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spicious little prince is a world's top ten masters RAW novel - Chapter (245)
◈ 245화. 예상치 못한 만남
만사평은 헛기침을 하며 화제를 돌렸다.
“그래. 천주께서는 화령도에 가서 무엇을 얻을 생각인가?”
진무립이 말했다.
“신룡 대협과 만나 복령천의 문제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오대표국의 배후에 있다는 자들 말이지?”
“예. 그 실체조차 모호한 자들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선수를 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먼저 움직이게 둔다면 종잡을 수 없는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운화결이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천주께서는 그들과 팔황문의 전력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팔황문의 전력은 눈으로 본 적이 없어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이상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두 번째 회천을 꾸미지도 않을 겁니다.”
“음.”
듣고 보니 옳은 말이다.
문제는 화령이다.
당시 팔황문은 화령의 전력을 과소평가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천하제일방파로 자리매김한 화령의 전력을 상대가 모를 리 없다.
분명 부단한 노력으로 공략할 방법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때보다 더욱 어려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
만사평이 탁이신에게 물었다.
“화령은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돌아가서 논의해봐야겠지요.”
“그렇군.”
원론적인 답변에 만사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왔다.
“금부 있느냐?”
선수에 서 있던 구산채주 강금부가 한달음에 달려왔다.
“예. 총채주.”
주변을 돌아본 만사평이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전탐령(展探令)을 준비해라. 명이 떨어지면 곧장 움직일 수 있게 해야할 것이다.”
강금부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전쟁입니까?”
천하대전 당시 장강수로채는 모든 배를 동원하여 장강 전역을 감시하는 위엄을 달성했다.
하지만 급조한 감시망이라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오랜 시간 배 위에서 머무는 탓에 수적들의 피로도가 상당했고 빈틈도 많았던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만사평은 허점을 보완하고자 화윤과 함께 전탐령을 완성했다.
평상시, 마을이나 관도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발견한 주민이 곧장 인근 방파에 통보한다.
그들은 그것을 장강수로채에 전하고 수로채는 정보의 진위를 파악해 화령에 전달한다.
그것이 대군사 화윤이 구축한 강남 무림의 정보 체계다.
여기서 수로채가 전탐령을 발동하면 주민들이 오가지 않는 험지까지 집중적으로 감시해 효율적으로 장강 전역을 완벽하게 감시한다.
화령도는 장강 이남 지역.
화령만 건재하면 그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강남 무림 전체가 그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만사평이 말했다.
“아무래도 조만간 뭔가 벌어질 듯한 기분이다. 사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늦고 말 게야. 그때처럼 말이지.”
그때란 당연히 천하대전을 말하는 것이다.
구산채주 강금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알겠습니다.”
* * *
교룡선이 빠르게 화령도로 향하고 있을 무렵.
복건의 무자도에서 나온 단소룡과 화윤은 신법을 전개해 빠르게 복귀하는 중이었다.
울창한 숲속을 마치 대로처럼 질주하는 단소룡의 모습에 뒤따르던 화윤은 혀를 내둘렀다.
‘정말 엄청나군.’
그가 지나간 자리만 따르고 있음에도 거리가 좁혀지질 않는다.
수십 년을 함께했음에도 날로 발전하는 그의 무위는 감탄이 나온다.
목숨 걸고 세운 강철의 성을 지키기 위해.
단소룡은 천하제일인이라는 위치에도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왔다.
“대목.”
앞서 달리던 단소룡이 뒤를 슬쩍 쳐다봤다.
“힘드냐?”
섬을 나오며 덥수룩한 수염을 밀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단소룡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화윤은 미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쉬자.”
무자도를 떠난 뒤 무려 사흘을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왔다.
어느덧 두 사람은 넘실거리는 장강의 물결을 눈에 담고 있었다.
“그래.”
숲을 벗어나 탁 트인 절벽 끝에 멈춰선 두 사람이 마침내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가부좌를 틀고 내력을 회복한 그들이 챙겨온 육포를 나눠 먹었다.
“평화롭군.”
지저귀는 물새, 발아래로 흘러가는 강물.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눈앞의 절경은 마음의 안식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화윤이 말했다.
“역시 무림은 무림인 모양이야.”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 않는다.
삼십여 년 전, 강처럼 흐르는 피를 밟고 가까스로 지켜낸 평화가 끝날 조짐이 보인다.
육포를 삼킨 단소룡이 피식 웃었다.
“무림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지.”
“그때보다 힘든 싸움이 될 거야. 그때는 우리에 대한 정보가 적었지만 지금은 다르니까.”
한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난 적이라면 분명 확실한 패를 준비해 돌아왔을 것이다.
단소룡이 말했다.
“그러나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도 다르지.”
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화령은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게 강력한 힘을 갖췄다.
“불안해할 것 없다. 누구도 우리가 만든 강철의 성을 넘볼 수는 없다.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까.”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화윤이 지그시 눈 감으며 웃었다.
“그래. 우리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야.”
단소룡이 내뱉는 말의 무게는 무엇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지금까지 그가 하고자 한 일 중에 해내지 못한 것은 없다.
그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변함없이 커다란 나무로 화령을 지탱해왔다.
“상천의 천주가 제법 똑똑한 모양이야.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가져오겠지.”
순간 단소룡의 눈썹이 불만스럽게 꿈틀거렸다.
“그렇겠지.”
“마음에 안 들어?”
“……모르겠군.”
솔직한 대답이었다.
딸을 여느 세가 여식처럼 가둬놓고 우물 안 개구리로 키우지는 않았다.
보다 큰 세상을 보길 바라는 마음에 무림행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것도 바로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딸의 곁에 사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든다.
화윤이 짓궂게 웃었다.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어.”
“부디 너 같은 화화공자는 아니길 빈다.”
“진심?”
“물론이지.”
함께 싸운 모든 동료가 혼인해 장성한 자식을 가졌으나 화윤은 아직도 혼자였다.
단소룡이 실소를 삼키며 말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까. 나머진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묘하게 일그러졌던 화윤의 얼굴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그래. 소문이란 게 전부 믿을 건 아니지만 들리는 것에 의하면 보통은 아닌 인물이더군.”
“단신으로 적의 수장을 죽이고 천 명의 적을 쓰러뜨린 사내가 보통 인물일 리 없지.”
“소문이 끊임없이 들려오길래 행적을 좀 알아봤어. 그가 정말 무서운 것은 일신의 무공 못지않게 머리도 잘 쓴다는 거야.”
사천맹을 흔들어놓은 귀계, 혈교를 무너뜨린 능력과 중원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을 수도 없이 곱씹은 화윤이었다.
그런데 진무립과 상대한 적은 하나같이 그가 만든 판에서 춤을 추다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단소룡이 말했다.
“그만큼 똑똑하다면 적지 않은 정보를 가져오겠군.”
“그래.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대목을 강남 밖으로 끌어내겠지.”
“그건 무슨 소리냐?”
화윤이 싱긋 웃었다.
“그는 산동과 사천, 서장과 중원까지 순식간에 아군으로 만들어버렸어. 내가 그라면 천하를 아우르는 새로운 연맹을 만들 거야.”
“새로운 연맹이라.”
“그리고 강남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목에게 맹주 자리를 권하겠지.”
“기껏 힘들게 싸워놓고 내게 맹주를 넘긴다는 말이냐?”
“목적을 위해 왈패에게도 얻어맞길 마다치 않는 자라면 명예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게 분명해. 천하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선 대목을 맹주로 앉히는 것보다 확실한 건 없지.”
“음.”
왠지 내키지 않는다.
화윤도 그 마음을 눈치챈 듯 웃었다.
“별로지?”
“왠지 피곤할 것 같군.”
화령의 정예를 이끌고 싸운다면 그 어떤 적과 맞닥뜨려도 두려울 게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화령과 다른 방파의 차이는 컸다.
모두를 책임지는 맹주가 된다면 그들의 피해까지 고려하며 움직여야 하니 내키지 않는 것이다.
단소룡이 말했다.
“일단 광룡이 어떤 제안을 가져오는지 들어보고 결정하지.”
“그래야겠…….”
그 순간 용수철처럼 튕기듯 일어난 단소룡이 숲을 향해 일 장을 쏟아냈다.
쏴아아!
수풀 속에서 번뜩이는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단소룡의 장력을 거칠게 후려쳤다.
쾅!
폭음과 함께 초목이 풍랑을 만난 듯 춤을 춘다.
“감은 살아있군.”
숲에서 시작된 나직한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단소룡의 날카로운 육감은 곧장 상대의 정체를 간파했다.
“네놈이…….”
이윽고 흔들리는 수풀 사이로 한 사내가 걸어 나온다.
화윤이 그답지 않게 놀란 눈을 치켜떴다.
“성유기?”
왼팔이 없는 백발의 중년인.
상대의 정체는 과거 강남의 거파 중 하나였던 패천성의 삼공자 성유기였다.
“오랜만이군. 단소룡.”
그 얼굴을 마주한 순간 단소룡의 기억이 과거를 더듬어간다.
북경의 왈패였던 시절, 강변에서 낚시를 하다 건져 올린 청년이 있었다.
단전이 파괴된 채 오른팔과 왼발의 근맥이 잘린 청년은 기적적으로 회복해 단소룡의 친구가 되었다.
그를 다치게 한 인물.
흉수는 바로 친구와 함께 강남쌍룡으로 불리던 눈앞의 성유기였다.
황궁의 암투에 휘말려 친구가 죽은 뒤, 단소룡은 그의 복수를 대신 해주고자 무림에 나섰고.
각고의 노력 끝에 패천성을 무너뜨린 단소룡은 팔황문까지 물리치고 천하의 절대자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성유기는 단소룡이 오늘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불어온 돌풍이 묘한 긴장감을 남긴 채 두 사내 사이를 휩쓸어간다.
두 팔을 가지런히 늘어뜨린 단소룡이 상대를 응시하며 말했다.
“살아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제 발로 나를 찾아올 줄은 몰랐군.”
“확인을 위함이다.”
“확인?”
“지금의 네가, 천하를 위기에서 구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단소룡은 바닥의 풀잎을 꺾어 입에 물었다.
“웃기지도 않는군. 고작 영초 하나 때문에 친구의 등에 칼을 꽂은 네놈이 그런 말을 해?”
흔들리는 백발 사이로 성유기의 눈동자가 서글픈 빛을 머금었다.
“속죄.”
“속죄라. 후후후. 백건이 들으면 통곡할 일이로군.”
“모순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나 역시 내가 살아있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으니까.”
성유기는 슬쩍 보폭을 벌리며 검파를 쥐었다.
“무슨 짓을 해도 그의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건 안다. 그래서 생각했지. 그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과연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그가 이루지 못한 것을 대신하고자 질긴 목숨을 이어왔다.”
단소룡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그래. 그가 무엇을 하고 싶었을 거 같으냐?”
“그는 정의감이 투철한 녀석이었지. 그라면 분명 복령천에게서 천하를 구하고자 했을 것이다.”
순간 단소룡과 화윤의 눈이 가늘어졌다.
화윤이 물었다.
“당신. 그들에 대해서 뭔가 좀 아는 모양이군.”
“적어도 너희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는 많이 알고 있지 않겠나?”
이어서 무릎을 굽힌 성유기의 두 눈이 번뜩이는 빛을 쏟아냈다.
“내가 바로 복령천의 검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