머니 다가와 앨리스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 사역마가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
정소담이 만류하는 김세정을 탐탁 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말 없이 물러났다. 그리고 잠자코 그런 그들을 보던 김세훈이 말했다.
“이 정협.”
“넵!”
“김세정 씨 숙소 배정해 드려. 밤 도 깊었는데 피곤하시겠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세정 씨.”
“네? 아, 네.”
“혹시 괜찮으면 저랑 내일 아침 식 사라도 함께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나 했으면 합니다만… 불편하십니까?”
맨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강압적 인 명령만 일삼던 김세훈에게 이리 도 정중한 권유를 들을 줄 몰랐던 김세정이 북받쳐 오르는 감격에 어 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 였다.
“그, 그럼요! 저는 언제든지 괜찮 아요. 그러니 불러만 주세요.”
에일린이 그런 김세정을 샐쭉한 눈 으로 바라봤다.
김세훈을 언제 봤다고 언제든지 괜 찮다고 하는지? 에일린은 김세정의 태도가 영 마땅찮았다.
“세훈아! 나도 같이 먹을래! 그래 도 되지?”
떼쓰는 꼬마처럼 달라붙어 애교랍 시고 눈을 과하게 깜빡거리는 에일 린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쓱 밀며 김 세훈이 말했다.
“누나는 오전에 바쁘잖아. 결계 점 검하고 대원들 카운슬링도 해야 하 고… 안 돼 ”
“아… 안 되는데 방금 여자의 촉이 움찔했는데. 같이 밥 먹어야 되는데.”
발을 동동 구르는 에일린을 보며 김세훈이 쓴웃음을 지었다.
“누나, 제발 가끔은 이미지 관리 좀 해주라. 중간계에 하나뿐인 성녀 클래스 보유자가 이러면 너무 모양 빠지잖아.”
“뭐래, 남이사 내 이미지가 어떻든 말든? 됐으니까. 밥! 바압〜! 나도 같이〜!” 이대로는 잡담이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았는지 김세훈이 손뼉을 짝, 하고 치며 정리했다.
“자, 다들 그럼 해산! 정협이만 세 정씨 안내해 주고… 소담이는 나 따 라와. 오늘 대원들이랑 심야 회의 있으니까.”
김세훈은 정소담과 함께 캠프 중앙 에 있는 고깔 형태의 텐트의 지퍼를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안에는 원정대원 간부들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대장님.”
흑백의 뒤섞인 수염이 인상적인 50대의 장년인, 참모 카라스의 말에 김세훈이 답했다.
“음, 모두 모였나?”
“네. 간부들은 전부 모였습니다.”
“좋아, 그럼… 아틸라에서 소식이 왔다고 들었다. 우선 그것부터 듣 지.”
아틸라. 중간계에 몇 남지 않은 인 간들의 도시이자, 원정대의 거점지 점인 곳이었다.
김세훈의 질문에 카라스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대장님. 아틸라는… 어제부로 ‘저 열’에 의해 함락됐습니다.”
카라스의 말과 함께 깊은 적막이 원정대원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무거운 침묵, 기분 좋았던 저녁 식 사의 여운마저 앗아가 버린 그 절망 적인 소식에 김세훈이 침음성을 흘 렸다.
“저열… 대체 놈이 왜? 블러드 캐 슬(Blood Casde)은 이미 충분한 표 류자들을 독식하고 있잖나. 그런 그 들이 이제 와서 아틸라를 건드릴 이 유가 있나? 그것도 왕인 본인이 직 접 나서서까지?”
표류자들. 라플레시아에서 낙오되 어 중간계로 방출된 패배자들을 이 르는 명칭이며, 중간계에 있는 대부 분의 인류는 표류자들에서 기인한 다.
누군가 말하곤 했다. 만약, 라플레 시아의 상위 랭커들이 중간계로 나 온다면, 중간계에서 인류가 생존하 는 것도 터무니없는 일만은 아니라 고.
하지만,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 도 그들이 중간계로 나오는 일은 없 었고, 라플레시아는 그저 음식물 쓰 레기를 쏟아내듯, 도태된 이들만을 중간계로 토해낼 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위 랭커 들은 라플레시아의 기득권 계층이 고, 기득권들이 의례 그렇듯, 그들에 게 제일 중요한 건 자신들의 안위일 뿐, 타인의 불행 따위가 아니었으니 까.
인외종이 없는 이상향의 땅 라플레 시아. 하지만, 인외종이 없는 땅이라 하여 그곳에 평화와 행복만이 있지 는 않았다.
그래, 애초에 인간들의 세계인 하 계에서도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지 않던가?
그렇기에 어쩌면, 문제는 인외종이 아닌 인간 자체에 있는 것인지도 몰 랐다.
“재미로… 그랬다고 합니다. 인간 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게 귀여웠 다고. 그래서….”
이어지는 카라스의 말에 원정대원 중 한 명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빌어먹을 흡혈귀 놈! 재미? 고작 재미로 그 많은 사람들을….”
김세훈이 흥분을 주체 못 하는 원 정대원을 지그시 쳐다보자, 결례를 범했다는 걸 깨달은 원정대원이 깊 게 읍한 뒤 자세를 바로잡았다.
“죄, 죄송합니다. 대장.”
“괜찮다. 이해한다. 하지만 항상 잊 지 마라. 여기는 하계도 라플레시아 도 아니며… 중간계에서 우리는 한 낱 먹잇감에 불과하다는걸.”
김세훈이 씁쓸한 얼굴로 내뱉는 말 에 원정대원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편한 침묵이 거 슬렸는지 김세훈이 입을 열었다.
“우리가… 아틸라에 지원을 가는 건… 승산이 있겠나?”
김세훈의 말에 카라스가 단호하게 답했다.
“대장님. 사황을 상대로 승산 따위 는 없습니다. 그저 무모한 개죽음일 뿐… 혹여, 그 베히모스가 나타나서 우리를 지원해 주면 모를까… 불가 능한 일입니다.”
카라스의 대답에 김세훈이 눈을 지 그시 감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됐다. 그러면 아 틸라는 이제 잊는다. 아무리 우리가 오지랖이 넓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자리에 있는 이들 모두는 침통한 표정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선 가능한 일보다 불가능한 일이 더 많다는 걸 그들은 익히 알 고 있었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대장님.”
“그럼 일단, 우리가 직면한 문제부 터 해결하자. 누나한테 듣기로 근래 이 근처로 표류자들이 다수 쏟아져 나왔다고 들었다. 탐색해본 결과… 위치는 검은 숲에 있는 영지 쪽이라 고 하던데….”
“영지… 말입니까?”
둥지가 성장해서 만들어진 인외종 의 권역을 영지라 칭하며, 하급종부 터 중급종까지 다양하게 서식하는 둥지와는 다르게, 영지의 주인은 최 소 상급종 이상이라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인간이 영지에 출입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영지에는 상급종, 아니, 심지어 귀 족이 거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영지라면… 귀족종이 있을 수도… 그러면… 대장님 그냥 이번 원정은 안 하시는 게….”
카라스의 말에 김세훈이 고개를 저 었다.
“아니, 이번 원정은 예정대로 진행 한다.” “대장! 귀족종은 우리 전부가 덤벼 도 이길 수 없습니다! 잘 아시지 않 습니까?”
카라스의 만류에 김세훈이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걱정 마라. 우리에게 성녀가 있다 는 걸 잊었나? 안 그래도 그 때문 에 이번에 누나한테 천기 어빌리티 로 점을 쳐달라 요청했다. 그랬더 니… 길조가 뜨더군. 그렇다면 영지 에 거하는 것은 귀족이 아니라 상급 종이라는 말이 된다.”
김세훈의 단언에 간부들이 수군거 렸다. 성녀의 천기 어빌리티는 원정 대의 생환율을 극대화해 주었던 중 요한 요소였던 만큼, 신빙성이 있었 기 때문이다.
카라스가 말했다.
“상급종이라면… 문제가 없긴 합니 다. 이미 몇 마리 잡아봤으니까요.”
“그래, 그러니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최소 천여 명에 육박하는 표 류자. 이들이 영지에서 인외종들의 밥이 되도록 놔둘 순 없으니까.”
김세훈이 일어나서 간부들을 보며 또박또박하고 선명한 발음으로 고했 다.
“이틀 주겠다! 그동안 원정 준비를 끝마치도록! 알겠나?”
김세훈의 말에 간부들이 명치 부근 에 주먹을 붙인 부동자세로 대답했 다.
-알겠습니다!
김세훈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자리 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무 래도 이번엔 느낌이 좋았다.
천 명의 표류자, 그들을 흡수하면 원정대의 규모도 커지는 동시에, 그 만큼 그들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었 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