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16
휴가같지 않은 휴가이지만 어쨌든 받아냈다.
난 다음날이 되자마자 바로 종요를 만나러 가 그에게 조조의 말을 전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종요의 표정은 황당 그 자체였다.
“아니 왜 제가…”
“제가 상서령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상서령. 고맙습니다.”
“허어…”
상서부에서 할 일도 많을 것이다.
순욱이 승상이 되고 양 사형은 승상부주가 되었다.
부주의 변경에 따른 업무의 변화로 승상부에서의 일도 많아 그를 돕는 상서부의 부담이 커졌다.
안 그래도 일이 많은데 종요는 시중부의 일까지 맡아야 한다는 것에 울상을 지었지만 어쩌겠냐.
일단 나부터 좀 살고 봐야지.
“상서령! 좋은 거 많이 가져다 줄테니까!”
“으으… 하아.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야~ 이거 상서령 덕분에 오래간만에 아버님을 뵐 수 있겠군요.”
신난다~
종요가 시중부의 업무를 어느정도는 맡아준다고 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는 쓰게 웃으며 죽간을 건네주었다.
“화 자어를 불러 함께 일해야겠군요.”
“그러고보니 그 사람. 상서령께서 추천하셨다지요? 인물됨은 어떻습니까?”
“일룡신(一龍身)이라 불리던 사람이니까… 사람은 좋습니다.”
“그래요?”
“예. 관녕과의 일화 때문에 좋게 보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글쎄요… 사람이 욕심없이 어찌 살아가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시중과 많이 닮은 사람입니다.”
“하하…”
나랑 닮은 사람이라면.
뭐, 사상만 멀쩡하면 괜찮겠지.
종요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아닌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거다.
“실제로 화흠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박합니다.”
“그렇겠지요.”
“허나 그는 실제로 청빈할 뿐만 아니라 잔치가 벌어졌을 때 예물을 받았을 때도 그것을 받은 후 이름을 적어 놓고 받은 예물을 몰래 돌려주는 재지를 가졌습니다.”
“영리하군요.”
“예. 사람들의 성의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을 더욱 중하다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승상께 발탁된 이후 승상의 밑에서 오래 일을 한 사람인만큼 신뢰하기도 좋습니다.”
“상서령께서 사람을 잘못 보실 일은 없겠지요. 믿겠습니다.”
“예. 그러니 걱정마시고 편히 쉬다 오십시요.”
맡은 업무를 생각하면 딱히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만.
내 속내를 알 수 없는 종요는 그저 선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럼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휴가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쓸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아무리 종요가, 그리고 화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제대로 된 인수인계조차 하지 않고 휙 가버리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일단 종요에게 말해 두고 그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 중요한거다.
내가 웃으며 황궁으로 들어가려 할 때 검은색 투구를 쓴 사내와 마주쳤다.
“엇?”
“오래간만입니다.”
“아. 형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정말로.”
청이와의 결혼식때 잠깐 봤었나?
조안민.
조앙의 사촌이며 조조의 조카인 사람이다.
그는 씩 웃은 후 주변을 둘러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봉군도위직을 맡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게 다 시중 덕분입니다.”
“맡을만 하시니까 맡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제 슬슬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희가 남입니까?”
“후후. 그건 좀. 그보다 괜찮습니까? 제가 해도?”
“물론입니다.”
어차피 시중직을 내가 계속 할 것도 아니고, 또 확실한 조조의 사람인 조안민이라면 충분히 봉군도위 역을 잘 수행해 줄 것이다.
지금까지 특출난 공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전투에 참전하여 소소한 공을 많이 세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수이지만 머리도 좋은 편이라 소규모 전투의 지휘관으로는 엄청난 자질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황궁 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거다.
호표기, 창기대, 그리고 조가의 정예병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있는데다가 조앙의 뒤를 이어 창기대의 대장직에도 있던 사람이니 문제는 없겠지.
난 그를 향해 웃었고 조안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걱정됩니다. 이거 중직을 맡게 된 것이라…”
“지금까지는 거의 부장으로만 활동하셨지요?”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전혀 부끄러워하실 것 없습니다. 크게 되기 위한 발판이었다고 생각하시지요.”
“시중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다행이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봉군도위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리와 원칙을 지킨느 것입니다. 그것만 잊지 않아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난 힐끔 황궁을 바라보았다.
“적이 누구인지, 아군이 누구인지 제대로 판단하는 것 역시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지요.”
괜한 꼬임에 넘어가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다.
머리가 잘 굴러간다는 말이 사실이었을까?
조안민은 순간 눈을 번뜩인 후 씩 웃었다.
“시중의 말씀을 마음 속 깊이 새겨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예. 저도 일이 있는지라. 다음에 자리를 한번 마련하지요.”
“하하하. 네.”
조안민이 떠나가자 나를 호위하던 하후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민 형님이 봉군도위가 되다니…”
“왜? 네가 하고 싶냐?”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형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부장직만 전전하시던 분인데. 과연 잘 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뭐, 문제는 없겠지.”
하후상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중부로 향했다.
시중부 앞에 도착했을 때 나인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뭐지?
왕충의 일 이후로 시중부에 이렇게 모일 만한 일은 없었는데?
나와 하후상은 궁금해하며 시중부 앞으로 걸어갔다.
“뭐냐? 너희들은.”
하후상의 싸늘한 말투에 나인들은 놀라며 몸을 숙였다.
그리고 길이 만들어진다.
그 끝에 있는 것은 화사한 예복을 입은 여인이었다.
황후 조절이다.
“황후마마를 뵙습니다.”
나와 하후상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황제가 나에게 나부랭이 취급을 받더라도 그건 둘이 있을 때, 그리고 정략적인 부분에 있어서 그런 것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그는 이 나리에서 가장 높은 사람.
그런 사람의 부인인 만큼 사적으로 아무리 나보다 밑에 있는 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지.
그녀는 다소곳이 목례를 한 후 방긋 웃었다.
“시중께서 식을 치루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들었습니다. 시중께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드리려 왔습니다만.”
“그런… 괜찮습니다.”
“아니요. 받아주셨으면 하네요.”
부드럽게 미소지은 그녀는 뒤에 있는 궁녀에게 손짓했다.
궁녀가 비싸보이는 상자를 가지고 온다.
뭐지?
상자를 받은 나는 상자를 살짝 열어보았다.
안에 있는 것은 꽤나 두툼한 삼이었다.
적어도 오십년은 넘어보이는 산삼인데?
이런 귀한 것을 주다니!
“많이 고생하신 시중께서 몸을 보양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황후마마.”
“그리고… 괜찮다면 잠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만.”
“음…”
괜찮을까?
난 입맛을 다신 후 고개를 끄덕였다.
“예. 황후마마.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시중부에 있는 탁 트인 정원으로 조절을 데리고 갔다.
어제 결혼한 황후와 단 둘이 있다가 무슨 헛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내관들이나 시녀들, 그리고 호위관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난 정자에 마련된 자리에 그녀를 앉혔다.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독대를 요청하셨습니까?”
“…저…”
뭘 망설이는거지?
그녀는 입술을 달짝거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혀, 형부라고 불러도 되나요?”
촌수를 따지자면 그게 맞지.
하지만 조절에게 이런 말을 듣기는 좀 애매하다.
내가 난감해하자 조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부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을…”
“황궁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저에게… 조부님께서는 형, 아니 시중께서 많이 도와주실 것이니 걱정말라고…”
조숭이 그렇게 말했단 말인가.
다른 사람이 이런 소리를 했으면 개소리 집어 치우라고 했을텐데.
조숭에게는 받은 것도 많은데다가 빚진 것도 많다.
거기에 나와 청이를 무척이나 예뻐하는 만큼 그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무섭습니다.”
아무리 규중 처녀라고는 하지만 귀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만큼 자신이 결혼을 하게 된 상대인 황제가 어째서 자신과 결혼을 하게 된 것인지 알거다.
그녀는 두려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황후마마께 무슨 힘이 되어드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흑…”
“허나. 조부님은 저에게도 은인과 같은 분. 그런 분의 부탁이라면 제가 힘 닿는데까지는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럼…?”
“뭔가 문제가 있다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설마하니 황제가 때리지는 않겠지.
그런 짓을 하면 아예 작살을 내버리면 될거다.
내 말에 조절의 눈에 기쁨이 차올랐다.
“고마워요! 형부!”
“아닙니다. 한의 신하로서 이정도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그리 말씀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네에…”
오로지 적 밖에 없다고 생각한 황궁 내에서 내가 힘이 되어 준다는 말을 하자 조절은 기뻐하며 생긋 웃었다.
황제의 입장에서도 조조만 아니라면 조절을 무척이나 좋아할 정도로 그녀는 화사하게 웃었다.
“황후마마께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폐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지금 한 황실에는 폐하의 뒤를 이을 아들이 없습니다. 황후마마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 어어… 알고 있어요.”
부끄러워하며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청이랑은 완전히 딴판이군.
오히려 견희와 닮은 듯 보인다.
이게 귀인이 될 사람의 모습이라는 건가?
난 그녀를 향해 애써 웃었다.
“며칠 후 저는 산양군에 잠시 다녀올 예정입니다. 산양군에는 남자의 정력을 높여주는 술과 음식, 약이 많이 있지요. 그것을 폐하께 헌상하올테니 황후마마께서는 부디 걱정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부, 부끄럽습니다.”
“이제 황후마마는 국모라고 하실 수 있는 분. 전 황후들과는 다른 분입니다. 황후 마마의 뒤에는 저 뿐만 아니라 위왕께서도 계시다는 것을 기억해주십시요.”
“알겠습니다…”
힘없이 나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조절이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삼은… 잘 받겠습니다.”
“네. 귀한 삼이니만큼 부디 시중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하후상.”
“예.”
정자의 밑에서 기다리던 하후상은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오자 호위 근무를 시작했다.
“그럼 시중.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언제든지 찾아와주시기 바랍니다.”
조절이 떠나는 것을 보며 하후상은 쓰게 웃었다.
“명가의 자식이라는 것도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같군요.”
“원래 그런 법이지. 야. 그나저나 너는 좀 어떠냐?”
“예?”
“예? 는. 너도 어서 아이 봐야 할 것 아니야.”
“아이… 하하하…”
하후상은 머쓱하니 웃었고 난 그의 목을 팔로 꽉 틀어잡았다.
“설마 남자로서 힘이 부족한 건 아니겠지? 이번에 갈때 너는 여기 남아야 해. 그러니까 네가 해야 할 일을 말해주지. 네 아내를 빨리 임신시켜서 가족들을 안정하게 해라. 네 마누라가 불쌍하지도 않냐?”
“아, 아하하하…”
“거기장군께서 말씀하셨다. 내 호위로 굳이 널 놔둬야 하냐고. 응? 내가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것 같냐? 응? 내가 꼭 이렇게까지 말해야겠냐?”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후상은 맥빠진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어딜 가십니까?”
“어디긴. 산양군이지. 휴가 겸 출장 업무를 받았어. 넌 여기 남아야 하니까 그때까지 제대로 해봐.”
“윽…”
질려하는 하후상의 어깨를 꽉 잡았다.
“남자는 말이여. 힘이 좋아야 하는거여. 널 위해 준비한 야관문이 많으니 넌 이제부터 그것만 마셔.”
야관문 차는 다른 차에 비해서 꽤나 쓴 편이다.
그것을 매일 마시라는 내 명령에 하후상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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