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640)
최고 존엄 우리 사모님 (2)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탄 소리만 들어도 쫄겠지만 지금 소춘모는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최악의 경우 실탄사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위병이 실탄을 쏘는 건 합당한 조치다.
“그렇게 되면 소춘모 씨만 테러범으로 남게 됩니다. 진실은 사라지고요. 돌아가신 따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크윽…….”
그 말에 소춘모는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억울한데, 억울해서 죽을 것 같은데 누구도 그걸 알아주지 않다니.
“걱정하지 마세요. 복수는 제가 해 드립니다. 그러니까 진정하세요.”
“하지만…… 어떻게요? 한두 명도 아닌데 어떻게 복수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제가 해야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소춘모 씨가 가서 복수한다고 한들 잘해야 한 명이나 잡겠습니까?”
접근도 못 할 가능성이 100%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각자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군인이 아닌 사람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요?”
오열하는 소춘모에게 노형진은 확답을 주듯이 말했다.
“어떻게 해서든요.”
***
“어떻게 해서든이라…….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군.”
쉽지 않은 싸움이다.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다.
“자네에게 제보한 사람은 전혀 고발의 의사가 없나?”
“없습니다. 애초에 그 사람이 드러나면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겠습니까?”
“하긴, 그렇겠지. 3선 의원의 눈 밖에 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심지어 그저 그런 의원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이민을 간다고 해도 살까 말까 한 상황인데 누가 나서려고 하겠는가?
“그러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흠……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일단은 시신을 찾아오는 게 우선일 듯합니다.”
“주겠나?”
“줄 수밖에 없지요. 사실 거기에 보관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지만 시신의 인도를 거부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역습이라 이건가?”
“그렇습니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시신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게 그들의 방식이다. 그러면 그 와중에도 사용료는 쌓여 가기 때문에 결국 피해자의 유가족은 아무것도 못 한 채로 사용료만 수억씩 쌓이게 된다.
조사도 못 하고 항의도 못 하고.
“그건 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방법 아닙니까? 사실 시신을 돌려 달라고 하면 그들은 안 줄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돈을 지급한다는 조건이 완성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 때문에 노형진이 대신 그 5억 5천만 원이라는 돈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채무 관계가 종료되면 안 줄 수가 없지.”
“네. 그놈들은 그걸 비밀로 하고 있고요.”
물론 사건이 진행 중이라면 사건의 수사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시신의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
실제로 의심스러운 사건의 경우는 수사기관에서 시신을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공식적으로 국방부에서 자살로 종결 처리한 지 오래입니다.”
다만 소춘모가 시신의 수령을 거부하고 버텨서 지금까지 시간을 끌 수 있었던 거지.
“시신의 보관을 어디서 하든 그건 유가족의 권한이지요.”
즉, 지금이라도 시신을 다른 곳에서 보관하겠다고 돌려 달라고 하면, 안치실의 사용료까지 받은 이상 국방부는 막을 방법이 없다.
“좋아, 그것까지는 이해하겠어. 그런데 말이야, 내가 보기에 이 사건을 뒤집기 위해서는 여론이 필수야. 자네도 알다시피 3선 국회의원이 끼어 있는 사건이야. 거기다 수많은 별들이 연관되어 있고. 아마 언론 쪽에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입을 다물고 있을 걸세.”
“네, 저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게 정상이고요.”
증거가 없으면 섣불리 이야기하지 마라.
그게 새로 만든 법이니까.
그리고 현 상황에서 증거는 전혀 없다.
“그러면 인터넷으로라도 사람들의 여론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난 그 방법을 모르겠군. 흠, 사건에 대해 헛소문을 내는 건 어떤가?”
“어떤 소문 말씀이신지?”
“가해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없으니 장성급들에 의한 집단 폭행 사건이라든가…….”
김성식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안 됩니다.”
“어째서?”
“일단 실제로 장군들에 의한 집단 폭행은 없었으니까요. 그 당시 근무 기록 같은 걸로 반격하면 불리해지는 건 우리입니다.”
만일 장성급들이 반격하게 되면 역으로 이쪽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
한번 이쪽이 한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면 이후 어떤 공격을 해도 여론은 중립을 지키면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피해자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좀 곤란합니다. 고인의 명예가 있으니까요.”
“아, 그렇지. 고인의 명예는 지켜 드려야지. 내가 생각이 짧았네.”
단순히 폭행이라고 발표한다고 해도 여론에서는 분명 다른 더러운 범죄를 추측할 거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그게 장군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고인의 명예도 더럽혀질 수 있다.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해도 피해자 유가족이 그런 소리를 인터넷에서 본다는 건 엄청난 고문입니다.”
“그렇지. 그것도 미처 생각지 못했군. 미안하네. 그러면 그냥 인터넷에다가 사실을 말해야 하나?”
“그렇게 하면 묻힐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을 말한다고 해서 뭔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워낙 여론을 호도하고 이용하려는 놈들이 많아서 국민들도 일단은 중립을 지키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번 경우는 더 그럴 겁니다. 사건 기록만 보면 우리가 불리한 게 사실이고요.”
사건 기록은 조작이 아니라 팩트다. 그 당시 증인들도 있고, 다리에 있던 CCTV 기록도 있다.
그 기록을 보면 소미한은 다리에서 주행 중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그대로 난간으로 돌진한 후 추락했다.
그 과정에서 브레이크를 밟거나 다른 사람과의 충돌도 없었다.
“그걸 국방부에서 공개하면 다른 증거가 없는 이상 국민들의 여론은 자연스럽게 국방부 쪽으로 넘어갈 겁니다.”
아마도 국민들은 누가 봐도 자살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어쩔 생각인가?”
“우리가 먼저 일단 속임수를 쓸 생각입니다.”
“속임수?”
“네. 일단 소미한 씨의 시신은 확실한 증거이니까요.”
박강자의 기억에 의하면 그녀는 분명 소미한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걸 인지했다.
‘그 말은, 부검의도 폭행과 뇌출혈이 있었음을 알았다는 거지.’
그리고 그 부검의의 보고서는 자연스럽게 심대유를 거쳐서 박강자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다. 이에 박강자는 놀라서 사실을 다 말했을 테고 말이다.
‘그러면 시신에서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공식적으로 국방부의 발표는 자살이고 사인은 익사다.
하지만 제대로 부검한다면?
과연 다른 부검의들이 뇌출혈과 폭행 흔적을 발견하지 못할까? 그리고 익사의 흔적이 없다는 걸 과연 모를까?
‘당연히 그게 두려울 테고.’
노형진은 씩 하고 웃었다.
‘그러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지.’
노형진은 그걸 노릴 생각이었다.
***
“뭐?”
심대유는 자신을 찾아온 소장의 다급한 말에 깜짝 놀랐다.
“5억 5천만 원을 납부했어?”
“네. 납부하고, 시신을 양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답니다.”
“이런 미친……. 그놈 재산이 그렇게 안 될 텐데.”
자신들의 인생이 걸린 일이다 보니 이미 심대유와 그 일당은 소춘모에 대해 충분히 조사한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런 돈은 없을 거라 판단했고, 그래서 소송을 통해 압박해서 사건을 끝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걸 냈다니?
“그러면 그 시신은 어쩌겠다는 거야?”
“공신력이 있는 대학 병원으로 가서 전문 부검의를 통해 재부검하겠답니다.”
“뭐? 절대 안 돼!”
그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자신들의 부검의조차도 사인은 익사가 아니라 뇌출혈이며 온몸에 구타의 흔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만일 그 사실이 들통나면? 국방부의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게 되어 사건이 복잡해진다.
“절대로 그렇게 둘 수는 없어. 절대로 주지 마.”
“일단은 주지 말고 최대한 버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 줄 수가 없습니다. 상대방은 노형진입니다.”
“크윽…….”
외통수다. 확실하게 외통수다.
만일 돈을 다 줬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에서 시신의 반환을 거부한다면?
그 자체로 국방부에서 뭔가를 감추고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 군대에 대한 믿음은 개미 눈곱만큼도 없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지고 군 내부가 개선되었다고 해도 결국 군대라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나마 직접적으로 와닿는 병사들의 병영 생활은 좀 나아졌다고 인정하겠지만, 장군들이 양심적이고 투명하게 군을 지휘한다고는 대부분 믿지 않는다.
하물며 지금 사건도 아니고 20년 전 사건.
그런데 거기다 대고 시신을 안 준다?
그러면 대놓고 ‘우리가 사건 조작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된다.
“끄응…….”
외통수의 상황에 심대유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
그리고 그 시각, 노형진은 인터넷에 작업을 치고 있었다.
“이게 먹힐까?”
“먹힐 겁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남자들은 군대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군대라는 조직에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은 솔직히 드물지요.”
남자들의 군대에 대한 감정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애증이다.
생각해 보면 한 번은 해 볼 만하다고 표현하지만 두 번은 절대 안 한다는 감정.
자신의 젊은 시절이 녹아내려 있기에 부정은 못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더러운 면 역시 알고 있으니 결코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문사에 대해 전혀 모르지는 않지요.”
“물론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의문사가 한두 건도 아니지 않나?”
군대에서는 매년 수백 명이 죽고 군대는 거의 백이면 백 자살로 몰아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자기 자식이 자살할 애가 아니라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물론 그런 글은 흔하지요. 하지만 보다시피 이 사건은 다른 사건과 좀 다릅니다. 일단 저쪽에서 시신을 안 주고 있지요.”
이미 돈을 완납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쪽은 소미한의 유해를 주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렇다고 소춘모 씨가 소미한 씨의 시신을 본 것도 아니고요.”
노형진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소미한이 안치된 곳은 일반 병원이 아닌 군 병원의 안치실이다.
그곳은 군 시설인지라 민간인의 접근이 쉽지 않다.
실제로 소춘모가 몇 번이나 들어가서 시신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상부에서 허가해 주지 않아서 그조차 못 했다.
이유인즉슨 군사보안 시설이라서 그렇단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또 딱히 맞는 말도 아니다.
군사 시설에 속하지만 병원이니까.
“그러니 우리가 이런 글을 올리면 군에 갔다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소춘모의 이름으로 올린 내용은 간단했다.
군에서 의문사한 내 딸의 시신을 20년째 보여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사람들은 군대라는 조직의 부정적인 면과 연결 지으면서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추천 작업을 조금만 해 주면 상황은 달라지지요.”
물론 초 단위로 글이 올라오는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의 특성상 묻혀 버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노형진은 외부에 있는 업체를 통해 추천 작업을 하는 게 어렵지 않았고, 그렇게 추천으로 인기 게시물 목록에 일단 올라가면 수만 명이 그 글을 보기 시작한다.
“그때는 국방부에서 어떻게 막을 수가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