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4
제4화
4.
처음 진입했을 때와 같았다.
어둠뿐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정체불명의 기운 역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모든 것이 처음과 같은 것은 아니었다.
일단 기운의 성질이 달라졌다.
전에는 짓누르는 느낌이 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날카로운 송곳 같았다.
전보다 더 위험해진 것이다.
‘무슨!’
강림은 다급히 기운을 움직여 대응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좋지 않은데.’
지금 당장은 아무 문제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
분명 정체불명의 기운은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당연히 좋은 방향으로 변화할 리는 없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그리고 강림의 예상은 정확했다.
기기긱…….
기운이 강력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림 역시 전력을 다해야 될 정도로 강력해졌다.
‘어쩐지 너무 쉽다 했어.’
이전에는 위협이 됐어도 위험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위험이 됐다.
죽음을 생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처는 생각해야 될 것 같았다.
‘큽!’
정체불명의 기운은 기어이 강림의 기운을 뚫고 육체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절로 이를 악물게 되는 고통이 느껴졌다.
‘버틸 수 있을까?’
강림은 생각했다.
‘이 정도면 버티기 힘들 것 같은데.’
강림 본인에 대한 생각이 아니었다.
육체에 큰 무리가 오겠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지금 강림이 생각하고 있는 대상은 제갈무영이었다.
‘조금만 버텨라 무영.’
제갈무영을 걱정하며 강림은 저 멀리 보이는 빛을 보았다.
끝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끝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정체불명의 기운들이 사라질 것이기에.
이내 빛에 도착했고.
‘……!!’
강림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기운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라지기는커녕 여태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강해진 기운은 기어이 육체 내부로 들어와 이곳저곳을 헤집기 시작했다.
다행이라 해야 될까, 헤집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스아악!
그대로 강림은 빛을 통과했고 이어 주변 환경이 변했다.
환경이 변함과 동시에 내부를 헤집던 기운도 사라졌다.
물론 기운이 사라졌다고 고통까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강림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물로 가득했다.
짠맛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 바다가 분명했다.
‘무영은…….’
어디에서도 제갈무영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갈무영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강림은 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변을 확인했다.
저 멀리 육지가 보였다.
강림은 육지로 향하며 몸 상태를 확인했다.
‘미치겠군.’
상태가 좋지 않았다.
최악이었다.
원래 힘의 10%밖에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망가져 있었다.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제대로 온 걸까.’
상태 확인을 끝낸 강림은 육지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원래 세계인지 아니면 다른 세계인지 아직 알 수가 없었다.
제대로 온 것일까?
아니면 다른 세계로 온 것일까?
생각에 잠겨 있던 강림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소를 지었다.
‘……왔구나.’
저 멀리 표지판이 보였다.
표지판에는 ‘왕산 해수욕장’이란 단어가 쓰여 있었다.
그것도 한글로 쓰여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문자였고 단어였다.
‘근데…….’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왜 이렇게 한산해?’
백사장에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한산을 넘어 황량했다.
왕산 해수욕장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 사람도 없을 만큼은 아니었다.
이내 육지에 도착한 강림은 백사장 밖 건물들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설마 폐쇄?’
성한 건물이 없었다.
모든 건물이 다 박살 나 있었다.
아무래도 왕산 해수욕장은 폐쇄된 것 같았다.
‘저렇게 철거할 리가 없는데.’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폐쇄되어 철거를 한 것이라 해도 철거 방식이 이상했다.
건물들은 완전히 박살 난 게 아니었다.
반파.
대부분의 건물들이 반파였다.
완전히 무너진 건물은 몇 채 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강림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왕산 해수욕장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로 정보 파악할 수 있나 했는데…….’
사람을 통해서든 컴퓨터를 통해서든 아니면 핸드폰을 통해서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텅 빈 왕산 해수욕장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안가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다행히도 왕산 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안가가 있었다.
물론 안가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안가의 위치를 생각하면 안가가 사라졌어도 주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림은 백사장에서 나와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그러나 곧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깐…….’
뭔가 이상했다.
스윽.
강림은 고개를 돌려 반파된 건물을 보았다.
‘……어떻게 철거를 한 거지?’
철거에는 여러 공법이 존재한다.
그런데 강림이 알고 있는 그 어떤 공법도 지금의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새로 개발됐나?’
시간이 멈춰 있던 게 아니다.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강림이 없던 동안 새로운 공법이 개발됐을 수 있다.
강림은 의구심을 가라앉히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그러나 이번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걸음을 멈춘 이유는 감지되는 기운 때문이었다.
‘……무영?’
제갈무영이라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약했다.
그러나 세계를 넘어오며 강림 역시 크게 약해졌다.
원래 힘의 10%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갈무영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그걸 감안하면 제갈무영의 기운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애초에 이 세계에서 이 정도 기운을 뿜어낼 인간은 없었으니까.
‘근데 무영이라 하기에는 너무 탁한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기운이 너무나 탁하다는 점이었다.
‘많이 다친 건가?’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았다.
강림은 일단 제갈무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그리고 강림은 기운의 주인공을 볼 수 있었다.
“……?”
강림은 기운의 주인공을 보고 당황했다.
기운의 주인공은 제갈무영이 아니었다.
‘이건 또 뭐야?’
애초에 인간이 아니었다.
체고 5m의 거대한 생물체였다.
처음에는 고릴라인가 했지만 고릴라의 팔은 두 개다.
그리고 눈앞의 생명체는 팔이 여섯 개였다.
‘이런 동물이 있었나?’
강림은 기억 속 동물들을 전부 끄집어냈다.
그러나 그 어떤 기억에도 이런 동물은 없었다.
지구뿐만 아니라 중원에서도 없었다.
‘이게 뭔…….’
강림이 당황해하던 그때.
스윽.
거대한 생물체가 뒤로 돌아섰다.
-크륵?
그리고 생물체가 기묘한 소리를 내뱉었다.
‘……기운을 담아?’
놀랍게도 소리에는 기운이 담겨 있었다.
범인이었다면 그대로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림은 범인이 아니었다.
굳기는커녕 아무렇지도 않았다.
강림은 생물체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영물이라…….’
아무래도 영물이 분명했다.
영물이 아니라면 이 생명체를 설명할 수 없다.
‘영물이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그러나 영물이 존재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지구가 맞나?’
원래 강림의 세계였다면 이런 영물은 존재해선 안 됐다.
강림이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크허허허헝!
생물체가 포효한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강림은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만약 지구가 아니라면…….’
지구가 아니어도 문제고 지구여도 문제였다.
“하아…….”
강림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림의 앞에 도착한 생물체가 왼팔 두 개를 뻗었다.
후웅!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두 개의 주먹.
그러나 두 주먹이 강림에게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앗!
강림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강림이 다시 나타난 곳은 생물체의 머리 위였다.
강림은 아주 살포시 생물체의 머리를 밟았다.
그러자 생물체가 앞으로 쓰러졌다.
그걸로 끝이었다.
생물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강림은 죽어 미동 없는 생물체를 자세히 살폈다.
‘이 정도면 대주들도 못 뚫겠는데.’
생물체의 피부는 지독히도 질겼다.
어중간한 세력의 대주가 아니라 무림맹이나 사황련 같은 최강에 가까운 세력의 대주들도 쉽게 뚫지 못할 것 같았다.
이내 강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다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어떻게 된 걸까.’
다른 세계인 것인지 원래 세계인데 이상한 변화가 생긴 것인지 아직은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강림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변화였다.
“……!”
생각에 잠겨 있던 강림은 눈을 번뜩이며 전방을 보았다.
전방에서 여러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물인가?’
방금 전 영물을 죽였다.
해당 영물의 죽음을 느끼고 나타난 새로운 영물들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니기에 강림은 일단 몸을 숨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기운이 나타났다.
‘……!’
그리고 강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간?’
영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여섯 기운의 주인은 인간이었다.
이내 여섯 인간은 강림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강림은 여섯 인간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진짜 어떻게 된 거야?’
이곳은 중원이 아니다. 그런데 인간이 어찌 저런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어서 확인해야겠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한시라도 빨리 정보를 파악해야 될 것 같았다.
강림은 안가를 향해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다.
‘근데 안가는 남아 있을까?’
이상한 세상이었다.
안가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었다.
* * *
“무슨 개소리야!”
김지혁은 고함을 치며 박성준을 노려보았다.
박성준은 난감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어? 그렇게 말로 끝날 일이야? 오크나 고블린도 아니고 오우거라고! 그것도 3등급! 거기다 텔레포트를 쓸 정도면 변종이라는 건데 그걸 놓치고 그딴 식으로…….”
“잔소리는 나중에 들으면 안 될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김지혁의 말을 끊으며 박성준이 말했다.
“일단 녀석부터 잡자. 녀석을 잡지 못하면 피해는 물론이고 플레이어들이나 다른 교단 녀석들이 물고 늘어질 거야.”
3등급 변종 오우거는 결코 쉽게 볼 몬스터가 아니었다.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피해가 클수록 플레이어나 다른 교단에서 물고 늘어질 것이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기에.
“후우…….”
박성준의 말에 김지혁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질책이 아닌 해결이었다.
“1조 데려간다.”
김지혁은 뒤로 돌아서며 통보했다.
“그래.”
그리고 박성준의 답을 들으며 천막에서 나왔다.
“호연아, 준비해라. 도망친 오우거 잡으러 가야겠다.”
천막에서 나온 김지혁은 1조 조장 장호연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준비해 놨습니다! 앞장서겠습니다!”
장호연은 기다렸다는 듯 답을 하고 씨익 웃었다.
그리고 앞장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쪽이야?”
김지혁은 따라 움직이며 물었다.
그러자 장호연이 들고 있던 전자 노트를 건넸다.
“왕산이라…….”
전자 노트를 받은 김지혁은 도망친 변종 오우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왕산 해수욕장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네.”
왕산 해수욕장은 10년 전 ‘대격변’을 기점으로 폐쇄됐다.
이미 폐허가 된 곳으로 오우거가 일으킬 수 있는 피해는 없다.
즉, 플레이어나 다른 교단에서 물고 늘어지지 못할 것이다.
김지혁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이동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