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275)
제275화
#275. 진짜 이렇게 나오기요, 강 단장?!
의외의 장소에서 뜻밖의 만남이란 둘 중 하나다.
반가움 혹은 불쾌함.
이타카 길드의 마스터 돌로레스 스캇은 명백히 후자에 드는 헌터였다.
테일러와 카밀라가 최초의 당황스러운 반응 수습한 데 이어 비아냥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왜냐하면, 돌로레스가 의외의 장소에 나타난 이유가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낫띵버거가 도시와 시민을 지키자고 여기 왔을 리는 없고. 딱 봐도 스틸 플레이로군.”
“유니크 아이템이 확실히 요물은 요물이야. 여기가 지옥인지 모르고 왔나 보네? 욕심만 앞서서는. 쯧!”
카밀라가 아무런 조치 없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돌로레스를 내려다보고만 있자 최초로 발견 보고를 했던 원정대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강심제를 쓸까요?”
“기다려 봐. 테일러, 잠시 얘기 좀 할까?”
카밀라는 테일러를 데리고 무리에서 떨어져나와 은밀히 속삭였다.
“어때? 이김에 확 목을 칠까?”
스산하게 가라앉은 눈빛. 테일러는 그녀가 농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자신 역시 적을 없앨 때마다 짓는 표정이었으니까.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S랭크한테 레이드 떠넘기고 도망치는 마당에 별소릴 다 하는군. 낯뜨겁게.”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지. 유니크 아이템은 물 건너갔어. 그러면 최소한 후환이라도 없애두는 게 계산에 맞잖아? 생각해봐. 이번 레이드에서 그쪽 원정대 손실이 얼마지? 솔직히 말해 우린 3할이 날아갔어. 주세아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리 목숨도 장담 못 했을 거야. 그쪽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번 레이드에 참가하지 않은 이타카는 정예가 멀쩡하다는 거야. 반면에 우리는 부상자가 현장 복귀하는 데도 시간이 걸려. 새로운 원정대원 선발해서 훈련 시키고 손발 맞추면 내년 상반기에나 게이트 투입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블루 게이트면 몰라도 레드는 자신 없다고. 한 번에 너무 많은 대원을 잃었어. 낫띵버거 성깔에 그동안 얌전히 있을까? 난 아니라는 데 내 모가지를 걸지.”
테일러는 카밀라의 피해 진단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보기에도 이타카는 두 길드의 전력 약화를 틈타 세를 확장할 것 같았다.
대형 길드끼리의 다툼에선 한 번 밀린 기세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고랭크 헌터들을 공백은 하루 이틀 새 메워지는 게 아니었다. 숫자를 채웠다고 해도 꿈에서도 합을 맞춰야 하는 원정대의 전력 회복은 많은 시간과 자원이 들어갔다.
그는 고심에 찬 얼굴로 돌로레스가 있는 쪽을 돌아본 뒤 말했다.
“마침 장소도 몬스터 소굴이고, 마음 같아선 죄다 쓸어버리고 싶긴 한데…. 난 그쪽과 달리 최소한의 양심이란 게 있어서.”
“양심은 무슨…. 그렇다고 저 악당들을 살리자고? 내가 단순히 길드 싸움에서 밀리는 것 때문에 얘기하는 것만은 아니야.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이타카에서 손대는 불법 사업들에 대해서 알고 있잖아? 저놈들은 사라져주는 게 사회 정의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언제 반대한다고 했나? 내가 말했잖아.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고. 네 말대로 헌터와 시민, 어느 쪽이든 해가 될 놈들이다. 이놈들을 사회에 다시 풀어두는 건 양심에 걸려. 그렇다고 직접 죽이는 것도 껄끄럽지.”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괜한 수고 들이지 말고, 저쪽에 던져두자는 거야.”
테일러가 가리킨 곳은 전투의 영향이 미치는 가장자리였다. 돌무더기가 쌓여 시야를 가리는 곳. 그 뒤에 의식을 잃은 자들을 놓아두자는 것은 죽으란 소리나 다름없었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카밀라와 닮아 있었다.
“생긴 건 정의의 용사 같은 사람이 아주 능구렁이야.”
“그래서 안 하겠다고?”
“누가 안 한대? 그렇지 않아도 꼴 보기 싫은 놈들이었는데. 이제야 LA가 깨끗해지겠네.”
“운이 좋으면 몇 명쯤은 살아나올지도 모르지.”
“살면 뭐 해? 원정대 정예가 죄다 날아간 이타카가 살아남기 어려울 텐데.”
“그럼, 우린 이제부터 동맹인 건가?”
“아주 은밀한 비밀을 안고 가는 사이잖아.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쩌겠어. 친구 먹어야지.”
테일러가 내민 손을 카밀라가 맞잡았을 때였다.
콰앙! 쾅!
“윽, 저쪽은 절정이로군. 더이상 지체했다간 저 무식한 싸움에 휘말리겠어.”
“일단 이타카 놈들부터 옮기고 보죠. 무장 해제시키고.”
원정대는 카밀라와 테일러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왜 이타카 길드원들을 전투 현장에 놓아두는지 묻는 자는 없었다. 명령에 죽고 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이런 일에 익숙한 탓이었다.
그들의 이런 행동에 의문을 제기한 자는 따로 있었다.
“저 사람들 두고 가게?”
갑자기 끼어든 앳된 목소리에 테일러와 카밀라는 긴장했다.
‘주세아와 같은 길드…….’
‘그 강력한 염동력자인가?’
고을지였다.
“다시 한번 묻겠어. 얘들 버리는 거야? 아님 살리는 거야? 그걸 좀 알아야겠는데?”
테일러와 카밀라는 눈빛을 교환했다.
‘어떻게 할까? 손을 써, 말아?’
‘주세아를 적으로 돌리고 싶으면. 그리고 공격한다고 해서 단시간에 제압할 자신 없어. 아까 방어막 봤지? 그만한 텔레키네시스트는 북미에서도 보기 어렵다고.’
테일러의 의중을 눈치챈 카밀라가 조심히 말했다.
“쟤네 악당이야.”
“그래서?”
“살릴 가치가 없는 놈들이란 거지. 쟤네가 어떤 놈들이냐 하면…….”
“그래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살릴 놈들이었으면 내가 말려도 당신들이 살렸겠지. 난 그걸 묻는 게 아니야.”
“그럼, 뭘 묻는 거지?”
테일러가 물었다.
“데리고 나갈지 말지 묻는 거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통로로 도망치지 말고 저기로 가자는 뜻.”
고을지가 천장을 가리켰다. 하늘이 보였다. 토마스가 낸 구멍이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포션만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헌터들도 있잖아. 한시라도 빨리 병원 보내야지. 지금 힘이 많이 빠져서 나를 인원에 제약이 좀 있거든. 초과인지 이하인지 확인하는 거야.”
그제야 두 사람은 고을지의 말뜻을 이해했다.
한마디로.
‘죽일 거냐.’
‘살릴 거냐.’
그렇게 묻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녀도 역시 헌터구나.’
고을지는 평범한 인간의 도리 따윈 현장에서 쓸모없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동시에 남의 나라에서 괜한 참견은 피하고 싶었다. 골치 아픈 건 질색이었다.
‘토마스한테 듣기로도 이타카 애들 질도 나쁘고 여기 애들도 손절할 정도면 말 다한 거지.’
카밀라가 대답했다.
“두고 간다.”
“좋아. 그쪽 부하들한테 전해. 괜히 내 힘에 저항하지 말라고. 힘만 더 드니까. 살고 싶으면 얌전히 있으라고 해.”
“전해 두지.”
* * *
5세대 여왕.
이제는 세대를 세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여왕은 고고하고 사악한 빛을 품은 존재가 천장을 뚫고 등장했을 때부터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동시에 적의가 샘솟았다. 없애지 않으면 자신이 당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강적을 눈앞에 두고도 다른 쪽에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어딜 한눈파는 거야?!”
주세아가 휘두른 앵거바딜이 매섭게 여왕을 몰아붙였다. 단순한 일격이었지만, S랭크의 마나가 듬뿍 담긴 공격이었기에 그 어떤 스킬보다 위협적이었다.
여왕은 맞서지 않고 몸을 돌려 두 쌍의 날개를 활짝 폈다. 투명한 날개가 빛을 냈다. 보이지 않는 막이 형성되며 주세아의 힘에 대항했다.
또 한차례 폭음과 함께 먼지가 자욱하게 끼었다.
아슬아슬하게나마 연신 방어를 성공한 여왕을 향해 주세아는 불쾌함을 드러냈다.
“나보다 저쪽이란 말이지?”
주세아의 불쾌함은 곧 불길함으로 바뀌었다. 그녀 역시 칼끝을 돌리고 싶었으니까.
‘그건 분명 북포천 때의 그것과 같은 느낌이었어.’
강무혁이 영입한 마법사 토마스.
그가 천장을 부수고 지하로 내려왔을 땐, 흡사 마왕이 강림하는 듯했다.
자신도 여왕도 일순 전투를 멈출 정도로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존재.
헌터들이 쓰러지고, 5세대 육식말벌들이 전멸하는 모습은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게다가 그런 존재가 강무혁을 데리고 나타났다.
주세아는 당장 달려가 그를 구출해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까 그 느낌은 아니야. 강 단장님도 지켜주고 있는 것 같고. 일단 아군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도와주니 우리 편이란 식으로 단순히 나누었지만, 언제 다시 돌변할지 모르기에 마냥 마음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주세아는 토마스가 개입하기 전에 여왕을 끝장낼 심산이었다.
문제는 여왕이 정면으로 부딪치던 조금 전과 달리 자신을 피하면서 토마스에게 달려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토마스가 당하는 건 상관없지만, 그와 함께 있는 강무혁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헌터가 아닌 그가 언제까지 무사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놈은 왜 이러는 거지? 철천지원수라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토마스 헌터만 노리지 않을 텐데 말이야.’
주세아는 알 수 없었다. 당연했다. 괴물의 생각 따위 뭐가 중요할까? 몬스터는 없어져야 마땅한 존재.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몬스터의 최후에 어울렸다.
토마스 또한 그녀와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통증이 너무 심하다. 이걸 견디고 멀쩡히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내가 이상할 정도로. 분명 내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게 분명해.’
토마스는 여왕의 공격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으나 그가 느끼는 고통은 제아무리 헌터라도 견디기 힘든 강도였다.
그럼에도 전투를 치를 수 있다는 건 분명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전력을 다할 수 있는 몸은 아니야.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주세아 길드장님과 연계하죠.”
강무혁의 목소리였다. 그는 어느새 토마스의 등 뒤로 기어와 말하고 있었다.
토마스는 방어에 집중하는 한편, 강무혁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긴 한데…. 당장 쓸 수 있는 마법에 제약이 좀 있습니다.”
“가능한 공격마법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파괴력은?”
“아까 불새 보셨죠? 그 정도는 될 겁니다.”
“부족합니다.”
“어느 정도면 되겠습니까?”
“여왕의 발을 완전히 묶을 정도.”
“있긴 한데, 그러면 방어 마법을 거둬야 합니다. 그것도 아마 단발이 한계일 겁니다. 지금 몸 상태로는…….”
“제가 문제군요.”
토마스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동안 강무혁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몬스터 사냥에 목을 매고 있는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강무혁은 헌터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몬스터 절멸에 앞장섰다. 고을지도 헌터가 되지 못한 게 가장 분한 사람이 강무혁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사람이 지금 방해가 되고 있으니 자괴감이 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죠.”
“다른 방법?”
“고을지 헌터. 오더를 내립니다.”
강무혁은 뜬금없이 허공에 말을 걸었다.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던 토마스는 이내 그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셋을 발견했다.
‘아! 연맹에서 뜯어낸 통신 장비?!’
잠시 후 대답이 들려왔다.
-갑자기 무슨 오더요?!
“잠시 여왕의 공격을 막아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고을지 헌터?”
잠시 끊겼던 통신이 이어졌다.
-저기요. 제가 단장님께 무슨 잘못 했나요? 만약 잘못했다면 사과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오더는 좀 접어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무슨 소릴…….”
-아니, 나보고 저 무지막지한 걸 막으라니. 죽으란 소리잖아. 진짜 이렇게 나오기요, 강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