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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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른 신헌영의 출산 소식에 우리는 당황했다.
“야. 넌 안채에 가서 애들 데리고 와. 넌 조가로 가서 의원 데리고 오고!”
조가에 있는 의원이라면 화타나 이당지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실력이 있는 의원이다.
내 말에 하인은 조가로 달려갔고 소란을 들은 장합과 관평 역시 나왔다.
“방금 제가 뭘 들은 겁니까?”
“방 도독님이?! 신 아가씨께서 이제 아이를 낳는 겁니까?”
일 하나 끝나니까 바로 일이 터지는구만.
난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다들 따라와!! 정북부로 간다!!”
정북부에 도착한 나는 마당에서 엄청나게 불안해하며 서성거리는 방통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방통을 알게 된 이후로 단 한번도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던 그에게 말을 걸려던 순간 비명이 들렸다.
“아아아아악!!”
“으아…”
털썩 방통은 주저앉았다.
그를 본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날 발견한 방통은 허겁지겁 나에게 달려왔다.
“야! 야! 우리 헌영이 좀 어떻게 해줘! 벌써 한시진째 저러고 있다고!!”
“…아니.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닌데. 야. 일단 진정 좀 해.”
“진정하게 생겼냐!?”
방통은 버럭 화를 낸 후 안절부절하지 못하다가 또다시 들려 온 신헌영의 비명에 파랗게 질렸다.
“으아… 어, 어떡하지? 응? 야. 유하야. 어떡해. 응?”
“침착해.”
“침착은… 무슨…!!”
“끄아아아아악!!”
“아아아아!!”
이러다가 얘가 먼저 쓰러지겠다.
신헌영을 진찰해 온 조가의 의원은 신헌영의 몸도, 그리고 안의 아이도 무사하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럼 믿는 수 밖에 없다.
“꺄아아악!!”
“장군! 의원이 왔…!”
조가의 의원이 오자마자 방통은 그에게 매달렸다.
우리에게 인사하려던 의원은 방통이 자신에게 달려들자 기겁하며 물러났지만 그의 몸은 이미 방통에게 잡힌 상태였다.
“우리 애기! 헌영이! 살릴 수 있는 겁니까!?”
“도, 도독님. 바지 내려갑니다! 바지!”
“하아… 야. 쟤 좀 잡아라.”
방통이 잡고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던 의원은 장합과 관평이 방통을 떼어내고서야 간신히 풀려났다.
“어때?”
“예정일보다 빠르게 나오는 것은 뭐 드문 일은 아닙니다. 들어가보지요.”
“들어가기 전에 씻고 들어가는 것 알지?”
“암요.”
전에 화타가 왔을 때 화타는 자신에게 의학적 지식을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 위생을 강조해왔다.
씻고 살아라.
씻으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
의술로 천하를 크게 울린 화타의 말에 슬슬 조조의 지원을 받아 공급하기 시작한 비누 덕분에 이제는 씻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적응하고 있었다.
당장 연주와 서주 일대 어느 곳을 가도 비누가 마련되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가 들어가자 잡혀 있던 방통이 소리쳤다.
“여보오오오!”
자칭 풍류남이며 결혼따위 남자의 무덤이라고 떠들어대던 방통이다.
저게 저렇게 될 줄이야.
내가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감녕과 여영기가 내 부인들을 데리고 정북부로 들어왔다.
“도련님! 어떻게 됐수?”
“아직은 별 일 없어. 그보다. 영아. 괜찮겠어?”
“음… 괜찮아요. 청아, 완아. 날 좀 도와줘. 견희 너도 오고.”
“예. 언니.”
“제가 도울게 뭐가 있을까요?”
“어차피 안에는 산파들이 있을거야. 청이 너는 뜨거운 물을 준비하고… 자. 들어가자. 준비한 옷을 위에 입고.”
“예!”
깨끗하고 품이 큰 옷을 위에 걸치고 그녀들이 들어가는 것을 본 방통은 나에게 매달렸다.
“별 일 없겠지? 응?”
“야야. 별 일 없을거야. 영이도 산양군에서 꽤나 아이를 받아봤다고 하니까…”
“아아아아악!!”
“…진짜지? 응?”
“응. 진짜.”
사실 나도 걱정이 된다.
당연한 것 아닌가.
이유하의 시대에서도 애를 낳다가 산모와 아이가 죽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은 불치병이라 불리는 것들 조차도 간단하게 치료하는 그의 시대에서조차 위험한 일인데 당연히 완벽하게 안전하다고는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걸 얘한테 어떻게 말하냐?
벌써부터 눈물 콧물 질질 짜고 있는 방통을 다독여주었다.
“술이나 좀 한잔 해라.”
“너 이 자식. 제정신이냐?”
“아니 너 좀 진정하라고… 어. 고마워. 야야. 일단 물 좀 마셔.”
장합이 가져다 준 물을 받아 한모금 마시고 방통에게 주었다.
그것을 거칠게 마시던 방통은 거의 쓰러질 듯한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괜찮겠지? 응? 괜찮지?”
“아 씨. 괜찮다니까. 안괜찮으면 어쩔건데.”
“야 임마!! 어떻게 그딴 말을 해!”
“도독님.”
“그러지 마십시요. 이건 장군님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솔직히 안괜찮다고 해도 밖에 있는 우리가 뭘 어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안에 들어가 있는 의원과 산파들, 그리고 내 마누라들을 믿고 신헌영이 멀쩡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다.
진실을 이야기하자 방통은 분노하며 내 멱살을 잡으려 했고 장합과 관평은 황급히 그를 말렸다.
“정신 차려! 야. 아비 될 사람이 뭐 이렇게 정신이 약해?”
“아아악!”
“으아아악!”
확 그냥 기절시켜버릴까?
안에서 비명이 들려 올 때마다 방통은 거의 눈까지 까뒤집으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내가 진지하게 기절을 시키는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애~ 응애애~”
“헉!”
아버지는 무섭다.
결코 힘으로 이길 수 없을 텐데도 잡고 있던 관평과 장합을 강하게 뿌리친 방통이 뛰어들어가려 하자 난 다급히 외쳤다.
“야!! 씻고 가!! 그러다가 부정탄다!”
사실 부정이라기보다는 감염에 의한 합병증을 조심하기 위해서이지만.
당장이라도 안으로 들어갈 것 같던 방통은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씻기 위해 준비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감녕은 피식 웃었다.
“방 도련님이 저럴 줄은 상상도 못했네.”
“너도 애 가져봐라.”
“난 안 그럴거요.”
“퍽이나 그러겠다.”
내가 보기엔 너도 똑같아.
미래가 보인다.
여포에게 멱살이 잡혀서 여영기와 그녀의 아이를 걱정해 펑펑 우는 꼴.
나한테 달라붙으면 발로 차버려야지.
내가 피식 웃자 감녕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휴… 힘들어라.”
“수고했어. 괜찮아?”
영이가 나오자 난 그녀를 안아주었다.
내 품에 폭 안긴 영이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정도는 괜찮아요. 산양군에 있을 때 배웠는걸요.”
“왜?”
“그야…”
영이는 청이와 완이, 견희를 보았다.
“쟤들이 출산할 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청이 때는 못해줬지만… 그래도 완이랑 견희라면 제가 있어주는게 맞죠.”
“언니…”
“아가씨…”
영이의 말에 지친 기색이 역력해보이던 완이와 견희가 눈을 반짝거렸다.
역시 영이다.
첫번째 부인으로서 아주 멋있기 그지 없다.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어 준 나는 힘들어보이는 청이를 보았다.
“넌 왜 그러냐?”
“으음… 뭐랄까. 저때는 잘 몰랐는데 출산이라는게 무척 힘든거였군요.”
하긴 청이는 초산인데도 금방 낳았지.
청이가 머뭇거리자 난 피식 웃었다.
“원래 새로운 생명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아아… 그보다 이거 참. 방통도 아이를 낳았으니.”
북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진짜 갈 일만 남았군.”
방통이 애를 낳고 며칠이 지났다.
이제야 도착한 유 의원은 방통의 아이와 신헌영을 검진했고 둘 모두 건강하다는 판단을 내려주었다.
그때 방통이 펑펑 울며 유 의원에게 감사하다고 몇번이나 절을 하던 걸 생각하니 웃기기만 했다.
아기가 머물기는 좋지 않아 신헌영을 일단 진가로 옮긴 후 방통도 진가에 머무르게 한 나는 신헌영과 아기를 보고 내 방으로 들어 온 방통에게 말했다.
“두어달쯤 후에 떠날 생각이다.”
“그래? 그럼 내가 먼저 가겠군. 그동안은 진가에서 살아.”
출산도 했으니 굳이 더 허도에 머물 이유가 없던 방통이다.
형주로 가기 위한 준비는 다른 이들이 하고 있었으니 떠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에 방통은 쓰게 웃었다.
“채 가주가 많이 도와준다고 하던데?”
“채가에 먹힐 생각은 마라.”
“먹히기는 무슨. 그나저나 그가 내 아들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아.”
축하할 만한 일이다.
방통은 아들을 얻었다.
자신과 신헌영을 똑 닮은 아들이라는 것에 기뻐 미쳐 날뛰던 방통을 제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마 정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거겠지. 하지만 채가라면 괜찮잖아. 집안도 좋고. 또 방 숙부님과도 나름대로 연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뭐 그렇긴 하지만. 네가 네 아이들을 정략의 대상으로 쓰지 않으려고 했던 마음을 알겠다. 아들인데도 주기 싫은데 딸은… 어휴.”
“하하. 그래서?”
“그냥 그렇다고. 아, 그리고 미안하지만 너와 사돈 될 생각은 없다.”
“나도 없어.”
“그럼 됐군. 흐음… 주인 없는 집에서 살아도 되려나 몰라.”
“뭐 어때.”
방통이라면 허도에 있는 저택 정도는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방통은 주변을 둘러본 후 투덜거렸다.
“이왕 빌려줄 거면 하인들도 좀 빌려줘.”
“그러시든가. 아무튼 나는 조만간 북방으로 갈 생각이니까. 마음대로 쓰시게나.”
영이가 정성껏 키워 콩나물을 재배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달래나 다른 몇가지 방법을 통해 싸게 먹을 수 있는 방법도 알아내었다.
그럼 더 이상 허도에서 버틸 이유는 없지.
명령서도 받았겠다 출발만 하면 된다.
“아무튼 북방으로 가면 조심하도록 해라. 유화는 약한 상대가 아닐테니까. 그리고 그 병도…”
“병에 대한 대비는 이미 끝냈어.”
“어떻게?”
“그 병에 대해서 좀 아는데 그건 그냥 신선한 야채나 고기를 먹이면 낫는 병이야.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라고.”
“하지만 북방은 춥고 척박해. 신선한 야채를 구하기는 힘들걸? 고기도 그렇고.”
“그래서 콩나물 재배했잖냐.”
“그게 그것 때문이었냐?”
“응.”
내 대답에 방통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눈을 감고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북방의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야. 나도 소문 정도만 들었을 뿐인데 유화에게 뛰어난 책사가…”
“어? 넌 모르냐??”
“뭘?”
“저수가 유화의 밑에 있다고 하더군.”
“뭐!? 진짜?”
“조사도 안해봤어?”
“나야 모르지. 유주 정벌은 서복과 곽가가 맡았으니까. 업을 도읍화시키는 거랑 헌영이 수발드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었다고.”
투덜거린 방통은 한숨을 내쉬고 입맛을 다셨다.
“쩝… 저수라… 저수라면 원소의 밑에 있던 책사였지?”
“알아?”
“나름대로 나도 원소군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어. 전풍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뛰어난 책사라고 하더군. 거기에 지휘관으로서의 자질도 대단했다는데… 아무튼 조심해라. 그런 놈이 있다면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거니까 말야.”
“음… 알았어. 그럼 나도 말해줘야겠군. 노숙. 그 놈 보통 놈이 아니야. 조심해.”
“노가장의 무서운 아이라고까지 불리던 놈인데 보통 놈이겠냐… 만만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리고 유표의 밑에 있던 이들이 유장과 오의 밑으로 들어갔어. 그걸 생각한다면 형주로 오는 길에 대해서는 잘 알거야. 방어를 제대로 해야 할걸?”
“감녕도 그렇지만 서성도 형주 일대의 길과 지형에 대해서는 잘 알아. 거기다가 내가 가면 중립을 표방하고 있는 이들도 끌어들일 수 있을거야. 내 걱정은 마라.”
방통이 형주목이 되었는데 방덕공이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거다.
그까지 나서서 본격적으로 회유작업을 한다면 많은 이들이 밑으로 들어오겠지.
“그리고 괜찮은 인재가 있는데 꼬시지 못한 사람이 있어.”
“누군데?”
“마가.”
“아아. 마가… 좋아. 그들을 우선적으로 포섭해야겠군.”
마가에 대해서는 방통 역시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후 히죽 웃었다.
“형주로 가면 재밌겠네. 괜찮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추가로 한가지 더.”
“뭐?”
“마가의… 아. 이건 좀 애매한데.”
“뭔데 그래?”
“마가의 마량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속은 조심해라. 그에게 병력을 이끌게 하지마.”
“응? 그건 왜?”
“그냥.”
내 말을 들은 방통은 입을 다물고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내가 어깨를 으쓱이자 방통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야. 내가 지금까지 널 만나고서 생각하는건데 말이지.”
“뭔데.”
“음… 뭐라고 해야하나.”
방통은 머뭇거렸다.
뭔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거야?”
“도대체 뭘 알고 있는거냐?”
“뭔 소리야.”
“가끔씩 보면 이상하단 말이지. 뭐라 말하긴 좀 그런데. 너는 좀 달라.”
“뭐가.”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 그리고 희안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 여러가지로 보면 너는 좀 뭔가 이상하단 말야.”
방통의 말에 난 쓰게 웃었다.
“뭐. 네가 요괴든 뭐든 어쨌든 너는 내 친구고, 수경원의 소중한 동기니까. 딱히 네가 나나 서복, 채 사저에게 이상한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러냐.”
“그래도 때가 되면 말해달라고. 뭐라고 해야하냐.”
방통은 머쓱하니 웃었다.
“친구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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