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305
사상 최강의 오빠 308화
늪 길(1)
“정령경! 말도 안 돼! 저딴 놈이 어떻게 저리 귀한 아티팩트를….”
“젠장, 장시찐 님이 전장을 이탈하 시기 전에 빨리 루시올라를 잡아! 어떻게든 하라고!”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런데 이 망 할 늑대 새끼가 너무 빨라!” 정령경의 태동을 느낀 풀문 랭커들 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금세라도 김세훈이 달려들어 자신들의 뒷목을 물어뜯을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붉은 곰은 전신이 걸레짝 이 되었는데도 그들을 물고 늘어지 며 시간을 지연시켰다.
왼발이 잘린 것도 모자라, 가슴과 등에 고랑 같은 상흔을 입고도 여전 히 끈질긴 키문카무이를 본 랭커들 은 얼이 빠질 지경이었다.
목표였던 루시올라는 스콜의 등에 올라타 지하실 쥐새끼처럼 잡힐 생 각을 안 하지, 키문카무이는 치명상 이라 확신한 공격을 수십 번을 넘게 맞고도 움직이지.
그뿐인가? 뒤에선 웬 애송이 하나 가 챔피언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분전을 치르고 있지 않던가?
그들은 이렇듯 뜻하지 않은 변수가 연달아 터지자, 머릿속이 헝클어져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큭… 이 곰 새끼는 대체 어떤 어 빌을 지니고 있길래 뒈지질 않는 건 데?!”
풀문이 되어 스텟이 동등해졌다고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기량을 지니게 되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각자 가 지닌 어빌리티에 따라 기량이 천 차만별이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키문카무이의 천성 어빌리티 ‘괴력 난신(怪方亂神)’은 단순히 근력과 내구를 보정하는 효과뿐 아니라, 생 명이 경각에 달하는 위기에 처하면 불가사의한 현상을 불러오는 효과가 있었다.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이 치명상을 입고도 멀쩡히 움직인다거나, 일정 시간 동안 생명이 쇠하지 않는 등의 현상 말이다.
다만, 괴력난신의 이러한 특성이 김세훈에게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 는, 불특정 버프인 괴력난신보다 상 위 권능인 을-로그의 초재생 때문 이었다.
무통증에 걸린 사람이 통증을 느끼 지 못하는 것처럼, 김세훈이 죽음에 이르는 상처를 입어도 매번 부활해 버리니, 괴력난신이 발동하지 않았 던 것이다.
-크허어엉!
키문카무이의 질긴 생명력과 근처 의 숲을 송두리째 뒤엎는 완력에 질 린 스벤이 뒷걸음질 쳤다.
‘빌어먹을, 똑같은 풀문급이긴 하 지만… 이 곰 새끼는 근력을 보정해 주는 어빌을 지녀 힘으로도 비비기 힘들고, 가죽이 얼마나 두꺼운지 맷 집도 가관이야. 게다가….’
스벤의 머리 위에선 은발 여인을 등에 태운 회색 늑대가 두 명의 풀 문 랭커와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지. 술래잡기라기보단 꼬리잡기 라고 해야 할 정도로, 회색늑대와 여인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스콜의 어빌리티 ‘태양 추적자’는 태양 무늬를 새긴 대상을 거리, 공 간, 차원을 불문하고 쫓아갈 수 있 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은 반 대로 도주할 수도 있다는 걸 뜻하기 도 했다.
즉, 태양 무늬가 새겨진 대상은 웬 만큼 기량 차이가 나지 않고서야 절 대 스콜을 잡을 수 없다는 소리였 다.
‘루시올라를 잡는 것도 요원해 보 이는데 차라리 후퇴를….’
스벤은 경을 치기 전에 후퇴를 택 하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 의 등 뒤로 김세훈이 그림자처럼 나 타났으니까.
“흡!”
스벤도 명색이 풀문인 만큼, 기습
에 대한 대처가 능숙했다. 등 뒤에 서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앞으로 덤 블링을 하며 뒤를 향해 검을 내지른 것이다.
김세훈은 자신의 명치를 향해 다가 오는 검 끝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하얀 거 미 다리 같은 뼈가 그의 팔뚝에서 튀어나와 검을 가로막았다.
탑에서 만났던 카츠에 신야에게서 뺏은 어빌리티. 뼈 지배였다.
“쳇. 희한하지만, 그게 전부인 어빌 리티….” 스벤의 이죽거림에 김세훈이 낡은 진주같이 혼탁한 눈동자로 스벤을 응시했다. 그 불쾌한 눈빛에 인상을 쓴 스벤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크게 부풀어 오르는 흉부. 동시에, 벌어진 입안에서 쏟아지는 음파의 폭풍.
우아아-!
김세훈이 즐겨 쓰는 기술인 하울링 이 스벤에게서 펼쳐진 것이다.
“강체술?”
김세훈이 뇌까리며 손뼉을 가볍게 쳤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쏟아져나 온 뼈가 그의 몸을 둥글게 감쌌고, 그도 모자라 뼈에서 뻗어 나온 마나 의 막이 뼈의 구체를 감쌌다
쿠르릉.
선풍기 바람에 꼼짝도 하지 않는 쇠 구슬처럼, 하울링 앞에 미동도 없는 뼈의 구체를 본 스벤이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어차피 이런 어설픈 공격으로 김세 훈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게, 상대는 챔피언을 상 대로 분전을 펼친 풀문 아니던가?
방심은 있을 수 없었다.
“응?” 스벤은 뼈의 구체의 한 면이 열리 자, 그 안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 른 누군가의 살가죽을 볼 수 있었 다.
스벤보다 배는 더 부풀어 오르다 못해, 살가죽이 아니라 고무처럼 느 껴지는 김세훈의 흉부였다.
“헛…!”
스벤은 순간적으로 위기의식을 느 꼈으나, 음속을 피하기엔 그의 움직 임은 너무 굼떴다.
우아아아아–!
무공의 1인자가 탐무라면, 강체술 의 1인자는 김세훈이랄 수 있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김세훈의 강체 술에 관한 기교는 스벤 따위가 비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스벤의 하울링이 미숙해 위력이 한 점에 집중되지 않고 범위공격으로 변질됐다면, 김세훈은 소리를 한점 에 집중해 스벤 단 한 명에게만 하 울링을 펼쳤다.
설사, 스벤 바로 옆에 잠이 든 어 린 아기가 있어도 깨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컨트롤이었다.
쿠르르르릉.
소리의 폭풍에 속절없이 노출된 스 벤이 코와 귀에서 피를 쏟으며 뒷걸 음질 쳤다. 200에 이르는 내구 수치 덕분에 치명상은 면했으나, 상당한 타격을 입은 건 분명해 보였다.
“크으….”
하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스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사지육신 이 꼼짝도 안 했던 것이다. 소리가 뇌를 울려버린 탓에 일어난 스턴 (StUn) 현상이었다.
‘저, 저건…? 아, 안 돼…!’
김세훈의 몸에서 피어오른 마나의 기운이 검의 형체를 이뤘다. 백 개 의 검으로 이루어진 병단. 그가 장 시찐에게서 훔친 비오의. 섬전천뢰 (問電千雷)를 자신이 감당할 수 있 는 만큼 흉내 낸 섬전백뢰(쪄電百 雷) 였다.
“살려….”
돌격하는 기마 부대처럼 쏘아져 간 백 개의 검이 스벤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내, 정육 기계에 썰린 고기마냥 육편이 되어 흩날리는 스 벤의 육신을 일별한 김세훈의 앞에 두 명의 랭커가 나타났다.
스콜을 쫓는 걸 포기하고 스벤을 도우러 온 그들의 얼굴엔 낭패한 기 색이 역력한 것이 이미 늦었다는 걸 자각한 것 같았다.
“스벤이 순식간에….”
“…어찌 보면 당연해 챔피언인 장 시찐 님과 잠시나마 대등하게 싸웠 던 놈이니까.”
“이건… 재목이군.”
“맞아. 최소 벽은 넘어설 재목이지. 뭐, 그런 재목이 우리의 적인 건 최 악이지만….”
말을 주고받는 레이와 오웬의 뒤 로, 은발 여인을 등에 태운 회색 늑 대가 은발 여인을 깃털과 같이 가볍 게 착지했다.
눈앞에 있는 막강한 적도 감당하기 쉽지 않거늘, 늑대까지? 갈수록 어 두워져 가는 전황에 오웬이 한 발자 국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보아하니, 전세는 이미 기울었군. 그렇지?”
김세훈이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 맞아.”
“게다가 이 망할 늑대 녀석의 능력 을 보아… 도망가는 것도 힘들어 보 이고.”
“그것도 맞군.”
오웬이 허탈한 웃음을 흘리더니 옆 을 힐끔 바라봤다. 거기선 게스터가 키문카무이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 다. 이곳을 보나, 저곳을 보나, 긍정 적인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현 상 황에 절망한 오웬이 하늘을 올려다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럼, 우리가 이제 할 수 있는 건 발악밖에 없겠군.”
김세훈이 오웬과 레이의 결연한 얼 굴을 보곤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 다.
“투항해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 지.”
김세훈의 권고를 들은 오웬이 헛소 리 말라는 듯 이죽거렸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근본 없는 너 희 떨거지와 달리 가문의 적자들이 다. 즉, 죽으면 죽었지. 쪽팔린 짓은 안 한단 소리지.”
김세훈이 피식 웃으며 냉소했다.
“좋아. 그럼 안 쪽팔리게 개처럼 밟아 죽여주지.”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김 세훈의 언사에 오웬이 얼굴을 굳히 더니,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 인지, 아니면 죽는 마당에 신경이라 도 긁고 싶었는지, 한줄기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거 아나? 늪 길에는 규정집행자 가 갔다.”
규정집행자라는 말에 김세훈의 얼 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뭐?”
“모종의 이유로 늪 길 쪽 요격대에 는 챔피언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규정집행자는 최 강의 풀문이고, 그녀와 함께 움직이 는 발할라는 최고의 클랜이니까.”
모종의 이유라 해봤자, 뻔한 상황 이었다. 가문의 적자를 죽인 바 있 는 김세정과 같이 움직이려는 챔피 언은 없기에 벌어진 일이었을 테니.
하나, 그때 루시올라가 난처한 표 정으로 입을 열었다.
“챔피언이 없어? 안돼. 그러면 김 세정은… 절대 이길 수 없어.”
김세훈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되물 었다.
“누나.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저쪽 에게 첩자가 있는 이상, 이쪽처럼 최소 두 배의 전력을 끌고 왔을 텐 데. 저라는 변수가 있었던 이곳과 달리 저쪽은 가문회가 충분히….”
“그래도 안 돼. 그쪽엔 소천아가 합류했어.”
소천아. 포르투나 아카데미에서 김 세훈과 부딪힐 뻔했던 마천루의 학 생회장이었다.
“소천아라면… 레벨 13의 애송이 아닙니까.”
루시올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 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하지만, 녀석의 소울 웨폰은 규격 외야. 어떤 의미론… 너보다 훨씬.”
김세훈이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녀석의 소울 웨폰이 뭔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분명, 파격 적이고 좋은 능력이긴 합니다. 하나, 그렇다 해도… 저와 비교될 정도는 아닙니다.” “너도 알고 있다면 얘기가 빠르겠 네. 네 말대로, 녀석의 소울 웨폰은 자신의 영혼 세계로 상대방을 끌어 들이는 거고. 너도 알다시피 영혼 세계에서 레벨은 아무 의미 없어. 그러니 김세정이든 누구든….”
김세훈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그렇다 해도 세정이가 품은 영혼체의 힘이 놈만 못할 리 없어 요. 저도 영혼 세계에 가서 안 사실 이지만, 정신력과 영혼체의 힘은 반 비례합니다. 그러니만큼, 그간 악전 고투를 해왔을 게 분명한 세정이가 소천아보단 월등히….” 루시올라가 이마를 손으로 집더니, 안타깝다는 듯 탄식했다.
“내가 말했지? 소천아는 너 못지않 은 규격 외라고. 녀석의 소울 웨폰 은… 소울 이터(Soul Eater). 대상의 영혼을 잡아먹어 영혼체의 힘을 키 우는 능력이야.”
“저도 알아요. 그래서 그것까지 감 안해서 말한 겁니다. 저번에 마주쳤 을 때, 저는 제 능력을 이용해 놈을 예측했습니다. 당시에 놈은 그 정도 까진 아니었어요. 세정이라면 충분 히 감당할 겁니다.”
김세훈의 확신 어린 목소리에 루시 올라가 어두운 목소리로 단답했다.
“그때까진 그랬겠지. 앙그라의 손 길을 타기 전이니까.”
앙그라라는 말에 움찔한 김세훈이 루시올라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타는 듯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격정적인 감 정에 가득 찬 것이 걱정이라는 걸 깨달은 루시올라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기적인 생각인진 몰라도, 지금 이 순간 몹쓸 호기심이 떠오른 것이 다.
만약 김세정과 자신 중 하나를 택 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김세훈이 어느 선택지를 고를까에 대해서.
루시올라가 자신의 뇌리에 떠오른 생각이 망측하다는 듯 고개를 털어 떨쳐내는 것을 본 김세훈이 말했다.
“…제가 알기로 소천아는 나이트메 어나 앙그라와 관계가 없었….”
“맞아. 쟁투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는 우리도 소천아의 가치를 몰랐어. 가치를 안 건 어제거든. 그리고 앙 그라가… 녀석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어제지.”
김세훈이 이를 빠드득 갈며 섬뜩한 목소리로 뇌까렸다.
“앙그라….”
“소천아를 본 앙그라는 크게 기뻐 하며 녀석의 힘을 키우기 위해, 영 혼체의 힘이 강한 이들 백 명을 골 라 녀석에게 먹였어. 하룻밤 만에 녀석의 성장을 위해 백 명이나 되는 인명을 소모한 거지.”
루시올라가 눈을 질끈 감더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론 그릇이 한정돼 있는 한 영혼 체의 성장도 한계가 있어.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야. 지금 소천아의 영혼체는… 웬만한 챔피언의 영혼체 도 잡아먹을 만큼 강대해졌다는 것. 그러니 김세정은 아마….” 거기까지 들은 김세훈이 말없이 손 을 휘젓자, 그의 발밑으로 시커먼 구멍이 열렸다. 상황이 상황이니만 큼, 무리해서라도 망명을 운용한 것 이다.
잠시 후, 세 명의 풀문 랭커를 정 리한 김세훈이 스콜의 등에 올라타 늪 길로 향했다.
부디,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