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49
00249 한번 붙어볼까? =========================
“그래도 용케 살아돌아왔네.”
문직이 돌아와 원담의 반응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협천자를 인정하지 않는데 협천자의 뜻을 받은 청주도독의 명령을 우리가 왜 신경써야 하냐.
“하하… 물론 죽을 뻔 하긴 했습니다만.”
“엄살은. 아무튼 수고했어. 약속한대로 교위직은 주지.”
“감사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만족할 생각은 없겠지?”
“물론입니다.”
문직은 씩 웃었다.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전쟁을 위한 준비는 끝난 상황이었다.
“다들 알겠지만 난 솔직히 전쟁 별로 안좋아해.”
남는 것은 없고 소비만 주구장창해대는 비생산적인 일이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말로 끝내고 싶은 것이 내 마음이었다.
동서고금 모든 책략과 정략을 보았을 때 전쟁에 관해서는 공통된 의견을 보이고 있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말처럼 편하게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가끔씩은 말로 해도 들어처먹지 않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다.
제군이 그냥저냥한 군이었다면 그래 니 해처먹어라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제군의 항구를 원소가 쓸 수 있는 이상 그곳 차지하지 못한다면 기주와 유주의 막대한 물량이 청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항구를 막아 적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반드시 제군을 먹어야 했고 원소 역시도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서는 제군을 방어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로서도 웃으며 넘어갈 수만은 없었다.
“원담 이 새끼. 매우 건방진데. 어린노무 시키가.”
“너보다 나이 많다.”
“늙은노무 시키가.”
방통의 말에 난 피식 웃었다.
“제군에는 병력이 얼마나 있지?”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일만 이상은 있는 듯 싶습니다.”
“주의할만한 장수는?”
내 질문을 받은 것은 문직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한 후 대꾸했다.
“현재 원담의 참군으로 있는 것은 순우경, 그리고 신비, 마지막으로 견초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확인한 정도입니다. 당연하겠지만…”
“더 있겠지. 제군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들도 알고 있을테니까. 참군으로 순우경이 올 정도라면 적어도 원소의 상장인 안량이나 문추 둘 중 하나가 왔을 것이고. 그리고 보좌를 위해서 고람 정도가 왔을 것으로 볼 수 있겠지. 또 그 밑에는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은 가서 부딪혀봐야 알 수 있다는거네. 이거 참. 이런 식으로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전투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말이지.”
방통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자신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원래 전쟁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수많은 인간들이 뭉쳐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곳이다.
그런 전쟁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건 신의 영역에 있는 일이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자고. 그럼 장패. 부탁한다.”
“맡겨두쇼.”
제군을 점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제남군을 방비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렇기에 장패 그리고 공도를 제남군에 남겨 둔 채 우리는 곧장 제군으로 출발했다.
그들에게는 맡겨 둔 임무가 있다.
부디 그들이 잘 수행해주길 바랄 뿐이다.
병력의 이동 자체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남군을 완전히 점령한 덕분인지 병사들의 움직임에 저항하는 백성들도 없었을 뿐더러 각 현에 들러 보급과 휴식도 제대로 취할 수 있었다.
흑귀대 팔천, 백귀대 오천, 그리고 낭야군에서 보내 온 병력 오천까지.
이만이나 되는 병력이라면 충분히 제군을 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찝찝한지 모르겠네.”
“전풍의 수를 모르기 때문에?”
“응.”
전풍이 무언가 책략을 쓴 것은 분명했다.
다만 그 책략이 무엇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 것이 영 찝찝했다.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최대한 방비를 하기는 했지만…
내가 떨떠름해하자 방통은 내 어깨를 툭 쳤다.
“넌 너무 신중한게 탈이야.”
“영이는 나보고 과격하다고 그러던데.”
“가족이 보는 것과 동료가 보는 것의 차이는 그렇지. 뭐. 내가 보기엔 너무 신중하니까…”
“장군님. 전방에 요격을 나온 것으로 보이는 적군이 있습니다.”
정찰을 나갔던 병사가 달려와 나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제남군에서 벗어나자마자 적군을 만나게 된 것인가.
이거 시작부터 영 기분이 나쁘네.
“혹시 함정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닐까?”
“그것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전장은 평원이다.
책략보다는 힘과 힘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에서 책략이 가미된다면 함정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직을 불러 보며 정찰병의 이야기를 들었다.
적의 수는 적어도 칠천 이상.
누가 나온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원소군의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 적어도 제군의 허접한 병사들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정예병이 있었다고 했지?”
“예. 하지만 많지는 않은 듯 보였습니다.”
“흐음…”
원담이 직접 나왔을까?
아니면 참군으로 온 순우경이 나왔을까?
어쨌든 둘 모두 원소에게는 중요한 인물들이다.
난 입맛을 다시며 방통에게 물었다.
“쩝… 네 생각은 어때?”
“어떻고 자시고… 일단 할 수 있는 일은 두가지야. 장합, 혹은 서황을 중심으로 전체를 이끄는 것. 두번째는 너나 내가 선두에 나서서 군을 지휘하는 것. 가장 좋은 것은 두번째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첫번째 방법을 써야겠지. 원담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어. 원소의 후계자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실제로 성격이 급한데다가 탐욕이 강해서 책략에 자주 걸린다고…”
“그렇지만 견초는 신중한 자입니다. 그리고 그때… 그 신비라는 문관이 원담을 적절히 지원했던 것으로 보아 그 약점을 노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장합과 서황이 나서야겠네. 너희들. 할 수 있겠어?”
“맡겨주십시요.”
“원담의 목을 날려버리겠습니다.”
장합과 서황은 자신만만해하며 선봉을 달라 말했고 방통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누구 먼저라고 할 것도 없겠네. 1군으로 장합, 2군으로 서황이 나가. 가급적 일기토를 통해서 적의 사기를 꺽었으면 좋겠지만… 원담을 따르는 이들 중에 할만한 이가 있으려나?”
참군으로 온 순우경의 부하라면 모를까, 원담을 따르는 이들 중에서 일기토에 나올 정도의 장수가 있을련지 의문이다.
내가 떨떠름히 중얼거리자 방통은 웃으며 말했다.
“일단 가보자고.”
대충 진영을 짜 놓은 후 방통과 나는 중군으로 물러났다.
서황에게 오천, 장합에게 오천.
문제가 생기면 내가 지원을 나가기로 했다.
언덕배기를 넘어 평원 근처에 도착했을 때 멀리 진형을 꾸리고 기다리고 있는 적군이 보였다.
팔자 좋네.
여유롭게 기다릴 틈에 기습이나 한번 하지.
그거 잡아서 바로 역습 들어갈텐데.
난 짐을 챙기는 방통에게 말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작전대로 행동하도록.”
“알았어.”
방통은 계획했던대로 후군을 이끌기 위해 뒤로 빠졌다.
전군은 서황과 장합, 그리고 문진.
중군은 나.
후군은 방통.
진영은 이정도면 된다.
나머지는 장합과 서황, 문진이 잘해주기를 바랄 뿐.
“전투의 시작은… 우리가 해야겠… 어라?”
전투의 상황을 제대로 보기 위해 높은 지휘대 위에 올라갔을 때 적군 측에서 장창을 든 장수 하나가 나왔다.
누구지?
원소군의 갑옷을 입은 그는 장창을 들어 우리에게 겨누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기주목 원공을 따르는 도위 초촉이라 한다! 어디 내 창을 받을 자는 없느냐!!”
현재 병력의 차이는 아군이 훨씬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사기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할 터, 일기토를 통해 사기를 끌어올려보겠다는 수작을 부리는 그를 보며 난 피식 웃었다.
일기토?
오히려 내가 원하는 바다.
문제는 나오는게 고작 도위정도라는 건데.
뭐… 전초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상대해주지!”
장합이나 서황 대신 나간 것은 문직이었다.
그가 장창을 들고 나가는 것을 본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 한번 해봐라.
문흠의 아버지라면 기본 무력은 있겠지.
도위라고는 하지만 병사를 이끌 정도라면 단순하게 버리는 패로 쓰기는 아까울 것이다.
그런만큼 문직이 초촉을 쓰러트린다면, 아니 죽이거나 포로로 잡는다면 어느정도는 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나온 문직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 후 그대로 말머리를 돌렸다.
초촉의 앞에 선 문직이 빙글빙글 창을 돌렸을 때 초촉은 문직을 향해 돌격했다.
강한 기세를 그대로 드러내며 돌격해오는 초촉의 창을 걷어내며 말 위에서 현란한 움직임을 보인 문직은 창을 내질러 초촉의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초촉 역시도 간단히 당하지는 않았다.
걷어진 창을 움직여 문직의 공격을 막아내고 다시 맞붙었다.
말과 말이 부딪히며 성을 내고, 그 위에서 초촉과 문직의 공격이 순식간에 수십합씩 이루어진다.
서로를 진심으로 죽일 듯한 기세를 보이며 싸우던 도중 초촉의 손이 점점 어지러워져갔다.
역시 보통이 아니네.
난 흥미진진하게 그것을 지켜보았고 초촉은 열세를 느꼈는지 크게 창을 휘둘러 문직을 물러나게 한 후 다급히 외쳤다.
“너 따위를 계속 상대하는 것은 수치구나! 더 강한 자를 불러오도록 하거라! 아하하핫!!”
“쳇! 도망치는거냐!”
초촉이 물러나며 본진으로 도망가려 하자 문직은 창을 들었다.
오.
마상 투창도 가능한건가?
문직은 한 손으로는 말 고삐를 잡은 채 있는 힘껏 창을 던졌다.
빠르게 날아가는 창이 초촉의 등을 꿰뚫기 전, 초촉은 기다렸다는 듯 말의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의 등을 꿰뚫을 뻔했던 창은 말의 귀를 스치고 지나가 바닥에 박혔고 그것을 본 초촉은 말을 돌렸다.
“하하하하! 이놈!”
“흥!”
무기가 없는 틈을 노리려는 듯 초촉은 빠르게 달려왔다.
그런 그를 향해 문직은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그를 비웃으며 허리의 검을 뽑았다.
창과 검.
거리상으로는 검이 확실히 뒤진다.
어떻게 하려는거지?
길게 내밀어진 창끝이 자신의 가슴을 노리며 돌진해옴에도 불구하고 문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볍게 말의 안장에 걸려 있는 작은 방패를 꺼내 한 손에 든 그는 창격을 막아낸 후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끄악!!”
팔이 잘려나간 초촉이 비틀거린 순간 문직은 그에게 방패를 집어 던졌다.
원형의 방패가 돌아가며 그의 머리를 맞추고, 초촉이 낙마하자 문직은 말을 차고 뛰어 오르며 초촉의 머리에 검을 내리 꽂았다.
“으억…!”
“흥. 잡어 따위를 잡았군! 초촉따위 이 문직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더 강한 자가 없느냐!?”
오…
훌륭하네.
초촉을 잡은 그는 단숨에 아군의 전의를 올렸고 원담군은 문직의 승리로 당황한 듯 보였다.
자…
초촉이 끝났으니 다음은 누구지?
안량? 문추? 아니면 고람?
난 손에 땀을 쥐며 원담군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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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원 군수.”
초촉의 죽음으로 원담은 당황한 듯 보였다.
참군으로 원담을 지원하기로 한 순우경은 그를 향해 차분히 말했다.
“너무 급하게 움직이려는 것 아닌가?”
“이미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계획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원담을 순우경은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받으며 원담은 차분히 그에게 말했다.
“장군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한번 말해보게나.”
“안 장군을 보내주시겠습니까?”
원담의 요구에 순우경은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말은 지금 자네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말하려는 건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 계획에는 안 장군과 순우 장군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한번 말해보게.”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라고.’
원소의 장자이기는 하지만 평소 행실이 오만한데다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원담이다.
비록 오랜 친우의 아들이라고는 하지만 자신 뿐만 아니라 원소를 따르는 다른 명사들에게도 항상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그였기에 순우경은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원상을 지지하고 있는 원소의 책사, 전풍이었다.
그가 그때 청주의 일에 지원만 해줬다면 이렇게 싸우고 있을 필요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이게 다 전풍 때문이다
자신이 고작 원소에게 명령을 받는 것도.
세상 물정 모르고 원소의 장남이라는 것을 뽐내며 떠들어대는 저 원담과 함께 하는 것도.
순우경은 속에 끓어오르는 화를 꾹 억눌렀다.
“원희와 원상은 각각 유우와 공손찬의 잔당들을 처리하러 북쪽에 갔습니다. 그들이 그곳을 완전히 처리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어찌되는데?”
“멋도 모르는 애송이고 경험도, 세상도 모르는 얼치기들입니다. 그런 애송이들이 분수도 모르고 아버님의 총애를 받게 됩니다. 또 그들을 따르는 허접한 이들은 많지요. 그리 된다면 순우 장군께선…”
원담은 말을 더 잇지 않았다.
순우경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눈치를 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늙은 여우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