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81
00081 혼인 =========================
“사저.”
“왜?”
“이야기를 들었어요. 연주목의 아들과 결혼할거라면서요?”
“아직은 아니야. 이번에 온 것도 연주목이나 그의 아들을 만나기 위함이니까 말야. 아니 애초에 그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흠…”
조앙과 사저.
전에 조조가 말하길 채염과 조앙이 혼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조조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겠지.
사저 정도면 인물도 괜찮고, 성격도 괜찮은데다가 재능도 많으니까.
인재덕후인 조조라면 쌍수를 들고 반길 것이다.
다만 문제는 조앙의 미래인데…
조앙과 사저가 결혼하면 과연 사형이 조조를 잡으려 할까?
“잡겠지…”
“응?”
“아니에요.”
사형의 성격상, 그리고 며칠 전의 대화를 떠올리면 사형은 필요하다면 조앙이든 조조든 안봐주고 공격할 것 같았다.
상서령, 그리고 사저, 거기에 황문시랑과 편장군.
대외적으로 보았을 때 모두 사형보다 신분이 높다.
그런 이들마저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거리낌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함정에 걸려 든 조조를 그냥 놔둘 것 같지는 않았다.
“…….”
아니, 어쩌면 사형은 그것을 예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너무 나갔나?
삼국지에 대해 알고 있으니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다.
“식은 언제 치루기로 한거야?”
“아. 이제 한 이주 정도남았네요.”
아버지가 초청한 손님들이 슬슬 관아에 몰려들고 있었다.
인맥이 의외로 높은 것인지. 아니면 산양군이라지만 군수 자리에 오른 아버지에게 잘보이고 싶어서인지 형주나 사예주의 명사들이나 젊은 문인들이 관아에 들어오고 있었다.
연통에 의하면 이틀이나 사흘 정도 후면 장인어른과 형님이 도착할 것 같다고 한다.
장모님은 일주일 전에 이곳에 도착하셨고.
다른 분들도 같이 오실 줄 알았는데 예물과 다른 준비 때문에 조금 늦게 오신단다.
신부의 준비까지 이곳에 맡길 수 없다는 일념하에 시녀들을 데리고 연주목의 병사들과 함께 오신 장모님은 그때부터 사마영과 함께 그녀의 방에서 머무르고 계셨다.
그것 때문에 요새 보지도 못한다. 하..
“예물을 실은 것이라 걱정되네…”
사정을 아는 채 사저가 씁쓸한 어조로 말했지만 난 그다지 걱정이 없었다.
“연주목이 이번에도 사람을 보낸다고 하더군요. 큰 문제는 없을겁니다.”
“그럼 다행이네.”
사마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조조가 사람을 보냈다면 믿을 수 있겠지.
“야! 놀지말고 너도 좀 해!”
“난 손님 접객하고 있잖아.”
책상에 앉아서 방문객에 대한 접대를 맡은 방통은 인상을 구기며 투덜거렸다.
꼬우면 너도 결혼하든가.
혹시 참가하는 사람 중에 괜찮은 사람이 있나 찾아봤지만 삼국지에 나올 정도로 이름있는 이는 없었다.
물론 명사로 생각한다면 꽤 이름 높은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나와 방통이 직접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다.
현령의 업무는 그냥 밤에 하는 수 밖에.
아버지는 군수의 업무 때문에 더 바쁘신데다가 명망 높은 명사가 오면 그들을 접대해야 결국 남는 인력이 나와 방통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감녕이나 서성, 요화, 여영기를 대기시킬 수는 없으니 말이다.
“사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네요.”
“후후후… 네 덕분에 편했는걸 뭐. 괜찮아. 이정도 쯤은.”
“고마워요.”
“으아… 서복 이 자식은 오는거야 마는거야.”
혹시나 싶어 양양에 있는 서복의 집에 서찰을 보내봤지만 내가 떠난 다음날 이후로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님이라도 모실까 했지만 어머님도 아들이 올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미안하다는 서찰을 보내주었다.
결국 참석 못하는 건가.
파촉에 수소문을 해봤지만 별 소득이 없어 나도 반은 포기 상태였다.
“잘 있었느냐?”
“헉!?”
깜짝 놀랄만한 사람이 왔다.
“화타 선생! 어찌 알고 오셨습니까!?”
잊을 수 없는 얼굴.
화타다.
나에게 오금희를 전수해 준 사람이며 육초본기를 준 사람.
그가 허허롭게 웃으며 관아로 들어오자 난 허둥거리며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았다.
“반갑습니다!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무탈은 무슨. 그동안 바쁘기 그지 없었다. 어째 한번도 연통이 없었느냐?”
“하하하… 산양군으로 와서 서주에 가기도 편해진 만큼 직접 찾아뵈려고 했었지요. 어서 들어오십쇼.”
다른 명사들과 다르게 허름한 복장에 망태기 하나만 들고, 거기에 제자도 대동하지 않은 채 왔지만 나는 다른 사람보다 화타를 더욱 중히 모셨다.
화타라는 이름을 들은 다른 명사들도 깜짝 놀란 모양이다.
“이거 화타 선생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반갑습니다. 영월의 호주라고 합니다.”
“허허… 반갑습니다. 그래. 유하야. 나중에 이야기를 하자꾸나.”
“네!”
화타의 이름을 들은 명사들이 그에게 자신의 소개를 하며 교분을 나누는 것을 보았을 때 방통은 의외라는 얼굴로 날 보며 물었다.
“야. 너 화타 선생이랑도 안면이 있었냐?”
“내가 이정도는 된다.”
솔직히 안 올 줄 알았다.
“그나저나 사부님은 오시지 않으시려는 건가…”
“쩝. 어쩔 수 없지.”
사부님을 모시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직 시간도 남았으니 벌써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을거다.
“야. 유하.”
“왜?”
“너 결혼하면 창평읍에서 계속 있는거야? 원래 신혼생활은 처가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긴 한데 지금 내가 뜨기는 곤란해서. 예법에 어긋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장인어른께서도 허락해주신 일이야.”
원래대로라면 결혼은 처가에서 하고 그곳에서 살다가 와야 하는 것이 맞지만 내가 창읍현을 함부로 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조조에게 빨리 현령을 보내달라고 서신을 보냈지만 조조는 답장도 안했다.
그 말은 답장 보낼때까지 내가 창읍현의 임시나마 현령으로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
정리를 하기는 했지만 개간도 제대로 되지 않은 땅이 수두룩하고 백성들의 삶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것을 내버려뒀다간 떼죽음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움직여야 했고 아버지는 그 누군가로 나와 방통을 택했다.
그 탓에 내가 산양군을 뜰 수 없어 이곳에서 혼인을 하게 된 것이다.
다행이지.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이해를 해주셔서.
“내 할일도 바쁜데 진짜 환장하겠군.”
“나도 바쁘거든? 궁시렁거리지 좀 마라. 나중에 잘 되면 증류주 만들어 줄테니까.”
“오! 증류주! 그거 좋은 협상 수단이지.”
양양에서 만들었던 증류주를 맛봤었던 방통도 감녕과 비슷하게 그 독함에 홀딱 빠졌었다.
다른 술과 다르게 많이 먹지 않아도 금방 취할 수 있는 것 때문인지 한번 만들어 준 이후로 계속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그놈의 가성비가 뭔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현을 운영하며 들어오는 수입을 이용하면 증류주를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오오! 증류주! 오오!”
방통이 다스리는 금향현의 수입을 이용하면 내 자금 안빼고 쉽게 만들 수 있을거다.
내가 다스릴 현에서는 죽어도 그 곡식 가지고 증류주 못 만들겠다.
증류주 만드는 비용과 곡식, 세금을 이야기해주면 방통은 정말 미친듯이 일해서 증류주를 양산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량을 높여 놓을 것이다.
증류주는 방통도 일하게 한다.
덤으로 내가 쓸 알콜도 만들어보자.
“저기. 저기. 진 사제.”
“네?”
“오늘 일이 끝나면 시간 내어 줄 수 있어? 야시장이라는 것을 열었다면서?”
“아… 네.”
도적과 탐관오리의 토벌이 끝나고 시혜까지 했는데도 창읍현의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미 희망을 잃어버린 이들이다.
아버지와 내가 도적들과 탐관오리들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빼앗긴 이들은 새로운 군수가 베푸는 시혜에도 시큰둥한 반응 밖에 보이지 않았다.
너희들은 조금 나은 것 같지만 결국 그들과 다를바 없다라는 시선.
이런 상태에서는 새로운 농법을 가르치고 제도를 정비해봤자 신뢰하지 않고 대충대충 할 뿐이다.
이들의 노동 의욕을 고취시켜 놓는 것이 낫겠다 싶어 몇가지 생각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야시장이었다.
단순하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닌, 상인들과 협력하여 관에서 지원, 밤에 한숨만 내쉬는 백성들이 나와서 활기를 조금이라도 느껴보는 차원에서 시행한 것이다.
명목은 내 결혼을 위한 축하라는 정도.
말이 야시장이지 서주에서 초빙한 극단, 그리고 양양에 있을 때 알던 차력단과 동물을 다루는 이들을 조금 불러 공연을 하고 간식거리나 먹거리, 잡화를 파는 시장을 조성했다.
극단도 그냥 극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좀 줘서 아버지가 동아현에서 뭘 했고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내용의 극을 요청했다.
단장이 아주 말귀를 잘 알아들어서 좋았다.
이런 식으로 적절한 선전을 해서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조금씩이라도 충성하게 만들자.
난 좀 이해가 안되지만 이유하의 지식에 따르면 이런 공연이나 연극, 악극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은근히 움직인다고 하니 한번 해봐야겠다.
되면 좋고 안되면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그냥 시장이 아닌 야시장을 열어 잡동사니나 음식을 팔게 한 이유는 비싼 것 팔아봐야 팔리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건 낮의 시장에서 사라는 취지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야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소비를 하며 그 소비를 통해 활력을 얻게 하는 것이다.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시도는 해보자는 생각에 제안을 했고 아버지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 내 계획을 받아들였다.
그 계획 중 첫번째가 오늘 밤에 실행되는 것이다.
만약에 실패하면?
누차 얘기하지만 말로 해서 안들을 땐 예로부터 몽둥이가 답이라고 하더라.
이렇게까지 해줬는데도 기운없어 한다면 패야지 어쩌겠냐.
말을 물가로 끌고갔는데 안먹으면 묶어두고 먹여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꽤나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하네. 경극단들도 온다면서?”
“어? 진짜요?”
“응. 서주에서 유명한 극단이라 사람들이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이야.”
“시혜를 베풀어서 살만하니까 다른 곳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건가?”
사람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노동 의욕을 고취시킨다.
백날 천날 일만 해서 재화를 쌓아 두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것에 대한 적절한 소비로 재화가 유통하게 되면 사회에 활기가 감돈다.
완전한 시장 경제를 구축할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라도 만들어서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켜보자.
그것을 노리고 꾸준히 소문을 퍼트렸는데 그 결실이 어느정도 나온 것에 만족스럽게 웃었다.
흑귀대와 감녕, 여영기, 병사들과 관아의 하인과 시녀들에게 야시장에 대해서 떠들어대라고 말했는데 그게 잘 먹힌 모양이다.
“치안대는 어떻게 할거야?”
“서황이 해주기로 했어요.”
“그래? 다행이네. 그럼 오늘 밤에 갈거야?”
“네. 가야죠.”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 눈으로 확인도 해봐야 하니까.
내 대답에 사저는 밝게 웃었다.
“고마워. 사제.”
“뭐가요?”
“사제의 결혼 덕분에 이런 구경도 하게 되니까. 늘 사제에게는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할 뿐이야.”
“나중에 갚아요. 그럼.”
백배로 갚아요.
사저가 조앙과 진짜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내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어쨌든 조앙과 단단한 끈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까.
“그럼 네 마누라는 어쩔거냐?”
“데려가고 싶지만…”
“안되나…”
사저는 아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며칠 전에 온 사마 부인이 결혼을 하기도 전에 너무 신랑과 붙어 있으면 좋지 않다고 하며 요새는 만나지도 못하게 하고 있었다.
하… 장모님 너무하네.
으으… 마누라 보고 싶다.
“아쉽네. 가기 전에 많이 친해지고 싶었는데.”
“뭐 나중에라도 만나면 되죠.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까. 만약 사저가 진짜 조앙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아버지와 내 생각에 조앙의 부임지는 산양군의 군승직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그는 이곳으로 오게 될 것이고 사저가 조앙과 결혼을 하면 당연히 산양군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럼 됐지. 뭐.
“결혼이 전제조건인가…”
“결혼하는게 싫어요?”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내가 너무 박복한 것 같아서. 괜히 그 사람에게 피해가 갈까봐.”
“뭔 소리에요?”
“알잖아. 위가의 일.”
“…아. 그게 무슨 박복이에요. 걔들이 천벌받은거지.”
우울한 얼굴로 말하는 사저를 위로하며 쓰게 웃었다.
맞다.
천벌이다.
나와 조조가 내린 천벌.
“그렇겠지?”
내 위로에 사저는 애써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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