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 After the Withdrawal of the Warrior Party RAW novel - Chapter 48
EP.48 휴가 – 2
휴가 겸 해서 가기로 했던 곳은 수도에서 마차로 이틀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인 레이드닌 휴양지라는 곳이다.
레이드닌 산은 시원한 계곡과 더불어 좋은 풍경이 있고, 귀족들이나 각 종족에서 높으신 분들이 휴양지로 자주 쓰이는 곳이다.
한때는 마왕의 세력과 마물들 때문에 통제되기는 했지만, 용사파티의 활약으로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었다.
덕분에 예약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거길 특실을 예약할 수 있다고?”
“응.”
그곳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업적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며 그 문제를 해결했고, 그 과정에서 레이드닌 휴양지의 특실 상시 예약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게임에서 특실 상시 예약권은 얻고 각 캐릭터들을 초청시 수영복 서비스 샷 같은 것을 볼 수 있어서 대다수 플레이어들이 반드시 얻는 아이템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걸 얻는 것도 업적인지라 나도 얻어뒀고. 아직까지는 누굴 초대해 본 적은 없었다.
내 팔자에 당장 업적 따느라 바쁘지 서비스 샷이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 특실은 교회에서도 쉽게 못 들어가는 곳인데…”
“왕실에서도 그래요. 레이드닌 산은 수인족의 영역이라서…”
레이드닌 휴양지는 조인족의 영역이기에 인간족의 권력도 큰 효과가 없는 곳. 특별한 연이 없는 이상 루실과 베로니카도 쉽게 갈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둘이 감탄하며 날 바라보자 난 주머니에서 황금색 패를 보여주었다.
깃털을 닮은 황금색 패를 신기하다는 듯 둘이 바라본다. 난 그것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와… 어떻게 얻은거야?”
“거기 주인이랑 친구되면서 얻었지.”
“…친구…?”
베로니카는 움찔하며 날 지그시 응시했다.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나보다 친해?”
“아니.”
이벤트 끝나고도 이렇게 자주 만나는 베로니카보다야 덜 친하지.
굳이 등급으로 나누자면 그냥 가끔씩 만나서 같이 일하는 모험가들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거다. 거기 사장은.
“그, 그래? 후후. 하긴. 현자의 가장 친한 친구는 역시 나니까.”
“…우으. 스승님의 단 하나 뿐인 제자는 저라구요.”
“누가 뭐래?”
그나저나 좋은 곳에 가는건데 저 둘이 가면서도 계속 싸우지 않을까 걱정이네.
물론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내 고오급 농담과 노래는 준비되어 있지만 그래도 좀 즐거운 분위기에서 놀면 좋겠다.
“그리고 공주님께서 좋아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뭔가요?”
“거기서 듀얼 대회가 열려요.”
“어?! 진짜요?!”
“예. 그리고 듀얼 대회에서 우승하면 한정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죠. 공주님. 요새 덱을 새로 만들고 계신다죠?”
“네에…”
내게 배우고 나서 루실은 듀얼에 꽤나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맨 처음 할 때는 내가 수작질을 부리긴 했지만, 기본적인 승부욕이 있는데다가 머리도 잘 써서 그런지 실력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었다.
시녀들에게 듣기론 저번에 시녀장과 붙었을 때도 이겼다던데.
“…너 아직도 그거 해?”
베로니카는 카드놀이에 큰 흥미가 없었는지 시큰둥해보였다. 쯧. 친구. 듀얼의 매력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하다네.
“완전 재밌거든? 아무튼. 숙박하는 사람에게는 대회출전권이 지급되니까 경험삼아 한번 출전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스승님께서는 출전하시나요?”
“어… 아뇨.”
“왜요?”
“우승자는 참가 불갑니다.”
당연하겠지만 거기 대회에 나도 참전했고, 우승해서 몇가지 아이템과 한정카드를 손에 넣었다. 난 가방에서 내 덱을 꺼내 한장의 카드를 보여주었다. 반짝이는 무지갯빛의 카드. 울트라 레어 카드였다.
“고풍스러운 휴양지 카드입니다. 사용시 공격력과 마력이 상승하고 듀얼리스트의 체력이 회복되죠.”
“와… 꽤나 좋아보이네요.”
“이런 좋은 효과뿐인 카드는 많지 않으니까요. 공주님도 한번 도전해서 얻어보세요. 몇몇 대회에서는 금지카드로 뽑힐 정도로 사기카드니까.”
“예!”
꽤나 기대가 됐는지 그녀는 눈을 반짝였다. 그런 그녀를 향해 웃은 나는 심심해보이는 베로니카에게 물었다.
“근데 넌 이렇게 같이 가도 되냐? 어디 생각해두고 얘기했던 거 아니었어?”
“으음. 뭐, 그것보다는…”
그녀는 힐끔 루실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차라리 여기가 나은 것 같아서. 그런데 거기 수영장도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 수영장 있지.”
“…그래? 그렇구나. 흐응. 알겠어.”
베로니카는 배시시 웃었다.
마치, 뭔가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어쨌든 바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베로니카는 교회로 복귀하고 나와 루실은 왕궁으로 돌아갔다.
왕궁에 들어갈 때 쯤 루실은 잠시 망설이는 듯 싶더니 작게 말했다.
“용사님은…”
“예.”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렇습니까?”
“못 들으셨어요?”
“돌아간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일하고 있을 때 클레어가 와서 넌지시 말해줬고, 가서 고생하라고 답해줬다.
사실 용사파티원이 전장에 계속 남을 이유는 없었다. 특히나 에반젤린은 더 그랬다.
엘프의 숲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만큼 어쩌면 엘프의 영웅인 그녀가 남아서 엘프들을 이끄는데 도와줄 수도 있겠지.
그게 아니면 그간 고생했으니 쉬러 갈 수도 있을 것이고.
거기까지는 내가 알바가 아니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에반젤린님이… 좀 힘들어보이시더라구요.”
“그렇군요.”
“스승님은 걱정되지 않으세요?”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생각 밖에 없는데. 걔들이 내 앞길을 막지 않는 이상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내가 거기까지 챙겨줘야 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다.
걔들이 나에게 나름대로 미안한 감정과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지만…
거기에 응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거니 말이다.
“그렇구나…”
“그나저나 이번 일은 잘 되었습니까?”
“예. 스승님께서 만족하실 정도로 해낸 것 같아요.”
두 주먹을 불끈 쥔 루실은 기뻐했고 나 역시 기뻐했다.
“공주님의 성장이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이정도면 조만간 더 가르칠 것이 없겠군요.”
“에? 에에? 아, 아닌데요?!”
난 루실의 성장치를 확인한 후 고개를 저었다. 이정도 성장 수준이라면 몇달 정도면 S급 스승 업적은 딸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주님께서 제가 만족할 정도로 성장하신다면 저는 떠날 예정입니다.”
“네, 네에?! 어째서… 요?”
“전 할 일이 많습니다.”
“그거. 꼭 해야 하는 건가요?”
루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알고 있다. 그녀의 스승 노릇을 하면서도 내가 바깥으로 돌아다녔다는 것을.
그렇기에 내가 루실의 스승 자리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 쯤은.
지금까지 간접적으로만 언급했을 뿐, 이렇게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인지라 루실은 꽤나 놀란 듯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여왕에게 루실이 보고하러 들어가자 난 방으로 돌아왔고, 방 앞에 서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클레어였다.
머리카락만 만지작거리고 있던 클레어는 날 보자마자 흠칫 놀랐다.
“아하하… 현우야…”
“왜 여기 있어?”
“그게. 저기… 한가지 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괜찮아?”
“상관없겠지. 들어와.”
방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머뭇거리며 앉은 클레어는 작게 한숨을 쉰 후 본론을 꺼냈다.
“에반젤린이 좀 많이… 상심이 큰 모양이야. 전보다 상태가 더 안좋아졌어.”
“오호. 그래서?”
“다른 연금술사들이나 치유사, 사제들에게 봐달라고 했지만… 그녀의 정신적인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한가봐.”
“그래?”
“응. 그래서 말인데. 만약 네가 괜찮다면… 뭔가 처방해 줄 수 있는 약이 있을까?”
“이거면 될거야.”
마침 엘프의 숲에서 만든 약이 있었다. 최상급 정신 안정제로 정신적인 문제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낮춰주는데 도움이 되는 약이다.
“이, 이거 귀한 거 아냐?”
“그렇게까지 귀한 건 아냐.”
지금까지 레시피가 없어서 그랬을 뿐, 연금술사 길드에 레시피를 공개한 이상 가격이 비싸긴 하겠지만 지금처럼 못 구하는 정도는 아닐거다.
클레어는 손에 쥐어진 약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아하하… 넌 또 우리를 구하는구나.”
“이번에는 너희도 고생했잖냐. 할 말은 그게 단가? 그럼 가봐. 난 좀 할 일이 있어서.”
내 축객령에 클레어는 뭔가 말을 더 하고 싶은 듯 보였지만 차마 꺼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일어나 용사의 검을 뽑으려다가 기대감이 살짝 섞인 어조로 중얼거렸다.
“저기. 조만간 수도에서 축제가 열리잖아.”
“그렇지.”
“그때… 누구랑 같이 갈거야?”
수도의 여름축제.
예전에는 클레어와 함께 갔었지.
난 그녀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고, 내 미소의 답이 뭔지 눈치챈 그녀는 우물쭈물거리다가 입술을 들썩거렸다.
“…그러겠지…”
시무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는 곧 애써 웃고는 용사의 검을 휘둘렀다. 만들어진 포탈 속으로 조용히 들어간 그녀가 완전히 사라지자 난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았다.
클레어의 말대로 여름 축제가 가까워지고 있으니, 같이 갈 사람을 빨리 생각해봐야겠다.
이거 한번 더 해야 업적 깨니까.
엘프의 숲에서 있었던 역병이 해결되고, 그 과정에서 루실이 주도하여 각 종족들과 협의체를 이뤄냈다는 것이 알려졌다.
물론 현자인 내 대리를 맡아 교회도 상당히 많은 것을 얻어냈지만 왕국 역시 얻은 것이 적지 않았다.
그것이 알려지자 지금까지 낮았던 루실에 대한 평가가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고 덕분에 차기 여왕에 대한 안정감이 올라가 현 여왕은 꽤나 만족한 듯 보였다.
그 결과 나에 대한 평가도 수직상승했으니 이번 일은 대체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리라.
“가시죠.”
왕성의 앞에 마련된 마차에 루실과 베로니카가 다가왔다.
눈처럼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루실, 그리고 언제나의 검은색 사제복을 입은 베로니카.
둘은 서로를 보다가 한마디씩 꺼냈다.
“딸기 케이크 같네?”
“추기경님은 항상 검은색이네요. 휴가인데도 그렇고.”
좋은 날 싸우지 좀 마라. 난 서로를 향해 날선 반응을 보이는 둘을 보다가 휙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야~ 현자님과 함께 놀러가게 되다니! 그런데 현자님! 레이드닌에 가면 듀얼대회 열리는 거 아시죠? 이번에 현자님은 참가 못하시겠지만 저는 참가할 생각이에요. 제 덱 보실래요? 저 주술사 덱으로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는…”
“이번에는 반드시 레이드닌에서 공연을 하고 말리라.”
마차의 마부석에 타고 있는 것은 수다쟁이 주술사 윌커스, 그리고 조금 특이한 감성을 지닌 음유시인 라크였다.
그 둘이 타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레이드닌에서 의뢰가 들어왔는데 가는 길에 같이 가자고 얘기가 들어와서였다.
둘 다 저래서 그렇지 실력과 신원만큼은 믿을 수 있는 작자들이었기에 왕실에서 호위로 고용했고, 덕분에 이렇게 같이 가게 되었단다.
아니 백합기사단에서 호위인력이 차출 되었는데 쟤들은 왜 부른겨?
백합기사단 실력이 개판인가?! 왕국기사단이 그렇게 자신이 없어?!
통탄할 일이다. 진짜.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근데 무슨 의뢴데 여기 껴서 가는거야??”
“조사 의뢰야. 조사 의뢰. 현자님은 신경쓰지 말라고.”
라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차의 고삐를 쥐었다. 그리고 윌커스는…
“그런데 현자님의 제자님. 카드 실력은 좀 늘어나셨나? 괜찮으면 이따가 한판?”
“아. 아하하… 그래요…”
루실은 어색하게 웃었고 윌커스는 다시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로니카는 피식 웃다가 날 향해 말했다.
“이번 여행.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지 않아?”
“에이. 설마.”
아무리 인원들이 이렇고, 시작부터 불안하다지만…
별 일 있겠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말물말물입니다 ㅎ
주말은 언제나 즐겁네요 매일 이랬으믄…
후.
그럼 내일 봅시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