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386
사상 최강의 오빠 390화
미녀와 야수⑴
삼 일 후, 시크릿 쉘터 공부방.
일기토를 앞둔 장수처럼 결연한 얼 굴로 김세훈과 마주 본 에일린이 입 을 열었다.
“불로 세포의 모체는?”
김세훈이 즉답했다.
“벌거숭이 두더지쥐.”
“두더지쥐가 모체로 선택된 이유 는?”
“노화에 대한 내성이 있어 일반 설 치류보다 5배에서 10배 이상 장수. 사람으로 치면 최대 800세까지 사 는 셈이라, 당시 연구진들은 두더지 쥐의 이러한 특성을 보고 연구가치 가 있다고 판단.”
에일린이 과외선생님처럼 엄격, 근 엄, 진지한 표정으로 노트에 줄을 그으며 말했다.
“좋아요. 뭐, 이건 상식이고… 그럼 벌거숭이 두더지쥐의 히알루론산에 서 불로 세포의 추출물 함유량을 체 크할 수 있는 공식을 써보세요.”
김세훈이 거침없이 공식을 써 내려 가자, 옆에서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에일린이 틀린 구석을 찾아볼 수 없 자 입을 빼죽거렸다.
“제법이시네요?”
“과외선생 실력이 미모만큼이나 제 법인지 라.”
김세훈의 능청스러운 아부에 에일 린이 새침한 얼굴로 말했다.
“원래 아무한테나 그렇게 혓바닥이 헤프세요?”
“아무한테는 아니고….” 김세훈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 을 위아래로 두어 번 왕복하며 히죽 거렸다.
“여기 컨디션이 괜찮은 사람한테 만.”
에일린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칭찬은 감사한 데… 보답 멘트 쳐 드리기가 힘드네요. 그도 그럴 게 지금 김세훈 씨는 여기 컨디션이 좀….”
에일린이 자신의 얼굴 앞에서 손바 닥을 왕복하며 장난스럽게 웃자, 김 세훈이 똥 씹은 표정으로 손거울을 들었다.
주근깨투성이에 내시 수염을 한 청 년이 비치는 거울을 본 김세훈이 투 덜거렸다.
“그건 그쪽이 너무 못 생기게 세팅 해 줘서 그렇잖아. 이래 봬도 본판 은 어디 가서 안 꿀린다고.”
“그건 그쪽 생각이시고요.”
“뭐래, 나 샤워하고 거울 보면 완 전 배우가 따로 없던데.”
“…다음부터는 안구 컨디션도 좀 챙기셔야겠네요.”
김세훈이 자신의 내시 수염이 마음 에 안 든다는 듯 검지 툭툭 건드리 며 툴툴거렸다.
“젠장, 내가 아는 누나는 분명 잘 생겼다고 그랬는데….”
“어머, 혹시 그분한테 돈 빌려주시 지 않으셨어요? 아마 사채를 입으로 갚으려고 하셨나 봐요. 빈말이 요란 하신 거 보니.”
문득, 어빌리티 경국지색이 고파졌 던 김세훈이 투덜거렸다.
“그만 갈구고, 이거 인피면구인 것 같은데 괜찮은 거야? 혹시라도 미션 중에 걸리면 골치 아파지잖아.”
“그래 봬도 이사오 씨가 심혈을 기 울여 만든 거라 작정하고 조사하지 않는 이상 걸릴 일 없을 거예요. 그 리고 얼굴에 칼 대면 나중에 가족 보기 남사스럽다고 다른 방법 없냐 고 난리 친 게 누구인데 그래요?”
김세훈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거야 가족 보기도 그렇고, 자칫 했다가 잘난 본판 분실하면 곤란하 잖아. 그리고 난리 치진 않았어. 그 저 다른 방법 없냐고 정중하게 물었 지.”
“…근데 정말 잘생겼다고 생각하세 요?”
“남자가 그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지.”
에일린이 김세훈의 앙증맞은 옆구리 살을 검지로 푹, 찌르며 키득거렸다.
“으이그… 요기 튜브부터 빼고 말 씀하시는 게? 튜브가 터질 것 같아 서 수업 중에도 자꾸 눈이 가던걸 요?”
인조 피부로 만들어진 면구 위로도 붉은 기가 감돌 정도로 얼굴이 시뻘 게진 김세훈이 자신의 튜브를 감추 며 버럭했다.
“빌어먹을. 뺄 거야! 그리고 이건 내가 찐 게 아니라고!”
“네네. 김세훈 씨 잘못이 아니라 그쪽 위장이 잘못이지요.”
진심 억울했던 김세훈이지만, 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일린은 깔깔 웃으며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청바지로도 감출 수 없는 늘씬한 각선미. 하얀 블라우스의 어깨선을 타고 은빛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머 리카락. 붓으로 그린듯한 눈썹과 은 구슬 같은 눈동자.
여느 때와 다름없는 그녀가 자신의 눈앞에 한가로이 앉아 있단 사실 때 문일까?
아니면 불현듯 고개를 든 추억에 흘려 버린 걸까.
김세훈은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그 녀를 바라봤다.
노트에 열심히 무언가를 끄적이던 에일린이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아! 깜빡할 뻔했네. 자요. 위장 신 분 작업이 완료됐어요. 신분증 받으 세요.”
김세훈이 신분증을 받아들며 물었 다.
“이름은?”
“최요한. KR돔 출신의 불로 세포 과의 교수로 이번에 시온으로 들어 오게 된 신입이죠.”
“또 신입인가? 쯧, 불편한데. 그냥 경력 있는 교수가 낫지 않아? 괜히 처음부터 텃세에 시달리다 보면 성 깔 나온다고.”
“이 보디가드 님께서 그런 일 없도 록 해줄 테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어쩔 수 없잖아요. 신입이 위장 신 분 만들기 훨씬 수월한걸요.”
“뭐, 그렇긴 하지만….”
“아, 그리고 이것도 받으세요. ”
에일린의 노트를 얼떨결에 받아든 김세훈의 얼굴이 원숭이 엉덩이를 본 것처럼 일그러졌다.
일단 노트의 첫 소절.
‘내 남자친구가 되려면?’이라는 소 제목부터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 다.
“…뭐야 이건?”
“아니, 절 너무 뚫어지라 쳐다보시 길래 궁금하실 것 같아서….”
1. 잘생겨야 됨.
2. 착해야 됨.
3. 똑똑해야 됨.
4. 몸매가 좋아야 됨.
5. 내 마음에 들어야 됨.
6. 연하여야 됨. *(중요)
멍하니 노트를 바라보는 김세훈에게 에일린이 물개 박수를 치며 말했다.
“축하해요! 그래도 여섯 가지 중에 3번 조건 하나는 클리어하셨네요!”
“…약을 먹은 거야? 아니면 오늘 먹어야 될 약을 아직 안 먹은 거 야?”
에일린이 도도한 고양이 같은 눈웃 음과 함께 말했다.
“뭐래, 나한테 관심 있는 거 팩트 면서.”
솔직히 관심 있는 게 맞는지라, 김 세훈도 딱히 할 말이 없긴 했다.
실제로 그런 티를 낸 것도 사실이고.
a=己 n 어….
“아니, 그럼? 3일간 그렇게 대놓고 쳐다보는 데 내가 모르길 바랐어요? 에헴, 그런데 보셨죠? 저 까다로운 여자예요.”
“아니 다른 건 그렇다 쳐도 6번 은…”
“응? 무슨 소리예요. 당신 나보다 나이 많잖아요.”
“아닐걸?”
에일린이 어이가 가출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뭐라고요? 아니, 여태 그렇게 뻔 뻔스레 반말한 주제에… 나보다 나 이가 어리다고요?”
“어… 그럴 건데. 아마도.”
에일린이 사뭇 심각해진 표정으로 레이븐에게 받은 바 있는 김세훈의 프로필을 살폈다.
그리고 무심코 넘겼던 나이 부분을 확인한 그녀의 손아귀에서 펜이 나 무젓가락처럼 부러졌다.
그녀가 무슨 문제라도? 라는 표정 으로 자신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김 세훈을 일별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왠지 몰라도 저 뻔뻔한 인간에게 성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휴, 말해 뭐해… 됐어요. 어차피 교수를 연기해야 되는 마당에 반말 가지고 태클 걸기도 뭐하네요.”
“바로 그거야. 어차피 내가 교수면 보디가드한테 존대하는 것도 웃기잖 아. 그래서 겸사겸사….”
에일린이 손을 털자 부러진 펜의 뾰족한 심이 김세훈의 귀밑을 스치 고 지나갔다.
머리카락 한 가닥이 나풀거리며 김 세훈의 어깨에 내려앉자, 에일린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며 귀부인처럼 웃었다.
“어머, 실수.”
부러진 펜을 다트처럼 날리다니?
누가 버텍스 아니랄까 봐 끝내주는 신체 능력이었다.
맞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반응하진 않았으나, 등골이 서 늘한 건 어쩔 수 없었던 김세훈이 물었다.
“…실수 맞지?”
“아마도요? 자, 이쯤 했으면 준비 는 대충 끝난 것 같으니… 가시죠. 교수님. 데뷔하셔야죠.”
에일린은 그리 말하면서 남몰래 한 숨을 쉬었다.
김세훈이 3일 동안 관련 지식을 공부했다곤 하나, 교수라는 직함에 걸맞을 정도로 준비된 건 아니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이 다.
그러나 김세훈이 수박 겉핥기식의 지식만으로도 연기하는 덴 문제 없 다며 재촉하는 바람에 서두를 수밖 에 없었다.
이 남자는 뭐가 그리 급한지, 항상 시간에 쫓기는 것처럼 굴었기 때문 이다.
‘…진짜 알 수 없는 남자라니까.’
에일린은 그리 생각하며 김세훈을
은근슬쩍 힐끔거렸다.
그녀는 미처 알지 못했다.
3일간 상대를 대놓고 쳐다본 게 비단 김세훈만의 일은 아니었다는 걸.
그날 밤. 김세훈은 최요한의 인피 면구를 쓰고 정장을 입은 채 에일린 과 함께 파티장으로 향했다.
장쩌우 교수의 세미나 종료를 기념 하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아직 최요한의 신원이 확실하지 않 은 탓에 그들은 가는 도중에 몇 번 이나 시온의 검문 절차를 거쳐야 했 지만, 다행히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레이븐이 뒤에서 힘을 써준 덕분이었다.
역시 알프스의 장자랄까. 비록 이 미지는 엉망이어도 영향력 하난 끝 내줬다.
에일린이 기능성 정장을 입은 채 김세훈과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
“알죠?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장쩌우 교수와 친분을 만들어야 한 다는 걸.”
“걱정 마. 알아서 잘할 테니까.”
“걱정이 되니까 그렇죠. 후우, 역시 공부를 더 하고 왔어야 했어요. 불 로 세포에 관심이 많은 장쩌우 교수 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선 불로 세포에 관한 폭넓고 깊은 지식이 필 수인데… 아직 한참 모자라잖아요.”
버텍스인 김세훈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관련 지식을 흡 수했으나, 불로 세포는 아무리 명석 하더라도 단 며칠 만에 정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게다가 장쩌우 교수가 그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인 만큼 질문도 날카로울 테고.
“괜찮아. 아예 생각 없이 이러는 건 아니니까.”
“…믿어도 돼요?”
“그래.”
파티장에 들어선 김세훈은 능숙한 손길로 지나가는 웨이터의 쟁반에서 샴페인 잔을 두 개 들었다.
김세훈이 한 잔은 에일린에게 주고 다른 한잔은 자신이 홀짝이며 말했 “음, 샴페인 괜찮네.” 샴페인의 향긋함을 즐기는 김세훈 을 에일린이 타박했다.
“와, 미쳤나 봐. 이보세요. 최. 요. 한. 교수님. 지금 제정신이세요? 이 중요한 상황에 술을 마신다고요?”
“마시라고 있는 거야. 그리고 안 마시면 오히려 의심을 살걸?”
김세훈이 샴페인을 가볍게 원샷 하 고 한 잔을 더 짚자, 에일린이 기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으… 난 몰라 이러다 일 그르치 면 미워할 거야. 진짜.”
그때, 파티를 즐기던 이들 중 상당 수가 에일린을 보고 이쪽으로 몰려 들기 시작했다.
마치 먹이를 본 물고기 떼 같았다.
-에일린 씨가 여긴 어쩐 일이세 요?
-팬입니다. 사인 좀….
-메딕(MediC)의 팀장님이 범생이 들만 있는 이런 칙칙한 곳에 왕림해 주시다니…. 아, 저 너무 좋아서 죽 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예 요?
-아, 복장 보니 경호하고 계신 것 같네요. 오… 에일린 님의 경호를 받다니? 처음 뵙는데 꽤 저명하신 분인가 봐요.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김세훈이 턱을 긁적이며 에일린을 슬쩍 쳐다 봤다.
그러자, ‘봤죠? 나 이런 사람이에 요’라는 거만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 올리고 있는 에일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사람들이 에일 린뿐만이 아니라 김세훈에게도 관심 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에일린이 경호를 한다는 것만으로 도 그 사람의 클래스가 달리 보인 탓이다.
어찌 보면, 에일린은 이런 걸 노리 고 보디가드를 자처한 것 같기도 했 다.
그녀라는 존재가 뜬금없이 나타난 최요한이란 인물에 대한 쓸데없는 의심을 사전에 차단해 주었기 때문 이다.
-반갑습니다. 저는 갑주에 들어가 는 나노금속을 연구하는 뢰브 교수 라고 합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 면 성함을 물어도…?
-저는 토미 코퍼레이션의 헹크라 고 합니다. 후원이 필요하시면 이 명함으로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 탐나는 먹잇감을 본 물고기들이 활 개를 치는 그 난장판에서 어찌 행동 해야 할지 김세훈이 고민하고 있을 때, 젊은 교수 한 명이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젊은 교수의 등장에 그를 알아본 좌중의 인물들이 저마다 귓속말을 했다.
-벨린 교수? 저 엉덩이 무거운 양 반이 다른 누구를 만나러 올 줄이 야…. 에일린이 대단하긴 하네.
-무거울 만도 하지. 장쩌우 교수 이후로 시온의 미래를 책임질 거라 평가받는 젊은 스타인데.
-체통을 그렇게 챙기는 위인이 얼 굴 팔리는 것도 감수하고 먼저 올 줄이야… .아무래도 수년간 에일렌 에게 구애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 인가 보네.
-에일린한테 목매는 남정네들이 어디 한 둘인가? 비단, 저렇게 누구 와 함께 파티장에 온 것만 해도 이 색적인 일인데… 그런데 정말 저 남 자는 누구지? 생긴 건 별론데 능력 도 좋군.
젊은 교수, 벨린이 버터 향 물씬 풍기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오, 에일린 씨께서 여긴 어쩐 일
이십니까?” 벨린의 등장이 부담스러웠는지, 에 일린이 난처한 얼굴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벨린 씨. 오랜만이네 요.”
“네. 정말 오랜만이군요. 그보다, 요즘 많이 바쁘신지 뵙기가 정말 힘 들군요. 잘됐습니다. 귀하신 분이 왕 림하신 만큼 오늘은 제가 직접 모시 죠.”
벨린이 느끼한 외모를 자랑하며 김 세훈과 에일린의 사이를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다.
얼떨결에 한걸음 물러선 김세훈이 눈빛으로 핀잔을 주자, 에일린이 김 세훈에게 재빨리 붙으며 말했다.
“벨린 씨. 죄송합니다만 제가 오늘 은 최요한 교수님의 보디가드로 와 서요. 실례가 안 된다면 다음 기회 에 부탁드려도 될까요?”
벨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 다.
“보디가드?”
벨린이 볼에 튀어나온 여드름을 보 는 것 같은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 자, 김세훈이 악수를 청하며 자기소 개 했다.
“안녕하세요. 최요한입니다.” “최요한 교수라… 관련 분야가 어 디 신지… ?”
“불로 세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백신?”
“네.”
백신이라는 말에 벨린이 시큰둥한 얼굴로 김세훈의 손을 맞잡으며 말 했다.
“이거 공교롭군요. 제 친구가 불로 세포 백신 연구팀을 맡고 있는데… 이거 잘하면 자주 보겠군요. 아, 소 개가 늦었습니다. 벨린이라고 합니 다.”
“최요한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 다.” “홈, 그런데 에일린 씨는 시온의 버텍스로 공사가 다망하신 분인데… 어떻게 보디가드로 모시게 됐는지 궁금하군요. 안면이 없는 걸로 보아, 딱히 이쪽에서 유명하시거나 영향력 있으신 분도 아닌 것 같은데요.”
은근슬쩍 자신을 깎아내리는 벨린 의 언사에 김세훈이 입꼬리를 비틀 며 말했다.
“그래서 저도 에일린 씨와 개인적 인 친분을 맺게 된 것을 참 감사하 게 여기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친분이라는 부분에서 벨 린의 눈썹이 지렁이처럼 꿈틀했다.
“개인적인 친분이라…. 보기보다 두 분이 꽤 친하신가 보군요.”
벨린이 게슴츠레한 눈길로 둘을 번 갈아 보자, 김세훈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뭐, 깊다면 깊고. 넓다면 넓은 사 이….”
에일린이 옆구리를 매섭게 꼬집자, 김세훈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 “크홈, 네. 그래서 말인데, 벨린 씨 가 아주 간만에, 우연히, 에일린 씨 를 만나게 된 건 안타깝게 생각합니 다만. 오늘은 제가 선약을 맺어서요. 양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세훈이 악센트를 준 부분이 거슬 린 탓일까?
벨린이 서늘한 눈빛으로 김세훈을 살필 무렵, 한 중년 신사가 다가와 벨린에게 인사를 건넸다.
“벨린.”
중년 신사를 본 벨린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청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장쩌우 교수 님.”
장쩌우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악수 를 받았다.
“연구 때문에 바쁠 텐데 어려운 걸 음 해줘서 고맙군그래. 파티는 마음 에 드시는가?”
“물론이죠. 시온의 내로라하는 저 명인사는 다 모이는 자리인데 제가 어찌 마음에 안 들 수 있겠습니까? 아, 그리고 여기는 최요한 교수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처음 뵙습니다만, 메딕의 팀장인 에일린 씨의 보필을 받는 것으로 보아, 꽤 유능하신 분 같더군요.”
애써 매너 있는 척하고 있으나, 그 를 못마땅해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 하던 벨린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추켜세워 주 다니?
이 인간이 갑자기 왜 이러나 싶었 던 김세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벨린의 소개에 장쩌우의 시선이 김 세훈에게 향했다.
“음, 유능한 친구는 항상 환영이지. 반갑군. 장쩌우일세.”
장쩌우가 담담한 인사와 함께 악수 를 청하자, 김세훈은 내시 수염이 부담스럽게 씰룩이는 미소와 함께 손을 맞잡았다.
“반갑습니다. 최요한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