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91
91화 – 걷고자 하는 길(2)
서준은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멘토의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다 멘토에게 물었다.
“저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저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십니까?”
멘토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서준은 재차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저만···?”
멘토는 검지 손가락을 펼쳐들더니 곧장 말을 이었다.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무슨 소리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방금 전에 했던 말이었기에 기억 정도는 하고 있었다.
“어··· 그런데요?”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멘토가 말하는 개념을 알아듣는 것은 아니었지만 맥락은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멘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인과(因果)의 한계.
한 마디로 존재에게 할당되고 다룰 수있는 마나, 그러니까 인과는 정해져있다는 뜻이었다.
정확히는 멘토의 말처럼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고작 그 정도로 초월자의 한계가 충족이 된다고?’ 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개념과 수련법들이 애시당초 초월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했다.
그리고 그렇게 할당된 인과의 범주를 벗어나게 된 존재는.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되거나 소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말씀을 종합해보자면···”
서준은 멘토의 설명을 한 번 곱씹었다.
초월자들이 사용하는 개념이라 그런지 복잡한 것들 투성이었다.
하지만 결국 멘토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한 것 같았다.
“저는 중단전과 하단전을 같이 사용한다고 해도, 존재가 붕괴되거나 소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이신거죠?”
“어째서 그런거죠?”
서준이 묻자 멘토가 바로 답을 해왔다.
“……네?”
서준은 알 수 없는 멘토의 말에 정신이 멍해졌다.
하지만 멘토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번 일이라면···?”
“아.”
이어진 멘토의 말에 서준은 그때서야 몇 달전의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서준의 회원 정보가 초월자 학원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의 일이었다.
이에 멘토가 초월자 학원의 원장에게 보고를 했지만, 결국 모른다는 답변만 받았다.
정확히는 누군가 개입한 흔적이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
그 때문에 서준은 아이디를 만들 수가 없었고, 지금까지도 초월자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남길 수가 없었다.
이해하기 쉽기는 커녕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는 멘토였다.
서준은 자세한 설명을 요구할까 하다가, 그냥 대충 자신의 기록이 없다는 뜻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나요?”
서준이 조심스럽게 묻자, 멘토가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고요?”
멘토가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는 멘토가 다시 힘차게 말을 이었다.
멘토는 설명이 끝났는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신거군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서준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복잡한 개념들은 집어 던져버리고 결론만 말하자면.
서준은 두 개의 단전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단전을 같이 사용하면, 초월자들조차 무시하지 못하는 엄청난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가능할거다.’ 라는 것이 ‘가능하다.’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만일 두 개의 단전을 개방했다가 자칫 일이 잘못된다면, 그대로 소멸할 수도 있는 일.
서준은 잠시 고민하다 다시 멘토에게 물었다.
“그런데 마나 강의는 왜 듣지 말라고 하신 거죠?”
멘토는 잠시 생각을 이어가더니, 이내 검지 손가락을 하나 들어보이며 말했다.
“아, 네. 모아뒀습니다. 아직 받지는 못했지만요.”
이어지는 멘토의 물음에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서준은 교류전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한 상황.
2차전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60억은 확보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자 멘토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손가락 하나를 더 피며 말을 이었다.
“네? 인과의 부담이요?”
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멘토가 바로 말을 이었다.
이리저리 돌려말했지만 결국 초월자 상점에서 마나를 보충해주는 영약이 필수적이라는 말이었다.
한 마디로 돈을 들이 부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흐음···”
서준은 고민에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런 서준의 고민을 눈치챈 것인지 멘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서준이 바라보자 멘토가 말을 이었다.
그건 서준도 어느 정도 동감하는 바였다.
초월자 학원의 원장이라 불리는 존재면 그 깨달음의 깊이가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
그런 존재가 자칫 잘못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함부로 가능성을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멘토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었다.
서준은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에 멘토에게 물었다.
“그 초월자 학원의 원장님이라는 분이요.”
“어떤 분이신가요?”
그러자 멘토가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두 번째 초월자요?”
“네.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만.”
바로 그때였다.
달칵.
갑자기 대기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다름 아닌 아까 전, 교류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물어본다고 나갔던 서윤이었다.
그런 서윤의 등장에 멘토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여보였다.
뿅!
그리고는 언제나 그렇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멘토였다.
변함없는 멘토의 모습에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서윤을 향해 말했다.
“오셨어요?”
“네. 그런데… 방금까지 누가 있었나요?”
“아뇨. 누가 있긴요.”
“누구랑 대화하시는 것 같았는데··· 아닌가?”
아무래도 좀 전까지 멘토랑 대화하는 것을 밖에서 들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서윤에게 멘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기에, 서윤은 연신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마 제 혼잣말이었을 겁니다. 그보다 뭐라고 하던가요?”
게다가 서준마저 저렇게 말하자 서윤은 착각이라 생각했는지 살짝 고개를 털며 답했다.
“지금 회의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회의 끝나는 대로 알려준다고 해서 다시 왔어요.”
“그렇군요···”
역시나 그 쪽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모양이었다.
일이 어찌되든 서준에겐 큰 영향은 없었기에 서준은 그런가 보다 넘길 뿐이었다.
그렇게 서준은 서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똑똑.
누군가 대기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기자들인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기자들은 대기실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네.”
서윤의 대답과 함께 이윽고 대기실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다름 아닌 헌터밀의 대표, 소진현이었다.
소진현은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는 서준과 서윤의 모습에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여기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찾아오긴 했습니다만··· 혹시, 제가 방해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 아, 아뇨. 그, 그런 거 아니예요.”
그러자 서윤이 당황한듯 손사래를 쳐보였다.
어째 평소와는 다른 서윤의 반응에 서준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소진현도 그냥 해본 말인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다름 아니라 2차전 진행에 관련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아무래도 회의가 끝난 듯 싶었다.
서준은 이어질 소진현의 말을 묵묵히 기다렸다.
“아무래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에 계획했던 2차전 진행에 무리가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취소하기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회의 결과 2차전을 계속 진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서윤이 한 발 나서며 물었다.
“하지만 저희는 지금 서준씨밖에 출전이 불가한 걸요.”
“그래서 2차전의 방식과 룰을 조금 변경할까 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소진현의 말에 서준과 서윤의 고개가 동시에 기울어졌다.
본래 2차전은 각 아카데미에서 수강생들간의 팀을 이루어 던전 레이드 경합을 벌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소진현이 말하는 변경된 방식은 이러했다.
“본래 수강생들 간의 팀을 이루는 방식이 아닌, 각 아카데미에서 수강생 한 명과 강사 한 명. 이렇게 팀을 이루어 던전 레이드를 하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합니다.”
현재 드림 아카데미는 출전 가능한 수강생은 서준 한 명.
강사라고 할 만한 인물은 서윤 한 명.
즉, 드림 아카데미는 서준과 서윤이 한 팀을 이루어 2차전에 출전하는 것이었다.
“해서 드림 아카데미의 생각은 어떠하신지···”
소진현의 제안에 서준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준은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서윤은 아니었다.
서윤은 다름 아닌 B급 헌터.
반면에 3대 아카데미 강사라 하면 최소가 A급 헌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B급과 A급은 한 등급 차이였지만 실력에선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비록 은퇴한 이들이라고는 하나 그 격차는 쉬이 메꿔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준과 한 팀을 이룬다고는 하지만 어떻게든 비교가 될 것이 분명했다.
가뜩이나 현재 커뮤니티에서도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된다면…
서준은 쉽사리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당연히 추가 상금이 있겠죠?”
“……네?”
갑작스러운 서윤의 말에 소진현이 당황했다.
서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기존의 룰과 방식을 갑자기 그리고 일방적으로 바꾸신 거잖아요. 그럼 저희도 그에 따른 요구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그런 서윤의 말에 소진현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솔직히 상황이 이 지경이 된 건, 다름 아닌 이하윤이 수연과 민율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서윤의 요구는 충분히 타당하다 못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럼 얼마를···”
결국 소진현은 서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어 서윤은 고개를 돌려 서준을 바라봤다.
마치 얼마가 필요하냐고 묻는 듯한 서윤의 표정이었다.
그런 서윤의 모습에 서준은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서준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일까.
서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신경쓰지 마세요. 원장으로서 서준씨에게 한 번도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저도 한 번쯤은 도움을 드려야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윤은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말을 삼켰다.
서준은 그런 서윤의 모습에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난 번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서윤은 서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함에 자책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서윤의 모습에 서준은 왜인지 서윤과 처음 만났던 그 날을 잠시 떠올랐다.
서준과 서윤.
첫 인연은 분명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러하냐고 묻는다면 서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간극에 있어 서로에게 어떤 의지가 되어온 지난 날들.
지금 둘 사이에는 그 관계를 뛰어넘는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었다.
솔직히 서준은 추가 상금이 있다면 무조건 참가할 의향이 있었다.
방금 멘토의 말을 미루어 보면 앞으로 서준은 인과를 미친듯이 모아야했으니까.
그렇기에 서준은 돈을 모을 수 있을 때 모아야 했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그리고 지금 보이는 서윤의 의지.
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상금 이전에 제가 역제안을 드리겠습니다.”
“역제안이라면···?”
“팀을 이루는 인원을 강사 아니라 대표님들로 하시죠.”
서준은 곧장 말을 이었다.
“서윤씨는 드림 아카데미 원장님입니다. 그럼 나머지 3대 아카데미에서도 위치에 맞는 대표님들이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소진현은 뒷말을 삼켰지만 서준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3대 아카데미 대표들은 모두가 전직 S급 헌터였다.
그것도 S급 헌터에서도 꽤나 두각을 드러냈던 헌터들.
반면에 서윤은 B급 헌터였다.
B급과 A급 격차도 말이 안될진대, 하물며 B급과 S급은 더더욱 말이 안되었다.
아무리 은퇴했다고는 하나 S급은 S급.
즉, 아무리 네가 뛰어나도 그게 상대가 되겠냐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건 솔직히 서준으로서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하지만.
“토너먼트 우승 상금 선입금.”
삼단전(三丹田)을 개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도 한참이나 달랐다.
“……네?”
벙찌는 소진현의 표정 위로 서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
“토너먼트 우승 상금, 60억을 먼저 주시면 무슨 방식이든, 어떤 규칙이든 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는 툭.
“아니면 안 합니다.”
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