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300
사상 최강의 오빠 303화
루시올라(3)
루시올라는 스콜과 합류한 후, 풀 문급 랭커인 버나드와 레벨 18인 그의 부관. 그리고, 레벨 16 이상의 상위 랭커로만 구성된 30명의 별동 대를 이끌고 반왕동맹을 나섰다.
숲길에 있는 가문회의 부대를 요격 하기 위함이었다.
루시올라가 가문회의 부대의 위치 를 알려줄 두 번째 첩보를 기다리며 원정을 여유롭게 이끄는 와중, 김세 훈이 입을 열었다.
“희한하네.”
자신의 목덜미가 보금자리인 양, 목도리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큘과 코알라처럼 자신의 오른쪽 허벅지에 찰싹 붙어 있는 카이에게 시달리던 김세훈이 자신을 경계하는 회색 늑 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카이와 달리 이 녀석은 절 좋아하 지 않네요? 쩝, 이건 이것대로 섭섭 하네. 오히려 카이보다 훨씬 사이가 원만했었는데….” 날렵한 몸매의 회색 늑대, 스콜이 김세훈과 같이 있기 싫다는 듯 거리 를 유지하는 걸 본 루시올라가 말했 다.
“카이도 엄밀히 말해 널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뭐랄까… 포식 자에게 애교부리는 피식자처럼 보이 거든.”
김세훈이 자신의 허벅지에 볼을 부 비며 애교를 부리는 카이를 보며 고 개를 갸웃했다.
“그래요? 전 잘 모르겠는데.”
“넌 잘 모르겠지만… 원래 카이는 애교 같은 거 안 부려. 나한테도 친 한 친구를 대하듯 친근감을 표할 뿐, 딱히 애교다운 짓을 한 적은 없 었거든. 그런데… 너한텐 애교를 부 리네? 그것도 과하게 느껴질 정도 로… 으음, 그래서인지 몰라도 보다 보면….”
마치, 주인을 맞이한 노예처럼 느 껴져라는 뒷말을 삼킨 루시올라가 김세훈을 곁눈질했다. 지금에 와서 루시올라는 에일린의 기억과 경험을 대부분 흡수한 상태였고, 덕분에 기 억이 어느순간부터 끊겼는지도 선명 하게 떠올 랐다.
‘에일린이 기억하는 건, 베히모스 이전의 김세훈이야. 그리고,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지. 그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나는 가늠도 못 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애초에 태어나길 정신체로 태어난 나이트메어를 제외하고, 연옥 내의 십좌는 영혼체. 혹은 영혼의 잔재밖 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 고, 그건 새로운 숙주인 버텍스가 나타날 때까지 변치 않을 일이었다.
하나, 연옥이 앙그라에 손에 들어 온 후 상황은 변했다. 그는 이휘에 게 연옥을 줄 생각도, 십좌 같이 쓸 모 있는 존재들을 썩힐 생각도 없었 기에, ‘육체연성술’이라는 신술(神 術)로 그들의 그릇을 연성해 영혼체 에게 부여했다.
그리고 바로 이 그릇이, 신의 인형 이라 불리는 호문클루스였다.
‘벌써 십 년…인가?’
루시올라는 자신이 태어나던 날의 색채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그 녀에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흑백이 었고, 회색이었다.
영혼이라는 게 있어 생전의 능력과 인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정협과 십좌와 달리, 그녀에겐 아무것도 없 었고, 그렇기에 영혼도, 기억도, 감정 도 없는 마네킹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어느 날, 앙그라가 중간계에서 누 군가의 머리카락을 가져오기 전까지 는.
-이것은 과거 베히모스의 연인이 었던 자의 생체조직이며, 이것이 네 가 그녀의 모습과 능력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뭐… 그래 봤자 영혼도 감정도 없는 껍데기가 되는 게 고작이겠지만… 오히려 그 래서 더 좋지.
뱀은 웃으며 말했다.
-루시올라. 넌 이제부터 감정을 연 기하는 법을 연습해라. 배우가 배역 을 연기하듯, 에일린의 습관이나 말 투에 대해 배워라. 아, 스승은 걱정 마라. 이 머리카락에 담겨 있는 그 녀의 자취가 그 어떤 것보다 훌륭한 교재가 되어줄 테니까.
하지만 뱀은, 앙그라는 패착을 저 질렀다. 그는 이 머리카락이 루시올 라에게 에일린의 기억을 꿈으로 보 여주고, 성녀의 능력을 빌리게끔 해 주는 게 끝일 거라 생각했던 것이 다.
‘앙그라는 몰랐어. 이 머리카락에 깃들어 있는 게 그녀의 능력과 기억 의 잔재만이 아니었다는 걸….’
뱀은 귀한 도구를 취급하듯, 인형 을 아끼고 보살피며 말했다.
-대양을 노닐며, 나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은밀한 곳에 서식하는 귀한 먹잇감을 집어삼키는 대어가 있다. 그러니, 너는 나의 인형이며, 동시에 미끼가 되리라. 그 대어가 먹음직스럽게 살이 통통 오르는 날. 나는 기꺼이 너를 이용해 그것을 먹 어치울 테니.
호문클루스는 앙그라의 인형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몸에는 영주(靈 主)의 인(印)이 새겨져 있다.
그래. 평소에는 독자적으로 판단하 며 자주적으로 움직이나, 유사시에 는 노예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밖에 없는 인(印)을.
‘그래서 내가 아직 정협이에 대해 세훈이에게 말하지 않은 거야. 내가 아는 세훈이라면 정협이를 믿을 거 고, 그리되면 영주에 의해 지배당하 는 정협이는 언젠가 세훈이를….’
유일하게 본체를 유지하고 있는 나 이트메어를 제외한 모든 십좌와 이 정협의 육신은 호문클루스의 그것을 모체로 하기에, 그들은 어떤 순간에 도 감히 앙그라를 거역할 수 없었 다.
오직 단 한 명. 에일린에 의해 변 질된 자신을 제외하고는.
‘머리카락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던 날 깨달았다. 흑백그림에 칼라를 채 워넣듯, 무채색이던 세상이 나에게 다른 색채로 다가오기 시작했단 걸.’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몰랐 다. 그저, 루시올라는 어렴풋이 이게 소위 말하는 기적이 아닐까 하곤 생 각했다.
아니면 모르지.
죽어서도 남은 이를 걱정하던 어떤 여인의 집념이 낳은 필연일지도.
‘나를 일깨우던 감정. 꿈속의 남자 에 대한 동경. 그런 것들이 알게 모 르게 켜켜이 쌓이던 과정 속에서 에 일린은 나를 채워가고 있었고, 세훈 이를 만나게 된 그 날. 나는 비로소 앙그라의 영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 다.’
물론 영주의 인이 항상 그녀를 강 제하고 있는 건 아닌 만큼, 당장 김 세훈을 배신하거나 그러진 않았으리 라. 하나, 대신 불안했겠지.
언제 어느 날 앙그라의 말 한마디 에 휘둘려 그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지 몰랐으니까.
‘십 년. 이 세월은 어찌나 길고 값 비싼지, 인형이었던 나는 어느새 인 간의 흉내를 내게 됐다. 그런데… 지금.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 음에도, 세훈이는 왜… 하나도 변하 지 않은 것처럼 보일까…?’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건 만, 어째서 그 수 배를 넘는 시간을 지새웠거늘, 김세훈은 그때의 모습 그대로일까?
아니면?
혹시, 그대로인 척 하는 걸까?
서늘한 감정이 가슴을 스쳐 지나가 기 무섭게, 루시올라의 눈에 김세훈 과 같은 공간에 있기 싫다는 듯 뒤떨 어져 있는 스콜과 김세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애교를 부리는 카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카이. 스콜. 십좌인 너희들은… 연 옥. 그 안에서, 세훈이에게서… 대체 뭘 본 거니?’ 상념과 상상 속을 노니는 그녀를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목소리가 일깨 웠다.
“누나.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해 요?” 나쁜 생각을 하다 들킨 소녀처럼 화들짝 놀란 루시올라가 어색한 미 소와 함께 답했다.
“응? 아니, 별거 아냐. 그냥… 생 각할 게 좀 있어서.” 그리 말하며, 루시올라는 정돈 안 된 흑발에 의해 반쯤 뒤덮여 있는 김세훈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세훈이의 눈 을 본 적이 있었던… 가?’
백옥같은 피부와 앵두 같은 입술이 자리 잡은 하관을 제외하곤 그의 눈 매와 눈동자를 본 적이 없다는 생각 에 루시올라가 고개를 모로 세우고 있을 때, 별동대의 부지휘관인 버나 드의 부관, 루카스가 와서 말했다.
“루시올라 님. 곧 숲길에 진입합니 다만… 가문회의 첩자가 보내기로 한 두 번째 첩보가 아직 도착 안 한 데다, 여기서 더 들어가면 적들 이 눈치챌 수 있으니 여기서 잠시
대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레벨 18의 부관, 루카스의 말에 루 시올라가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 했다. 오후 6시. 원래 첩보가 도착 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 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일 자체가 워 낙에 변수가 많은 만큼, 시간을 엄 수하는 게 어려운 건 사실.
1시간 정도 더 기다려보기로 결한 루시올라가 말했다.
“그러죠. 대신 금방 움직여야 하니 불을 피우거나 캠프를 설치하진 말 고, 근처에서 대충 휴식을 취하며 첩보를 기다립시다.”
“네,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김 세훈이 노을이 내려앉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 후, 주변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이내, 김세훈이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는 큘 의 미간을 톡톡 두드렸다.
– 케?
“큘. 내가 저번에 마법진을 심어줬 으니 이제 날 수 있지?”
김세훈의 물음에 큘이 쬐깐한 날개 를 파닥파닥거렸다. 긍정의 몸짓이 었다.
“좋아. 그럼 조금 지루해도 내가 부를 때까지 근처를 계속 날아다니 면서 살펴줘. 그러다 무슨 일 있으 면 바로 전해주고. 알았지?”
-케르륵 케케!
큘이 >_< 표정으로 고개를 위아래 로 시원스럽게 흔들었다. 마치, 나만 믿으라고! 하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 믿음직스러운 장담에 김세훈이 피식 웃더니, 아공간 주머니에서 투 명 망토를 꺼내 큘에게 덮어준 뒤, 쉽게 벗겨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묶 었다. 풍경과 동화돼 감쪽같이 모습 이 사라진 큘을 만족스럽게 바라본 김세훈이 큘의 등을 토닥였다.
-케케케케!
큘이 쬐깐한 날개를 파닥거리자, 날갯죽지 부근에 있는 부유의 마법 진이 밝게 빛났다.
매처럼 날아오른 큘이 주변을 정찰 하기 시작하기 무섭게, 옆에 있던 루카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 다.
“김세훈씨. 당신 지금 뭐한거죠?”
자신의 돌발 행동이 마음에 안 들 었는지, 눈을 부라리는 루카스를 보 며 김세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별거 아닙니다. 혹시 몰라서 보험 을 들어둔 거니까요.”
“보험? 정확히 설명해 주시죠.”
“설명? 뭐, 어려울 것 없죠. 그저, 제 환수에게 비행 정찰을 부탁했을 뿐입니다. 잠깐 쉬는 와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혹시 모르는 거니까 요.”
“비행 정찰? 지금 그런 걸 상사의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진행했다는 겁니까?”
가시 돋은 루카스의 태도. 그리고, 그의 작정한 듯한 눈빛을 본 김세훈 은 이 부관이 건수를 노리고 있었다 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래도, 레벨이 12에 불과한 자 신이 별동대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시종일관 루시올라의 옆에 있던 게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루시올라의 아랫사람과 언쟁을 할 생각이 없었던 김세훈은 즉시 허리 를 숙이며 사죄했다.
어찌됐든간에, 언질 없이 돌발행동 을 한 자신에게 잘못이 없는 건 아 니었기 때문이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 습니다. 다만, 저도 별동대에 속해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던 것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김세훈의 발 빠른 사과를 받고 잠 시 그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루카스가 루시올라에게 말했다.
“루시올라 님. 제가 이 친구에게 할 말이 있어서 잠시 데려갈까 하는 데… 괜찮겠습니까?”
“한마디? 무슨 말을 하려고요?”
“그저 이 별동대의 부관으로서, 지 극히 당연한 말을 하려는 것뿐입니 다. 또한, 지휘관인 루시올라 님이 옆에 계시면 제가 말을 가려 해야 하는지라 불편한 만큼, 허락해 주시 면 제가 할 말만 하고 조용히 돌려
보내겠습니다.” 루시올라는 루카스의 태도가 호의 적이지 않아 영 내키지 않았지만,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하는 별동대 대 장으로서 정중한 부관의 요청을 거 절할 구실이 떠오르지 않았다.
안 그래도 누나라는 김세훈의 친근 한 호칭이 마음에 걸려 별동대와 거 리를 두며 원정을 이끌던 판 아니던 가?
이 이상 눈에 띄는 짓을 해서 후 에 앙그라가 간섭할 여지를 남기는 건 좋지 않았다.
결국, 이번엔 양보를 하는 게 현망 하다 생각한 루시올라가 말했다.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루시올라의 허락을 받은 루카스가 김세훈의 팔을 툭툭 쳤다. 따라오라 는 제스쳐였다.
김세훈은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듯 혀를 찬 후, 허벅지에 매달려 떨어 질 생각을 않던 카이를 떼어놓고 루 카스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대화소리가 안 들릴만큼 루시올라와 떨어졌다 판단한 루카스 가 서릿발같은 기세로 쏘아붙였다.
“김세훈 씨. 난 당신이 참 이해가 안 됩니다.”
“음,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니 좀 난감하네요. 혹시 어떤 부분 때 문에 그러시는지 여쭤도 될까요?”
김세훈의 정중한 질문에 루카스가 가시돋은 혓바닥으로 답했다.
“레벨 12주제에 굳이 별동대에 따 라온 것도, 낭중지추라는 격언을 모 를 만큼 멍청해 보이지도 않은데 괜 히 나대는 것도. 전부 말입니다.”
“글쎄요. 제가 별동대를 따라나선 게 내키지 않으신 건 이해해도, 나 댔다는 부분은 동의하기 힘든데요.” 루카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소년. 그것도 레 벨 12의 애송이가 꼬박꼬박 말대꾸 를 하는 꼬락서니가 마음에 안 들었 던 것이다.
뿐이랴? 이러한 태도가 버나드와 루시올라를 등에 업은 호가호위적 마인드에서 기인됐다는 생각이 들 자,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도 모자 라 욕지기가 절로 나왔다.
“X만 한 게 꼬박꼬박 말대꾸는….”
소곤거리듯 뇌까리긴 했으나, 면전 앞인지라 또박또박 고막에 박힌 욕 지기에 김세훈이 입가를 비틀었다. 하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저쪽이 계속 예의 바르게 나왔으면 몰라도, 자기 들으라는 듯 욕을 씨부리는 데 도 참고 있을 위인이 아니었다.
“염병할 꼰대 새끼가 짜증 나게….”
되로 주고 말로 받은 루카스의 얼 굴이 폭발하기 직전의 활화산처럼 벌게졌다. 모르긴 몰라도, 김세훈을 신경 쓰라는 버나드의 신신당부라거 나, 루시올라와 친해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면 단매에 그를 때려잡고도 남았을 것이다.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아, 죄송합니다. 루카스 님이야말 로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제가 귀 가 안 좋은지라 안 좋은 소리는 걸 러 듣거든요. 물론, 루카스 님도 제 말을 잘 못 들으셨으리라 생각합니 다. 안 그렇습니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모기망 바깥에서 앵앵거리는 파리 처럼 이 얄밉고, 능청스러운 말본새 라니?
순간 꼭지가 돌아서 김세훈의 모가 지로 돌려버릴 뻔했던 루카스가 이 를 빠득 갈며 포도 씨를 씹어뱉듯 말을 뱉었다.
“말단이 지휘관의 옆에서 알랑방귀 를 뀌는 게 나대는 게 아니면 뭐가 나대는 걸까요?”
“아, 그게 마음에 안 드셨습니까?”
“그리고, 부관인 저의 허락도 없이 환수를 내보내다니? 당신이 제정신 입니까?”
“인정. 그건 제 잘못이긴 하네요. 그래서요? 다른 게 또 있습니까?”
인정한다면서 이죽거리는 듯한 어 투와 씰룩거리는 김세훈의 입가를 본 루카스가 폭발해 버렸다.
“또 있지요! 레벨 12 주제에 내 말 에 꼬박꼬박 말대꾸하고! 버나드 님 과 루시올라 님을 등에 업고 나를 압박하는 그 알량한 처세가 아주!
아니꼽거든요!”
“결국, 그게 진심이셨군요?”
루카스가 충혈된 눈으로 김세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김세훈 씨?”
“네.”
“똑똑히 기억해 두세요. 이곳은 약 육강식의 라플레시아입니다. 하계처 럼, 호가호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리고… 잊지 마 시길. 사고란 건 언제 어느 때든 일 어날 수 있는 거란 걸.”
김세훈이 귓구멍을 후비며 심드렁 한 투로 답했다.
“네. 금과옥조와 같은 조언. 감사드 립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뭐가요?”
“난 호가호위한 적 없습니다. 그냥, 내 능력에 마땅한 대우를 받고 있을 뿐이죠. 버나드? 그는 내 재주가 탐 이 나서 내게 잘 보이려 하는 것뿐 이고. 루시올라 님은… 아, 이쪽은 내가 너무 잘생겨서 잘해 주는 것 같군요. 이 부분은 이해해 주시길. 뭐, 잘생긴 게 죄는 아니잖습니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날카로운 분 위기에도 서슴없이 농을 뱉는 김세 훈의 행태에, 루카스가 주먹을 꽉 쥐고 김세훈에게 한발 다가갔다. 여 차하면 한 대 칠 기세였다.
“이 미친 꼬맹이가 진짜….”
김세훈이 거기까지 하라는 듯 손바 닥을 들어 제스쳐를 취한 뒤 단호하 게 말했다.
“그리고 루카스. 당신도 나한테 잘 해야 될겁니다.”
그 뜬금없는 말에 루카스가 눈가를 씰룩이며 말했다.
“갑자기 웬 개소리를….”
“무능한 당신이 나를 질투하고, 꼰 대질 하기 전에 했어야 할 일을 내 가 대신해 줬으니까요.”
-케케케케케!
낯익은 경박한 웃음과 함께 하늘에 서 내려온 큘이 답답한 투명 망토를 벗어 던지고 김세훈의 뺨을 핥으며 아양을 떨었다. 칭찬해줘! 하는 듯 한 몸짓이었다.
루카스도 바보는 아닌지라, 급히 돌아온 환수의 태도와 김세훈이 뱉 은 말의 앞뒤를 재보고는 중얼거렸 다.
“저 환수는 김세훈이 정찰을 보 낸… 잠깐, 설마?”
큘에게 전달되는 텔레파시 보고를 들으며 김세훈이 차근차근 말했다.
“이봐요. 꼰대. 부디, 당신이 내 생 각보다는 유능하길 바랍니다. 상황 이 별로 안 좋거든요. 지금 즉시, 전 별동대에게 알리고 신속하게 진 형 정비하세요. 여기서 10분 거리. 적의 요격부대가 우리의 위치를 정 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무서운 속도 로 돌격해오고 있다고 하니까요. 그 리고 적 전력은….”
자신의 말에 대경실색했는지, 창백 한 안색의 루카스를 일별한 김세훈 이 큘에게 마지막 보고를 듣고는 아 랫입술을 깨물며 말을 이었다.
“…챔피언으로 짐작되는 존재 하 나. 풀문급 다섯… 나머지 60명… 빌어먹을….”
이쯤 되자,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 다고 방심한 반왕동맹이 한심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첩자를 이용할 줄 아는 게 이쪽만이 아니란 걸 진즉에 알았어야 했던 것이다.
김세훈이 전력에 대해 듣고 넋이 나갔는지, 멍하니 서 있는 루카스에 게 소리를 빽 질렀다.
“뭐합니까! 이대로 죽을겁니까? 당 장 가서 준비해요!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