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72
72. 무위 공성전 1
나는 즉시 근처의 나무를 벌채하게 하고 군량을 싣고 온 수레를 개조하여 운제와 벽력거를 만들게 하였다.
마초가 이끄는 병력과 나의 지원군 중 상당수가 대왕 유비가 직접 양성한 정예병(바로 내가 이끌고 온 지원군 중 5천이 조운의 병사였다.)이었기에 이러한 공병의 일을 하는 것에도 익숙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제와 벽력거를 만들어 내었다.
장비와 마초는 자신이 이끄는 병사들이지만 이렇게 뚝딱 공성무기를 만들어 내는 모습에 감탄을 하였다.
“역시 대왕의 정예 군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어떻게 이리 짧은 시간에 운제와 벽력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장비의 감탄에 마초도 동의했다.
“우장군의 말이 맞습니다. 내가 이리 아군 병사의 능력이 출중한 데 그것을 잘 활용을 못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초는 나를 향해 두 손을 모으더니 경외를 표하였다.
“역시 상서령이십니다! 아무리 아군 병사들의 역량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시하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찌 이렇게 단 시일에 이런 강력한 공성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마초의 나에 대한 경외는 빈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초의 몸에 흐르는 강족의 피 때문일까?
강족은 특성은 자신들과 적대를 하는 상대가 그들을 압도하며 제압을 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그 상대를 경외하고 추종하는 경향이 짙다.
원 역사에서 마초가 그러하였고, 훗날 강유 또한 강족의 두터운 지지를 받았던 것이다.
마초가 이리 나에 대한 경탄사를 시전(?) 하자 장비는 은근 마초에게 지기 싫었는지 그 또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나에게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상서령께서 소장에게 가르침을 주신 이후 여러 전장에서 상서령의 뛰어난 계책을 보며 항시 감탄을 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곳 무위에서도 상서령은 지략 이외에도 병사들의 능력을 활용하여 이리 단 시간에 운제와 벽력거를 만들어 내시니 참으로 상서령의 통솔력이 대단하십니다!”
장비와 마초의 이런 칭찬에 나는 군자로서 겸양을 표할 수밖에.
“좌장군과 우장군께서 그리 말씀을 해주시니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공성 준비를 마친 나는 고장성 정면에 벽력거를 배치하고 운제와 충차를 두어 고장성의 서막과 학소에게 아군의 공격이 임박하였음을 보였던 것이다.
* * *
[고장성 서막 진영]고장성을 지키고 있는 서막은 성 밖에 촉군이 만든 운제와 벽력거가 모습을 보이자 절로 수심이 깊어졌다.
“저들이 여태껏 사다리와 충차를 이용한 어찌 보면 단순한 공격을 하여 이를 막기가 수월하였는데 저렇게 운제와 벽력거를 만들어 공격을 하려고 하니, 이제 이를 막기가 쉽지만은 않겠어…”
서막이 한숨이 섞인 걱정의 혼잣말을 하자, 곁에 있던 학소가 공수를 취하며 서막에게 말하였다.
“자사,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자사께서는 어떠한 적의 공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이곳 고장성을 잘 보수하고 보강해 두셨습니다. 비록 저들이 운제와 벽력거를 만들어 이곳 고장성을 공격한다 할지라도, 자사께서 모든 공력을 기울여 준비한 이 고장성의 방어가 그리 쉽게 뚫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오니 자사께서는 단단한 이 성을 믿으시고 적의 공격을 막아내면 될 것입니다. 거기에 소장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러한 학소의 격려에 서막은 기운을 냈다.
“학 부관 자네의 말이 맞네. 내가 이리 저들이 만든 공성 무기 따위에 기가 죽으면 안 되겠지. 알겠네. 우리가 잘 보수와 보강을 하여 방비를 해둔 이 고장성을 믿고 저들의 공격을 한번 막아내 보세!”
[고장성 밖 법정의 진영]나는 고장성의 포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장성 정면으로 정예 병력을 배치시켰다.
그러한 다음 나는 호위대장 미위의 호위를 받아 수레에 탄 채로 아군 정예 병력의 가운데로 이동하였다.
수레 위에 앉아 적 성을 응시하던 나는 학우선을 치켜드니, 이는 내가 준비한 명을 행하라는 신호였다.
그리하여 나의 명이 떨어지자 벽력거를 조종하는 병사들이 곧 하나가 커다란 바윗돌을 올린 다음 고장성을 향해 그 바윗돌을 날려 보냈다.
– 촉군의 벽력거가 움직이기 직전 고장성의 서막과 학소.
고장성 성루에 나와 있던 서막과 학소는 촉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촉군의 책사로 보이는 이가 적군의 정면으로 수레를 이끌고 움직이자 그가 누구인지 살피기에 바빴다.
“자사, 저기 보이는 수레를 탄 자가 아무래도 저 촉적들의 지휘관으로 보입니다.”
“그렇군. 저자의 복장을 보았을 때 책사로 보이는데 촉적은 책사를 지휘관으로 두었군그래.”
그러면서 서막은 저 촉군의 책사가 누구인지 유심히 살폈는데 도통 그가 누구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이 시대에는 상대국의 중신을 전장에서나 아니면 사신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것 이외에는 직접 만날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서막은 이곳 량주에 있었기 때문에 법정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을지 몰라도 그가 어찌 생긴지는 알 턱이 없던 것이다.
반면 학소는 촉군의 책사 지휘관을 보고는 그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자사! 바로 저 자입니다! 저 촉적의 책사말입니다!”
학소가 멀리 보이는 법정을 가리키며 평소 때와는 다르게 목소리를 높이자 서막이 학소를 보며 물었다.
“학 부관, 자네 저 촉적의 책사를 아는가?’
서막의 물음에 학소가 공수를 취하며 답하기를.
“예, 자사. 자사께서도 알고 계실 테지만 지난날 선제(조조)께서 한중에서 크게 곤란을 겪으시게 만든 촉의 책사가 있었는데 분명 그의 이름이 법정이라 하였습니다. 촉적의 책사 중 저리 전선에 나와 대군을 이끌 수 있는 자는 제가 알기로는 법정밖에 없습니다!”
학소의 답을 들은 서막이 신음 같은 탄식을 내뱉었다.
“법정! 그 한중 공방전에서 정서장군(하후연)을 적장 황충을 써서 돌아가시게 만든 자가 바로 저자라는 말인가?”
“예, 자사. 소장이 보기에 저자가 바로 한중 전투에서 아군을 패하게 만든 촉적의 책사 법정이 분명합니다.”
일전에도 서술하였지만, 이곳 량주 지방에도 2년 전인 219년의 ‘한중 공방전’의 일을 전해 들어 잘 알고 있었고, 촉을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 다름 아닌 촉의 책사 법정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다만 서막은 아직까지 법정이 상용 일대와 양번을 함락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곳 옹양주에서까지 대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일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비의 북벌군 중 선봉장 마초가 병귀신속으로 량주를 점령하면서 그 기세를 몰아 무위까지 쳐들어 왔기 때문이었다.
서막은 마초가 코앞까지 진군하고 있다는 척후의 급보를 접하고는 즉시 량주의 위급함을 전령을 통해 조비에게 알렸고, 그 조치를 취하자마자 마초가 이곳 무위의 고장성으로 들이닥쳐 포위 공격에 들어갔기 때문에 외부의 일을 전혀 전해 듣지 못하였다.
하나, 법정의 활약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한중 공방전’에서의 법정의 존재감은 이미 이곳 옹양주 지역의 위나라 관리인 서막과 학소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던 것이다.
서막은 촉군의 지휘관이 법정인 것을 알게 되자 깊은 탄식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하였다.
“학 부관 자네가 아까 말한 것처럼 이곳 고장성은 내가 심혈을 기울여 보강을 한 성일세. 비록 촉적의 지휘관이 책사 법정이더라도 이 고장성을 쉬이는 넘보지 못할 것일세. 하여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촉적에 맞서 싸울 것이네.”
“예, 자사. 실로 옳은 말씀입니다. 소장도 목숨을 걸고 자사를 도와 촉적을 막아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막과 학소의 다짐은 다음 순간 시험대에 오르게 되니…
* * *
나는 실질적으로 2군을 지휘하여 상용에서부터 양번까지 조위와의 대결전을 펼쳐왔다.
그 과정에서는 나는 특히 공성전을 시작하게 되면, 손자병법에서도 말한 가장 좋은 승리 방식인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을 먼저 꺼내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적진에 나의 ‘항복 권고문’을 먼저 보내는 것이었다.
내가 이리 항복 권고문을 먼저 적 성에 보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 나의 권고문을 받은 적이 마음을 바꿔 정말로 항복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둘째, 위나라에 촉군의 무서운 계책을 내는 책사로 알려진 나의 항복 권고문을 본 적들이 동요를 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양양 공성전에서 특히 빛을 발하였으니, 나의 항복 권고 서신을 받은 조인은 더욱더 평정을 잃게 되며 아군이 더 쉽게 양양성을 함락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고장성의 성주가 바로 량주 자사인 서막인 것과 그의 부관이 학소인 것을 알아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항복 권고문을 보내더라도 쉽사리 항복을 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하나, 나의 두 번째 목적인 저들의 동요를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예의 그러했던 것처럼 고장성 안으로 나의 항복 권고문을 보내기로 했던 것이다.
다만 여태까지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저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좀 더 심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아까 보았듯이 학우선을 들어 명을 내렸고, 아군의 벽력거 한 대가 곧 바윗돌을 적 성 안으로 날려 보냈다.
이렇듯 적에게 항복를 권고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 방식이 점점 때와 장소에 따라 바뀌고 진화하게 되니 나의 계책 또한 점점 더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벽럭거에서 발사된 큼지막한 바윗돌은 곧 묵직한 공기 파열음을 만들어 내며 적 성인 고장성을 향해 날아가 성 한가운데에 그대로 떨어졌다.
서막은 내가 벽력거를 발사하자 병사들에게 모두 피할 것을 명하였다.
그리하여 벽력거에서 날아온 바윗돌은 높고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성 안으로 떨어지며 큰 진동과 함께 바닥에 커다란 흠집을 만들어냈다.
촉군이 벽럭거를 통한 공격을 하자 서막은 이를 촉군의 공격 개시로 받아들이고 고장성의 전군에 적의 공격에 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촉적이 공성 무기로 공격을 시작했다. 곧 적의 전면 공격이 있을 것이니 전군은 이에 대비하라!”
그렇게 고장성의 병사들은 서막의 지시에 따라 촉군의 전면 공격을 막아낼 준비를 하며 잔뜩 긴장을 하였다.
한데, 촉군 벽력거의 한 번의 바윗돌 공격이 있은 후 촉군은 대열을 유지한 채 공격을 하지 않았다.
서막은 이것이 혹시 법정의 계략이 아닐지 의심을 하였다.
‘어찌 촉적이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이지? 혹시 이것은 촉의 책사 법정의 계략인가?’
이렇게 서막이 의구심을 가질 때, 촉군 진영에서 촉의 대군이 한목소리로 우렁차게 고장성을 향해 이리 외치는 것이 아닌가!
“고장성 성주 서막은 들을지어다! 아군 총사 법 상서령이 바윗돌과 함께 서신을 보냈으니 어서 확인하도록 하라!”
촉군의 함성소리를 들은 서막은 학소의 말처럼 정말 촉군의 지휘관이 법정임을 알게 되었다.
“정말 학 부관의 말처럼 촉의 지휘관이 바로 법정이었군!”
* * *
나는 이렇게 아군 약 3만 8천의 정병에게 한목소리로 고장성의 서막을 향해 외치게 했으니, 이는 적들에게 아군 대군의 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어 적들이 싸우기 전에 아군에 대한 공포심을 갖도록 만들려 한 것이 첫째 이유였다.
그리고 둘째 이유는 혹 서막이 바윗돌을 살피지 않아 나의 서신을 전달받지 못할 것을 염려한 나의 자그마한 배려(?)였다.
이러한 나의 의도대로 우리 대군의 일체 된 한목소리가 만들어낸 거대한 울림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듯하였고 그것은 곧 고장성에 다다라 성벽을 울려대니, 고장성의 위 군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을 느꼈다.
서막은 곧 병사들을 시켜 고장성으로 날아든 촉군의 바윗돌을 살피하게 하였고, 정말 바윗돌 틈 사이에 촉이 자랑하는 촉금(비단)에 싸인 법정의 서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곧 서막에게 법정의 서신이 전해졌고, 서막은 이를 펼쳐 보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