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rminally Ill Young Master of the Baek Clan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칠대선, 수신호위 (3)
이강이 열심히 전음을 뿌리고 다닐 때.
이룡 역시 다른 이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흑석계, 너는 황제의 곁에서 감시를 이어 가라. 계영왕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자세히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대화가 일찍 마무리될 것 같으면 최대한 시간을 끌고 신호를 주어라.
우선 계영왕과 황제의 곁에 머물 이들에게 그리 말했고.
-위미현, 너는 세자와 상예현주를 데려가라. 어떤 방법으로든 피를 채취하여 시약에 넣어 보고, 감응이 된다면 즉시 보고하도록.
계영왕으로부터 자식들을 데려오게 한 것은 사실 황제의 의사가 아니라 칠대선이 원하던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요명사에게 말했다.
-저 백이강이라는 자는 아무리 보아도 수상하다.
계영왕이 데려온 백이강은 오늘 생긴 유일한 변수였다.
황궁에 오래 머무른 터라, 칠대선은 사실 무림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백이강이 백씨세가의 장손이자, 현재 강호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초절정고수란 것 역시 눈치채지 못했다.
-갑자기 세자사를 들이다니……. 일개 호위무사라고 보기엔 기세가 남다르구나.
겉보기에는 강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황제 앞에서도 기세를 잃지 않는 걸 보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상대의 경지를 짐작조차 못 하는 답답함에 이룡이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정체를 파악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문제가 생기기 전에 대처를 하는 것이다.
-요명사. 네가 저 세자사에게 붙어서 따로 안내해라. 그동안 어떤 자인지 자세히 살펴보아라.
-예. 대형.
요명사는 맡겨진 임무를 받아들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이룡의 인재 활용은 적절했다.
요명사는 칠대선의 중에서 가장 영안이 트여 있는 사람이었다.
기와 영력에 모두 민감해서 무언가를 파악하고 눈치채는 데는 도통했다.
맨 처음 수신호위를 발견한 것도 그녀였다.
가장 뛰어난 장기는 바로 통찰안(洞察眼)의 술수.
비교해 볼 수는 없겠지만, 도가 문파의 도사들보다도 뛰어난 통찰안을 타고났다고 자부했다.
그녀는 이강에게 인사를 하면서 작게 도호를 외웠다.
그것은 술법을 부릴 때 사용하는 주문의 역할을 했다.
중단전의 진원진기가 쑤욱 빠져나가면서 눈에 뭉친다. 고개를 들어서 이강을 본다면, 그가 가지고 있는 기의 크기나 영력 등도 알아볼 수 있으리라.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요명사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우뚝, 굳고 말았다.
이강의 얼굴이 앞에 있었다. 희고 곱상한 얼굴.
눈 안에서 언뜻 비치는 푸른 광망. 요기와 같은 아찔한 기운.
통찰안을 켜도 그 도자기 같은 피부의 속까지는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서 있는 이강의 너머…… 그곳에 아지랑이 같은 무언가가 일렁였다.
무언가 존재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순간, 요명사는 호흡을 잊었다.
그것은 그녀가 파악하기에는 아직 고차원적인 무언가였다.
흉강(胸腔)을 수축, 이완시키는 횡격막이 멈추고 숨이 멎었다.
심장의 박동이 무척이나 느려지고.
형제들 중에서 가장 예민하게 태어난 정신이 혼탁해지려는 순간…….
탁.
이강이 요명사의 눈을 가렸다.
그 덕택에 요명사는 곧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무슨.”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요.”
“예?”
제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닦은 것도 아니고, 상대방의 눈에 먼지가 들어갔단다.
이런 황당한 변명은 처음 들어 보는 것이었지만, 요명사는 황급히 제 눈을 비볐다.
눈이 뻑뻑하고 매워서 눈물이 줄줄 났다.
스스로를 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새빨갛게 충혈되었으리라.
-무슨 일이냐.
이룡이 이변을 눈치챘는지 그리 전음을 보냈다.
그제야 제대로 정신을 차린 요명사는 눈을 비비는 척하며 슬쩍 답했다.
-아닙니다.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알겠다.
통찰안의 술법이 실패한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배운 것은 현문정종의 술법이 아니라 사이한 술수였으니, 이런 부작용도 종종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인간이 저리 거대한 무언가를 등에 달고 다니겠는가.
“따, 따라오시지요.”
요명사는 그렇게 말하고 앞장서서 걸었다.
뒤로는 이강이 따라왔다.
황제의 거처가 구경거리도 아니고 ‘안내’할 것이 무엇 있겠는가.
다만 이곳은 환천궁, 황제가 쾌락을 위해 지은 비밀의 궁이며 칠대선의 입김이 작용한 요새였으니.
미로 같은 구조는 익숙지 못한 자가 침입한다면 길을 잃을 정도로 복잡했다.
요명사는 안내를 해 주겠다는 말과 달리, 참으로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곳은 어떤 곳입니까?”
“하하…… 폐하께서 휴식을 취하는 곳이지요.”
그런 식으로 대답을 뭉개거나.
“저 방에는 귀한 거울들이 많이 있군요.”
“폐하의 즐거움을 위한 곳이지요.”
“거울이랑 즐거움이 무슨 상관입니까?”
“…….”
미소만 지으며 침묵하기도 했다.
그렇게 환천궁 내부를 한참 동안 돌던 요명사는 이강을 어떤 방으로 데려갔다.
“여긴 어딥니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차요?”
그럴 만한 공간이긴 하다.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화초를 두어 풍취를 돋구었다. 다만 다구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제가 차를 내올 테니,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예.”
서로가 서로를 탐색해 보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강의 입장에서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물론, 요명사는 그것보다 더한 것을 꿈꾸고 있었다.
‘정신이 해롱해롱해지면 제 정체를 드러내겠지.’
실력이 대단하단 동창이나 금의위도 자신이 배합한 몽혼약(夢魂藥) 앞에선 이성을 잃었기에, 요명사는 작게 미소 지으며 차를 가지러 갔다.
무색무취이니, 차에 섞으면 아무것도 모른 채 마시리라 확신했다.
이강은 다시 혼자 남았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무엇 하고 있소?」
‘…….’
「내 말이 들리지 않으신가?」
장삼봉은 어느새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말을 걸어도 이강이 대답하지 않자, 답답한 듯 투덜대던 중.
이강이 눈을 떴다.
‘여기 이곳. 조금 전 황제를 만난 곳 바로 뒤편의 방이군요.’
「으응?」
머릿속으로 요명사가 안내했던 길을 되짚어본 것이었다.
장삼봉은 아리송해하면서도 슬쩍 벽을 뚫고 나가 보았다.
그러곤 곧 손뼉을 짝짝 치며 나타났다.
「재주도 좋구려. 이런 재주가 있는지는 또 몰랐어.」
요명사는 일부러 길을 헷갈리도록 빙빙 돌아서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다.
그 이유야 뭐, 뻔하다. 그녀는 자신의 동료와 가까이 있을 수 있고, 길을 모르는 이강으로서는 사실상 홀로 배제된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
이강은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
요명사는 분명 통찰안의 술법을 사용했다. 이강이 황급히 눈을 가렸지만 무언가 수상함을 눈치챘을 것이다.
다행히 장삼봉이 신마반 안으로 들어간다면 통찰안을 사용해도 존재를 숨길 수 있을 터.
문제는 이강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리라는 것이다.
이강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단순한 검술만이 아니다.
이곳 환천궁에 올 때 무기도 두고 왔으니, 무인으로서의 능력도 반감된다고 봐야 한다.
그것이 방심을 부를 것이고 칠대선을 상대하는 데에 도움이 될 텐데…….
‘이룡이라는 자는 초절정고수 같았습니다.’
「내가 보아도 그랬소.」
‘나머지도 무공을 모르는 자들이 아니었고요.’
이룡은 이강의 경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강은 달랐다.
그는 이곳에서 처음 칠대선을 만났을 때 그 구성원 모두를 관찰했다.
적어도 쉽게 상대할 수 없으리라는 점은 명확해졌다.
‘역시, 도움이 필요하겠습니다.’
오늘은 그저 상대를 파악하고 물러가는 선에서 멈춰야 할 듯했다.
대업은 청림이 보내 줄 조력자들을 기다린 뒤에 행해야 했다.
‘그래도 수신호위와 접촉은 해 봐야 할 텐데.’
이강은 그것이 신경 쓰였다.
계영왕은 수신호위가 황실을 배반했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일단 만나서 무슨 생각인지 의사를 들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성역주와 계영왕도 동의했지만, 수신호위의 위치는 알고 싶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강이 불러 봤자 나타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신호위.”
혹시나 해서 그리 중얼거려 보았을 때였다.
투두두두두-
천장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이강은 곧 픽 웃었다.
‘황궁에도 쥐새끼는 사는군요.’
아무리 들어도 사람이 낸 소리는 아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소리가 지나간 방향에서 쥐 한 마리가 고개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그때, 장삼봉이 중얼거렸다.
「수신호위가 은신해 있을 곳 말이오.」
‘예.’
「저 천장 위밖에 없지 않겠소?」
‘……’
이강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수신호위는 자객이 아니지만, 은신해 있는 것은 자객이나 마찬가지리라.
조금 전, 황제의 방처럼 탁 트여 있는 곳이라면, 땅속에 숨어 있거나 천장 위에 있다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내 한번 확인해 보고 오리다.」
장삼봉은 이강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쑥 솟아올랐다.
혼령의 상태인 그이니, 막힌 천장이라고 뚫고 오르지 못할 리가 없었다.
잠시 사라졌던 그는 사라졌을 때처럼 다시 천장을 뚫고 돌아왔다.
그러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있소, 있어! 저기!」
장삼봉이 손가락질한 곳은 황제가 있는 곳이 아닌, 이강이 있는 방의 천장이었다.
‘저기…… 있다고요?’
이강은 장삼봉이 가리키는 천장의 한 지점을 노려보았다.
유수린이나 요명사와 달리 이강은 통찰안의 술법을 익히지 못했다. 그것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야만 익힐 수 있는 것이다.
막힌 천장을 꿰뚫어볼 수는 없으니, 이강은 청력에 집중했다.
하지만 예민한 감각으로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아니, 생기(生氣)라고 할 만한 것 역시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수신호위의 은잠술은 역시 평범하지 않은 듯했다.
‘그러면…….’
통찰안을 쓰지는 못하지만, 이강에게는 무진뇌정경이라는 전가의 보도가 있었다.
곧, 눈두덩이가 뜨거워지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
장삼봉이 가리킨 천장의 한 지점에서 불길한 아지랑이 같은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생기(生氣)라는 것이 있으니.
무진뇌정경을 암송해서 일시적으로 영안이 트이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의 백회혈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자연스러운 기운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저 천장에서는 여태까지 본 적 없는 기묘한 기운이 뭉게뭉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정확히 수신호위가 있는 지점을 노려보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강은 알지 못했지만, 그것은 수신호위가 움직일 ‘조건’ 하나를 만족시켰다.
퉁-
그런 소리와 함께 천장 일부분이 휙 열렸고.
쐐액- 팍!
정확히 이강의 발 앞에 유엽비도가 날아와 박혔다.
흰 칼날과 금으로 이루어진 작은 손잡이.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쾌속한 암기술이었다.
다만, 이강은 피하려 하지 않았다.
「경고군.」
애초에 이강의 발 앞을 노린 경고였다.
그리고 그 경고를 한 장본인은…….
「호오.」
고개를 든 이강은 보았다.
천장의 깊은 어둠 속에 번쩍이는 두 개의 안광을.
그곳에 수신호위가 있었다.
“수신호위.”
이강이 낮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이강을 조용히 응시하고만 있었다.
저절로 열린 듯 개방된 천장의 일부는 여전히 열려 있었다.
“잠시 이야기 좀 하지, 내려오시겠소?”
또다시 침묵.
이강은 잠시 고개를 비틀더니, 웃었다.
“싫으시면 내가 올라가고.”
“…….”
“그러면 올라갑니다.”
이강은 열린 천장으로 풀쩍 뛰어 올라갔다.
표정과 행동은 태연했지만, 태도가 허술하지는 않았다.
언제든 방어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한다.
“이런 곳이 있었군.”
천장의 공간은 사람이 충분히 서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높았다.
다만 이 어두운 곳을 어찌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천장이 열려 있어서 시야가 어느 정도 트였다.
그곳에는 수신호위가 있었다.
한쪽 무릎을 굽힌 채, 몸을 웅크리고 있다.
언제든 조금 전처럼 유엽비도를 흩뿌릴 수 있도록.
만약 그가 살수를 쓴다면, 품속에서는 한 자루가 아니라 수십 자루의 유엽비도가 날아올 것이다.
웅크린 몸과 달리, 눈동자는 이강을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가면이 씌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독특한 가면이었다. 금속으로 만든 듯한데, 귀신과 같은 흉한 생김새다.
그 눈구멍으로 비치는 눈에서 안광이 번쩍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왜 말이 없소?”
이강은 천천히 수신호위에게 말을 붙였다.
“내가 당신을 찾은 것은…….”
그렇게 말하던 이강이 문득 말을 멈췄다.
그러곤 눈을 찌푸렸다.
“뭐야, 이거.”
장삼봉은 말하지도 않았는데 수신호위에게 다가가 자세히 그를 살폈다.
조금 전보다 밝아졌기 때문에 더 확실히 살필 수 있었을 것이다.
장삼봉 역시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이거 혹시…….」
수신호위에게서는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강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