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269)
트로이의 목마 (3)
99.9% 이상의 방사능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인데, 수차례 일본에 그 사실을 알렸지만 과거의 정부는 단순히 한국 기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방사능 제거 참여를 막고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짓을 해 왔다.
하지만 얼마 전 일본은 마침내 그 기업과 손잡고 방사능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나도 포직스엔터에 대해 조사해 봤네. 그런데 그 자금의 흐름의 양을 보니 못해도 수천억대던데. 그걸 일본에서 그냥 둔다고?”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다시 묻는 유민택.
그래서 노형진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아마도 세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탁?”
“일본에서 지금 가장 활발한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세무조사입니다.”
“세무조사? 아, 그렇겠군.”
정권이 바뀌었다고 일본의 경기가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다.
농담이 아니라 유리 지갑이라는 말 그대로 국민들에게서는 악착같이 돈을 뜯어냈으니까.
하지만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세무조사다.
기존에 돈을 빼돌리고 횡령하던 자들을 조사해서 그 돈을 환수하는 것.
일본의 부패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이 아닌 만큼 그게 최우선이었다.
“어차피 들고 있어 봤자 빼앗길 돈이라 이거군.”
“맞습니다. 제가 봐서는 극우 세력이 자금을 한국을 통해 세탁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나 미국은 아무래도 여러모로 힘든 게 사실이다.
“그 금액이 얼만지 모르지만, 한국을 통해 세탁하면 전 세계로 감추기 편하지요. 아시다시피 한국의 한류는 세계적 흐름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유민택.
“그 부분은 조금 더 파고들고 있습니다. 조사가 끝난 후에는 공개할 예정이고요. 물론 온갖 양념을 다 쳐서 해야지요.”
히죽 웃는 노형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유민택은 입맛을 다셨다.
“그건 그럼 일임하지. 그래도 이번 블랙리스트 건은 좀 위험하지 않나? 우리 입장에서야 상황이 그렇게 되었으니 이해가 간다지만.”
어찌 되었건 이 상황에서 문제가 안 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제가 회장님을 찾아온 겁니다.”
“날? 어째서?”
“방송국들이 조만간 난리가 날 테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저쪽에서 언플 할 거 몰라서 블랙리스트를 돌렸겠습니까?”
당연히 안다. 그럼에도 그걸 돌린 이유는, 저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서다.
“대룡은 성화라는 미친 짓의 전력이 있습니다. 성화도 무너졌는데, 어쭙잖은 투자사 같은 건 한 방이지요.”
“그래서?”
“당연히 지금 드라마나 방송 제작은 완전히 멈췄을 겁니다.”
드라마 제작만 멈춘 게 아니다.
예능도 외주로 돌린 상황.
“그게 멈춘다고?”
“저도 갑질을 했습니다만, 두한도 갑질을 했지요. 이미 두한은 엔터테인먼트조합에 속한 회사나 군소 회사의 출연을 막았습니다. 우리는 포직스엔터를 막았고요. 그러면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남은 사람들이라…….”
유민택은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노형진이 뭘 말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양쪽 다 못 쓴다면…… 그렇겠군.”
“방송국에 비하면 이쪽은 새우입니다. 하지만 새우 싸움에 고래가 말라 죽을 수도 있는 법이지요, 후후후.”
***
“사장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망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잖아. 한쪽은 대룡이고 한쪽은 두한이야. 한쪽하고만 손잡으면 뒈진다고. 눈치를 봐야지, 눈치를!”
“눈치고 뭐고, 지금 그게 말이 되느냐고요!”
조유선 PD는 속이 터져 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가 제작하는 예능인 오늘의 기분>의 출연자 다섯 명 중 네 명이 양쪽 소속이니까.
엔터테인먼트 협회 소속이 두 명, 포직스 소속이 두 명이었다.
“그들을 하차시키라고요?”
“좋게 말해서 쉬라고…….”
“하차가 맞지 않습니까? 그러면 저보고 어떻게 방송을 만들라고요? 혜지 씨한테 두 시간 내내 혼자 춤이라도 추게 해요?”
유일하게 아무 소속도 아닌 혜지라는 가수 말고는 출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다른 곳에서 출연진을 데리고 오면 되잖아. 사실 오늘의 기분>은 나름 자리 잡은 방송 아니야? 그러니까 적당히 데려다가…….”
조유선 PD는 한숨이 푹 나왔다.
한때 같은 업계에 있던 사장이지만 경영으로 완전 전환하더니 감이 날아갔다는 걸 알 것 같았다.
“사장님, 지금 하차시키는 거 사장님만 이야기하는 거 아닌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곳도 난리란 말입니다. 엔터조합이랑 포직스, 아니 대룡하고 두한이 싸우는데 관련 연예인들을 죄다 하차시키라고 하면 출연할 수 있는 사람은 30%도 안 됩니다.”
“뭐?”
흠칫하는 사장. 그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까.
“물론 완전 무명들은 타격이 없겠지요. 완전 신생이라면 말입니다. 그런데 방송에 나온 적도 없는 그런 애들을 데리고 촬영하기 시작하면? 애들 얼어붙는 건 둘째 치고 누가 그걸 봅니까?”
드라마든 예능이든 결국 집단의 힘이 필요하다.
출연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갑자기 멤버들 싹 갈아 치우면, 시청자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거기다가 추가로 들어올 사람들이 지명도 개뿔도 없는 사람들이라면요?”
“…….”
“저도 지금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지금 최소한 지명도가 있고 방송에 얼굴이라도 한번 내비친 애들은 몸값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 환장하겠네.”
사장은 눈을 찡그렸다.
생각해 보니 자신도 안전을 위해 멤버 교체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런 걸 생각 안 할까?
“그렇게 남는 사람들이 없어?”
“포직스야 그렇다고 쳐도 엔터테인먼트조합 아닙니까, 조합! 대룡에서 연예인들을 보호한다는 게 소문나서 다들 알음알음 가입했단 말입니다!”
연예인들은 흥하기 전에는 을 중에서도 을이다.
그렇다 보니 온갖 비참한 대우를 다 받아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대룡이 그들을 보호한다고 하자 당연히 보호받을 수 있는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스스로 연예인을 보호할 수 있는 체급이 되는 초대형 기획사가 아닌 한 군소 소속은 어쩔 수 없이 협동조합에 들어가야 했다.
“협동조합에 속한다는 건 단순히 조합원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기획사 커트라인이란 말입니다.”
조합원으로 등록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커트되어 가입도 못 한다는 건, 사기꾼이거나 완전히 가치가 없는 곳이라는 의미다.
“당연히 연예인이고 지망생이고 모조리 조합 소속으로 갔지요. 그게 벌써 몇 년인데.”
“끄응…….”
“더군다나 포직스에서 조합 소속만 건드린 게 아니지 않습니까?”
두한의 힘으로 찍어 누르기 위해 다른 대형 엔터도 건드려 놨다.
“하지만 부장님이…….”
“곽 부장이요?”
“그래. 그쪽 사람들을 쓰면 아예 안 받아 줄 거라고…….”
“돌겠네.”
사이에 낀 두 사람이 한숨을 쉬는 그때 빼꼼, 사장실의 문이 열렸다.
“사장님, 저기, 시원음료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시원음료? 거기서 왜?”
사장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공산품을 파는 곳과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제작에는 PPL이 당연히 들어간다.
그리고 그중 한 곳이 바로 시원음료다. 그것도 아주 큰손.
“우리에게 준 팝클 PPL…… 뺀다고…….”
“뭐? 왜?”
“그게……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데…….”
즉, 무조건 빼겠다는 거다.
“아니, 미치겠네. 도대체 왜?”
시원음료가 빠지면 제작비는 빵꾸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제작하면 제작할수록 손해가 된다는 의미다.
“시원음료…… 대주주가 두한 아닙니까?”
조유선 PD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시원음료가 계열사까지는 아니지만 당연히 두한에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자…… 잠깐! 그러면 그런 식으로 PPL이 다 빠진다는 거야?”
두한이 본격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데 대룡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망했다.”
고래 싸움에 그들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