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987)
그랬더니 어디서 데리고 온 건지 장애인들 데려다가 구청 앞에서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차라리 죽이라면서 아주 어거지를 쓰면서 난리를 쳤다는 것.
“심지어 휘발유까지 뒤집어쓰더라던데?”
“휘발유? 미친 거 아냐?”
“뭐, 어거지 부리는 거지. 그리고 적당히 언론사 부르고.”
그러면 정치적 부담 때문에 구청은 손을 못 댄다.
사실 이런 거 한번 나가면 해당 구청은 초토화되기 마련이니까.
“누가 독하게 마음먹고 나서서 밀어 버려야 하는데 말이지.”
지명직도 아니고 선출직인 정치인들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려고 한다. 표가 떨어지니까.
“그렇게 해서 적지 않은 돈을 모으는 모양이야.”
“얼마나 모으는데?”
“한 해에 한 4억 넘게 모으는 것 같던데?”
“뭐? 얼마? 4억?”
입을 쩍 벌리는 손채림.
들어가는 돈은 전혀 없는데 한 해에 4억이라니.
“불법이니 당연히 세금도 안 내지.”
“헐.”
그렇게 들어오는 옷 중 질이 안 좋은, 진짜 버려야 하는 것들은 빈국으로 수출하며 그 안에서도 상태가 좋은 것은 적당히 고쳐서 구제라는 명목으로 재판매가 된다.
“작은 업자도 몇천은 벌고, 우리가 만났던 녀석은 큰 업자라 몇억 가까이 번다고 하네.”
“별 미친…….”
손채림은 혀를 끌끌 찼다.
“그거 사기 아냐?”
“사기지.”
“그러면 처벌해야 하는 거 아냐?”
“그게 말이야, 사기이기는 한데 피해자가 없다는 게 문제야.”
어차피 버리는 사람은 버릴 물건이니 피해로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수익을 착복한 것도 아니다. 그 다른 사람을 특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기는 한데 누구도 고발할 이유도 없고 고발할 생각도 안 해서 자연스럽게 수십 년간 계속 사기를 쳐 온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고물상을 통해서 수거해서 재활용하는 게 맞는 거라는데.”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정의롭게 나설 거야?”
“글쎄.”
“글쎄라니?”
“의뢰를 받은 것도 아니고…….”
확실히 화가 나는 사건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이걸 맡는다고 해서 실익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정도로 큰 사회적 문제도 아니란 말이지.”
사회 공동체에 아주 큰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면 당연히 노형진과 새론이 나서서 소송할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버려질 옷들이 아닌가? 그러니 피해라고 할 수도 없다.
“와, 진짜 애매하네.”
“애매하기는 하다, 진짜.”
누가 한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참 잔머리 잘 굴렸다고 노형진은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뭐라고요?”
노형진은 자신을 찾아온 아주머니를 보고 기가 막혔다.
“고소를 넣었다고요?”
“네. 절도죄로 고소를 넣었어요. 사정을 듣기는 했지만 그럴 줄은…….”
“허. 이런 상큼하게 미친놈을 봤나?”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그 사건은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남자가 그 아이들을 절도로 정식으로 고소했다.
그리고 합의금으로 1천만 원을 내놓지 않으면 콩밥을 먹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1천만 원이 무슨 애 이름도 아니고.”
이 정도 범죄로 1천만 원이나 합의금을 요구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사실 절도로 고발을 넣어 봐야 둘 다 미성년자고 추운 상태에서 모르고 한 것이라 범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기소유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합의금 1천만 원이라.”
“돈 뜯어내려고 하는 거네.”
손채림은 바로 알아차렸다.
보통은 이런 걸로 고소까지 하지 않는다.
아무리 열 받아도 합의금으로 약 20만 원 정도 받고 말지, 1천만 원이라니.
“그 잠바가 20만 원도 안 될 텐데.”
그 아이들이 입었던 잠바는 무슨 메이커도 아니고 더군다나 오래되어서 누더기였다. 그러니 그걸 판다고 해도 20만 원은커녕 10만 원도 안 할 것이다.
그런데 1천만 원을 요구하다니.
“뽕을 뽑겠다 이건가?”
“그런 것도 있을 테고.”
노형진은 왠지 씁쓸하게 웃었다.
“강남에서 뺨 맞고 강북에서 화풀이하는 것 같은데?”
“응? 그게 무슨…… 아!”
손채림은 바로 알아들었다.
그날 노형진이 그에게 한 방 먹였던 것이다.
“그것도 벌금 좀 나오겠지.”
“그걸 아이들한테 푼다 이거야?”
“그렇지.”
자신에게 덤벼 봐야 이기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그러니 만만한 사람에게 싸움을 거는 것이다.
“더군다나 1년에 4억쯤 벌면 일반인을 무슨 버러지쯤 되는 걸로 보는 녀석들이 있거든.”
그렇게 수십 년을 세금 한번 내지 않고 통째로 뜯어먹었으니 못해도 자산이 100억은 될 것이다.
그러니 일반인은 무척이나 같잖겠지.
“그럼 너한테 덤빌 정도는 되는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지.”
어쩌면 자신에게 엿을 먹으려고 변호사를 찾아갔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만만치 않다고 하니까 상대를 바꿨을 수도 있다.
“하여간 가만히 있는데 싸움을 거는 녀석들이 꼭 있다니까.”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네?”
“정식으로 의뢰하시면 저희가 영혼까지 털어 드리고요.”
“글쎄요…….”
“의뢰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거 의뢰 안 하시고 그냥 둬도 별거 없어요.”
저쪽에서 고발했다고 하지만 기소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제일 높다.
설사 그 이상이라고 해도 벌금이다.
민사를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배상금은 거의 없을 게 뻔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버린 물건이라 금전적인 손해가 없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남편이랑 이야기해 봤는데요.”
“그런데요?”
“저쪽에서 그런 식으로 나오면 저희도 그냥 맞을 생각은 없다네요.”
두 아이의 부모들도 가난한 사람은 아니다.
아이들이 잠깐 가출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험을 망쳐서 두려움에 나간 거지 엇나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사이에 누군가에게 그렇게 큰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추우니까 버려진 옷을 입으려고 한 것이다.
자신들도 집에서 그곳에 옷을 가져다 버리니 당연히 버려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데 그걸 가지고 한몫 잡으려고 달려드는 걸 보니 도무지 용납하지 못하겠더군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요.”
“그래서 정식으로 의뢰하려고 합니다. 그냥 사과만 요구했다면 저희가 잘못한 거니 찾아뵙고 사과드리겠지만.”
그리고 적당한 배상을 할 용의도 있다.
그러나 1천만 원이라니. 그것도 한 명당이다.
그러니 양측 해서 2천만 원.
아주 제대로 뜯어먹으려고 작정했다는 소리다.
“그리고 남편이 그러더군요.”
“뭐라고요?”
“이런 짓 하는 놈은 경험이 있다고.”
“흠…….”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이런 짓을 하는데 처음부터 터무니없는 돈을 부르는 경우는 드물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뜯어먹어 본 경험이 있겠지요.”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법적인 지식이 부족하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합의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진짜 1천만 원을 주지는 않을 테지만, 날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뜯어먹을 수도 있다.
“그러니 변호사님이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해 주셨으면 합니다.”
노형진은 씩 웃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5장. 엿 먹어라>
“이 새끼를 어떻게 엿을 먹인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복수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를 위해서 정의롭게 뭘 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크게 보면 피해자가 존재하지만 그건 아주 크게 봤을 때 이야기고, 엄밀하게 말하면 피해자는 없는 셈이니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 새끼한테 엿을 먹이는 건데.”
소장을 받고 나서야 그 녀석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조건평. 서울 자원재생이라는 기업의 대표였다.
“와, 이 새끼 진짜 너무하네.”
그의 주소지를 확인한 손채림은 혀를 내둘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의 집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였던 것이다.
“이 아파트가 가격이 10억인가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 그런 곳에 사는 사람이 버려진 옷을 주워 입었다고 가출한 애들을 고소하다니.
“원래 그런 녀석들이 있지.”
자기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은 남이 자신에게 준 사소한 피해는 악착같이 보복하면서 자신이 남에게 주는 피해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가장 좋은 건 그 녀석이 못 하게 하는 건데.”
“하지만 구청에서도 손을 놨다면서?”
물론 법적으로 소송하고 싸움을 시작하면 구청에서 이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언론이 끼어들 테고, 언론은 그들의 주장대로 장애인 단체를 구청이 탄압한다고 소설을 쓸 것이다.
‘그리고 구청에는 폭탄이 떨어지겠지.’
대형 자치단체도 아니고 구청에 그러면 이길 수가 없다.
단순히 항의 정도가 아니라서, 그런 식으로 언론을 타면 정부에서는 해당 구청과 구청장에 대해서 감사가 이루어지고 선출직인 구청장은 차기는 물 건너가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국 선거로 뽑히는 구청장이 있는 이상 구청에 부탁해서 단속하는 것은 무리야.”
“와, 골 때리네.”
손채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십 년의 카르텔이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
그 과정에 구청에서 철거 시도를 안 했을 리 없다.
그러나 실패했으니 저들이 버티고 있는 거고.
“장애인들까지 팔아먹으면서 그렇게 살고 싶나?”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인데, 뭐. 뭔가를 할 때 돈을 주고 장애인을 끼워 넣고 말하지만 정작 그 일이 끝난 후에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지. 과거의 군 가산점 제도 생각해 봐.”
“아…….”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군을 제대하면 공무원 시험을 볼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여성 단체들이 차별을 이유로 헌법 소원을 내서 없애 버렸다.
“그 당시 방패로 삼은 게 누군지 알지?”
“장애인들이었지.”
그 당시 여성 단체들이 자신들만 나서면 욕을 심하게 먹고 집중 공격을 당할 것 같으니 방패로 내세운 것이 바로 장애인들이었다.
사실 장애인들은 법적으로 일정 부분 고용하도록 되어 있어서 하등 상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여성 단체의 로비와 뇌물에 넘어가서 소송에 참여했고, 그 후에 철저하게 버려졌다.
“그 일로 장애인 단체는 욕먹고 지원도 대부분 끊어졌지.”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전 국민이 이건 아니라고 할 정도로 반대가 심했던 사건이다.
그 당시 기준 3년간 군 생활을 한 사람들에게 어떤 보상도 없게 되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
군 생활 기간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켜도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다.
듣는 소리는 집 지키는 개라는 소리뿐이고.
“정작 그 일이 있은 후에 지원하던 사람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을 끊어 버렸어. 이미 할당제가 있고 공부한다면 여건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심하게 욕심을 부렸다는 거지.”
여성 단체는 그 부분에 대해서 장애인들을 위해서 했다고 가면을 뒤집어썼고 말이다.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어디나 마찬가지야. 장애인 단체 대표가 장애인인 거 봤냐?”
“뭐? 장애인 단체 대표가 장애인이 아냐?”
“내가 그런 꼬라지를 못 봤다.”
“헐.”
제대로 된 장애인 단체는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
정치적 지원이 없으면 장애인 단체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데 그러면 정치적으로 힘이 있는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중에서 장애인은 없다.
“결국 이런 일에 끼어드는 대부분의 장애인 단체는 현재로서는 일종의 관변 단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