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0
00080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
동문이라고는 하나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인만큼 예를 갖출 필요가 있겠냐만은.
나는 가후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와 동문이라는 관계.
그렇다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으니 나와 함께 하게 만든다.
난 씩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겐가?”
“사저에게 들었습니다.”
“하하하… 채 아가씨께서 농을 하셨구만. 이보게. 만약 내가 수경원을 졸업했다면 이런 미관말직에 있을 것 같은가? 좀 더 높은 자리에 있겠지.”
“……”
“라고 해봤자 자네는 믿지 않겠지. 오히려 집요하게 나에 대해서 조사할 것이고 말야.”
“그렇습니다.”
가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수경원의 제자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허나 부탁이니 이 사실은 밝히지 말아주게. 채 사매에게도 언급했거늘 그것을 홀라당 이야기해버리다니. 참나.”
“너무 나무라지 말아주십시요.”
“나무랄 생각은 없었네. 채 사매에게 이야기할 때부터 어느정도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은 생각했으니. 그래. 편히 앉게나. 사형으로써 해준 것도 없는데 자네는 날 너무 높게 평가하는군.”
“감사합니다.”
“너무 딱딱하네.”
“하지만 사형인데다가…”
“그것이 자네의 목을 조를 수도 있네.”
가후의 말에 난 입을 다물었다.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은 조금의 웃음기도 없었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사제. 자네는 왜 그리 놀랐는가?”
“그건.”
“아마 사부님께 나에 대해서 들었던가, 그것이 아니라면 자네 나름대로 조사를 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어쨌든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이였어.”
“…그렇지요.”
“그렇다면 좀 더 주의를 하는게 좋았을 걸세. 자네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내가 수경원을 졸업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에 이유가 있다는 정도는 알아 챌 수 있었을텐데. 이것은 조금 아쉽구만. 사제. 사형으로서 자네에게 작은 충고를 하자면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네.”
“가르침 감사합니다.”
그의 말대로다.
너무 놀란 탓에 나를 감추지 못했다.
삼국지에서 나오는 유명인들을 만날 때조차 최대한 나를 숨겼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잘 받아들여서 좋구만. 나도 자네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네. 지금까지 수경원에 들어갔던 고지식한 이들과 다르게 자네는 뭔가 깨어 있는 사람 같았거든. 양양에 수경 상점이 생기고 그것이 크게 발전하여 수경원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절로 웃음이 나왔지.”
“그러셨습니까?”
“그래. 비록 사정이 있어 찾아갈 수는 없었지만 자네를 많이 응원했네. 어쨌든 내가 공부를 한 곳이니 말야. 개인적인 일 때문에 수경원을 완전히 보수하지 못하고 온 것이 입맛이 썼네만 자네 덕분에 수경원이 발전할 수 있었지. 수경원의 졸업생으로서 자네에게 감사인사를 드려야겠군.”
“허나 수경원은 이미 타버렸습니다만.”
“그렇다 하여 자네가 이룬 것 업적이 타버린 것은 아니지 않는가. 허나 아쉬운 것은 수경원의 장서들도 모두 타버렸다는 것이네. 보물이나 다름없는 것들인데. 자네는 그것들을 읽어보았나?”
“아니요. 사부님께서 허락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안채의 장서각은 사부님 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한번 정도는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사부님께서 넌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쫓아냈기 때문이었다.
방통과 서복을 데리고 자물쇠를 따보려 했지만 뭔놈의 자물쇠가 그리 튼튼한지 도무지 해체할 방도가 없어서 나도 포기했었다.
그냥 미친척 하고 부숴볼까 했지만 함부로 장서각에 들어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파문이라는 이야기에 차마 그건 시도 못했다.
“그 장서각 안을 보길 원하던 이들은 많았지만 지금까지 수경원의 제자 중 단 한명도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하더군. 자네라면 봤을 줄 알았다만… 뭐. 이제와서는 의미없는 일인가. 이미 다 불타버렸다고 하니…”
“사형께서도 보지 못하셨습니까?”
“음. 나도 보지 못했네. 그 자물쇠를 열어보려고 노력했지만 나도 실패했지. 자네도 실패하지 않았던가?”
“네. 진짜 굉장하더군요. 사부님께서 출타중이실때 사람들을 불러 열어보려고 했지만 무슨 짓을 해도 열리지 않더군요.”
“하하하! 수경원 최대의 비밀이 바로 그 자물쇠라고 할 정도니 말야. 자네 정도 되는 사람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 정도라면 불가능했겠군.”
가후 사형과 수경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 그럼 방의 구멍이 사형이 낸 거였나요?”
“그래. 자네가 그 방을 사용했다니. 이거 미안하구만.”
머쓱하니 웃으며 그가 말하자 난 피식 웃었다.
내가 수경 상점을 만들고 수경원을 보수하고 키웠던 가장 처음의 이유가 천장에 난 구멍과 벽의 균열 때문이었다.
그것을 만든 것이 가 사형이었다니.
굉장한 인연이다.
“사형.”
“말해보게.”
이만큼 그와 인연을 중시하며 말을 나눴으니 이정도 훈훈한 분위기라면 괜찮겠지.
“이곳에 왜 오셨습니까?”
“채 사매가 원하는 것을 주었을 뿐이네. 채 사매는 자네의 혼인을 보고 싶어했지. 귀여운 사매가 원하는 것도 들어주지 않고서야 어찌 사형이라 할 수 있겠는가?”
거짓말.
그런 인간이 십수년이나 자신을 숨기고 살아?
순수하게 사매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위중도의 일때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위중도의 일로 움직인 것은 나와 조조 뿐이었다.
혹시나 싶어 다른 이가 개입되었나 확인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숨기려 한다고?
그렇다면 그것을 이용해주지.
“그럼 귀여운 사제의 부탁을 들어 주실 수도 있으십니까?”
“하하하하!! 자네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은 되는구만. 허나 미안하네. 나도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무슨 일을 하시려는 겁니까? 원하신다면 제가 돕고 싶습니다만.”
내가 무슨 이야기를 꺼낼지 눈치 챈 가 사형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난 그것을 붙잡았다.
가후라는 엄청난 인물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다.
어느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가 사형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손해는 감당할 수 있다.
“굳이 자네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네. 흔들리기 전이라면 모를까 흔들려버린 이상 이것은 오직 나만이 감당할 수 있거든.”
“무슨 일이길래 그러십니까?”
가 사형은 빙긋 웃으며 날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의 자네는 준비가 되지 않았네. 하하핫!”
“…사부님이십니까? 그런 소리를 하시게. 그러지 말고 가르쳐주십시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가 사형에게 빚을 만들어두고 싶다.
그렇다면 만약의 경우 가 사형은 날 반드시 도와 줄 것이니까.
내가 간절히 말하자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가 움직이면 오히려 방해밖에 되지 않겠구만.”
“이래뵈도 제가 지금까지 하고자 한 일에서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반드시 사형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하하하하!! 알고 있네. 내 어찌 모르겠나? 자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
“…네?”
“나에게는 몇년 전부터 같이 일을 하고 있는 협력자가 있지. 그 협력자에게 자네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그리고 수경원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았다네. 아주 대단하더군. 자네가 지금까지 한 일을 보면 말이야.”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 자네에게 사형으로서 진심어린 충고를 하나 하지. 너무 자만하지 말게나.”
갈구려는 건가?
내가 움찔하며 눈치를 살폈지만 가 사형은 화내는 기색이 없었다.
진심으로 조언을 하는 듯한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는 계속해서 성공만을 거두었지. 허나 그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세. 물론 사서 실패를 경험하라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자네가 지금까지 한 일들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다만 이 사형이 말하고 싶은 것은 자네의 성공이 오히려 자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는 거네.”
“……”
“나 역시 많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만큼 실패도 많이 겪었어. 그러면서 배운 것이 여러가지 있지.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네.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성공에 안심하지 말고, 성공을 당연시여기지 말게. 성공이 익숙해지면 익숙해지는 만큼 그 반동이 클테니 말이야.”
가 사형의 말에 난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말이 옳다.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얻었고 하고자 한 일은 항상 좋은 결과를 얻었다.
단 한걸음만 실수했다면 큰 위험을 초래했을지도 모르는 일들에서 늘 성공을 했었고 이제는 그것을 나도 모르게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가 사형도 순순히 나와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자신감이.
항상 대차게 내질렀던 것은 자신감이 아닌 자만심이었던 것인가.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사형은 빙긋 웃으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말을 이해한 듯 싶군. 훌륭하네. 지금까지 아주 잘 해왔어. 자네의 성공을 시기하는 것은 아닐세. 나도 자네가 성공한 덕을 많이 보았으니까. 그러니 사제를 위한 모자란 사형의 조언이라 생각하고 부디 마음 한 구석에 넣어주게나.”
“사형의 충고를 반드시 명심하겠습니다.”
“그거 고맙군.”
“하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정녕 제가 사형을 도울 일이 없습니까?”
“왜 그렇게까지 날 도우려는 것인가?”
“사형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사형께서 저와 함께 해주신다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수경원의 전설이라 불리시는 가 사형께서 옆에 계신다면 제가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사형께서 잡아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주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다 생각하는군. 아주 좋네. 세상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받기만을 원하는 이도 있고, 또 주기만을 원하는 이도 있지. 잘못된 것이야.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고 그 원인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그와 같은 진리를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적어도 사제는 그런 인간은 아니구만.”
“과한 칭찬에 이 사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허나 다시 한번 말하겠네.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자네의 도움이 필요 없어. 아니, 오히려 자네가 끼면 방해일세.”
가 사형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난 입을 다물고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 말씀은 다음 일에는 제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겁니까?”
“하하하하하!!! 이거 못당하겠군. 그럴 수도 있겠지. 내가 세운 계획에는 자네가 없었지만 계획은 원래 수정하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사형께서 세우신 계획이 이미 어그러졌다는 이야기로 들리는군요.”
“그래. 한마리 미꾸라지가 사람을 제대로 병신으로 만들었지 뭔가. 무려 십년을 넘게 공들인 일인데 말이야.”
가 사형이 십년이나 공들여야 할 계획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스스로 입신양명할 기회까지 걷어차버리며 그가 자신을 감추고 살며 꾸민 계획.
그 계획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던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조심스레 입을 열려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 말이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군요.”
내가 내 놓은 답은 바로 가 사형이 동탁을 천자로 만들려 한다. 였다.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가 사형은 수경원을 졸업하고 한번도 자신이 수경원을 졸업했다고 말하지 않았고 그것은 꾸준히 비밀로 알려져 있었다.
삼국지에 따르면 가후는 십상시와 하진의 횡포에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동탁이 낙양에 입성했을 때 관직을 얻었다고 한다.
이상한 일이다.
어째서 동탁인가?
그의 실력이라면, 그의 머리라면, 그리고 그의 이름이라면 동탁이 아닌 다른 이들의 밑에서도 얼마든지 클 수 있을텐데.
왜 하필 동탁이란 말인가.
동탁의 무엇을 보고?
동탁의 행동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군주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도 가 사형은 그간 관직에 오르지 않다가 동탁이 집권하자마자 관직에 올랐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정녕 그런가?”
가 사형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날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을 마주하며 난 최대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성공한 것일까? 가 사형이 시선을 거두자 난 고개를 숙였다.
“네. 모자란 사제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그저 내 추측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그 가설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가 사형은 날 보며 피식 웃었다.
“별 거 아닐세.”
“궁금하군요.”
“굳이 말하자면 뭔가를 좀 만들어보고 싶을 뿐이네. 하지만 다 망해버렸지. 미꾸라지 한마리 때문에.”
“힘드시겠군요. 그동안 사형께서 노력해오신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다니.”
“하하하하!! 말하지 않았는가. 나는 자네와 다르게 많은 실패를 겪었다고. 이번 역시 그것과 같을 뿐이야. 그렇다면 실패 속에서 다른 길을 찾으면 되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명심하게나.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성공 속에서 실패가 나올 수 있고, 실패를 통해 또다른 성공을 얻을 수 있는거네. 이미 이런 경험이 수차례 있었는데 이번이라고 뭐 다르겠는가? 그저 더욱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야지. 미꾸라지도 잡을 수 있고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사제가 말을 잘 들어서 좋구만. 그럼 이만 나가보게나. 더 할 말이 있으면 하고.”
“여쭙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무엇인가?”
“철없는 사제의 무례한 요구라고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청컨데 솔직히 답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알겠네. 한번 물어보게나.”
“상서령을 어찌 설득하셨습니까?”
이번 하나의 질문으로 그를 파악해보자.
가 사형은 그 질문을 듣고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질문인가? 간단하네. 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었어. 상서령은 자신의 딸이 조조와 관계를 맺기를 바랬지. 채 사매는 자네의 혼인식에 가고 싶어했고. 또한 동탁에게 위험인물로 찍혀 언제 처형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빠져 있는 황문시랑은 장안에서 빠져나가길 원했어. 또한 편장군 장수는 나와의 거래를 위해 홍농에 있는 자신의 숙부와 만나길 원했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조합하여 가장 간단하게 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을 뿐이네. 그럼으로써 나도 이득을 하나 챙겼고.”
“이득이라.”
“이정도면 된 것 같은데. 더 필요한가? 미안하네만 나도 여독 때문인지 피곤하군.”
가 사형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깔끔히 선을 그었다.
더 이상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그를 향해 작게 한숨을 내쉬고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형의 시간을 너무 오래 빼앗은 듯 싶군요.”
“별 말을 다하네. 사제. 언제든지 찾아오게나. 사제와 대화를 하는 것은 무척이나 재미있으니.”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난 가 사형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긴장과 두려움으로 손바닥이 축축했다.
“하… 진짜 무서운 사람이다.”
잠시간의 대화만으로 사형이, 가후라는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깨닫게 되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안에서 또다른 성공을 얻어내고, 그것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자다.
그렇다는 것은 그가 하고자 하는 바를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면서도 자신의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자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이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었다며 웃고 있을 때 선량한 웃음을 지으며 뒤에서 더 큰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그래서 더 같은 편이 되고 싶네.”
더욱 그가 나와 함께하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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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유하가 나가자 가후는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이다.
“마지막에 그런 질문을 던질 줄은 몰랐네. 하하… 이거 한방 먹었는걸.”
거짓을 말할 수 있었지만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재밌는 사제가 얼마만큼 움직일 수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래… 사제. 자네는 어떠한가? 어디 이 가후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사제에게 경고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절대 자신이 지금 하려는 일을 막지 말라는 경고를.
“기대는 했지만 하하… 중달 이상으로 재밌는 녀석이군. 과연 녀석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하구만.”
왕윤이라는 거대하고 건방진 미꾸리지가 만들어낸 흙탕물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기분을 느끼며 가후는 침상에 벌러덩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