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57
00357 했네. 했어 =========================
“이제 슬슬 말씀하실때도 되지 않았소?”
사공의 직위에 있지만 한때는 자신보다 위에 있던 왕자복이었다.
존대를 할 필요는 없지만 조조는 조롱에 가까운 의미로 반존대로 말을 건넸다.
그의 말에 왕자복은 빠득 이를 갈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허억… 역겹구만.”
조조는 단검을 까딱거리며 물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왕자복은 그의 질문에 숨만 헐떡거리고 있을 뿐 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쓰게 웃은 조조가 단검으로 그의 볼을 툭툭 쳤을 때 왕자복이 입을 열었다.
“천하의 역적 주제에…”
“역적? 내가? 나의 어디가 역적이라는거요? 지금까지 내가 역심을 품은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하다못해 동탁이나 이각처럼 황실을 능멸한 것도 아니고 백성을 수탈한 것도 아닌데? 내 어디의 어느 부분이 역적이라는지 알 수 없구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명분에서 어긋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손해를 보고, 원소를 따르는 사예주에도 아직 손을 대지 않을 지언정 명분에 어긋나는 일들을 하지 않고 있었던 조조는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그런 조조의 얼굴을 향해 왕자복은 증오를 가득 담아 말했다.
“네놈을 모를 것 같으냐… 그렇다면 어째서… 폐하를 모신 후 폐하께 실권을 아무것도 주지 않고 있느냐. 황가의 것을 돌려주지 않느냐.”
조조가 황제를 모시게 된 이후로 황가에서는 황가의 것을 돌려달라고 계속해서 말했다.
조조 스스로가 충신임을 자처한다면 병력, 그리고 세금 수입과 각 신료들에 대한 통제권을 받아 황가에서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조조는 지금까지 그것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그야 지금 당장 폐하께서 실권을 잡으시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니까.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달라고 이미 말씀드렸던 것 같은데.”
“군권도, 세금 수입도… 하다못해 다른 모든 것들도… 네놈이 가지려고 하고 있지 않느냐. 네놈의 속셈을… 모를 것 같으냐?”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왕자복은 조조를 비웃었다.
그런 그를 향해 조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찌 그리 생각하시오?”
“조조… 네놈은 무서운 놈이다. 인정하지…”
“흐음?”
“치밀하고… 아주 무서운 놈이지…”
“무슨 말씀을 그리 심하게 하시오? 이 조 맹덕이 그리 무서운 사람은 아니라오. 더할 나위 없는 한 황실의 충신에게 그런 모함을 하다니.”
유들유들하게 웃으며 조조는 그의 손등에 단검을 천천히 쑤셔 넣었다.
그 고통에 몸부림 치면서도 왕자복은 입술을 꽉 깨문 후 말했다.
“끄아아악!!”
“이정도로 엄살피우지 마시오. 내가 왜 그런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아주 많으신 듯 한데…”
“허억…헉.. 진유하와, 다른…이들을… 이용해서 서주 뿐만 아니라 연주에서 인기를 끌고… 백성들에게서 황실의 존엄을 잊게 한다…”
“흠.”
“그것 뿐만 아니라 황실을 위하는 척 하면서도 실제로 들어오고 있는 각지 명사들과 명가들을 너의 편으로 끌어들이게 한다…”
“호오… 재밌구려.”
“연주목이 되었을 때부터 네놈은 유화책을 펼치는 것처럼 보였지… 흐흐… 그러면서도 네놈은 철저하게 너에게 반대되는 이들을 제거해나갔다… 그렇지 않나? 명분…이라고? 그럴싸하게 가리고 있었을 뿐이잖나…”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같은 편이 되어주지 않는 정적을 제거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소? 그러는 동 위장군과 왕 상서께서는 정적들을 모두 보듬아 안으신 것처럼 말씀을 하고 계시는구려. 내가 알기로 동 위장군도 따님을 귀인으로 모시기 위해 많은 이들을 쳐낸 것으로 알고 있소만.”
“크흐흐… 컥! 쿨럭! 퉷! 배제… 하지만 그 배제된 이들 중에는 황실에 충실한 이들이… 얼마나 많았… 으으윽!! 최소한… 위장군께선… 크윽… 황실에 충실한 이들은 감싸 안으셨지…”
고통에 겨워 신음을 하고, 피가 끓어 올라 토혈을 하면서도 왕자복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증오에 가득차 있는 눈으로 조조를 올려다보았다.
“네놈이 만들어낸 그때의 일…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때… 그 사건만 아니었어도…”
“그때라면… 아하. 온현 현령의 장부 이야기요?”
왕자복의 말에 조조는 씩 웃었다.
자신이 연주목이 된 계기였다.
온현의 현령을 제거하며 그와 관련된 이들을 무너트리고 조등에게 반대되는 파벌들을 공격할 때의 일이다.
그때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많은 이들이 낙향하고, 많은 이들이 관직을 잃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연주목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관직이 예정되어 있던 많은 이들이 관직을 얻지 못했으며 그 사건으로 인해 각지에 커다란 마찰이 생겼었다.
하지만 그런 혼란들이 발생하며 자신이 연주목의 자리에 쉽게 오를 수 있었고 그 바탕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생각하는 조조는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강진은 곽승의 일파였잖소. 곽승이 누군지 모르는건 아닐 것이고. 그로 인해서 십상시들이 많이 힘을 잃었소.”
“그래. 그 역겨운 내시의 일파였지. 하지만… 그와 같은 파벌에 있는 이들 중에도 충신은 있었다…”
“댁이 말하는 그 충신이 뭐하는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 역시도 돈과 권력에 미쳐 있는 자들에 불과했는데…”
“흥… 그건 네놈의 생각 아니더냐.”
“그들이 충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국 당신의 생각에 불과하잖소.”
“흐…”
“결국 생각의 차이라는 거잖소.”
“모든 것을… 쿨럭! 틀어버린 것은 네놈의… 탓이다.”
“그건 핑계요. 딱히 변명할 생각도 없다지만 모든 잘못이 나의 탓이라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그렇게 말할거면 그냥 이렇게 묻지 그러는게 어떻겠소? 왜 너같은 놈이 태어나고 이렇게 끼어들어서 사람 이렇게 짜증나게 하냐고. 차라리 그게 더 그럴싸하겠소.”
“끄아아아악!!”
왕자복의 손등에 파고들어 있던 단검을 잡은 채 조조는 천천히 그것을 비틀었다.
손등에서 피가 주륵주륵 흘러나오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조조는 왕자복의 목을 잡았다.
“결국 틈을 보였고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내보낸 것들은 그들이요. 당신도 알지 않소. 온현 현령이었던 강진부터 시작해서 그의 윗줄에 있던 이, 그 윗줄에 있던 이, 또 그 윗줄에 있던 이까지. 곽승은 자신을 위해서 많은 이들을 버렸고 그럼으로써 환관들의 세력이 크게 흔들렸지.”
“…..”
“그로 인해서 더 많은, 훌륭한 이들이 관직에 오를 수 있었잖소?”
“훌륭한… 흐흐. 네놈들에게 호의를 보인 놈들을… 말하는거냐?”
“그 네놈들에 나와 원소가 포함되어 있다면 뭐. 아니라고는 부정하지 않겠소만.”
“웃기는… 소리. 결국은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정당화라니. 이보오. 왕 상서. 왜 그리 나를 미워하는지는 모르겠소만… 한가지만 말해두리다. 나는 그대들을 꽤나 좋아하고 있다오.”
“뭐?”
어이가 없었다.
좋아한다는 자를 이렇게 만들어?
아니, 이렇게 나락으로 빠트리려고 만들고 있어?
눈을 동그랗게 뜬 왕자복을 향해 조조는 그에게 고개를 가져간 후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댁들 같은 이들이 있어줘야 내가 더 올라갈 수 있잖소. 앞으로 폐하는 내가 잘 모실터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한 황실의 안녕도 책임져 주리다.”
“크흐… 웃기는 개소리를 이렇게 하다니.”
왕자복의 비웃음을 즐겁게 바라보며 조조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할 이야기는 여기까진가보다.
그가 물러나자 고문관은 불에 달군 인두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사공. 이제 제가…”
“그러게나. 오늘 내로 자백을 받도록 하게.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도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다른 이는 꽤나 자백을 받아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죄, 죄송합니다.”
왕자복에 대한 심문이 계속되고 있었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다가 지금 천하 정세가 그리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까지 왕자복만 잡고 있을 수 없었던 조조의 말에 고문관은 고개를 푹 숙였다.
“왕자복이 장억과 관련되어 많은 뇌물을 받고 백성을 팔아넘기는데 협력했다. 그리고 그 지시는 동승이 내린 것이라는 자백을 얻어내게나.”
“네놈… 거짓 자복을 시키게 할 생각이냐!”
“거짓?”
왕자복의 분에 찬 외침을 들으며 조조는 싱글거렸다.
“그거야 조사해 보면 알 일 아니겠소?”
“내가… 이 왕자복이 그딴 거짓을 말할 것 같으냐!”
“뭐… 버틸 수 있다면 버텨보시오. 그런데 당신이 그토록 지키고자 애쓰는 동승은 이미 당신을 버린 것 같은데.”
“…그건.”
“뭘 그리 힘들게 의리를 지키려는지 모르겠군. 사실이잖소. 당신을 장억에게 보낸 것이 동승이라는 증거는 이미 있는데. 꼬리자르기에 당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렇게 계시구려.”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왕자복을 향해 웃어보인 조조는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허가장을 흔들어주었다.
위장군 동승의 직인이 찍혀 있는 허가장을 본 왕자복이 시선을 돌리자 조조는 그것을 내려 놓은 후 고문관에게 말했다.
“그리고 자네도 기억해두게나. 만약 왕자복이 사실을 말하지 않고 죽어버린다면…”
조조는 반대편 의자를 가리켰다.
왕자복을 제거하기 위해 침입했던 암살자 중 하나가 피투성이가 된 채 흐리멍텅한 눈으로 앉아 있었다.
“저기에는 자네가 앉게 될 것일세.”
“바, 반드시 자백하게 하겠습니다!”
“기억해두게나. 오늘 안에 끝내야 하네. 그리고 저자가 죽어서도 안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지하감옥의 문을 닫고 나온 조조는 손에 뭍어 있는 피를 대야의 물로 씻어내기 시작했다.
그가 손을 다 씻었을 때 기다리고 있던 조인은 조조에게 마른 수건을 건네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니. 별 것 아닐세. 그만 갈까?”
“예. 그런데… 굳이 오늘을 이야기하신 이유는 뭡니까? 아직 시간은 꽤 남은 것 같은데.”
“왕자복이 생각보다 잘 버텨서 말이지. 그의 마음을 좀 꺽고 싶었을 뿐이네.”
오늘이라고 강조하면서 그의 긴장을 배가시킨다.
오늘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 하루동안 계속 긴장하게 만든 후.
그 다음날 다시 심문을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사람이 항상 긴장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
“음… 과연 그렇게 될까요?”
“안되면 어쩌겠는가. 최악의 경우는 동승의 관직을 회수하는 정도만 하는 수 밖에.”
왕자복이 자백하지 않는다하여 동승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죄의 경중 문제이지.
후환을 위한다면 동승과 동승 일파를 전부 제거하는 것이 옳았지만 동승의 딸이 헌제의 아내이기도 하니 모두를 제거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나에 대한 암살을 시도하기라도 한다면 나을텐데. 한번 상처라도 입는게 낫지 않을까?”
“허튼 소리 마십쇼. 조공께서 다치시기라도 한다면…”
“하하. 걱정 말게나. 손관이라고 했지? 그치는 뭘 하고 있나?”
“장억에 대한 심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 열심히 하라고 하게.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볼까? 할 일도 많으니 말이야. 폐하께선 지금 뭘 하고 계신가?”
“궁녀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계십니다.”
조앙이 이각을 공략하는데 성공하여 장안에 있던 궁녀들을 보냈다.
그동안 그토록 궁녀를 더 뽑아달라고 했던 만큼 궁녀가 추가되어졌지만 유협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정말 즐거울지는 모르겠군.”
“하하…”
서원팔교위의 수장으로서 황제를 경호하는 조인은 조조의 말에 별다른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작게 웃었다.
“그럼 오늘은 폐하를 만나뵙고 몇가지를 청하러 가야겠구만. 왕자복 때문에 아주 심려가 크실터이니 말이야.”
“아. 그리고 조카사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연락?”
“조만간 허도에 갈 것이라고… 고당항을 점령하는데 성공하였고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봐야 하니 그 틈을 노려 청이와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거 반길만한 일이지. 길일은 이쪽에서 잡을 것이니 언제든지 오라고 해주게.”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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