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143
00143 지하도시 베네프 =========================
정육점에 가면 고기가 종류별로 늘어서있다.
그렇게 생고기를 늘어놓는 것으로 신선도를 표시하기도 한다.
또한 회를 뜰 때는 즉석에서 살아있는 생선을 죽여 요리하기도 한다.
그러고는 머리통과 꼬리는 그대로 내놓고 그 신체부위를 늘여놔 데코레이트를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끔찍하다 하기 보다는 음식에 예술을 더 했다고 표현한다.
고기를 통째로 굽고 갖가지 조미료를 추가하는 것을 보며 요리사가 미적감각이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게 인간이라면?
“…이런..씨발..”
험하게 생긴 생김새와 토박이로 붙은 거친 말투지만 태식은 그렇게 비속어를 잘 쓰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자제하는 편이다.
말만 죽인다는 것이 아닌 실제로 살육이 넘쳐나는 바벨에서 욕 몇마디 한다고 변할 것은 없으나, 그래도 같이 다니는 혜진에 대한 나름의 배려다.
그런데 지금, 그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욕짓거리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썰린 장기, 뽑아져 한데 쌓여 있는 뼈.
질긴 근육과 부드러운 살.
잘 다듬어진 인육이 그 곳에 있었다.
어딘가엔 팔만 잘려 뭉쳐져있었고, 어딘가에는 다리만 잘려 뭉쳐져있었다.
머리통만 따로 뽑아낸 곳이 있냐 하면, 혀와 눈, 뇌만 따로 보관되어 있기도 했다.
그것들이 수정안에 보관되어있었다.
한 쪽엔 사람의 몸통이 통체로 수정에 보관되있었는데,
“야, 이 사람.. 살아있다.”
산체로 수정안에 박제된 사람이 수십이 넘었다.
다른 것들도 포함해 아무래도 200도가 넘는 온도 속에 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인듯 했다.
“하..”
수정에 든 것들은 인간의 그것들만은 아니었다.
다른 여러 생물체의 것들도 적재되있었다.
말 그대로 식량창고.
딱히 인간에게 이런 짓을 한게 아니라, 그들이 적재한 식량에 인간이 포함되 있었다.
잔혹하게 보이나, 그들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분류한채.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식량을 보관하듯, 아론들도 식량을 보관했고 그 중에 인간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게 이해될리가 있을까.
“야, 천수야.”
“어.”
“여기 말고 식량창고가 7군데 쯤 있나?”
“야, 임마.”
“7군데 맞냐?”
몰락했다해도 과거에는 제국을 이루던 곳의 수도다.
식량창고가 하나만 있을까.
“야, 잠깐만. 태식아.”
“왜.”
“알아둬라.쟤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침략자다.
안그래도 나라가 멸망하고 세상이 망해버려서 겨우 끼니만 이어가는 곳에 침략한건 우리야.”
“알아.”
“브리핑에서 들었으면 알겠지만, 놈들은 어지간해선 지상에 안 나가.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기 놈들의 식량이 된 사람들은 저 자들이 먼저 베네프를 침략했다가 역으로 잡힌것일 확률이 높아.”
“그것도 알아.”
“그리고 무지하게 위험하다. 네가 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태식은 현재 식량창고를 전부 쓸어버릴려 하고 있었다.
그럼 결국 마지막에는 놈들의 대군세와 부딪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지리적이점은 끝이다.
“다 알아.”
“태식아 이건 미친 짓이야. 단순히 봐도…”
“천수야.”
“…왜.”
“니 말이 맞아.”
태식도 머리가 있고 생각이 있다.
일의 선후처리를 따지자면 누가 먼저 잘못했느냐는 분명 뻔하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후!
크게 숨을 뱉었다.
“옛날에 그 아재가 내게 말했었다.
내 같이 단순한 놈이 가끔씩은 부럽다고.”
멀리, 그리고 많은 것을 생각하는 운성은 가끔씩 태식을 부러워했다.
그 때 태식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운성처럼 자신이 결코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자가 왜 자신을 부러워할까.
자신은 그 남자의 십분의 일만 따라갔어도 참 편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바벨을 겪으며 태식은 많은 것을 보아왔다.
지구에서 배워오던 선악의 구분.
인간의 도리.
생명의 존엄성.
그런 것들이 서로의 사정에 의해 엉켜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렇게 되자 도저히 기준을 세우는게 어려워졌다.
이게 맞다 싶었던 일도 후에 알게 되자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맞상대했던 부랑자들의 비극적인 과거를 알게 되자 때론 주먹을 쥐는게 망설여졌다.
운성은 그런 이유 하나하나 대자면 세상 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세상의 여러면을 태식에게 보여줬다.
처음에는 고통스러웠다.
왜 이런 것을 그는 자신에게 보여줄까.
차라리 단순했던 과거가 편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경험이 쌓이니,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허운성, 그 남자는 그렇다면 무엇을 인생의 중점으로 두고 살아가는가.
겨우 자신 정도의 눈 앞에 좀 보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것 같고 가치관의 혼란이 찾아왔다.
그렇다면 운성에게 보이는 것들은?
그는 과연 가치관이라고 할 만한게 남아있을까?
우스갯소리로 미스터빅픽쳐라고 부르고는 했던 그 남자는 이 몰아치는 폭풍과도 같은 관점속에서 어떠한 자신만의 깃대를 세웠는가.
그런 혼란을, 무너질 것만 같은 태식에게 운성은 웃으며 말했다.
‘인간은 원래 그런거다.’
남에게 쓸데없이 관심이 많은 주제에 이기적이다.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말하면서도, 정작 중요할 때 더럽게 단합이 안된다.
매우 감정적이면서도 공감능력이 부족하다.
중요한 사건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과거의 역사에 매달린다.
어른이 되서 성숙해지지 못하나 어리다고 순수하지도 못하다.
때론 정직하지만, 때론 거짓말 투성이.
모순적으로 움직이다가도 할 짓이 눈에 훤하다.
하지만 그런게 인간이다.
뭐다 뭐다 정의짓는게 멍청한 짓.
그냥 이럴뿐이고 그냥 저럴뿐이다.
“네 마음이 원하는대로 움직여라, 오글거리기 그지없었는데 그리 맞는 말일 수 없더라.”
참 더럽게 무책임한 말이다.
모르면 또 선처의 여유라도 있지 이젠 알게 된 이에게 관대를 넘어서 방종에 가까운 말이다.
하지만 어쩔까.
대보살마냥 이것저것 다 따지며 상대를 배려해주고 용서하며 자기혐오에 빠져있을까?
그런 선인은 이미 또 다른 자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뱃속으로 들어가 거름으로 빠져나간지 오래다.
생명의 존재란 욕망을 위해 움직인다.
포악함도 자신의 욕망이고 선의도 자신의 욕망이다.
그것이 남에게 어찌비쳐질지만 다를 뿐.
독재라고 불리기 참 좋은 말을 설파하지만,
이 빌어쳐먹을 세상에 무엇을 바랄까.
어차피 누군가 살기위해 누군가를 쳐죽인다면,
그것이 최소한 임을 바랄 수 밖에 없다.
생물체가 살아가기 위해 다른 생물체를 죽이고 그 피와 육신을 먹어 삼켜여야만 하는 이상 그 이상의 고민은 위선일 뿐이다.
그러한 행위는 결코 악이라 할 수 없다.
그게 싫다면 가만히 있다가 영양실조로 죽던가 해야지.
아니면 그리 만든 신에게 가서 따지던가.
그렇게 원론적으로 따지지 못한다면 뭐때문이고 뭐때문이고 하는 것은 다 핑계일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워낙 초월적인 존재라 따지는게 어불성설이라고?
자연재해에다 뭐라 해보는 일이라고?
지구상에서야 그럴 듯한 선처라도 해줄법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바벨에 올라 지금껏 살아남았다는 것은 몰려오는 해일쯤은 가르고 살아나갈 수 있고 폭발하는 용암속에서도 목숨줄을 부여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신이라고 따지지 못하는 것은 단 하나, 그 자신이 약하기 때문일 뿐이다.
되지도 않는 자기혐오에 빠져 다른 누군가의 한 끼 밥상이 될 바에는, 차라리 타인을 밟고 올라서더라도 그들의 몫까지 강해져 이 빌어쳐먹을 구조를 만든 정체불명의 윗대가리에게 항의할 수 밖에 없다.
‘악마놈들, 그 새끼들한테 죄를 묻겠다.’
태식은 단단히 각오했다.
이 행위가 위선일지라도 그의 행동방식은 정해졌다.
“후우…”
그에 말릴수 없음을 직감한 천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가 대부분의 상황에서 스스로의 생각보다는 천수 그 자신의 판단을 믿어주고 존중하는 만큼,
이런 상황에선 자신또한 친구를 존중해야 되니까.
그렇다면 자신은 그에 맞춰서 택틱을 짜나가면 될 일.
“그래서 어떻게 할 꺼지? 슬슬 적들이 몰려올지도 몰라.”
“….그렇군.”
가만히 있던 아더가 나섰다.
그는 애초에 자신과, 그리고 이제는 소피아를 제외하면 다른 것에 무관심했다.
태어나길 그리 태어났으니까.
따라서 이 장면을 보고 딱히 감정의 요동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살아남는 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다 이런 행위니까.
문제는 식량창고 하나를 털었으니 쏟아질 병력.
티가 나지 않았을 뿐, 이런 거대 도시의 식량창고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병력이 쏟아져오겠지.
그것을 각오하고 운성의 지시에 의해 문을 열었다가 보인 참혹한 광경에 태식이 분노하며 시간이 끌렸을 뿐이다.
“일단은 뭐, 싸워둘까.”
어차피 최후에 싸워야 할 적들은 어마어마하다.
그렇다면 그 수가 적은 지금이라도 조금 씩 수를 줄여두는게 낫겠지.
천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맞다 싶은 작전을 짜냈다.
“택틱을 브리핑하겠습니다. 전부 모여주세요.”
========== 작품 후기 ==========
전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여러 먹을 거리가 널려있는 뷔페.
거기가 만약 인간의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의 것이고,
거기 있는 것이 사람의 고기라면?
뭐 그런 생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