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70
아아.
마음 같아서는 그냥 이놈의 멱살을 잡고 바둑판 위에 깐 후 말해주고 싶다.
제발 함부로 까불지도 말고 나대지도 말라고.
왜 자꾸 이렇게 나대서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걸까?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글쎄요.”
오목에 대한 것을 한번 설명했을 뿐인데 나와 비등할 정도로 수를 둘 수 있을 정도라면 황제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말의 의미 정도는 알 수 있겠지.
난 황제를 향해 웃어보였고 황제는 빠득 이를 갈았다.
네가 이 갈면 어쩔건데?
“뭐랄까. 사내답잖습니까.”
“폭군이라고 하지. 패도를 원하는 것인가?”
“패도면 어떻고 왕도면 어떻습니까? 결국 그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인데. 그리고 저는 말입니다. 뭐랄까. 소의를 따르는 사람이라서 말이지요.”
“….”
“패도든 왕도든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욕을 하든 갈구든, 그거야 제가 알바가 아니지요. 저는 제 욕심만 차리면 되는 사람인데.”
혹시나 못 알아들을까 싶어 대놓고 말해주었다.
까불지 말라고.
나는 남이 욕하든 말든 그거 신경 안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웃으며 말하자 황제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그를 보며 난 웃었다.
“승상께서 저를 봉군도위로 임명하려 하시더군요.”
“뭐?”
“북방에 대한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되었으니 말입니다. 제 휘하의 부하들이 유주와 병주의 점령작업을 실시하게 되면 굳이 제가 북방쪽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어지겠지요.”
“그렇다면 이제 정북장군이 아니라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 하여 봉군도위의 자리는…”
“황가를 수호하는 자리이지요.”
황제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휴 깨소금 맛이네.
난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실질적으로 황가를 수호한다기보다는 더 이상 황제가 까불지 못하게 제어하려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난 웃으며 황제를 바라보았고 황제는 부르르 떨며 나를 응시했다.
“봉군도위라는 자리는 그리 쉬운 자리가 아니야. 황실의 근위병들을 그대가 다룰 수 있을 것 같은가?”
“쉽지는 않겠지요.”
애초에 황실 근위병들은 승상의 명령도 제대로 듣지 않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을 왜 아직까지 곱게 데리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뭐 어쩌겠나.
결국은 구색 맞추기 정도에 불과할테니까.
거기에 근위병들도 나름대로 한의 충신들이라고 하고 그들을 좋아하는 명사들이 있으니까.
그런 그들을 포섭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사람이 너무 욕심이 많다니까.
난 조조에 대해 생각을 한 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저는 승상의 부하. 까라면 까야겠지요.”
“그러한 천박한 말투도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 봉군도위의 자리이네. 그런 자리를 자네가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데 만들어지겠지요.”
솔직히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알게뭔가.
난 황제를 향해 히죽 웃어보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폐하.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
“폐하의 충신으로서 이리 말씀드리는데… 오늘만큼은 조금 과거를 곱씹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난 여유롭게 말한 후 정자에서 내려왔다.
기다리고 있던 하후상과 함께 걷는 도중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황제가 열받아서 바둑판을 던지기라도 했나보군.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나 대신 돌아 볼 녀석이 있으니까.
힐끔 고개를 돌려 정자쪽을 본 하후상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제대로 열받았나보군요.”
“가끔씩은 벌집을 건드려줘야 하는 법.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면 이정도는 해줘야지.”
근원정의 입구에 도착해 무기를 받은 나와 하후상이 황궁을 나가려고 할 때 내관, 그리고 궁녀들과 함께 유풍이 걸어왔다.
적대감이 가득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그를 향해 난 웃었다.
“태자마마. 어딜 그리 가십니까?”
“자네가 알 것없네.”
나에 대한 적의가 대단하군.
이왕이면 좀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말이야.
만약의 경우도 대비해야 하고.
유풍이 나를 적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귀비, 그리고 복황후의 일에 내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조파의 신료 중 가장 황실과 척을 두고 있는 것이 나인만큼 이 소년이 날 증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난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복 황후 때문에 저를 적대하시는 것이라면. 태자마마께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무엇이오?”
복 황후의 이야기가 나오자 태자의 기세가 줄어들었다.
그가 살짝 내 눈치를 살피고 조심스레 묻자 난 히죽 웃었다.
“지금 유폐되어 있는 복 황후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난 그를 향해 히죽 웃었다.
내 말에 그는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난 그에게 혼란의 씨앗을 하나 던져 준 후 몸을 돌려 걸어나왔다.
“장군님.”
“응?”
“복 황후를 살려 주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예?”
“내가 어찌 아냐? 그건 승상께서 결정하실 일이야.”
황실에 관한 문제를 총괄하는 것은 조조다.
솔직히 내 심정으로 하자면 뒷탈 생각하고 그냥 깜끔하게 다 제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지만 황실에 대한 문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잘못 건드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명분이 크게 흔들릴 수 있으니 말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저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후상은 대놓고 기분나쁘다는 듯 투덜거렸다.
“만약 승상이 아니었다면 당장 황가의 사람들은 죄다 굶어 죽든, 아니면 이각에 의해서 죽든 했을겁니다.”
“뭐 그렇지.”
“거기에 승상께서 구원을 나오지 않으셨다면, 그만큼 더 위험했을 것이고.”
장안에서 탈출해 간신히 낙양까지 왔을 때, 이각의 추격에 의해서 풍전등화의 상태였던 것을 구원한 것은 다름아닌 조조였다.
그의 은혜를 생각한다면 황제가 이렇게 날뛰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하후상의 의견이었다.
“물론 그래.”
“그런데도 황제는…”
“입조심 해라. 보는 눈도, 듣는 귀도 많다.”
“죄, 죄송합니다.”
하후상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니까.
후안무치도 정도가 있어야지.
자기를 살려 준 사람에게 구석을 내리고 선양을 해도 모자랄 판국에 저렇게 뻗대고 있는 것을 보면 진짜 가소롭기 그지 없다.
내가 이래서 유씨들을 싫어하는 거다.
“하아… 정말이지.”
“불만은 많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하후상과 함께 준비된 마차에 올랐다.
흑귀대원이 모는 마차에 올라탄 나는 그제서야 이를 드러낼 수 있었다.
“여차하면 확.”
“장군님.”
“확 폐위시켜버릴 수도 있겠지.”
“장군님.”
“뭐 어때. 지금은 듣는 사람도 없는데.”
없을 때는 나랏님도 욕할 수 있다는데.
난 어깨를 으쓱이며 투덜거렸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황제도 유폐시켜버리고 적당히 굴리다가 폐위한 후 유풍을 내세우고 싶군.”
“이제 황가도 더 이상 여력이 없잖습니까. 그렇다면 가능한 것 아닙니까?”
“가능이야 하지. 가능은 하다만.”
문제는 황가의 이용가치라는 것이다.
난 한숨을 내쉬며 창틀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이제 더 이상 황가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금은 없을거야.”
복완, 동승, 그리고 황보가 까지.
그들이 밀려나가버린 이상 황제가 조조를 견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는 극히 적어질 것이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황제가 직접 승상께 구석을 하사하는 것이지.”
“하지만 구석은..”
“그건 받아도 문제지. 받기 위해서도 여러가지 해야 할 일이 있고 말이야.”
일단 황가로 들어가는 자금이라든가 물자를 확실히 통제해야 한다.
내가 알기로는 이제 더 이상 황가로 들어갈 것이 없는데 황제가 이런 저런 수를 계속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어딘가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야 순욱이 그냥 웃으며 넘어갔다고 치더라도 이제는 좀 곤란할거다.
당장 순욱은 업에 있으니 말이다.
황실을 지원할 만한 세력도 마땅치 않은 듯 하고.
봉군도위직의 임무 중 하나가 황제를 알현하려 하는 이들의 통제 및 검열이다.
그렇다면 황제를 만나려는 이들 중에서 황가에 지원하는 이들을 파악할 수 있겠지.
내가 눈을 감고 생각하자 하후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정말이지.”
“야. 너도 황궁으로 들어와야 되니까 그런 소리 좀 하지 마라.”
“엣!? 저도 들어갑니까?”
“그럼 누굴 데리고 들어가냐? 네가 정북부에 남을래?”
“그건…”
하후상은 하후가라는 명가의 자식으로 예법 뿐만 아니라 많은 귀족이나 사족들과도 친분이 깊다.
그런만큼 그가 옆에 있어준다면 예에 관해서는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
“서황은 바뻐. 그리고 주령은 진가를 지켜야 하고. 장합이 돌아 올 때까지는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다.”
“으음…”
“뭐야. 불만이냐?”
“그런 건 아닙니다만 황실에 들어가는 것은 좀… 그리 되면 허도에 머물러야 하잖습니까.”
하후상은 머뭇거렸고 난 그의 그런 모습에 의아해하다가 씩 웃었다.
“짜식. 민이 때문이냐?”
“…아, 아닙니다.”
“아니기는 뭐가 아니야. 민이의 월경 주기 적어서 가지고와. 남자라면 힘 좀 써야지. 화타 어르신도 마침 이곳에 계시니까 남자에게 좋은 약도 좀 받고.”
“으음…”
결혼을 하고 나서 얼마 살지도 않았는데 북방으로 끌려간 하후상이다.
빨리 애를 가져야 왕이를 첩으로 받아들이든 할텐데.
그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을 것이다.
복잡한 표정을 짓는 그를 향해 웃었을 때 마차가 멈췄다.
“도착했수~”
꽤나 화려하고 고풍스러워보이는 건물, 예전에도 몇번 왔었던 화중관의 앞이다.
고관대작들, 아니면 꽤 돈과 권세가 대단한 이들이나 들어갈 법한 건물 앞에 선 나는 하후상에게 말했다.
“그럼 적당히 즐기고 있으라고.”
“예.”
일층에 들어가니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장군부의 장수들과 정북부의 도위들이다.
내가 들어 온 것을 본 이들이 마시던 술을 놓고 일어나려 하자 난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마셔. 마셔.”
시간을 괜히 끌 필요는 없겠지.
난 그들을 향해 웃으며 곧장 이층으로 올라갔다.
“어서 오게나!”
참석한 이는…
하후돈과 하후연, 그리고 조인과 조홍, 서복이다.
조가의 중진들이 거의 다 모였구만.
그들이 웃으며 나를 반기자 난 바로 엎드려 절했다.
“숙부님들께서 저를 위해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주시니, 조카로서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워~ 조카사위. 그러지 말게나. 자자. 일어나.”
가장 상석은 하후돈.
그 다음은 하후연.
그리고 그 밑은 조인과 조홍.
서복은 하석에 앉아 술을 한모금 마시고 있었다.
나는 서복이 앉아 있는 하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 자리의 주인공도 왔으니까 이제 슬슬 제대로 시작해볼까? 기녀들을…”
“기녀들은 좀 빼주시면 안됩니까?”
기녀들 불러서 논 걸 알면 마누라들이 등짝을 후려갈기겠지.
내가 어색해하며 말하자 하후연은 피식 웃었다.
“청이가 그리 무서운가?”
“청이도 청이지만 다른 아내들이 좀…”
“원 참. 천하를 울리는 정북장군이 이렇게 잡혀 살다니. 세상 사람들이 보면 웃어. 이 사람아.”
“하하하! 제가 세상 사람들 눈치를 보며 살았다면 여기까지 올라오지도 못했겠지요.”
“끙. 그렇다면 뭐. 서 성주. 자네는?”
“아. 저도…”
“쯧쯧. 호걸이라면 기녀들을 옆에 데리고 놀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지. 안 그런가?”
“뭐 그렇긴 합니다! 하하하!”
하후연과 조홍이 껄껄 웃는 것을 본 조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싫다는 것 억지로 할 필요는 없겠지요.”
“끙.”
“그래. 그래.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것 아닌가. 조카를 생각해서라도 일단은 기녀들은 부르지 말자고.”
아쉬워하는 하후연과 조홍을 달랜 하후돈은 문이 열리고 기녀들이 들어오자 예기, 금을 연주하는 기녀와 노래를 부르는 기녀만을 들어오게 한 후 나머지는 내보냈다.
“이거 아쉽구만.”
“그러게 말이야.”
하후연과 조홍의 죽이 잘 맞는다.
둘이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것을 본 서복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들을 배려해주시는 어르신들께 감사드리며 정북장군과 제가 벌주 석잔을 마시겠습니다!”
“오오! 그렇게까지 한다면 이해해줘야지.”
“조카사위가 평소에 술을 얼마나 마시지 않는데. 이번 기회에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겠구만!”
뭐 임마?
난데없이 벌주를 자청하는 서복을 보았지만 서복은 내 옆구리를 툭툭 걷어 찰 뿐 이었다.
에이 씨.
난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들었다.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토록 평탄한 천하를 유지할 수 있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신 천자께 감사하며 한잔! 이 천하를 유지하며 다스리는 승상께 감사하며 한잔! 그리고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어르신들께 한잔!”
그래도 잔이 작아서 다행이군.
하후연은 웃으며 나와 서복의 잔에 화신주를 따라주었다.
코를 찌르는 독한 향에 난 눈을 질끈 감고 한번에 마셨다.
“크, 크억. 목이 타들어간다…”
“하하핫!! 잘 마시는구만! 그래! 그럼 내 술도 받아야지!?”
하후연이 지나가자 조홍이, 그 다음은 조인이 술을 따라주었다.
내가 세잔을 마시고 힘겨워하자 하후돈은 껄껄 웃었다.
“자네가 술 못하는 것은 여전하구만!”
“으으으…”
“자자! 우리 조카사위가 좀 즐거워할 수 있게 음악을 연주하거라!”
즐거워하던 하후돈은 예인들에게 음악을 연주시켰다.
곧 이어 낭랑한 음색으로 기녀가 노래를 부르자 난 자리에 앉아 서복의 옆구리를 툭 쳤다.
“자식아. 너 혼자 마실 것이지.”
“친구여. 같이 죽어야 하지 않겠나.”
서복도 화신주를 세잔이나 마신 것 때문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작게 투덜거린 그는 내 잔에 노주를 따라 준 후 말했다.
“버텨. 버티는 것 역시 중요한거다.”
“에이…”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취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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