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9
240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는 아주머니를 보던 강진이 강상식에게 고개를 돌렸다.
“식사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메뉴가 무엇입니까?”
“점심 장사는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메뉴를 정해 놓는데, 저녁에는 손님들이 적어서 손님이 드시고 싶은 것으로 해 드리고 있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것?”
“드시고 싶은 것으로 말씀해 주시면 제가 만들 수 있는 요리와 재료 내에서 해 드리고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잠시 있다가 말했다.
“육개장 국수 됩니까?”
“육개장 국수요?”
“육개장에 국수 넣어서 먹는 건데…….”
“됩니다.”
“그럼 그걸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맵기는 어떻게 해 드릴까요?”
“그건…… 적당히 해 주세요.”
강상식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대신 육개장은 만드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기다림이라면 참을 수 있습니다.”
강상식의 답에 그를 보던 강진이 고개를 숙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뒤를 아주머니 귀신이 따라왔다.
“도련님은 칼칼하고 파 많이 들어간 육개장을 좋아하세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냉장고에서 소고기로 만든 육수를 꺼내 냄비에 넣었다.
김소희가 육개장을 좋아하니 언제든지 오면 바로 만들어 줄 수 있게 육수를 미리 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육수를 냄비에 붓고 강진이 고기를 썰어 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주머니 귀신이 말했다.
“파를 살짝 구워서 해 주시겠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혹시 육개장 국수, 아주머니가 해 주던 음식인가요?”
“도련님이 라면을 자주 드시기에 제가 따로 해 드렸었어요.”
“육개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라면 대용으로 그걸 해 주셨어요?”
“저는 그냥 간단하게 해 드렸어요.”
“어떻게요?”
“프라이팬에요.”
“프라이팬?”
“먹고 싶을 때 먹어야 하는데 육개장은 오래 걸려서 프라이팬에 간단하게 해 드렸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그녀를 보던 강진이 비닐장갑을 꺼내 내밀었다.
“해 보시겠어요?”
“제가요?”
“궁금하네요. 프라이팬으로 어떻게 간편하고 빠르게 육개장을 만드는지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이 비닐장갑을 받았다. 그리고 비닐장갑이 손에 끼워지는 것을 신기하다는 듯 보는 아주머니 귀신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그걸로 물건들을 잡으실 수 있어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 귀신은 슬며시 도마에 손을 댔다가 깜짝 놀랐다.
도마가 손에 잡히니 말이다.
“그럼 시작하죠.”
“아! 네.”
아주머니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소고기 좀 주시겠어요?”
아주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소고기와 그녀가 달라는 재료들을 꺼내 주었다.
아주머니가 고기를 큼직하고 길게 썰었다.
스륵! 스륵!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아주머니가 그 안에 고기를 넣었다.
촤아악! 촤아악!
그리고는 아주머니가 파를 칼 면으로 몇 번 두들기고는 불을 켰다.
화아악!
불이 켜지자 아주머니가 파를 그대로 불에 올렸다.
“불에 구우세요?”
“이렇게 하면 파 아린 맛도 사라지고 향과 단 맛이 좋아져요. 그리고 불 맛도 나고요.”
“이런 건 처음 보네요.”
“맛있어요.”
웃으며 아주머니가 파를 살짝 태우는 것처럼 굽고는 꺼냈다. 그리고는 물을 틀어 탄 껍질을 벗겼다. 그러자 하얀 속살이 나왔다.
아주머니가 그것을 탓탓! 크게 잘라서는 프라이팬에 넣었다.
파 향이 기분 좋게 나는 것을 맡으며 아주머니가 고기를 살짝 긁어냈다.
고기를 프라이팬 면에 살살 문지르며 살짝 태우거나 찢는 것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찌개 끓이는 것과 비슷하게 하는 모양이네.’
김치찌개를 끓일 때도 냄비에 살짝 고기를 볶아서 육수를 뽑으니 말이다.
다만 소고기도 오래 구우면 질겨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워 먹는 것이 아니라 국물로 끓이는 거라 많이 안 질겨지려나? 하긴, 육개장 소고기도 오래 끓이기는 하니까.’
그것을 볼 때, 아주머니가 불을 줄이고는 기름을 조금 더 넣었다.
그리고는 안에 고춧가루를 넣어 고추기름을 만들었다.
“바로 여기다 고추기름을 만드시네요?”
“간단하게 만드는 거니까요.”
고추기름이 나오는 것을 보던 아주머니가 물을 담아 프라이팬에 넣으려 하자, 강진이 말했다.
“육수 있으니 이걸로 하시죠.”
강진이 옆에서 끓고 있는 육수를 가리키자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이 육수는 너무 진해서요.”
“진하면 좋지 않나요?”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음식은 개취지.”
“아!”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음식은 개인 취향이다.
진한 육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가볍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 사이 아주머니가 프라이팬에 물을 부었다.
촤아악!
그 상태에서 불을 강하게 키운 아주머니가 국수를 집어서는 흐르는 물에 대고는 흔들었다.
“국수를 씻으세요?”
강진의 물음에 옆에서 보고 있던 배용수가 말했다.
“전분 가루 씻어내는 거야.”
“전분 가루?”
“이렇게 씻어서 하면 국물이 덜 걸쭉해지지.”
“그럼 잔치국수나 비빔국수 할 때도 저렇게 씻어서 하면 더 맛있는 거야?”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야 어차피 국수 삶고 나서 찬물에 씻어 내잖아.”
“아…….”
“아주머니는 육개장에 바로 넣으시려고 저렇게 씻어서 하시는 걸 거야.”
배용수의 말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잘 아시네요.”
“저도 요리사니까요.”
“도련님이 국물 마시는 것을 좋아하시거든요. 그래서 살짝 씻어서 해요. 이렇게 하면 국물 걸쭉해지지 않으니까요.”
아주머니가 물에 국수를 씻는 걸 보던 와중에, 홀에서 손님들이 잘 먹었다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에 강진이 홀로 나와 계산을 하고 손님들 배웅을 해 주고는 빈 그릇들을 주방으로 들고 왔다.
주방으로 들어가던 강진이 힐끗 강상식을 보았다. 강상식은 그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 강상식을 보던 강진이 주방에 들어왔다.
아주머니는 어느새 육개장을 거의 다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계란말이도 하나 만들고 있었다.
“도련님이 계란을 좋아하셔서…….”
말도 없이 계란말이를 만드는 것이 미안한 듯 변명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손님이 좋아하는 음식 내 놓는 것 저도 좋아해요.”
그러고는 강진이 그릇들을 싱크대에 놓으며 아주머니를 보았다.
“제 이름은 아시는 것처럼 이강진입니다. 아주머니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강진의 말에 아주머니가 살며시 말했다.
“저는 장은옥이에요.”
장은옥과 통성명을 한 강진이 육개장을 보았다.
부글부글!
맛있게 끓고 있는 육개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장은옥이 불을 껐다.
그러고는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자 배용수가 옆에 놓인 큰 국그릇을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장은옥이 집게로 면을 떠서 그릇에 담고는 마지막으로 국물과 고명들을 올렸다.
“다 됐어요.”
장은옥의 말에 강진이 반찬들을 쟁반에 올리고는 육개장 국수와 계란말이를 담아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음식들을 탁자에 놓기 시작하자 강상식이 입맛을 다시며 육개장 국수를 보았다.
그러다 숟가락을 들곤 국물을 한 번 떠먹었다.
곧, 강상식이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요.”
“맛있게 드십시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답을 하지 않고 젓가락으로 국수를 집었다.
“후! 후!”
크게 숨을 불어내며 식힌 국수를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입안 가득 들어온 국수를 씹은 강상식이 맛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릇을 들고는 국물을 마셨다.
그런 강상식을 보며 장은옥이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 맛있지요?”
강상식을 보며 흐뭇해하는 장은옥을 보던 강진이 슬쩍 맞은편 의자를 빼놓았다.
‘앉으세요.’
강진이 작게 입모양을 해 보이자, 장은옥이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강상식의 맞은편에 앉아 강상식이 먹는 걸 지켜보았다.
후루룩! 후루룩!
그런 둘을 보던 강진이 주방으로 들어왔다.
강진이 들어오자 배용수가 프라이팬을 가리켰다.
“먹어 봐.”
“왜?”
“무슨 맛인가 궁금해서.”
한식 요리사인 배용수는 프라이팬으로 만든 간편 육개장과 국수가 궁금했던 것이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젓가락을 들고 프라이팬에 다가갔다.
프라이팬에는 많지는 않지만 국수와 국물이 남아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과 파를 집은 강진이 그것을 입에 넣었다.
후루룩! 후루룩!
면과 파를 씹은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다.”
“파 어때?”
“파?”
“파 직화로 굽고 끓였잖아.”
“음…… 아린 맛 없고 달고 부드러워.”
“면은?”
“면은 부드러운데…… 딱히 뭐 없는데?”
“국물 면에 잘 배였어?”
“그냥…… 어죽에 들어간 국수 먹는 것 같은데.”
“국물 먹어 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국물을 먹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국물 시원하네.”
“좋아?”
“맛있어.”
그러고는 강진이 수저로 국물을 떠서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원하고 칼칼하면서 가벼운데 그게 또 좋다.”
“가벼운 건 또 가벼운 대로 좋지.”
배용수가 얼마 안 남은 육개장을 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녁에 이대로 한 번 더 해서 먹어 보자.”
“맛있겠다.”
“시간도 짧게 걸리고 좋은 레시피 하나 얻은 느낌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너하고 내가 하는 육개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육수를 만들어 놓기는 했어도 재료 넣고 어쩌고 하면 최소한 30분은 걸리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프라이팬으로 한 것은 10분 정도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맛이 없는 요리가 아니다. 그저 맛이 다른 음식일 뿐이었다.
후루룩! 후루룩!
국물을 떠서 마시던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소주 당기는데.”
“손님 가고 마셔라.”
“알고 있거든?”
입맛을 다시던 강진이 프라이팬을 들고는 남은 면과 국물을 먹기 시작했다.
“소주 한 병 주세요.”
강상식의 주문에 강진이 프라이팬을 놓고는 소주잔과 소주를 하나 가져다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강진의 말에 강상식이 소주를 받아 따다가 말했다.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겠습니까?”
“한 10분 걸립니다.”
“주세요.”
강상식의 주문에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장은옥이 서둘러 그 뒤를 따라왔다.
“제가 할게요.”
“그러세요.”
장은옥이 아까 벗어 놓은 비닐장갑을 끼자, 배용수가 새로운 프라이팬과 재료들을 꺼내 주었다.
그에 장은옥이 육개장을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설거지를 하려 할 때, 띠링! 풍경 소리가 들렸다.
그에 고개를 내민 강진은 황민성이 김이슬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형.”
강진이 나오며 반기자 황민성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이슬 씨하고 같이 왔다.”
전에 형수하고 같이 오라고 했더니 그 말대로 함께 온 것이다.
“잘 오셨어요.”
그러고는 강진이 김이슬에게 고개를 숙였다.
“형수님, 오랜만에 뵈어요.”
강진의 인사에 김이슬이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셨어요?”
“저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추우신데 여기 앉으세요.”
강진이 한쪽 탁자를 가리키자. 황민성이 자리로 가다가 벽에 걸린 족자를 보고는 잠시 멈췄다.
“족자 좋네.”
“글 아세요?”
“이런 취향 가진 분들이 많아서 오다가다 좀 봤지.”
족자를 보던 황민성이 말했다.
“낙관이 없는 걸 보면 누가 써 준 거야?”
“소희 아가씨가 써 주셨어요.”
“소희 아가씨가 글도 잘 하시는군. 글 좋다.”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뭐라고 쓴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살짝 떨리는 눈으로 황민성이 족자를 보았다.
“흠…… 내가 영어는 좀 하는데.”
말을 하던 황민성이 강진에게 영어로 뭐라 뭐라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한문은 몰라도 무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말이다.
그에 강진이 피식 웃었다.
“저도 못 읽어요.”
“그래? 하긴, 요즘 한문 잘 안 쓰니까.”
강진도 못 읽는다는 것에 그제야 조금 안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황민성의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마주 끄덕였다.
“앉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과 김이슬이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