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50)
‘얘는 왜 전화를 안 받아.’
유연서의 집 앞에서 핸드폰만 부여잡고 있던 이태겸은 하는 수 없이 도어락에 카드를 갖다 댔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는 있지만, 그래도 미리 연락은 하고 들어가야 심리적으로 편했기 때문이다.
‘형님은······ 벌써 나가신 거 같고.’
신발장에 신발이 없다. 이태겸은 코를 찌르는 꽃향기에 홀린 듯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이윽고 탁 트인 거실을 꽉 채운 선물 상자와 꽃장식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워······.”
이게 뭐야? 이태겸은 그것들을 눈으로만 슬쩍 훑었다. 생일이라고 회장님들이 준비해 주신 거구나.
흡사 결혼식장처럼 꾸며진 화려한 거실을 보고 회장님들치고는 소박하네라고 생각한 이태겸이 유연서의 방문에 똑똑 노크를 했다.
“야, 자냐?”
워낙 넓은 집이지만, 감각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발달해 있어서 이태겸이 현관에서 망설이던 것까지 알고 있었다. 유연서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
“깼다.”
“······얼굴은 왜 그래?”
“뭐가.”
적반하장으로 나가니 할 말이 없어진 이태겸이 제 볼을 긁적였다. 무엇보다 날이 서 있는 유연서의 분위기가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 스케쥴 있는 거 알지?”
“알아.”
“준비하고 나와.”
이태겸은 유연서 대신 문을 닫아주면서 몸을 살짝 떨었다.
‘어우 무슨 사람 눈빛이······.’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인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순간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공연 때문에 기분 좋아 보였는데 오늘은 왜 저래?’
설마 또 어디 아픈 거 아냐? 그는 임승현과 상의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막 유연서의 집에 들어온 임승현은 유은호를 통해 동생이 또 응급실을 찾았다며 신경 좀 잘 써달라는 연락을 받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JSTV Music 1. 이번 주 뮤직원 라인업은?
■ SPECIAL STAGE ■
드디어 그 분이 오셨습니다!
얼굴이면 얼굴! 연기면 연기!
이젠 음악 차트까지 석권한 배우의 스페셜 무대!
▷ 유연서
-오늘 뮤원 라인업 뭐야??
유연서???? 진짜 음방도 돈다고?
└대박
└기사 엄청 뜨는데?
-어제 팬밋으로 입덕했는데 떡밥 아직도 못달림ㅠ
근데 음방까지돈다고ㅠㅠ? 언제 사녹신청 받았어?
└팬클럽에서 받았었어ㅇㅇ
└└아 일주일만 더 일찍 입덕할걸ㅠㅠ
└그럼 뮤원에서 하는 컨텐츠 다 볼수 있는건가?
팬 미팅이 끝났다고 팬들을 위한 모든 스케쥴이 끝난 건 아니었다. 유연서는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음악 방송 출연을 위해 방송국을 찾았다.
“와······ 역대급이다. 진짜.”
“오늘 유연서 와서 이렇게 몰린 거야?”
그의 음악 방송 출근길을 찍기 위해 평소보다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유연서의 홈 마스터뿐만 아니라 기자와 대리 찍사 등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다가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다가 무슨 사고 나는 건 아니겠지?”
“설마.”
하지만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유연서는 자신의 인기를 객관적으로도 잘 알고 있었다. 가장 먼저 출근길에 등장하면 그나마 덜 혼잡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 유연서 차 아니야?”
“벌써 온다고?”
“잘됐네.”
유연서를 태운 차가 등장하자 저마다 주섬주섬 카메라를 들고 그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하지만 유연서는 바로 내리지 않았다. 유연서의 차 바로 뒤에 따라붙은 검은 승합차에서 정장을 입은 장정들이 내렸다. 주성의 경호원이 로열을 보호하기 위해 방송국까지 따라온 것이다.
‘이럴 필요 없는데······.’
아마 형의 지시겠지. 그는 밀린 혼의 조정을 하다가 결국 유은호에게 들켜버렸다. 차에서 내린 유연서는 하품을 길게 하면서 포토 라인에 섰다. 새벽에 응급실에 다녀오느라 수면이 부족했다.
“왼쪽부터 봐주세요!”
그는 기자의 말에 졸린 눈을 비빈 뒤 카메라를 응시했다. 보통 이런 곳에서 사진을 찍히는 사람들은 무대 의상을 입고 오거나 헤어 메이크업을 신경 쓴다. 기사 사진이 예쁘게 나오면 당연히 좋으니까.
하지만 유연서는 그런 거로 시간을 잡아먹을 바에 몇 분이라도 자는 걸 선택했다. 게다가 워낙 막 찍어도 봐줄 만하게 나오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눈 따갑네.’
역시 너무 무리했나. 유연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연서 형! 사랑해요!”
“여기! 이쪽 봐주세요!”
다들 유연서를 찍으려고 큰 소리를 내면서 뭐라고 하고 있었는데, 유연서는 먹이를 주지 않았다. ‘이제 됐지?’ 하는 표정을 지은 뒤 방송국 건물로 향했다. 어수선한 현장은 주성의 경호원들이 잘 통제해서 우려하던 사고는 나지 않았다.
-유연서 출근길 떴어!
└얼굴 개작네
└예민미 ㅁㅊ
└와 사복 진짜 잘입는다
새벽에 쏟아낸 피 때문에 창백한 피부와 뇌를 헤집는 기억이 아직 후유증으로 남아 있어서 인상 쓴 얼굴은 예민 미로 포장됐다.
-내배우의 음방 출근길을 볼줄이야ㅠㅠ
-개존잘
-와 근데 배우는 배우다 그냥 후리하게 나온거 같은데 장난 아니네
-건물 입구에 있는 사람들 뭐지?
-뮤원 피디 있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유연서가 사진을 다 찍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사님.”
유연서는 가장 앞에서 손을 건네는 사람을 바라봤다. 사원증을 보니 JSTV의 예능국 국장이었다. 그 뒤로도 몇몇 사람들이 그에게 인사하려고 대기 중이었다. 뮤직원의 이수경 감독도 있었다.
“여기서는 그렇게 안 부르셔도 되는데요.”
“제가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그나저나, 뒤에 분들은······.”
국장은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주성의 경호원을 흘끔 바라봤다. 유연서가 한숨을 쉬었다.
“가족들이 과보호가 심해서요.”
“하하! 보기 좋습니다. 안 그래도 ‘유씨 가문’으로 저희 예능국이······.”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음방 출연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
유연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진짜 하고픈 말이 뭐냐고 눈빛으로 말했다. 국장이 굽실거리면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 피디한테 듣기로는 시즌 2도 생각 있다고 하시던데요.”
“아마 내년쯤에 촬영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할아버지도 긍정적이시고.”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니 표정이 단번에 밝아진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유연서는 익숙한 듯 그를 따라갔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이런 것도 받다 보니 익숙해졌다. 직원이 한 대기실의 문을 열자, 웬만한 원룸 크기의 공간이 보였다. 유연서의 스태프가 다 들어와도 남을 만큼의 크기였다.
“침대도 있네요?”
잘 됐다. 안 그래도 아직 어지러웠는데. 유연서는 뒤에 국장이 있든 말든 침대에 털썩 누워서 팔로 눈가를 가렸다.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
유연서는 손을 휘적이며 자꾸 시끄럽게 질문하던 사람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다소 건방져 보였지만, 그래서 더 유연서다웠다. 국장은 군말 없이 대기실의 문을 닫았다.
“무슨 대기실에 화장실도 있냐.”
대기실을 둘러보던 이태겸이 작게 중얼거렸다.
“너 원세븐일 때도 이런 대기실 썼었어?”
“아니. 그냥 다른 신인들이랑 같이 썼는데.”
“그래? 의외네.”
그가 원세븐으로 데뷔했을 때는 할아버지가 그의 데뷔에 역정 내던 때라 다른 신인 가수들과 같이 파티션 대기실을 썼었다. 그때가 생각나자 유연서는 입가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냈다.
***
대기실에서 잠시 체력을 보충한 유연서는 사전 녹화를 위해 준비했다.
유연서의 음방 무대라고 무대 세트도 공들인 게 티가 났다. 팬 카페에서 선착순으로 받은 방청객들은 유연서가 무대 위로 올라오자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악!”
“안녕하세요.”
“오빠 생일 축하해요!”
한 명이 생일을 축하한다고 개인 멘트를 날리자 여기저기서 생일을 축하한다고 아우성쳤다.
가끔 새로운 것을 하거나 다른 분야로 갔을 때 신인 같은 면모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어제 팬 미팅 갔다가 여기 오신 분 손 들어 보세요.”
하지만 유연서는 녹화를 기다리면서 팬들과 능숙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음악 방송의 분위기는 원세븐으로 데뷔했던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많이요?”
유연서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손을 든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자정 넘게까지 했던 공연을 보고 다시 이른 아침에 나와 사전 녹화를 기다렸다고? 대단한 열정이다. 팬들을 마주하니 안 좋았던 몸이 조금 나아진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유난히 긴장한 목소리의 감독이 말했다.
그렇게 사전 녹화는 총 3번을 치렀다. 유연서는 본방을 기다리면서 마이튜브에 올릴 릴레이 댄스나 여러 컨텐츠를 찍었다.
“헉······!”
“안녕하세요!”
재밌는 건, 그와 마주쳤을 때의 출연진들 반응이었다. 다들 넋을 놓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한 박자 늦게 그룹 구호를 말하고 단체로 인사했다.
“선배님, 이거 저희 앨범인데요······ 괜찮으시다면.”
고작 몇 개월 활동한 거 가지고 선배님이라고 쳐 주는 건가? 하긴 배우 아이돌 가리지 않고 연차로 줄 세우는 게 깔끔하지.
“감사합니다.”
유연서가 웃으며 받아주자, 그들은 꺄르륵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나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 정말 팬이에요!”
처음 용기 낸 한 그룹의 인사를 유연서가 받아주자, 그 뒤로는 후배 가수들의 인사 행렬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가요계 대선배가 왔다고 착각할만한 인파였다. 아무래도 그에게 잘 보이라는 소속사 관계자의 지시가 있는 게 분명했다.
“······이건 뭐예요?”
“그거 들고 수상 소감 짤막하게 녹화 따도 될까요?”
“허, 이래도 되나?”
본방까지 무사히 마치고 감독에게 받은 건 다음 주 1위 트로피였다.
“어차피 연서 씨 외에 받을 사람이 없거든요.”
어쩌다 보니 운 좋게도 대형 아이돌의 컴백 시기와 겹치지 않았다. 음악 방송도 이번 한 번뿐이니 괜찮겠지?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다음 주 1위 후보에 올랐던 유연서는 가볍게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1위에 토를 달지 않았다. 머글픽을 받은 유연서의 음원은 아직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예쁘게 걸쳐 있었기 때문이다.
***
예정된 음악 방송 무대도 끝나고 올해 유연서에게 남은 스케쥴은 ‘아이덴티티’의 막바지 촬영이었다.
“······뭐야?”
“뭐가.”
진수호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공연장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던 유연서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창백해 보였다.
“병원은 갔어?”
“갔지. 근데 저기는 왜 저렇게 소란스러워?”
“몰라.”
두 배우가 고개만 쭉 내밀고 촬영장 입구를 바라봤다.
“천 감독님?”
모자를 쓴 천성민 감독이 스태프들의 인사를 받으며 안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시골 내려가신 거 아니셨어요?”
“이 사람아. 내가 반갑지도 않아?”
“글쎄요, 워낙 자주 봬서.”
거장 감독과 유연서가 허물없이 대화하는 모습에 몇몇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여기 김동운 감독이 내 새끼 감독이었어. 현장 봐주려고 왔지.”
“그래요?”
사실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천 감독은 어깨를 으쓱하며 후배 감독을 봐주는 자신의 인자함을 강조했다. 저 나이가 되면 다 저렇게 되나. 유연서가 작게 웃었다.
김동운 감독은 천 감독의 등장에 황송한 듯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있었다. 촬영을 봐준다는 건 말 그대로 ‘봐주기만’ 한다는 소리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촬영 진행해.”
“감독님을 어떻게 신경 안 써요.”
“자꾸 토 달 거야?”
아빠 감독이, 그것도 천성민이라는 거장이 촬영장에 서 있기만 하는 것으로 신인 감독에게는 힘이 되고 출연하는 배우에게는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게임으로 치면 버프를 걸어주는 느낌과 비슷했다.
효과는 진수호의 표정이 환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시놉시스만 바라보기에는 불안했겠지. 그렇다고 다른 배우처럼 아빠 감독이 촬영을 봐 달라는 것을 계약서에 대놓고 쓰지도 못할 성격이었다.
“자, 그럼 동선 체크할게요!”
배우들이 스태프를 따라 이동하고, 그 자리에 남은 천 감독은 촬영장 구석에서 눈에 띄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눈을 반짝 빛냈다.
“자네가 왜 여기 있어?”
“들켰군.”
김동운 감독의 아버지, 김필성 감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