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402)
“네.”
물론 경찰에 조사를 맡기면 작동되지 않는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경찰을 믿을까? 사찰의 주체가 바로 경찰인데?
“후우.”
분노에 부들부들 떨던 유찬성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경찰들 말로는 이만창이라는 검사랍니다.”
“검사?”
“네.”
“처음 들어 보는데, 직급이?”
“평검사입니다.”
“뭐?”
고작 평검사가 자신을 사찰했다는 사실에 유찬성은 어이가 없었다.
“참 만만해 보이시나 봅니다. 평검사를 이용해서 사찰을 다 시키고.”
노형진은 씩 웃었지만 사찰에 모욕까지 당했다고 생각한 유찬성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 * *
“이 새끼야!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아닙니다! 오해입니다, 오해!”
이만창은 오해라고, 억울하다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나왔다.
“경찰에서 말해 줬잖습니까! 전 유찬성 의원이 아니라 노형진을 감시한 거라고요!”
“씨발, 누가 그걸 몰라! 그런데 누가 그걸 믿겠냐고!”
부장검사는 죽을 맛이었다.
당장 야당 의원들은 매일같이 와서 항의하고 고소하고 수사하고 국정조사해야 한다고 게거품을 물고 있있다.
당연히 여당 의원들은 조작이라는 둥 말도 안 된다는 둥 실드를 치고 있었지만, 한번 전적이 있었던 탓에 국민들이 그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면 제대로 절차라도 밟든가!”
“그건…….”
제대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이건 애초에 절차를 밟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노형진의 말대로 아무런 혐의점이나 영장도 없이 사람을 조사하는 것은 명백하게 사찰이기 때문이다.
“이 새끼야! 어느 쪽으로든 사찰 아냐!”
“사찰은 아니고 인지수사…….”
빠각.
결국 분노를 참지 못한 부장은 물건을 있는 대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 인지수사가 뭔지 몰라? 어! 용의점이 있어야 인지수사지! 아무것도 없잖아? 아니, 애초에 새론의 이사쯤 되는 사람을 인지수사를 한다고? 이 새끼가 지금 미쳤냐! 어! 위에서 압력이 얼마나 내려오는지 알아!”
“…….”
“당이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알아!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어 고개만 조아리며, 이만창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경우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뇌물이나 사건 조작 같은 거라면 어떻게 덮어 보기라도 하겠는데, 자신의 실수로 현 정권에 어마어마한 부담을 줬다.
그렇다면 자신의 미래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
“책임지고 사표 쓰겠습니다.”
그는 나름 얄팍하게 머리를 썼다.
하지만 부장검사는 희미하게 미소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 꼬리는 명백하게 한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지랄한다.”
“네?”
“이 새끼야, 이게 고작 너 하나 사표로 끝나는 일인 줄 알아? 지금 검찰총장이 야당 대표한테 끌려가서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는 판국인데?”
“…….”
“네가 사표 내 봐야 소용 없다.”
이만창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경우는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씌워질 것이다.
부정해 봐야 소용이 없으니, 아마도 자신이 과도한 충성심으로 저지른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지고 자신이 처벌받을 것이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은 순간, 이만창에게 공포가 밀려왔다.
“부장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제발!”
“지금 이게 봐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명령을 받은 것도 아니고 혼자서 설레발치다가 사고를 쳤으니 누구도 그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고위급 관리도 아니고 고작 평검사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정도의 사고를 친 것이니, 그가 어떤 꼴을 당할지는 뻔하다.
“저, 감옥에 가면 죽습니다.”
“알면서 사고를 쳐?”
검사는 범죄자들의 증오의 대상이다.
그래서 감옥에 가면 숱하게 린치와 괴롭힘을 당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인생을 살면서 고통이라고는 당해 본 적이 없는 그가 버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장님!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시키는 건 뭐든 하겠습니다.”
“이 새끼가 정말!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부장님, 한 번만! 한 번만…… 아니, 다 필요 없습니다. 교도소에만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저, 가면 죽습니다.”
“그럴 각오도 안 되어 있는 새끼가 이런 사고를 쳐? 야! 바깥에 누구 없어? 이 새끼 끌어내!”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건장한 수사관들.
“끌어내. 오늘부터 이 새끼 근신이니까 청사 바깥으로 던져 버려.”
“부장님!”
말이 근신이지 결국 처벌이 나올 때까지 대기하라는 뜻이다.
이만창은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면서 바깥으로 끌려 나갔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혹시나 그와 엮이기라도 할까 봐 눈을 피할 뿐이었다.
그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과학고 출신의 검사들 역시 그를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 * *
“이세창 선배, 학교에 휴학계 냈더라.”
“그래?”
노형진은 서세영의 말에 느긋하게 웃었다.
“왜?”
“몰라. 그런데 완전히 얼굴이 사색이 되었던데? 일단은 휴학계를 내기는 했는데, 말로는 아예 학교에 못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고.”
“흠.”
아마도 집안이 풍지박산이 났을 것이다.
그의 부탁으로 이만창의 인생이 그렇게 박살이 날 줄은 몰랐을 테니까.
결국 모든 책임을 진 이만창에 대한 감사와 수사가 진행되었고, 그가 저지른 많은 범죄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부탁했던 이세창은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이 되어 버렸을 테고.
“이제 왕따는 안 당해?”
“왕따는 무슨. 뭐, 이제 출신 고등학교로 싸우지는 않아. 마치 마법 같다니까.”
“그래? 다행이네. 내가 가서 강연한 게 잘 먹혔나 보네.”
물론 그게 먹힌 것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고등학교 부심이 사회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세창과 이만창이 온몸으로 보여 준 덕분에 다들 입을 다문 것이다.
그렇게 과학고 출신에 가문이니 머리 좋다고 하던 놈들이 순식간에 감옥으로 끌려가고 집안이 박살이 났으니 말이다.
“이제 그런 놈이 없기를 바라야겠네.”
“오빠가 무슨 짓 한 거 아니지?”
“무슨 짓?”
“고발한다거나 압력을 넣었다거나.”
“전혀. 난 말만 했어.”
“진짜?”
“진짜라니까. 난 말만 했어.”
물론 말만 하기는 했다.
하지만 때로는 칼보다 세 치 혀가 더 무서운 법이라는 것을 노형진은 확실하게 보여 주었다.
“그럼, 난 말만 했다니까.”
“더 수상해. 왜 그 말을 자꾸 강조하는 거야?”
노형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뿌리 없는 나무는 바람에 쓰러진다 (1)
“현재 재산이 20조를 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로버트는 감격스럽다는 듯 말했고 노형진은 머리를 긁었다.
“끝내주네요.”
금값이 최고점을 찍는 시기는 2011년 6월쯤부터였다.
그때부터 노형진이 가진 금을 조금씩 팔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판매가 모두 끝난 것이다.
“이렇게 많이 뛸 줄은 몰랐는데.”
몰랐을 리 없다. 그냥 입에 발린 소리일 뿐.
“2만 원에서 7만 원에 육박하는 돈이 되었으니까요. 이렇게까지 오를 줄은 누구도 몰랐죠.”
“네.”
가진 금을 한꺼번에 모조리 풀면 금값이 떨어질 걸 걱정한 노형진은 무려 1년에 걸쳐서 조금씩 가진 금을 팔았고, 그 결과 무려 세 배 이상의 수익률을 낸 것이다.
거기에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들이 성장하고 성공한 영화마다 투자하는 등, 미래에 알고 있던 기본적인 투자 정보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었다.
“현물 자산을 기준으로 한 거죠?”
“네, 현물을 기준으로 한 겁니다. 가지고 있는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은 배제한 액수입니다.”
“흠, 비트코인은 어때요?”
“슬슬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그냥 두세요.”
“그러지요.”
노형진의 말에 로버트는 더 묻지 않았다.
그가 투자하면 오른다. 그게 진실이고 지금까지 드러난 것이니까.
‘비트코인이 몇 배가 오르더라? 이백 배였나?’
사실 노형진은 비트코인을 긁어모을까 했다. 하지만 계획을 바꾸었다.
유통량이 모두 수중에 들어오면 도리어 유통이 안 되어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긁어모으는 대신에 채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슈퍼컴퓨터와 온갖 장비로 채굴하기 시작하자 아직 채굴 난이도가 낮은 비트코인은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그것만 해도, 어휴…….’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어쩌면 역사상 가장 큰 부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뭐, 상관없지.’
돈이 있다는 것은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힘이 있다는 것은 자신이 위험한 짓을 해도 된다는 뜻이고.
“슬슬 움직여도 될 것 같네요.”
“슬슬 움직이다니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한 게 좀 있어서요.”
노형진은 씩 웃었다.
“당분간은 중국에 투자하세요.”
“네? 중국요?”
“네. 중국은 어느 정도까지는 성장하는 용입니다.”
“어느 정도까지는……요?”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일정 이상은 성장 못 해요.”
극단적 불평등, 일당독재, 그리고 외국계 기업에 대한 갑질.
그러한 것들 때문에 중국은 결국 세계 1등이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1등이 되지 못한다는 것과 돈이 되는 건 다른 일이지.’
어찌 되었건 당분간은 투자할 만하다.
“그리고 인재양성재단을 인도 쪽으로 확장시키는 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 나더군요.”
“당연하지요. 중국과 인도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니까요.”
중국은 공산당의 일당독재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며 거기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그렇지만 인도는 카스트제도 때문에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빠져나오는 게 간단하다. 인도만 떠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IT 기술자들이 인도 출신이다.
“그런 면에서는 중국도 나쁘지 않지 않습니까?”
“중국인들은 배신자 기질이 강합니다.”
“네?”
“로버트 씨는 잘 모르실 겁니다. 그들은 절대적으로 돈만 따라다닙니다.”
“그게 나쁜 건가요? 저희도 그렇습니다만.”
그건 나쁜 게 아니다.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따르는 미국에서 그건 나쁜 게 아니다.
“그건 나쁜 게 아니지요. 문제는, 그들은 의리를 모른다는 겁니다.”
“의리?”
“아니, 의리라고 표현하는 것도 우습군요. 그들은 계약을 안 지킵니다.”
로버트는 눈을 찌푸렸다.
그건 자본주의국가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랬다가는 매장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이 1등이 되지 못하는 겁니다. 그들은 계약을 안 지키니까요. 그게 중요하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아! 그렇군요.”
“네.”
어떤 사업적 약속을 해도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다.
중국에다가 고발해도, 중국 정부는 절대적으로 자국민 편을 든다.
심지어 사소한 분쟁만 가지고도 중국 정부는 해당 국가를 중국에서 쫓아내며 자신들의 힘을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서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별명이 뭔지 아십니까?”
“세계의 공장 아닙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공장은 공장일 뿐입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을 하는 데에는 적당하지 않지요.”
“음…….”
“그리고 공장은 옮기는 것도 좋지요. 인도에 투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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