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88
489화
강진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오늘 영수 부모님들이 오니 가볍게 먹을 도시락을 만드는 것이다.
맛있는 반찬 옆에 맛있는 반찬이라고…… 강진과 차달자가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찬합을 채울 때, 영수가 불쑥 머리를 들이밀었다.
“형, 우리 엄마 아빠 왔어요.”
영수의 말에 강진이 손을 닦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그에 배용수가 만들던 계란말이를 툭 하고 도마에 놓았다.
“나갔다 와.”
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달자와 함께 가게 밖으로 나갔다.
띠링!
문을 열고 나오자 한끼식당을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년 부부들이 보였다.
“여기죠?”
“맞아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들은 강진이 문을 열고 나오자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제가 연락드린 이강진입니다.”
강진의 인사에 부부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영수 아빠입니다.”
“영수 엄마예요.”
영수 부모님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눈 강진에게 이예림 아빠가 급히 말했다.
“저기, 영상은 언제 볼 수 있는 겁니까?”
“지금 가서 보시면 될 건데…… 커피 한 잔 하고 가시는 것보다는 바로 보러 가시는 것이 나으시겠죠?”
“네.”
이예림 아빠가 급히 하는 말에 이예림이 웃었다.
“우리 아빠 몸 달았네. 달았어.”
이예림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지만, 얼굴에는 슬픔과 안쓰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 이예림을 보던 강진이 다시 부모님들을 보며 말했다.
“내비게이션 보면 가까운 공원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오셔서 주차장에 세우세요.”
“공원요?”
“네.”
“알겠습니다.”
이예림 아빠가 서둘러 차에 타려 하자, 이예림 엄마가 그를 툭 하고 치더니 트렁크를 가리켰다.
“아!”
그에 이예림 아빠가 트렁크를 열어서는 황금색 보자기로 싸인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빈손으로 오기 그래서 고기 좀 사 왔습니다.”
“아니, 괜찮은데…….”
“아닙니다. 성의이니 맛있게 드셔 주세요.”
이예림 아빠가 억지로 고기 상자를 내밀자, 강진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상자를 받았다.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강진이 고기 상자를 받을 때, 다른 부모님들도 트렁크에서 각자 가지고 온 선물을 꺼냈다.
영수 부모님은 한과 세트, 최가은 부모님은 과일 선물 세트였다.
“이거…… 너무 죄송해서.”
“아닙니다. 우리 애들 서울 왔을 때 챙겨 주셨다고 하는데…… 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영수 어머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그럼 공원에 먼저 가세요. 제가 이거 놓고 뒤따라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부모님들이 차에 타자, 아이들도 각자 부모님의 차에 슬며시 올라탔다.
총 세 대의 차가 출발하자 강진이 상자들을 들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오셨어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용수야, 도시락은?”
“밥만 담으면 돼.”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핸드폰으로 이강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모님들 오셨습니다.”
[일찍 오셨네요?]“마음이…… 급하시니까요.”
[하긴…….]“준비는 다 되셨어요?”
[미리 준비하고 있기를 잘 했네요. 여기는 준비 완료예요.]“알겠습니다.”
[모시고 정자가 있는 곳으로 오세요.]그것으로 통화를 끝낸 강진이 차달자와 직원들을 보았다.
“자, 가시죠.”
차달자가 도시락을 들려 하자, 강진이 서둘러 그것을 대신 들었다.
그리고 가게를 나서던 강진이 아차 싶어서는 황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애들 부모님 오셔서 지금 공원으로 가요.”
[벌써? 열 시라고 하지 않았어?]“일찍 오셨더라고요.”
[아…… 알았다.]“형도 오실 거죠?”
[가야지. 아! 형수하고 어머니도 같이 갈 거야.]“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강진이 뒷문으로 나와 푸드 트럭을 열었다. 그리고 귀신들을 보자, 귀신들이 트럭에 올라탔다.
귀신들이 다 타는 것을 기다리던 강진이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타세요.”
“저희는…….”
여자 귀신들이 머뭇거리는 것에 강진이 살며시 웃었다. 그녀들은 자신을 본 따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거절했었다.
부모님들이 더 슬퍼할까 봐 말이다. 그래서 애들 부모님이 VR을 보러 가는 것을 보기 좀 그런 것이다.
머뭇거리는 여자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날도 좋으니 소풍 간다 생각하고 타세요.”
강진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서로를 보고는 푸드 트럭에 올라탔다.
그에 강진이 도시락을 뒤에 실은 뒤 차달자와 함께 좌석에 앉고는 출발했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 강진은 자신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을 만났다.
“가시면서 제가 설명을 좀 드릴게요.”
강진이 걸음을 옮기자 부모님들이 급히 그 뒤를 따랐다.
“일단 이번에 만든 애들 아바타는 여기 공원에서 현실감이 더 좋습니다.”
“그 제가 VR 기기를 사서 해 봤는데 집에서도 잘 되던데요?”
예림 아빠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VR 해 보셨어요?”
“옛날에 예림이하고 VR 게임장 가서 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도 있고 해서 하나 사서 집에서 미리 해 봤습니다. 근데…… VR 장소 제한 같은 것은 없던데요?”
“그, VR 하고 조금 다른데 몬스터 고고라고 아세요?”
“압니다.”
예림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이 그에 맞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래서 디지털 맵이 설치된 이 공원에서는 아이들이 걷고 움직이는 데 제약이 없어서 자유롭게 걷고 대화할 수가 있습니다.”
“아…….”
예림 아빠가 작게 탄식을 토하자 영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럼…… 여기에서는 애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있는 건가요?”
“최소한 부모님들 눈과 마음에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실 겁니다.”
“하아!”
강진은 깊은 한숨을 내뱉는 영수 어머니와 부모님들을 모시고 정자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자에 다가가자 이강혜와 도원규, 그리고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일어나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이강혜가 고개를 숙이자 사람들이 의아한 듯 강진을 보았다. 그에 강진이 소개를 해 주었다.
“이번에 아이들을 도와준 L전자 이강혜 사장님이세요.”
“아!”
부모님들이 급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들의 인사에 이강혜가 급히 마주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저는…….”
뭔가 말을 하려던 이강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도 보고 싶은 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술을 개발했는데…… 다른 분들에게도 위로가 된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아…… 사장님도.”
영수 어머님의 말에 이강혜가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보고 싶은 대상이 자신이 기르던 애완견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아들과 같은 둘둘이지만, 친자식을 잃은 부모들로서는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말을 삼킨 이강혜가 자신의 옆에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이분은…….”
그녀를 본 영수 어머니가 놀란 듯 말했다.
“그 광고에 나오는?”
“맞네. 그 핸드폰 광고.”
부모님들의 말에 여자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광고 몇 년 됐는데…….”
“이 사장님이 링크 걸어 줘서 봤습니다.”
영수 어머님의 말에 부모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부모님들도 그 광고를 본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아는 듯하자, 그녀는 어색한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런 여자를 보며 이강혜가 말했다.
“그 광고를 모두 보셨군요.”
“정말 따뜻한 광고였습니다.”
“그…… 너무 슬펐어요.”
영수 어머니와 최가은 어머니의 말에 이강혜가 여자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그 광고는 여기 최지나 씨 실제 사연을 가지고 만든 광고였습니다.”
“아…….”
부모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최지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 광고에 나오는 엄마도 제 엄마세요.”
“어머! 어쩜.”
영수 어머니가 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것을 보며 이강혜가 말을 덧붙였다.
“라디오에서 나온 사연을 듣고 저희가 광고를 만든 거였습니다.”
“아…….”
사람들이 이강혜를 보자, 이강혜가 최지나를 보며 말했다.
“오늘 최지나 씨도 여러분과 함께 이곳에서 어머니를 만날 겁니다.”
이야길 듣고 있던 강진이 살짝 놀란 듯 그녀를 보았다. 그 시선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지나 씨도 보고 싶은 어머니가 계시니까요.”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이강혜가 부모님들에게 말했다.
“그럼 바로 하시겠습니까?”
“네.”
부모님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강혜가 슬쩍 손을 들었다. 그러자 공원 한쪽에서 세 사람이 급히 다가왔다.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다가오자, 이강혜가 부모님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각자 지정된 세 장소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실 됩니다.”
“같이 만나는 것이 아닌가요?”
강진이 의아한 듯 묻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같이 만나도 되지만, 여러분들은 모두 VR 기기를 쓰고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VR 기기를 쓴 것을 보게 되면 몰입감이 떨어질 테니, 차라리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겁니다.”
잠시간 자신의 말을 이해할 시간을 준 이강혜가 말을 이었다.
“다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같이 아이를 보는 것이 좋으실 테니 함께 있게 되십니다. 그러니 되도록 아이에게 집중을 해 주시고 남편과 아내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VR 기기를 쓴 사람을 보면 이것이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니 서로 떨어지게 해서 출발하려는 것이다.
“세심한 배려 감사합니다.”
“그럼.”
이강혜가 직원들을 보자, 직원 둘이 최가은과 이예림 부모님을 모시고 다른 출발점으로 이동했다.
그에 부모님들끼리 서로를 보며 작게 고개를 숙였다. 같은 처지에 같이 왔는데 이렇게 떨어지려니 긴장이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두 가족이 가고 난 뒤, 직원이 영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VR 기기를 건네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설명을 듣는 영수 부모님을 보던 강진이 이강혜를 보았다.
“바로 시작하는 건가요?”
“오래 기다렸을 텐데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죠.”
강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촬영한다고 하셨던 건?”
“촬영 팀이 따로 있으면 부모님들이 불편해하실 것 같아서 무인 카메라를 여기저기 숨겨 놨어요. 사람이 따라다니면서 촬영하는 것보다는 못 하겠지만……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자식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많이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강혜는 영수 부모님을 보고 쓰게 웃으며 말했다.
“더 많은 것을 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이에요. 아, 이제 시작하나 보네요.”
이강혜의 말에 강진이 다시 영수 부모님을 보았다.
직원에게 설명을 들은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살며시 VR 기기를 머리에 쓰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그들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는 걸 느꼈다.
“후우! 후우!”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고 있던 영수 어머니의 귀에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 영수야.”
떨림이 가득한 목소리에 영수 엄마가 슬며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복을 입고 있는 영수가 보였다.
바로 코앞에 서 있는 아들에게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을 때, 영수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 오늘 날씨 정말 좋다. 그렇지?”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목소리가 들리자 영수 엄마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주르륵!
순식간에 넘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안간힘을 써서 미소 지은 채 말을 꺼냈다.
“우…… 우리 아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엄마가…… 너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