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soldier chose to survive RAW novel - Chapter 217
제217화
217화
꽤나 즉흥적으로 결혼을 하기로 결정을 하기는 했지만, 창수는 소속 부대에 보고를 해야 했다.
“저기, 돌아오시는 거죠?”
“응?”
소속 사령부로 보고하러 가기 위해 운전석에 오르려는 창수에게 창수와 결혼을 할 예정인 이혜은이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왠지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모양이었다.
창수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별일이 없다면 당연히 돌아올 생각이었다.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은 들지 않았지만 자신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는 장소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신혼여행 같은 건 없다고 했지?”
“예?”
“타.”
“타라구요?”
“그래. 이 차, 내가 계속 쓸 수 있을지 알 수도 없고 신혼여행은 사치가 된 세상이니 아직 결혼식은 하지 않았지만 신혼여행 겸해서 갔다 오자.”
아리가에서 뮤턴트 사태가 터진 지 7년이 넘었다.
한국에서도 뮤턴트 사태로 인해 사회가 멈춘 지도 5년 가까이 지났을 터였다.
이혜은의 나이로 보건대 제대로 먼 곳까지 가 보지도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은 불가능할 터였다.
‘멕시코로 이주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창수는 그렇게 이혜은을 데리고 신혼여행 겸해서 나들이라도 다녀오기로 했다.
그렇게 이혜은을 옆자리에 태우고서는 전주에서 대전으로 향했다.
고속도로고 국도고 차량은 거의 없었기에 천천히 가도 두 시간 안에는 도착을 할 거리였다.
물론 도로마다 검문소가 세워져 있었다.
군용 번호판이었지만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앳된 남녀가 타고 있었으니 검문소의 경비들은 창수의 차를 불러 세웠다.
“충성!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신분증과 허가서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여기 있네.”
창수는 검문소마다 신분 확인을 하는 것이 꽤나 귀찮기는 했지만 이해가 안 가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자신의 신분증과 허가서를 내밀었다.
특수전 사령부와 육군 본부의 허가서뿐만 아니라 박충렬이 별기군 소속의 허가서까지 챙겨 주었다.
“최창수 특전 원사님이시군요! 충성!”
계급은 원사였지만 창수는 군 내에서 꽤나 알려져 있었다.
물론 군대에서도 절망적인 뮤턴트와의 전쟁에서 영웅을 필요로 했기에 창수를 그런 영웅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렇게 존경이 가득한 검문소 군인들의 시선을 받으며 창수는 다음 검문소로 향했다.
“엄청 높은 분이신가 봐요.”
“뭐?”
“아니. 대위 계급이신 분께서 깍듯하게 대하셔서요.”
혜은은 자신의 남편이 될 창수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놀랐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도 중대장인 대위 계급은 꽤나 높은 신분과 계급이었다.
물론 군대에서 대위 계급이 그리 높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군대가 통제하는 사회에서 지휘관의 신분인 중대장은 시민들에게 꽤나 높은 지위와 계급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남자도 아닌 여자인 혜은은 중대장 계급인 대위 계급을 매우 높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계급의 남자가 창수의 앞에서는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계급은 그 대위님이 높아.”
“그럼 왜?”
“내가 군대에서 영웅인지 뭔지로 불리거든.”
“영웅이요?”
창수는 혜은이 자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물론 자신도 혜은에 대해서 아는 바는 거의 없었다.
“특전사라는 부대로 들어가서 칠레의 아리가로 파병을 갔었어.”
창수는 혜은에게 자신이 왜 군대에서 영웅으로 불리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혜은에 대해서 딱히 궁금한 것은 없지만 혜은이 자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대전으로 가는 동안 창수는 군대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고 혜은은 자신의 남편이 될 자가 아리가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리가의 영웅이셨어요?”
“응? 알아?”
“예. 저기 TV 나올 때 봤었는데. 그때는 어렸을 때인데.”
중학생 때나 되었을까 할 때 아직 TV가 나오고 있을 당시 본 기억이 나는 혜은이었다.
물론 그 당시는 별로 뮤턴트니 뭐니 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여느 여중생들처럼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 학교 공부와 훗날 갈 것이라 상상하던 어느 대학을 가게 될지나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던 세상이 잿빛 어둠으로 뒤덮였다.
자신에게 너무나도 대단한 남자가 남편으로 나타나자 혜은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신이 과연 창수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드는 것이다.
“저…… 저 괜찮을까요?”
“뭘?”
“제가 창수 님을 모실 수 있을까요?”
“부부 사이에 모시긴 뭘 모셔. 나는 아내와 함께 살려는 거지 식모를 구하는 것이 아니야.”
“…….”
자신을 아내로 받아들인다는 창수의 말에 혜은은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성인이 되고 좁은 원룸에 홀로 살게 되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성인이라고 해도 과거였다면 이제 고작 대학생이었다.
대학 진학은 이제 꿈 같은 일이었고 고등학교만 간신히 졸업을 했다.
이제는 고등학교 과정도 축소되면서 중학교까지만 미성년자로 보호를 해 주고 그 이후에는 독립을 시킨다고 한다.
강제로 어린 나이에 철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꽤나 무뚝뚝해 보였지만 속정은 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용히 눈물을 닦고 있는 혜은의 모습에 창수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창수도 사랑해서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몸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고 얼마간 노쇠한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고자 했을 뿐이다.
대전에 도착을 하고 난 뒤에 육군 본부뿐만 아니라 수많은 부대가 몰려 있어서인지 여러 검문을 거쳐야 했다.
그렇게 육군 본부 앞까지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보고를 하고 와야 하니까.”
“예. 다녀오세요.”
민간인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육군 본부의 주차장에 혜은이 타고 있는 차량을 주차하고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창수의 소속은 특전사령부에서 육군 5사단으로 변경되었었다.
그렇게 일반 육군 소속의 원사 계급의 대대 주임 원사였지만 남미에서의 연합 작전을 위해 다시 특전사령부 소속의 특무 원사라는 창수만을 위한 신분을 겸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특전사령부의 소속이라 보기에도 어려웠고 한국으로 복귀 후 육군 본부 소속으로 임시 편성되어 있었다.
휴가가 끝나고 난 뒤에 다시 일선 부대로 재배치가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다시 뮤턴트 대응 요원들을 위한 훈련 교관이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창수의 결혼으로 인해 달라지게 될 예정이었다.
“육본 소속의 특무 원사인 최창수라고 합니다. 12 특무대 원대 복귀를 하고자 합니다.”
“아! 휴가 복귀하신 겁니까? 최 원사님.”
휴가 기간은 지나 있었지만 누구 하나 창수에게 뭐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창수 자체가 단독 제대의 역할을 하기에 유사시 단독 임무를 스스로 부여하고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세계적으로 뮤턴트에게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 여겨지고 있는 한국이었지만 언제 어디서 뮤턴트가 나타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창수는 원대 복귀를 하지 않고 단독이나 주변의 군 부대의 지원을 받아 작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거 보고할 것이 있습니다.”
“아! 혹시 뮤턴트 퇴치 보고입니까?”
“아니요. 결혼입니다.”
“예?”
“결혼하게 되어서 부대에 보고하려고 합니다.”
복귀하지 않는 동안 어떤 무시무시한 뮤턴트들을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던 군인은 창수가 결혼 허가 신청서를 내밀자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인 것이다.
“결혼을 허가받아야 하는 거였습니까?”
“아! 아닙니다. 허가라니요. 어떻게 최 특무 원사님께. 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창수를 어디로 배치해야 하나 하며 골치 아파하고 있을 사령관과 간부들을 매우 당황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대 사령관에게 일단 보고를 해야 했기에 소령 계급의 간부는 황급히 사령관실로 달려갔다.
그렇게 잠시 후 창수는 자신의 임시 소속 부대 사령관과 만날 수 있었다.
“어서 오게. 최 원사.”
“충성! 부대 복귀했습니다.”
“그래. 휴가는 잘 보냈나? 아. 결혼을 한다고 했지?”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창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사령관에게 뻔뻔하게 결혼할 것이라 통보를 했다.
창수에게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못하는 사령관이었다.
창수의 그동안의 성과가 너무나도 눈부셔서 임시 소속 부대장으로서는 창수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정말 축하하네. 그러면 결혼 생활은 어디서 할 생각인가?”
“부모님이 계신 전주에서 할 생각입니다. 안사람이 될 부인의 고향도 전주이구요.”
“그렇구만. 그 부분은 내가 사령부에 보고를 해 놓겠네. 지금 정책적으로도 젊은 사람들의 혼인을 장려하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야. 자네도 나이가 있으니 가정을 이루긴 해야지.”
외모와는 달리 결혼 적령기인 창수였다.
“참! 그리고 말이야.”
“예.”
“청와대에서 자네를 보고 싶어 하시는 분이 계시네.”
“청와대 말입니까?”
“그래. 자네 성과를 격려하고 싶어 한다고 하시네. 바로 청와대로 올라가면 될 것이네.”
사령관은 창수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창수는 결혼 보고 후 적당히 주변이나 드라이브하고 난 뒤에 전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청와대가 있는 서울까지 가게 생겼다.
“저기 안사람이 될 여인과 지금 함께 와 있습니다. 주차장에.”
“그런가? 그럼 신혼여행 겸해서 서울 구경이나 하고 가면 되겠구만. 호텔 영업을 하지는 않지만 사령부에서 허가서로 호텔 숙박을 가능하게 해 주겠네.”
창수는 서울 호텔 숙박까지 가능하다는 말에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창수는 사령관과의 면담을 마치고 혜은이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차로 향했다.
그러고서는 주차장에서 한 군인에게 붙잡혀 있는 혜은을 보았다.
“이거 놔 주세요!”
“아가씨 어떻게 여길 들어왔느냐고? 지금 묻잖아!”
“최 원사님 따라왔어요.”
“최 원사가 누군데! 민간인을 여기까지 데리고 들어와! 아가씨! 이거 안 되겠어! 따라와! 조사를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중령 계급의 군 간부는 혜은을 끌고 가려고 했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대로 창수가 조금만 늦게 왔다면 어디로 끌려갔는지도 모르게 사라졌을 터였다. 다행히 때마침 되돌아온 창수는 중령 계급의 간부의 팔을 붙잡았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뭐? 뭐야? 네놈…….”
새파랗게 젊은 군인이었다.
간부라면 소위나 중위 계급이나 될 법한 외모였고 부사관이라면 하사나 잘해 줘야 중사였다.
하지만 창수의 계급장이 특이했다.
“어? 그 계급은?”
“특무 원사입니다. 왜 제 아내를 끌고 가시는 겁니까? 이석오 중령님.”
창수를 위해 만든 특별한 계급장이었다.
원사 계급이 상사 계급장의 위에 별 하나가 붙어 있는데 창수의 계급장에는 별이 두 개 들어가 있었다.
더욱이 단독 부대를 이루는 창수답게 비공식적으로 부대 지휘관도 겸한다.
물론 계급 체계상으로 간부인 소위보다 계급이 낮기는 했으니 중령의 계급이 창수보다는 높았다.
하지만 군대가 무조건 계급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또 아니었다.
기무부대나 헌병단과 같은 감찰 부대의 간부가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일반 부대 간부보다 권한이 더 강한 경우도 있었다.
“최창수 특무원사님! 이 서류 하나 안 가져가셨습니다!”
육본 예하의 12 특무대 작전 과장인 홍영수 소령이 창수에게 줄 서류를 들고 달려왔다.
병사에게 시켜도 될 일이었지만 몇 가지 사항을 더 알려 줘야 해서 직접 달려온 것이다.
사실 육본에서 영관급 장교는 거의 막내나 다를 바 없었다.
별을 단 준장도 사무실을 직접 쓸 정도였으니 이런 일을 하는 것에 거리낌은 없었다.
문제는 홍영수 소령이 꽤나 의아한 광경을 본 것이다.
“제 아내의 팔을 놔주셨으면 합니다. 이석오 중령님.”
“아! 저기.”
원사 계급장에 달린 별이 장성급 대우와 준한다는 농담이 있다.
별 두 개인 창수의 계급장은 사단장인 소장과 대우가 같다는 인식이 있었다.
어차피 전군에 특무 원사라는 계급을 가진 이는 창수가 유일했다.
그런 창수의 아내를 괴롭히고 있었으니 이석오 중령의 등줄기가 이내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군인 아내는 계급이 없다지만 남편의 계급이 곧 군인 아내의 계급인 법이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특무대 소속 소령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