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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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트만 공작령.
공작이 다스리는 영지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다.
원작에서는 공작령에 대해서 딱 몇 줄만이 쓰여 있었다.
-왕실에서 하르트만 공작을 위시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하르트만의 광대한 영지였다.
귀족이나 왕가는 봉토를 소유하는 것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땅이 어느 귀족에게 하사되는 순간 귀족의 땅에서 나는 작물이며 사냥감을 빌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농민이나 수렵꾼들은 소출의 일정량을 바쳐야 했다.
땅이 넓으면 넓을수록, 그리고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땅을 소유한 귀족의 창고가 풍족해지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귀족들은 자신의 영지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한다.
그 사실은 왕실도 잘 알고 있으며,
아멜리아가 가져온 편지에서 그런 부분이 무척 잘 드러났다.
“뭐, 뭐라고 다, 답변이 오, 왔는지.”
“직접 읽어볼래요?”
편지를 받아 든 아멜리아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갔다.
“하, 하르트만의, 재, 재정을, 시, 심사해서, 영지를 바, 바, 반환하겠다, 는 그런.”
“비슷하죠.”
“며, 명분이네요.”
명분.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귀족은 영지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
영지 내의 치안을 책임지고, 흉년이 들면 자체적으로 구휼을 시행하며, 영주민의 대거 이주를 방지한다.
물론, 이건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귀족들은 영지민을 수탈하기에만 바빴기 때문이었다.
결혼? 알아서 새끼 치고 노동력을 늘려라.
사망? 죽었을 때 친족 중 마땅한 성인 남성이 영지 내에 없으면 모든 재산은 토지 소유주인 귀족에게 돌아간다.
강도? 도둑? 그런 잡스러운 일로 위대하신 영주님을 귀찮게 하지 말아라.
대부분 이런 스탠스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같은 때에 영주의 의무를 운운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멜리아가 편지를 들고 생각에 잠겼다.
“하, 하지만 이, 이 편지대로, 라면. 곧 공작령에, 심사관이라던가, 오, 올 것 같은데요.”
“아마 그렇겠죠.”
그리고 심사관 역할을 맡은 사람이 누군지는 안 봐도 비디오였다.
아멜리아는 그것까지는 모르는 눈치로 걱정을 쏟아냈다.
“마, 만일 와, 왕실에서 공작님의, 재산이라던가, 기량 같은 걸, 트집을 자, 잡으면, 그러면…….”
“그렇죠. 아무래도 영애께서 보셔도 제가 그 공작령을 전부 잘 다스리기에는 좀 부족하겠죠.”
“서, 성을 잘 관리하는 거, 랑, 영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 제, 제, 제가 속성으로 가, 가르쳐드려도 좀.”
“이러나저러나 제가 전면적으로 나서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죠?”
아멜리아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사관에게 하나도 트집잡힐 일이 없어도 반환 과정이 통과될까 말까인데, 안타깝게도 나는 영주로서 무결하지 않았다.
나이도 어리고, 영지 관리를 한 경험도 없고, 그렇다고 사교계에 얼굴을 비춘 것도 아니고.
가문은 한번 거하게 쫄딱 망하지 않았는가.
나는 아멜리아에게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그녀는 망설이다 말했다.
“제, 제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재, 재정을 개선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과거에 비해 여, 영지를 개선 시킬 수 이, 있는 계획안을 제, 제, 제출하거나.”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좋은데요.”
“그, 그러면 당장 지금부터 과, 거 영지였, 던 마을에, 한 번 가보시는 건……?”
“좋아요. 한 번 봅시다. 그런데 혹시 영지를 둘러보는 일에도 신전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요?”
“어, 어떤 도, 도움인가요?”
“본래 허가받은 귀족이 아니라면 사병을 양성하는 것은 금지이지만, 중앙 신전은 신성기사단을 소유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비, 비슷하기는 하, 합니다. 이번, 에, 부탁을 하시는 건가요?”
“아뇨, 지금은 제 기사만 가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인근 신전에 연락은 미리 넣어주세요.”
“하지만, 동원을 하는 건, 어렵다고 다, 답이 올지도 모르겠, 는데요.”
으음.
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어갔다.
“이렇게 하죠. 일단 디켄터 산맥에 대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순례를 떠나는 기사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제안하세요. 마수도 엄청 마주칠 것 같다고 하고. 기부금도 살짝 언급해주세요. 부탁할게요.”
아멜리아는 살짝 머리를 숙이고 돌아섰다.
아, 맞다. 깜빡할 뻔했네.
“아놀드 양.”
“네, 네?”
“혹시 나중에 시간이 난다면 아팠을 때 어땠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
“……네? 저, 제가요?”
아멜리아는 처음으로 내게 ‘한 대 쥐어박고 싶다’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진짜 환자였던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실례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멜리아의 싸늘한 반응에, 내 침대 옆 테이블에 앉아서 혼자 놀던 눈사람이 중얼거렸다.
“인간의 마음 없다. 내 신도, 인간 아니다.”
“너한테 그런 이야기 안 듣고 싶어.”
이런 해프닝을 제외하면 영지 순찰 준비는 순항이었다.
레안드로스는 늘 그렇듯이 묵묵히 임무를 받아들여 시찰을 떠났다.
슬레이를 타고 간 덕분에 시찰에 걸리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돌아온 레안드로스는 과거 영지였던 마을이 어떻게 되었는지, 마수의 침입 횟수나 도적, 강도떼를 마주친 횟수를 정리해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어서 누워 있던 내가 읽기에도 좋았다.
나는 보고서를 아른트에게 숙지하도록 당부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왕성의 심사관이 하르트만 성에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면 ‘심사관’ 역할을 하러 온 유릭 덴 메나디아가.
* * *
레안드로스는 왕성에서 심사관이 올 줄만 알았지, 그게 왕세자라는 것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성문 앞에서 기다리던 레안드로스가 멀리서부터 유릭을 발견하고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반대로, 유릭 왕세자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산책이라도 나온 듯 느긋하게 말을 몰기는 했지만,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넘쳐흘렀기 때문이었다.
“이런, 레안드로스 경이 아니신가. 여기까지 마중을 나올 몸이 아닌데.”
“하르트만 공작님께서 몸이 좋지 않아, 왕세자 전하를 뵈었던 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공작은 늘 병약하군. 나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그리운 얼굴을 보게 되었으니 말일세.”
그리운 얼굴을 봐서 좋은 게 아니라, 공작이 아파서 좋은 게 아니고?
레안드로스는 그렇게 되묻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레안드로스 말고도 공작가의 고용인들이 마중 나와 있었지만 유릭은 이 자리에 레안드로스밖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화려한 마구를 얹은 검은 말에서 훌쩍 뛰어내린 유릭은 레안드로스의 얼음장 같은 얼굴을 살폈다.
“나를 보고 놀라지 않았나?”
“놀랐습니다, 전하.”
“놀란 표정이 아닌데.”
“제 얼굴은 늘 이렇습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더 이상 말을 섞기가 싫었던 레안드로스는 먼저 뒤돌았다.
제 발소리, 유릭의 발소리.
두 종류의 소리가 겹치는 것도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공작님이 북부에서 말해 주신 사실 때문일까.
레안드로스는 당장이라도 유릭의 목을 조르고 싶은 걸 참아내며 그를 응접실까지 안내했다.
유릭은 잘 보수된 실내를 둘러보다가 청록색 소파에 앉으며 이죽거렸다.
“마지막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단정해졌군. 덜 사치스러워졌고. 꽤 신경을 쓴 티가 나.”
왕세자가 여기에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라면.
레안드로스는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로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침묵을 지켰다.
유릭은 레안드로스의 무응답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을 비죽 내밀었다.
사뭇 가식적인 행동이었다.
“새 하르트만 공작의 몸이 좋지 않다고는 해도 이렇게 방문객을 기다리게 하는 건 옳지 않네.”
“송구합니다.”
“적어도 말동무를 할 시종 정도는 붙여 줬어야지. 이러다가 내가 늙어 죽으면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 혹시 이쪽이 직접 공작의 집무실로 가야 하는…….”
유릭이 한창 이죽거릴 때.
똑똑, 하고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응접실 문이 활짝 열렸다.
문 너머에 서 있는 건 두 사람이었다.
아른트와 아렌하이트.
아른트는 서류를 잔뜩 안은 채로 아렌하이트를 조심스럽게 부축하고 있었고,
아렌하이트는 어디서 났는지 하얀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낯빛이 창백한 게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이었다.
아렌하이트는 고개를 들더니 유릭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왕세자 전하를 뵙습니다. 왕실에서는 심사관을 보낸다고 들었는데, 어찌하여 전하께서 이 누추한 곳에 직접 오셨습니까?
“이번 일은 내가 직접 살피기로 했다네. 그런데 공작, 몸이 좋지 않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유릭이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아렌하이트가 기침을 터뜨렸다.
그 옆에 서 있는 아른트는 안쓰러워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몇 번 더 기침을 하던 아렌하이트는 중얼거렸다.
“송구합니다, 전하. 태어날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았는데 공작령은 밤공기가 차서…….”
“공기가 차서 감기에 걸렸다?”
“그렇습니다. 제가 폐가 좋지 않아서요.”
“공작이 이불을 잘 덮지 않아서 그런,”
“콜록! 콜록콜록!”
“그런 게 아닌,”
“콜록! 콜록! 콜록!”
“……지금 대화는 할 수 있는 상태인가?”
유릭이 기가 차서 물은 걸 아른트가 냉큼 받았다.
“송구합니다, 전하. 공작님께서 근래 심하게 앓아누우셨다가 막 일어나셨던 참이라 아직 병색이 짙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면서도 몇 번이나 쓰러지실 뻔하셨기에 부디 하해와 같은 아량을 베풀어주십사 간청드립니다.”
“고작 감기인데 쓰러진다고?”
“감기와 함께 열병을 앓으셨습니다. 근육이 약하셔서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기적이었습니다.”
“아까는 폐가 약하다고 하지 않았나.”
“근육도 약하십니다.”
그 사이에 아렌하이트가 비틀거리자 아른트는 거의 피를 토하듯이 말했다.
“이렇게 힘이 없으셔서야……! 전하, 공작님께서 식사를 한 지 오래되어서 그렇습니다. 부디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식사도 못 했나? 대체 왜?”
“위장도 약하셔서 영 음식이 들어가지 않으셨습니다!”
“폐도 약하고 근육도 없고 위장도 약하다고? 공작에게 건강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콜록! 콜록콜록! 콜록! 쿨럭, 커어억!”
“공작님! 아이고 공작님! 여기서 정신을 잃으시면 안됩니다아!”
개판이다.
레안드로스와 유릭은 할 말을 잃고 거의 쓰러질 것 같은 아렌하이트와 통곡하는 아른트를 멀거니 쳐다봤다.
아렌하이트는 손을 바르르 떨며 겨우 입에서 손수건을 뗐다.
“전하, 제가 몸이 이러하여 전하께 병이라도 옮길까 걱정이 됩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 시종과 레안드로스 경이 대신 설명드려도 되겠습니까?”
제가 말입니까?
레안드로스의 고개가 아렌하이트 쪽으로 돌아갔다.
오늘내일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아렌하이트의 호소를 들은 유릭은 완전히 질린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래, 내가 여기 왔다가 공작을 암살했다는 누명을 쓰긴 싫으니 물러가게.”
“황송합, 쿨럭, 쿨럭, 쿨럭쿨럭!”
그 말을 기다렸다는 것처럼 아른트와 아렌하이트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아렌하이트를 고용인에게 인도한 아른트는 응접실 문을 닫고 유릭의 맞은편에 앉았다.
레안드로스는 슬쩍 아른트의 옆에 앉고서 유릭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속삭였다.
“공작님께서 언제부터 이렇게 아프셨나? 분명 어젯밤까지만 해도.”
레안드로스가 기억하기로, 아렌하이트는 어젯밤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서 표지가 시뻘건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깨어난 지 몇 시간 만에 이렇게까지 아프다고?
하지만 레안드로스의 속삭임을 들은 아른트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테이블 밑으로 레안드로스의 발을 툭 차기만 할 뿐이었다.
뭐지?
레안드로스가 의아해할 때, 유릭은 날카로운 눈으로 아른트에게 말했다.
“공작령 반환은 실로 어려운 문제다. 전대 하르트만 공작이 그 작위를 잃은 후 영지의 소유권은 왕실로 돌아가지. 그러나 이번 대 하르트만 공작이 복권하고 나서 과거 공작령 반환 요청을 하게 된 논리는 이해하네만.”
“네, 전하.”
“영주가 영지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영주민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왕국에 큰 피해가 가지. 증명해보게나. 하르트만이 영지를 다시 돌려받았을 때 잘 관리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나?”
“네, 그 문제로 공작님께서도 많이 고심하셨습니다. 말씀을 드리기 전에, 과거 하르트만 공작령이었던 마을과 도시의 현황을 레안드로스 경이 보고하겠습니다.”
“레안드로스 경이? 한번 해 보게.”
제가 말입니까?
레안드로스는 갑자기 지목당하고 눈을 꿈뻑거렸다.
아른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세하게 유릭 왕세자 쪽으로 머리를 기울였다.
레안드로스가 유릭을 보자, 유릭의 날카로운 눈초리는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젠장.’
그제야 레안드로스는 본인이 여기 앉아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아렌하이트는 자신을 유릭의 심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유릭 전용 당근’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