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ampire went to Murim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북해의 영광을 위하여.”
뢰우의 선창에.
“북해의 승리를 위하여!”
“북해의 승리를 위하여!”
“북해의 승리를 위하여!”
작지만 강렬한 대원들의 후창이 이어졌다.
“가자.”
뢰우를 선두로 폭설대원들은 태양성을 향해 무겁게 걸어 나갔다.
그들이 태양성으로 향하고, 횃불이 만들어낸 짙은 그림자에서 야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흑오, 조금만 더 참아라.”
야현은 폭설대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횃불 그림자로 몸을 숨겼다.
차작― 차자자작!
대로 횃불이 만들어낸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에 옅은 얼음이 만들어졌다.
그 얼음은 애초에 눈이 뿌려진 것처럼 한순간 미세한 눈송이로 바뀌었다가 뜨거운 날씨에 곧 수증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 눈송이는 어느 순간 하늘로 솟아올랐다.
눈발의 정점에 야현이 있었다.
파자자작!
야현의 주위로 마치 불꽃이 튀는 것처럼 얼음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 얼음은 이내 십여 자루의 거대한 창으로 변했다.
폭설대가 막 태양성의 성문에 다다랐을 때.
쿠와아아―
십여 자루의 거대한 얼음 창이 번개처럼 태양성 성문으로 내리꽂혔다.
콰과과과광!
단 한 번의 일격에 철벽처럼 느껴지던 거대한 성문이 부서져 내렸다.
갑작스러운 폭발에 폭설대는 걸음을 일순간 멈추었지만, 성문을 부수며 비산하는 얼음의 잔재에 야현의 공격임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팟!
서늘한 냉기에 뢰우는 몸을 한차례 웅크렸다가 속을 드러낸 태양성으로 몸을 날렸다.
쿵쿵쿵쿵쿵쿵!
곧이어 적의 침입을 알리는 묵직한 북소리가 숨 가쁘게 터졌다.
야현은 빠르게 태양성으로 들어서는 폭설대를 묵묵히 내려다보며 한 차례 더 음한지기를 끌어올렸다. 음한지기는 그동안 옥죄어 오던 족쇄가 풀리자 폭주하듯 사방으로 냉기를 휘갈겼다.
밤하늘을 휘몰아치는 냉기는 이내 수십 자루의 얼음 화살로 변했다.
“그대들을 향한 마지막 온정이다.”
야현은 태양성으로 들어서자마자 겹겹이 에워싼 남해태양궁 무인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폭설대를 내려다보며 표정을 지웠다.
“후회 없이 삶을 불태우기를.”
야현은 잠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저기, 저기 하늘이다!”
성곽 위 망루에서 어느 남해태양궁 무인의 외침이 터졌다.
쐐애애애― 팍!
수십 자루의 얼음 화살 중, 화살 하나가 빠르게 쏘아졌다.
“하늘에……, 컥!”
그 얼음 화살은 단숨에 목 놓아 외치는 남해태양궁 무인의 목을 꿰뚫었다.
동시에 화살이 크기를 키우고 갈라지기를 반복하며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자자작!
음한지기의 급격한 폭주에 휘말린 탓인지 야현의 발과 손끝에서 얇은 결빙이 만들어져 서서히 그의 몸을 뒤덮어나가고 있었다.
결빙이 야현의 몸으로 파고들기 직전, 야현이 눈을 떴다.
번쩍!
얼음에 굴절되는 빛을 보는 듯 푸른 안광이 그의 눈에서 폭사되었고, 그런 그의 등 뒤에는 수천 자루의 화살들이 밤하늘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쑤아아아아아아!
마치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밤하늘을 수놓고 있던 수천 대의 얼음 화살들이 부서진 성곽 너머 태양성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헙!”
“허억!”
머리 위, 하늘을 뒤덮은 얼음 비에 폭설대를 막아서던 수십 명의 남해태양궁 무인들은 안색이 변하며 기겁성을 터트렸다.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폭설대원들도 죽음을 예상하기는 매한가지.
죽음을 각오했지만 이런 죽음은 아니었다.
뢰우가 원망 어린 눈으로 하늘로 시선을 올렸다.
『움직이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그때 야현의 전음이 뢰우와 폭설대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그 전음에 뢰우는 움찔한 후 움직임을 멈추고 주위의 수하들을 쳐다보았다.
그들도 전음을 들은 것인지 사방에서 적의 칼날이 눈앞에서 번뜩이고 있었지만 검을 아래로 내리고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콰과과과과과과과광!
“끅!”
머리에 지독한 두통이 올 정도로 엄청난 폭음에 미약한 신음을 흘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독한 폭음이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폭음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지워진 것이었다.
눈앞의 팔다리가 잘리고 피가 튀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적의 모습이 마치 현실이 아닌 꿈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꿈은 아니었다.
남해태양궁 무인들을 꿰뚫거나 성벽을 부수고, 건물을 부순 얼음 화살이 만들어낸 냉기와 자욱한 눈보라는 거짓이 아니었다.
혹시나 거짓인가 싶어 사방으로 흩날리는 눈송이를 손으로 가져갔다.
뽀송뽀송하고 포근해 보이는 눈송이는 분명 북해의 것처럼 차가웠다.
솨아아아아!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며 붉은 꽃이 피어나는 거대한 눈보라를 만들어냈다.
“북해의 바람, 북해의 눈!”
뢰우는 들고 있던 검을 번쩍 치켜들었다.
북해의 눈폭풍 속에서라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흐아아아압!”
뢰우는 자욱한 눈보라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
엄청난 눈보라에 태양성 외성 일부가 완전히 무너졌다.
적의 외침을 알리는 경계의 북소리가 전고(戰鼓)의 울림으로 바뀌었다. 태양성이 분노를 표출하며 검은 든 것이었다.
모든 이목이 폭설대에게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태양성은 잔인하게 그들을 물어뜯으려 할 것이다.
야현은 사자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폭설대를 무심한 눈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열양지가 있는 태양성 내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열양지 역시 북해빙궁의 한빙관처럼 남해태양궁 궁주의 거처에 있었다.
다만 한빙관으로 향하는 관문이 궁주 집무실이었다면 열양지로 향하는 관문은 남해태양궁주의 침소라는 점만 다를 뿐, 대동소이했다.
야현은 태양궁이라 적힌 거대한 전각 붉은 기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외성에서 크게 한 번 뒤흔든 여파로 태양궁은 인기척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경비에 필요한 최소 인원만 제외하고 궁주를 따라 외성으로 나간 탓이었다.
자박 자박 자박.
권능, 투시로 태양궁 내부를 내려다보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야현의 걸음이 멈춘 곳은 바로 태양궁주의 침소 위였다.
태양궁주의 침소와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야현은 어둠을 이용해 궁주실로 이동했다.
태양궁주 침소, 촛불이 닿지 않는 구석에서 야현이 걸어 나왔다.
야현이 망설임 없이 걸어간 곳은 침상과 마주하고 커다란 석벽이었다.
마치 하나의 병풍처럼 4폭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태양지로(太陽之路)가 폭마다 붉게 한 글자씩 새겨져 있었다.
평소라면 야현은 웅장한 필체와 세월의 흔적을 담은 석벽을 감상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짧은 찰나의 흐름도 안타까울 정도로 야현과 흑오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야현은 숨도 쉬지 않고 석벽을 투시했고, 그 너머로 지하로 내려가는 공간을 발견했다. 그 즉시 야현은 어둠을 통해 석벽 너머로 이동했다.
석벽 너머에는 대략 한 평가량의 공간이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지는 계단이 맞닿아 있었다.
야현은 횃불도 켜지 않고 계단 아래로 몸을 날렸다.
바람처럼 계단을 달려 내려갔지만, 계단의 끝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식경쯤 시간이 흐르자 어둡던 계단에 희미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좀 더 빛에 다가가자 그 빛은 일반적인 밝은 빛과 달리 매우 붉었고, 빛이 붉어질수록 지하로 이어지는 통로의 열기는 숨쉬기 거북할 정도로 뜨거워져 갔다.
한낮의 사막도 이곳보다는 시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기는 뜨겁게 변해갔다.
뚝― 뚝― 두두둑!
야현의 몸에서는 마치 물을 몇 바가지나 뒤집어쓴 것처럼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야현은 땀을 흘리지 않는다.
그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땀은 만년빙정이 만들어내는 얼음이었다.
만년빙정의 얼음이 녹을 정도로 엄청난 열기를 토해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러한 물기도 더욱 뜨거워지는 열기에 몸에 맺힐 시간도 없이 곧바로 수증기가 되어 사라져 갔다.
빠르게 내려가던 야현의 걸음이 뚝 멈췄다.
끝 모르게 이어지던 계단의 끝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더불어 열기 또한 극렬해져 만년빙정의 물기는커녕 입고 있던 옷이 열에 녹아 누렇게 타들어 갔다.
평소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야현이 뜨거움을 느낄 정도였으니 그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 이상 열기를 참을 수 없었기에 야현은 억눌렀던 만년빙정의 기운을 풀었다.
쏴아아아아!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던 몸에 냉기가 스며들며 야현의 주위로 다시 얼음이 일기 시작했다.
그제야 답답했던 열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상극은 상극인 모양이군.’
만년빙정의 힘을 완전히 풀어놨음에도 열기에 대항하느라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야현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좁은 통로를 빠져 나왔다.
“흠!”
지하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동공이 나왔고, 넓은 바닥 중앙에는 시뻘건 용암이 마치 도도한 장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한빙관도 풍경도 장관이었지만 열양지는 그 이상이었다.
야현은 용암이 흐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소가 지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 용암은 더는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었고, 그 웅덩이 중앙에 마치 사파이어처럼 붉게 빛나는 하나의 환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용정(龍精).
정확한 명칭은 적용화정(赤龍火精)으로 한빙관의 만년빙정과 같은 순수하면서도 지독한 양강지기를 품은 절세의 영약이었다.
“후우―.”
긴 날숨.
“흡!”
이어진 짧은 들숨.
한빙관에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망설였던 것과 달리 야현은 어떠한 고민도 없이 몸을 날려 용정 앞에 섰다.
“끄으―.”
온몸에 만년빙정의 얼음을 두르고 있었음에도 용정의 열기는 냉기를 파고들 정도로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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