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8)
아침 일찍 일어난 여성은 막 샤워를 하고 나온 아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 아침에 샤워할 일이면······ 재활 치료가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운동을?
“또 뛰고 왔니?”
“네.”
“너무 무리하지 마라. 다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것도 재활이에요.”
수건을 세탁기에 집어넣은 그는 발목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통증을 느낄 때마다 어릴 때부터 해 왔던 유도는 정말 끝이라는 선고를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그는 아직도 굳게 닫힌 동생의 방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며칠째예요?”
“일주일 됐다. 그놈의 아이돌이 뭐라고······.”
“그러게요. 저 다쳐서 입원했을 때보다 많이 울던데.”
“그러게 말이야.”
동생은 아이돌 중에서도 한 멤버의 열성 팬이었다. 그 멤버의 탈퇴 소식을 듣고 저렇게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았다.
이해는 안 되지만, 사람마다 슬픈 건 다를 테니까······ 연예인을 저렇게 좋아해 본 적 없는 임승현은 어머니를 도와 아침을 차렸다.
“엄마······ 나 배고파.”
“드디어 나왔니?”
눈이 퉁퉁 부어서 식탁 앞에 앉은 임혜주는 오빠도 있었냐며 질색했다. 다른 사람들이 임혜주의 둘째 오빠더러 엄친아라고 부를 만큼 비교의 대상이었으니까.
“그래, 승현이 너는 진로를 어떻게 잡을 거냐?”
당신은 벌써 그런 걸 왜 묻냐는 어머니의 질타에 아버지는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안 물어볼 수 없었다. 교통사고 이후로 임승현은 묘하게 침울했으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부모는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터 찾아봐야죠.”
“그래. 너라면 뭐든 잘 할 수 있을 거다.”
아버지는 그를 격려했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첫째와 달리 둘째, 임승현은 늘 든든한 아들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유망주로 급부상했고,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올림픽을 바라볼 정도로 재능도 좋았다.
그런 아들이 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차도로 뛰어들었고, 다시는 운동을 못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늘 안타까웠다.
“잘하겠지. 오빠는 큰오빠랑은 다르니까.”
부모는 임혜주를 흘깃 바라봤다. 그래도 자식 중에서 두 사람이라도 잘 커서 다행이라는 의미를 담고서.
임승현은 가끔 이런 말이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너는 잘하겠지, 너는 형이랑 다르니까. 그 비교가 숨 막히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그는 끓는점이 높았다. 쉽게 분노하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오빠, 교사는 어때? 잘할 거 같은데.”
“뭐?”
“오빠 누구 돌보는 거 잘하잖아. 체육 교사 좋네. 마침 운동도 했었고······.”
그거야 동생이니 돌보는 거지, 다른 집 자식인 아이들을 여러 명이나 이끌 자신은 없었다.
“아니면 유치원 보육 교사? 엄마가 그러는데 오빠가 나 업어 키웠다며.”
“됐어.”
내가 무슨 그런걸······.
***
유연서를 데리러 근처에 정차한 이태겸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몸을 떨었다. 임승현이 조수석에 올라탔다.
“형? 퇴근한 거 아니었어?”
“드릴 게 있어서. 아직 안 끝났어?”
“곧 갈 거 같긴 해. 쟤는 세 시간을 안 넘잖아.”
이태겸은 열린 식당 문 사이로 유연서를 흘끔 바라봤다. 원세븐 멤버들 사이에 낀 유연서는 술잔 대신 물컵을 들고 있었다.
예전 성격이었다면 아마 입방아에 오를 일을 많이 하겠지만, 지금의 유연서는 자기관리가 확실했다. 술자리에 가도 딱 두 잔만 마시고 자정이 넘기 전에 집으로 갔다.
“형, 형이 쟤 밑으로 자진해서 들어갔다는데 사실이야?”
“사실 맞아. 그건 어떻게 알았어?”
“은호 형님이 알려주시던데?”
그래도 오늘은 평소보다 더 길게 있을 거 같아서 근처 편의점으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은 공통된 화제를 입에 올렸다. 바로 유연서에 관한 얘기다.
“뭐 때문에? 그······ 시절의 유연서 그, 좀, 그렇지 않았나?”
“다들 꺼리긴 했지.”
“근데 형은 왜?”
배우로 재데뷔한 유연서의 기행 중 하나는 매니저 갈아치우기였다. 주성에서 붙여 준 비서도 다를 바 없었다.
온갖 다채로운 방식으로 관두게 해서 전략 기획실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었다. 오죽하면 그가 유연서를 맡게 되었다고 하자 다들 송별회부터 준비했을까.
“글쎄······ 출세 때문에.”
“엥? 진짜?”
“진짜.”
“지, 진짜?”
이태겸은 믿을 수 없어서 재차 물었다. 그 임승현이 출세 때문에 유연서 한테 붙었다고? 정말 안 어울리는 단어 조합이었다. 아주 유연서 뒤에 붙는 게 천직인 거 같던데?
하지만 임승현은 진심이었다. 어수룩했던 그 당시 모습이 생각나서 귀를 약간 붉혔을 뿐이다.
“어? 저기 네 매니저 아니야?”
“벌써 데리러 왔나.”
“그럼 저 덩치가 그 비서님?”
임승현이 오범수를 살벌하게 밀어붙였다는 건 이한결을 통해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원세븐 멤버들이 수군거리면서 편의점 야외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잠깐, 내가 매니저로 다시 들어왔을 때 형도 쟤 맡은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그랬지.”
임승현은 문득 이태겸과의 첫 만남이 생각났다. 그때 배달 클레임을 내가 했다는 건 영원히 비밀이다.
직장도 짤리고 큰돈 주겠다는 거에 홀랑 넘어가서 다시 매니저를 맡은 거니까.
“그게 수습 기간도 안 된 사람의 일 처리라고?”
“내가 좀 잘해.”
“와······ 형도 유연서 한테 옮았나.”
“네가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유연서에게 옮은 건 임승현뿐만이 아니었다.
이태겸은 실장이 되고 업계 지식이 빠삭해지면서 내가 걔를 대변하는데 나라도 잘해야 한다는 소심함은 없어졌다. 오히려 그게 만만해 보인다는 인상을 줘서 역효과였으니까.
이태겸은 제 배우를 위해 점점 거침없어졌다. 어차피 유연서가 최대 투자자이고 주연이니, 요구하는 건 다 들어줬지만, 미팅 나갈 때마다 ‘이태겸 점점 독기 있어진다’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아니, 진짜 농담하지 말고. 진짜 출세 때문이야?”
“글쎄······ 베이비 시터가 천직인가 보지.”
“다 들립니다.”
이런. 임승현은 곤란한 듯 미소 지었다. 어느새 그들의 뒤로 붙은 유연서는 맞은편 빈자리에 털썩 앉았다.
“기척 좀 내시면 안 되십니까?”
“그럼 엿듣질 못하잖아요. 그래서, 베이비 시터라고요?”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하는 일은 비슷하지 않을까요?”
임승현은 지지 않고 말했다. 이게 다 친해져서 할 수 있는 농담이었다.
“끝났어? 집에 갈까?”
“좀 있다가 가자. 바람 좋네.”
유연서는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이태겸을 막았다.
“야. 저 형이 출세 때문에 너 맡았대.”
“나도 아는데?”
“헐. 나만 몰랐어?”
두 사람은 태연했고, 이태겸만 어이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근데 출세 때문이라면 철없는 도련님 맡는 거보다는 다른 길로 성공해야 출세 아닌가?”
“글쎄요, 어쨌든 출세는 했지 않습니까.”
“정말 내 뒤처리를 담당하는 게 출세라고 생각합니까?”
아마 다른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뒤처리를 대신하면서 버틴 게 출세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출세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니까요. 저는 그게 안정적인 직장 그리고 돈입니다.”
“솔직해서 좋네.”
하지만 임승현은 나름대로 자신이 출세했다고 생각했다. 유연서를 맡으면서 고속 승진했고, 자연스레 돈이 잘 벌리니 가족들은 풍족해졌다.
오너 일가중에 자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자신이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와줄 거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동생 임혜주의 말처럼 누군가를 보필하는 게 자신에게는 천직이었나 보다. 끓는 점이 높았던 그가 AST 엔터의 사건에서부터 이미 폭발했으니까.
“뭐 보냐?”
“이틀 새 너한테 들어온 시나리오.”
“흠······ 네가 고른 건 어떤 건데?”
“이거 두 개인데······ 한번 봐봐.”
유연서는 이태겸이 건넨 태블릿을 받았다. 그는 한창 재능 기부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서 단막극이나 독립 영화를 찾아다니면서 주연 아닌 단역에도 얼굴을 비췄다.
그 때문에 누군가는 컨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몸으로 뛴다고 좋게 평가하지만, 누군가는 너무 이미지를 소비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지 소비를 경계할 필요가 없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이렇게 시나리오가 들어오니까.
그는 미래 자신이 원했던 대로 다양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떨 때는 의사였다가 선생이 되고 운동선수도 하면서 가장이 되기도 했다.
“단편 영화네?”
“어, 남매의 미묘한 갈등이 주제야.”
“장애아 가족의 얘기는 전에 찍은 거로 아는데.”
“그거랑 조금 달라. 약간 현실적이면서 공감을 끌어내는 스토리던데.”
유연서는 빠르게 시놉시스를 읽어내려갔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밑에서 자라 자신감이 떨어진 오빠는 군대를 다녀오면서 선임에게 스포츠 도박과 가상화폐 투자를 배우게 된다.
처음 우연히 잘 벌렸던 맛을 잊지 못하고 대출까지 끌어다 썼다가 뒤늦게 알게 된 부모 그리고 어두운 집안 분위기에 고통받는 동생의 얘기였는데, 여기서 철없는 오빠 역할이 아직 비어 있었다.
“부모의 아픈 손가락에 집안 분위기는 망가지고 기대감에 이리저리 치어 다니는 동생이라······ 이거 누가 생각나는데.”
유연서와 이태겸이 동시에 임승현을 바라봤다. 세 사람이 가까워진 만큼 어느 정도 서로의 사정을 알고 있었는데, 임승현의 위로 사고만 치고 다니는 형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이태겸이 가족도 없이 혼자 자라왔다는 것도 알았다.
“그 작품으로 하시겠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일단 생각해 보고요.”
유연서는 고개를 뒤로 뻗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별은 보이지 않았다. 2207년 환경 중에 마음에 들었던 건, 다들 지하에 사느라 밤하늘만큼은 유달리 별이 잘 보였다는 점일까.
“근데 유도 관둔 거 아깝지 않았어요?”
“아깝긴 했지만, 그때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 임승현은 그때로 돌아가도 아이를 구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 덕분에 다른 진로를 찾았고,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으니까.
“도련님.”
또 그 소리네. 내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도련님이야. 유연서는 고개만 살짝 틀었다. 임승현은 입을 달싹이다가 나지막이 질문했다.
이런저런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만나서 친구처럼 지내는 원세븐 그리고 그 사이에서 웃고 있는 유연서가 생각나서였다.
“도련님은 아이돌 시절이 그립지는 않습니까?”
“유도 얘기 꺼냈다고 복수하는 겁니까?”
“반쯤은요.”
유연서는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글쎄요, 어차피 취미였어요.”
아마 그 시절에는 못 뱉을 말이었다. 그 당시 유연서는 나름 진지했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는 상실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배우가 천직인 거 같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
(그러면 연서 씨는 어때요?)
(아무 생각 없는데요.)
(네? 하하!)
박상태는 유연서가 원세븐 시절에 나왔던 예능을 또 틀어 보고 있는 대표님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대표님, 또 걔 봐요?”
“마스크 좋잖아.”
“이희서 때문이 아니라?”
한준오는 뜨끔해서 괜히 헛기침했다. 그는 이희서의 현역 시절, 그녀의 포스터까지 모았던 열성 팬이었다.
“그, 크흠. 캐릭터 진짜 특이한데······ 왜 갑자기 관뒀을까.”
“뭐, 연예계는 잠깐 찍먹해 본 거 아니겠어요?”
“우리가 영입해볼까? 어때?”
“글쎄요······ 걔 업계 소문 안 좋았지 않아요? 우리가 감당할 수 있으려나?”
그러는 박상태도 절대 안 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유연서가 가지고 있는 배경 그리고 아이돌 시절에 보였던 스타성만 해도 영입할 가치는 넘쳤다.
아이돌 시절에도 능력치는 좋았으니 연기는 배우면 금방 늘 것 같고, 무엇보다 얼굴이 사기급이었다.
“연예계 소문은 믿을 게 못 되잖아. 안 그래?”
“그래도 그렇지······ 걔가 온다면 맡을 사람은 저밖에 없는데요.”
“몰라. 너만 고생하겠지. 한번 찔러나 보자고. 아깝잖아. 이런 애가 배우를 해야지.”
헤일로 미디어의 대표, 한준오가 살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