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67)
심상치 않아 보이는 유연서의 모습에 정우현이 울먹이며 말했다.
“왜요?”
“이제 싫증 나서.”
“뭐?”
“내가 말하지 않았냐? 아이돌은 취미로는 괜찮았다고.”
유연서는 그 모습에도 약해지지 않았다. 이들과도 안 지는 고작 1년 남짓밖에 안 됐다. 잘라내는 건 쉬웠다.
“연서 형, 우리한테 뭐 섭섭한 거 있었어요?”
“형, 우리가 더 잘하면······.”
“야, 너넨 가만히 있어.”
윤유찬과 이한결은 두 막내를 뒤로 보냈다. 정우현과 강준우는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발만 동동 굴렀다.
“나 별로 활동에 그렇게 진지하지 않았어.”
“그래서······ 그냥 이렇게 가버리겠다고?”
유연서는 배신감에 눈동자가 떨리는 멤버들을 비웃었다.
“내가 언제까지 재미도 없고 가망 없는 그룹에 내 돈 들여서 활동해야 하냐? 구질구질해서 못 있겠다. 차라리 배우로 노선 트는 게 낫겠던데?”
“야. 우리 1년도 안 됐어. 고작, 고작 몇 개월 만에 이런다고?”
데뷔 전날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우리는 목숨 걸었다. 뜨지 못하면 인생 붕 뜨는 거라고. 유연서는 그걸 들먹였다.
“너넨 목숨 걸었는지 몰라도, 나한테는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니야.”
“뭐?”
“대학 가기 전에 좀 일탈한 거뿐인데?”
멤버들이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이한결이 차분하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리한테 먼저, 얘기하지 그랬냐. 우리가······ 이런 소식을 기사로 알게 해야 했어?”
“이제 알았으면 됐잖아. 간다.”
유연서는 미련 없이 숙소 밖을 나섰다.
“저, 저 새끼가······.”
“야, 이준아!”
“준이 형!”
그리고 그를 뒤 따라가서 어깨를 잡은 건 김이준이었다. 그는 처음에 유연서의 말이 장난인 줄 알았다.
그래서 다들 유연서에게 따질 때도 혹시 누가 숨겨놓은 카메라를 찾을 정도로 유연서의 탈퇴 통보가 믿기질 않았다.
“야! 유연서! 우리, 우리 친구 아니었냐?!”
하지만 유연서와 멤버들의 대화 그리고 그가 데려온 사람들이 그의 짐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점점 현실을 파악했다.
김이준은 유연서와 가장 친한 멤버였다. 동갑 친구에 연습생 때도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욱 배신감이 컸다.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게 어딨어?”
유연서는 이미 눈에 눈물을 달고 자신을 돌려세운 김이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럴 거면 그날 왜 그랬냐?”
“······.”
“씨발, 금방 떠날 거라고 여지라도 남겨주질 그랬어. 네가 우리랑 적어도 7년 동안 같이 한다며!”
“그걸 믿냐?”
“뭐?”
“놔.”
유연서는 김이준이 잡은 손을 거칠게 떼어내고 차에 올라탔다.
“······쟤가, 쟤가 지금.”
“이준아. 들어가자.”
“형, 쟤가······.”
이한결이 김이준을 강제로 이끌었다. 이러다가 숙소 근처를 서성이는 사생에게 목격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하지만 지금 김이준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정도로 이성적이지 못했다.
“야! 유연서! 이 개새끼야!”
“김이준. 들어가자니까?”
김이준을 말리는 이한결의 시선도 유연서를 태운 차에 고정되어 있었다. 황당하고 배신감이 밀려 들어왔다.
이한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데뷔도 전에 이럴 거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본인이 끝까지 하겠다는 말을 믿었다.
유연서로 인해 인지도를 얻었으니, 언젠간 유연서가 개인 활동에 매진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팀 탈퇴를 통보할 줄은 몰랐다.
“이, 이······!”
“소란 일으키지 말고······.”
“놔 봐, 형!”
보컬 수업이 헛되지 않은 건지 김이준의 목청은 점점 멀어지는 유연서의 귀에도 들릴 정도였다.
그가 숙소를 나오고 향한 곳은 소속사였다. 깔끔하게 끝내라는 할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아쉽다. 우리 이번 앨범 기세 좋았는데······.”
AST 엔터로서는 유창호가 움직이는데 달리 어떻게 막을 수도 없었다. 최고의 방법이 가장 인기 많은 유연서의 탈퇴였다.
다만 유연서로 인해 그룹의 이름이 조금 알려졌는데 이렇게 떠나게 되어 버리면, 우리 회사는 어떡하지? 안 그래도 유연서 하나만 보고 투자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 잘 지내고.”
“애들은 우리가 어떻게든 잘해볼 테니까······.”
가만히 앉아 있던 유연서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도 너 있어서 우리 그룹이 좀 많이 알려진 거 같아.] [야, 고맙다.] [적어도 7년은 하겠지. 너넨 7년도 안 할 거야?] [······서야.] [이럴 거면 그날 왜 그랬냐?]이리저리 뒤섞인 목소리는 이명으로 남아 그의 귀를 괴롭혔다. 유연서는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헤집어 놓으며 말했다.
“7년.”
“뭐?”
“······내가 나가는 대신, 회사에 투자는 해 드릴게. 단, 애들 아티스트 계약한 7년까지만이야.”
“그, 그래?”
침울했던 대표의 얼굴이 단번에 밝아졌다.
“애들한테는 얘기하지 마세요.”
“그······ 애들도 알아야 하지 않겠냐?”
“걔네가 알아봤자 뭐해요?”
그렇게 모질게 굴고 나왔는데 대신 돈을 대준다고 하면 걔네가 퍽이나 고마워하겠네.
“그럼 이제 다신 보지 말죠?”
자리에서 일어난 유연서는 망설임 없는 걸음으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끝까지 싸가지가······.”
“그래도 의리는 있네요. 돈까지 대준다는 거 보면.”
“뭐, 그렇긴 한데······ 애들은 어때?”
“울고불고 난리 났죠.”
“쟤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나?”
대표는 끝까지 유연서가 나간 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에휴······ 이제 우리 어떻게 하냐.”
유연서가 소속사 건물을 나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검은 정장의 남자가 그에게 꾸벅 인사했다.
“도련님.”
“뭡니까?”
전략기획팀에서 유연서에게 붙여준 비서가 아니었다. 할아버지 직속 비서실 소속 사람이었다.
“회장님이······.”
“진짜 가지가지 한다.”
“타십시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던 유연서는 일단 차에 탔다. 다행히 방향은 할아버지의 저택이 아니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건물 앞에 내린 유연서는 비서가 건넨 건물 문서와 차 키를 받았다.
“회장님의 선물입니다.”
“선물?”
“네. 곧 대학생이 되시니······.”
“또 돈으로 바르려고 하네.”
이게 할아버지 식 화해였다. 물질적으로, 금전적으로 해결을 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유연서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못 들은 거로 하겠습니다.”
“가장 위층이죠?”
“네.”
펜트하우스의 문을 연 뒤 손을 휘적거려 비서를 보낸 유연서는 이미 자신의 물건이 말끔하게 정리된 집안을 훑어보았다.
이 넓은 집에 혼자 사는 건가······ 덩그러니 서 있던 유연서는 침실로 보이는 문을 열었다. 관리는 잘 되어 있었다. 난방 때문에 공기가 훈훈했지만, 마음이 허했다.
[연서야! 여기 봐봐!] [꺄아아악!] [오빠 진짜 보고 싶었어요!]이제는 제법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익숙해진 팬들의 애정어린 시선과 음성이 떠올랐다.
그는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스케쥴을 하고 다녔었다. 자신이 모습을 보이자 지치지도 않고 함성을 내지르는 사람들, 무대의 열기가 아직도 생생했다.
[내가 왜 좋아요?] [얼굴!] [네? 그렇게 빨리 대답하기 있기?] [아, 아니! 사실 더 있는데······!] [하하!]오롯이 나만을 보고 눈을 반짝 빛내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 일방적이지만 무한한 애정의 눈길이. 내가 뭐라고 신경 써 주는 그 마음들이 자꾸 밟힌다.
[야, 우리 연습 째면 안 되냐?] [역시 우리 형, 얼굴 장난 아니죠?] [우리가 이렇게 스케쥴 많이 잡힌 것도 유연서 덕분이니까.] [여기 숨어 있다가 스케 끝난 애들 덮치는 거 어때?]시끌벅적했던 숙소 생활 덕분에 잠을 푹 잘 수 있었던 일상도 이제 끝이다. 그래, 뭐······ 내가 워낙 신경질을 많이 부렸으니 걔들도 지쳤겠지. 차라리 1년 되기 전에 빨리 끝내는 게 나을 것이다.
‘어차피 취미였어.’
그동안 받은 팬들의 선물과 편지를 버리지도 못하고 대충 상자에 쑤셔 넣어 빈방 구석에 숨겼다. 그리고 지친 몸을 침대에 던졌다.
‘별로 그렇게 재미도 없었고.’
데뷔해서 이희서를 알기는커녕 머리만 들쑤셨다. 그래, 어쩌면 여기서 끝내는 게 정말 맞을지도 모르지. 걔네는 나 때문에 주목도 덜 받았고, 내가 자꾸 충동적으로 행동했던 것을 수습하기 바빴으니까. 그래, 이게 옳다.
머리가 좋으면 이게 문제였다. 과거 일이 지금처럼 생생했다.
[너한테 신세 진 거 꼭 갚을게.] [야! 쟤 봐봐! 개웃겨!] [······서야.] [스케쥴 고생했다. 안 피곤하냐?]그 틈바구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
유연서가 돌연 탈퇴하고 난 뒤 컴백으로 기세 좋던 원세븐은 갑자기 입방아에 올랐다. 외국인도 아니고 갑자기 탈퇴할 이유가 없었다.
-연서야ㅠㅠ 아니지? 아니지???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아니 왜 갑자기 탈퇴해?ㅠㅠㅠㅠ
-유연서 탈퇴? 나 어제까지만 해도 사녹갔었는데??
-유연서 혼자 잘나가니까 멤버들이 왕따한 거 아님?
-솔직히 유연서랑 친한 멤버 없긴 했음
-근데 유연서 업계 소문은 구리다고 하지 않았음?
└그걸 믿냐?
└구리면 방송에서 써주겠냐?
-유연서 사생이 숙소 앞에 있다가 애들 싸우는거 봤다고 하더라
└사생썰을 믿냐?
남겨진 원세븐 멤버들을 향한 억측이 난무하고 너무 독보적인 유연서를 견제하려고 왕따를 시켰다는 썰이 거의 기정사실화됐다.
유연서는 이때까지만 해도 대중 호감도가 좋았다. 주성 그룹 3세라는 배경과 이희서의 비극을 목격한 아들이라는 사연까지 겹쳐서 동정심을 유발했으니까.
“쟤네가 걔네지?”
“야 누구 하나 빠지니까 진짜 없어 보인다.”
“어쩌냐. 인기 멤버 빠지면 그냥 끝난 거 아니냐?”
기세 좋았던 원세븐을 견제하는 다른 그룹들의 뒷담 아닌 뒷담이 귀에 꽂히고, 방송계의 섭외도 점점 끊겨갔다.
“우리, 좀 쉴까?”
“······그래.”
갑작스럽게 메인 보컬이자 비주얼 멤버 그리고 팀 내 인기를 견인하던 유연서가 탈퇴하자, 주변 시선이 변했다.
멤버들은 갑자기 무기력함에 빠졌다. 그저 한 사람이 탈퇴했을 뿐인데, 주변에 있는 모든 환경이 바뀌었다. 우리는 걔 아니면 정말 안 될 그룹이었나? 우리는 이것밖에 안 되는 존재였나?
원세븐이 1년의 공백기를 가지는 동안 유연서의 투자금은 끊기지 않았다. 별다른 활동을 안 해도 들어오는 돈에 AST 엔터의 대표와 실장이 된 김두현의 눈빛은 점점 탐욕스러워졌다.
“우리 계속 이러고 살아야 하냐?”
“······그러게.”
원세븐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은 그래도 컴백을 시켜주겠다는 소속사였다. 멤버들은 열심히 보컬 수업을 다녔고, 다른 길로도 유명해지기 위해 연기 수업이나 예능 및 진행 수업을 받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이게 다 걔 때문이야.”
“······그래.”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그들의 공통점은 유연서였다. 공통된 적을 만들어 씹을수록 점점 끈끈해졌다. 그렇게 그들이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뜬금없는 소식이 들렸다.
유연서 배우 된다···헤일로미디어와 전속계약 체결
주성 3세, 유연서 주연으로 배우 데뷔
“······뭐야?”
유연서가 배우로 재데뷔한 것이다.
***
“뭐야, 여기가 아직도 있었어?”
“몰라? 너 그······ 범인 잡느라 이 근처 와봤다며.”
“그땐 뛰어다니느라 정신없었는데.”
민성철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했는데 주변 환경이 눈에 들어오겠나? 유연서는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연탄 불고깃집을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김이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왔어?”
“왔다.”
“연서 형, 오랜만이야.”
원세븐 멤버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심지어 자리도 그때 그 자리랑 똑같은 자리였다. 가장 가운데에 앉은 유연서는 윤유찬이 쥐여 주는 술잔을 무심코 받았다.
“야, 빨리 짠해.”
“오자마자?”
“빨리. 짠!”
“생일 축하합니다!”
얼떨결에 멤버들과 함께 건배한 유연서는 정우현이 해맑게 내뱉는 말에 주위를 둘러봤다.
“뭐야, 여기 생일인 사람 없잖아.”
“흥겨우면 원래 아무거나 내뱉는 거 모르냐?”
그래도 얘가 우리 생일을 기억하고 있나 보네? 윤유찬은 제 코를 쓰윽 비볐다.
“자, 이로써 우리가 네게 빚진 투자금 다 갚았다?”
“내가 싫다는데 기어코 돌려주네.”
“어떻게 그러냐. 받은 게 있으면 돌려줘야지.”
정말 나한테는 푼돈인데······ 주겠다는 데 계속 안 받기도 이상하네. 유연서는 잔을 내려놓으면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근데······ 물가 반영해서 더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야, 너는 진짜······.”
“우리 방금 분위기 좋지 않았어? 꼭 이렇게 초를 쳐야 해?!”
“형! 우리 거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