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69
270화
강진의 말에 귀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가요?”
“그게 쉬우면 귀신들이 JS 금융 직원들만 보면 피해 다니겠어요?”
“그것도…… 그렇네요.”
귀신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말했다.
“어쨌든 귀신이 되어서도 나쁜 짓 하고 그러면 JS 금융 잔고 떨어집니다. 그리고 저승 가면 돈 쓸 일이 많아요. 최대한 돈 아끼시는 것이 좋아요.”
웃으며 소주를 따라 주는 강진의 옆에 다가온 배용수가 숯불에 고기를 올리며 말했다.
“JS 금융 끌려가면 개고생합니다.”
배용수의 말에 귀신들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알겠습니다.”
“네.”
공손히 답을 하는 귀신들의 모습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다.
“JS 금융 먼저 갔다 온 선배라 이거냐?”
“나처럼 끌려가지 말라는 거지.”
삼겹살이 다시 채워지자 다른 곳에 있던 귀신들이 와서 고기를 식판에 담아 갔다. 그것을 본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삼겹살 인기 좋다. 다음에는 화로를 두 개 정도 더 놓자. 좀 불편해도 간이 식탁에서 먹는 것보다 화로에 둘러앉아 먹는 것이 분위기도 좋고 재미도 있고 더 좋겠어.”
배용수의 의견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보기에도 식탁에서 먹는 것보다 바닥에 쭈그려 먹기는 해도 화로 주위에서 먹는 쪽이 분위기가 더 좋아 보였다.
“차라리 간이 식탁하고 의자들 치우고 화로하고 목욕탕 의자로 챙겨 오는 것이 좋겠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귀신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괜찮네. 사람하고는 비교할 수 없지만, 현신을 하면 추위와 더위는 느끼니까. 화로에 둘러앉아 먹으면 따뜻하고 좋겠어.”
“그래?”
귀신도 추위를 느낀다는 것은 생각을 못 했기에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신일 때는 춥든 덥든 상관없는데, 현신을 하면 사람처럼 추위와 더위를 느끼지.”
“그건 몰랐네.”
아직도 참 귀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일으켰다.
“많이들 드세요.”
“그럼…… 또 언제 오는 겁니까?”
귀신의 물음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식사하시면서 들어 주세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음식을 먹으며 그를 보았다.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제 식당이 강남 논현에 있습니다. 제가 자주 찾아와서 여러분들에게 음식 해 주고 하면 좋겠지만…… 다른 곳에도 식사를 하셔야 할 귀신 분들이 있어서 이곳에만 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언제 올지 모르겠군요.”
“그렇습니다. 나중에 저희 가게에 오실 수 있으면 그때 오세요.”
“휴우!”
귀신들이 한숨을 쉬며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강진이 푸드 트럭에 올라가며 말했다.
“여기 컵라면도 있어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 몇이 일어나 컵라면을 받아 따뜻한 물을 받아 갔다.
그런 귀신들을 강진이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강진의 표정에 배용수가 물었다.
“왜 그래?”
“이거 잘한 거겠지?”
“왜 아까까지는 좋았잖아?”
아까까지만 해도 기분 좋고 흐뭇해하더니 왜 지금은 그러냐는 것이었다.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돌연 물었다.
“서울에 있는 구가 몇 개일까?”
“구? 노원구 강남구 할 때 그 구?”
“응.”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배용수의 말에 한쪽에 있던 귀신이 슬며시 손을 들었다.
“서울에 있는 구청 수는 25개입니다.”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놀란 듯 그를 보았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공무원이었거든요.”
“아…….”
일반인이면 서울에 구가 몇 개인지 굳이 생각을 할 이유가 없지만, 공무원이라면 아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다.
“25개래.”
“일주일에 한 번씩 돌면 한 달에 네 개, 대충 반년이면 서울 한 바퀴 돌겠다.”
“그렇지.”
“그럼 여기 다시 오는 것도 반년 후잖아.”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무슨 마음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을 그동안 못 먹는 것 때문이구나.”
“앞으로 반년 동안 식사를 못 하실 텐데…… 밥 먹는 즐거움을 알게 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고 싶어 하지, 안 먹어 본 사람은 고기를 먹고 싶어 하지 않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그런가?”
“당연하지. 평생 배고파하는 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배가 부른 것이 낫지. 음식 맛 알게 해 주고 못 온다고 미안하면…… 다른 지역에 푸드 트럭 안 할 거야?”
“해야지.”
“배고픈 사람, 아니 귀신에게 밥을 준다는 것만 생각해. 그리고 봐.”
배용수가 귀신들을 보며 말했다.
“내일은 내일의 배고픔이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지금은 배부르고 즐거워하잖아.”
배용수가 강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귀신들의 배고픔을 안쓰러워하는 너에게 감사하고 고마운데…… 네가 모든 귀신의 배를 채워 줄 수는 없어.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귀신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나는 내 할 일만 해야겠다.”
말을 한 강진이 삼겹살을 불판에 올렸다.
촤아악!
불판에서 익어가는 고기를 보며 강진이 마늘과 양파도 같이 굽기 시작했다.
강진이 귀신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은……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 것이었다.
화아악! 화아악!
밥을 먹던 귀신들이 일제히 다시 귀신으로 돌아가는 것과 함께 그들이 들고 있던 잔들이 땅에 떨어졌다.
탓! 쨍그랑!
운 좋게 안 깨지는 것도 있었지만 깨지는 것들도 있었다. 그 모습에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에이…… 미리 이야기를 해 둘 것을.”
“그러게 말이다. 1시 되기 전에 잔들 내려놓으라고 할걸.”
한끼식당에 오는 귀신들이야 알아서 1시 되기 전에 잔을 놓고 일어서는데 여기 귀신들은 처음이라 그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그리고 소주잔과 깨진 그릇이야 가격이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쓰던 그릇이 깨지는 것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식당 주인에게 그릇들은 자식과 같으니 말이다.
“미안합니다.”
“죄송해요.”
잔을 떨어뜨려 잔을 깨뜨린 귀신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깨진 잔들을 주우려 하는 것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세요. 지금은 현신이 끝나셔서 잡으실 수 없어요.”
강진의 말에 잔을 집으려던 귀신들의 동작이 멈췄다. 강진의 말대로 귀신들의 손은 깨진 잔과 그릇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귀신들이 그릇과 잔을 뚫고 간 자신들의 손을 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처럼 먹고 마셔서 잊고 있었다. 자신들이 귀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난…… 죽었지.”
“그렇네요. 우린…… 귀신이었죠.”
귀신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이라 아직 귀신이 되었다는 것에 대한 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자신들이 귀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한숨을 쉬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푸드 트럭 내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탓!
가볍게 불이 꺼지자 강진이 푸드 트럭에서 내렸다.
“다음 주 금요일에는 도봉구에 푸드 트럭이 갑니다. 도봉구로 오실 수 있는 분들은 그쪽으로 오세요.”
강진의 말에 한 귀신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저 도봉구에서 왔는데 그럼 다음 주에도 밥을 먹을 수 있는 겁니까?”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봉구에서 영업장소로 오시면 됩니다.”
“이야! 잘됐네요.”
다음 주에도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환하게 웃는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문득 턱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곧 눈을 찡그렸다.
‘근처 구에 사는 귀신들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 못 했네. 이럴 줄 알았으면 주변 구에 귀신들에게도 알릴걸.’
단골 귀신들에게 노원구에 가서 귀신들에게 말을 하라고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주변 구에도 귀신들을 보내 알렸을 것이다.
‘다음에는 도봉구 주위 구에 모두…… 아니야…… 차라리 서울 전체에 알리는 것이 낫겠어.’
올 수 있는 귀신들은 모두 올 수 있도록 말이다. 도봉구이니 강남 쪽에 사는 귀신들은 오지 못할 것이다.
강남에서 도봉구에 올 수 있다면 한끼식당에 못 올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럼 굳이 도봉구가 아니라 한끼식당에 오면 될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은 아쉬운 눈으로 음식을 보고 있는 귀신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만 영업 종료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이 그릇들을 치우자 배용수도 비닐장갑을 끼고는 같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
배용수가 그릇들을 치우는 것에 귀신들의 얼굴에 의아함과 놀람이 어렸다.
“저 어떻게 그릇을 만지세요?”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손을 들었다.
“이건 JS에서 파는 비닐장갑이라서요. 이걸로 물건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도 하나…….”
받을 수 있냐는 듯 손을 내미는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았다.
“이거 가져가서 뭐 하시게요?”
“네?”
조금 날카로운 배용수의 반응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그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귀신을 보며 말했다.
“이건 저희 가게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라 외부 방출이 안 됩니다.”
“아…… 죄송합니다.”
머리를 긁으며 몸을 돌리는 귀신의 모습에 배용수가 그것을 보다가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방금 왜 그런 거야?”
방금 배용수의 반응이 조금 달랐다. 날카롭고 경계했다고 할까?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손에 끼고 있는 비닐장갑을 보며 말했다.
“이거 귀신 손에 들어가면 난리 난다.”
“우린 쓰잖아?”
“그거야 우리 직원들이나 쓰는 거고…… 만약 원한 가진 귀신이 이 비닐 갖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냐? 어디서 식칼 하나 주워서 바로 해코지할 수도 있어.”
“아!”
강진이 놀란 눈을 하는 것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나 호철 형이 그런 짓을 할 일은 없고, 선주와 최훈 씨는 지박령이라 멀리 못 가고. 뭐 지박령이 아니더라도 두 분은 칼 쥐여 줘도 회도 못 칠 양반이기는 하고.”
“다른 셋은?”
최호철이 살피는 여자 귀신 셋을 떠올린 강진의 물음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분들은 원한 가진 애가 이미 죽었잖아.”
“아…….”
“JS 편의점에서 사온 물건들은 조심히 다뤄야 해. 비닐장갑뿐만 아니라 나무젓가락도 귀신 손에 들리면 살인 무기 된다.”
“아!”
깜짝 놀란 듯한 강진의 모습에 배용수가 한숨을 쉬었다.
“그런 생각 못 해 봤냐?”
“나는 너희 일해서 돈 벌라고 가져온 거라…… 그런 생각은 못 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좋은 귀신들만 봐서 그래.”
“그건 그렇지.”
한끼식당에 오는 귀신들은 모두 좋은 이들이었다. 그리고 밖에서 본 귀신들도 누군가의 수호령이었기에 영화에서 보는 악귀들 같은 이들은 본 적이 없었다.
“전에 그 누구야…… 그…… 원한령 있잖아.”
“도영민 할머니 귀신?”
“맞아.”
고개를 끄덕인 배용수가 말을 했다.
“도영민 할머니가 원한령일 때 우리 비닐장갑 가지고 있었으면 어떻게 됐겠냐? 당장 그 장갑 끼고 도영민 목을 졸랐을걸.”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아니지만, 원한령일 때 할머니 귀신은 정말 악기에 가득 차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이때까지 우리가 쓰던 것들은 다 어떻게 해? 다 버렸는데?”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쓴 것이라고 해야 비닐장갑 정도인데…… 그것들은 다 내가 잘 모아놓고 버릴 때는 가위로 작게 잘라서 버렸어.”
“진짜?”
“진짜지 가짜겠어? 비닐봉지뿐만 아니라 쓰레기도 다 잘라 버리고…… 아! 그리고 캔은 사 오지 마.”
“캔?”
“캔은 잘라도 위험하고 뭘 해도 위험해서 찌그러뜨려서 재활용 쓰레기에 숨겨서 버리는데 그래도 위험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웃었다. 자신이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을 배용수가 묵묵히 챙겨 주고 치워 줬던 것이다.
“우리 마누라, 그동안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했네.”
“미친놈. 치우기나 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릇을 정리해 차에 싣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