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885)
질병과 국가 (1)
코델09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강타하며 어마어마한 희생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새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는 환호가 아니라 침묵만 가득했다.
2020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시작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집 안에 갇혀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새해를 맞이한 즐거움도 환호도, 올해에는 없었다.
전 세계를 채우는 것은 죽은 자에 대한 애도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뿐.
‘기분이 묘하군.’
노형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치를 확인했다.
언론에서는 나라가 망한다는 둥 세상이 망한다는 둥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노형진이 보기엔 그 정도는 아니었다.
회귀 전에 비해 정확히 30% 이상 희생자가 줄어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어마어마한 충격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하긴, 현대 문명이 생긴 이래로 단 한 번도 이런 어마어마한 질병의 대유행을 겪어 본 적이 없으니 방법 자체가 없었던 거다.
“한국 언론은 왜 이런답니까?”
옆에 있던 로버트가 뉴스를 보다가 물었다.
“뭐가요?”
“아니,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은 방역을 엄청 잘하고 있는 나라 아닙니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진짜 비교도 못 할 만큼 잘하고 있는데도 방역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계속 외치고 있으니 이해가 안 가서요.”
노형진은 로버트의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하긴, 그의 입장에서는 한국 언론의 이러한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한국의 언론은 기본적으로 이권 단체거든요.”
“이권 단체요?”
“네. 언론의자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이권을 챙기지 않는 건 아닙니다. 당장 WHO가 어떤 꼴이 났는지, 보면 아시지 않습니까?”
“아아, 그건 그렇지요.”
노형진의 말에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 세계가 코델09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현재 WHO가 하고 있는 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도리어 세계복지재단이 빈국의 구제와 방역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복지재단에서 만든 페미컨을 비롯한 비상식량이 전 세계에 공급되어 그나마 숨통이 좀 트이는 상황이랄까?
“제가 아무리 법적으로 헛소리를 차단한다고 해도 한계는 있죠.”
거짓 사실을 퍼트리거나 하는 걸 막을 수는 있지만 사설 형태의 언론까지 막을 수는 없다.
가령 전 대통령의 시골 사저를 언론에서는 아방궁이라고 욕했다.
그건 엄밀하게 말하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거다.
그 집을 팔아도 서울의 집 한 채 사기 힘드니까.
그런 건 처벌이 가능하지만, 정책에 대한 사설까지 막는 건 원론적으로 언론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차단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사설을 통해 그들은 정권을 재창출하고 싶은 거죠. 권력만 잡으면 법을 고칠 수 있으니까.”
실제로 제대로 만든 법이 정권이 바뀌고 나서 걸레짝이 되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원래는 다수의 변호사 양성이 목적이었던 로스쿨 제도도, 지금은 가진 자들을 위한 음서제가 되어 버리지 않았던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방역을 철폐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그들 입장에서는 누군가 죽는다는 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중요한 건 자기들이 권력을 잡는다는 결과지. 자기들만 안 죽으면 되는 거죠.”
“이해가 안 가네요.”
“전 세계 언론 신뢰도 꼴찌라는 위엄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 말에 로버트는 입맛만 다셨다.
“그나저나 요즘 중국에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뭐가 문제입니까?”
작년 말, 중국에 이상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물론 노형진은 대부분의 역사를 알기에 그쪽에서 뭔가를 할 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역사가 많이 뒤틀려서 말이지.’
원래 역사보다 중국의 몰락이 빨라졌고, 중국과 전 세계의 대립도 심해졌다.
원래 역사에서 이 시점에는 적대적이긴 해도 정치적 영역에 국한되었는데, 지금은 일부에서 군사적 보복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정도로 말이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한다는 이상한 행동에 대해서 노형진도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다고 가서 굳이 기억을 읽을 이유도 없고.’
아무리 노형진이 적극적으로 사람을 구하고자 한다지만 굳이 이 시국에 중국에까지 목숨 걸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뭔 짓을 했기에 마이스터에까지 도움 요청이 온 겁니까? 중국에서 코델09바이러스는 공식적으로 종식된 상황 아닙니까?”
“그건 그렇죠.”
공식적으로 중국은 코델09바이러스가 퍼지지 않고 있다.
정확히는, 아예 확진자 자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얼마나 허황된 거짓말인지 알 수 있다.
미국도 코델09바이러스를 못 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