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41
642화
사진사는 강진 쪽으로 다가오더니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진 찍는 박원술입니다.”
“저는 보시는 대로 음식 하는 이강진입니다.”
인사를 나눈 박원술이 웃으며 말했다.
“사진 몇 장 찍어도 될까요?”
“저요? 아니면 음식요?”
“둘 다인데…… 혹시 사진 찍는 것 싫어하십니까?”
“잘만 나온다면야…….”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사진을 또 잘 찍습니다.”
박원술은 사진기를 들고는 음식을 만드는 강진을 찍었다.
“여기 의식하지 마시고 편하게 평소 하시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평소와 다른데 그게 어디 쉽나.’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강진은 최대한 박원술을 보지 않으며 음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강진의 앞에 여자아이들이 섰다.
박원술을 쫓아오니 음식이 있다. 그럼 음식도 당연히 먹어야 했다.
음식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아이들과 음식을 만드는 강진이 잘 나오도록 박원술은 구도를 조정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을 다 찍은 박원술은 강진의 앞에서 잡채를 먹고 있었다.
“아주 맛이 좋네요.”
“입에 맞으셔서 다행입니다.”
“이야…… 푸드 트럭으로 봉사를 하러 오시고, 정말 대단하십니다.”
박원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를 보았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러 오신다고요?”
“맞습니다. 이 동네가 경치가 좋고 산도 좋아서 야생화와 산나물 찍기가 좋거든요.”
“여기에도 자주 오시는 모양인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박원술은 흩어져서 음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사진기 들고 온 김에 아이들 사진도 찍어주고 있습니다.”
“애들 사진요?”
“애들 어릴 때 사진이 남아 있어야, 나중에 부모가 찾으러 오거나 헤어졌던 사람이 찾으러 왔을 때 알아보지 않겠습니까?”
“아…….”
“그래서 애들 단체 사진도 찍고 단독 사진도 찍습니다.”
말을 하던 박원술은 카메라를 잠시 보았다.
“그리고 지금이야 핸드폰으로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지만, 증명사진은 역시 카메라로 찍어야 또 잘 나오니까요.”
박원술의 말에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일 하시네요.”
그에 박원술은 쓰게 웃으며 다시 아이들을 보았다.
“그냥…… 사진만 찍어 주는 건데요.”
박원술의 말투에서 묻어나는 씁쓸함을 느낀 강진이 그를 보았다.
“왜 그러세요?”
“제가 작은 사진관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아이 백일 사진 찍으러 가족이 왔었습니다. 갑자기 그게 생각이 나서요.”
그것과 씁쓸해하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싶어 강진이 보자,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이 백일이라고 부부와 그 부부 부모님들까지 해서 사진관이 북적거렸습니다.”
“백일 사진 찍을 때 가족사진도 찍고 하니 그랬나 보네요.”
“맞습니다. 요즘은 사진관에 올 일이 거의 없으니 그런 날에 겸사겸사 가족사진도 찍으러 일가족들이 모두 모이고는 하시죠. 그런데…….”
잠시 말을 멈춘 박원술이 입맛을 다셨다.
“그 집 아이는 백일이라고 온 가족이 축하해 주고, 사진 찍을 때 온 가족이 딸랑이나 사탕을 흔들면서 어떻게든 아이가 웃게 하려고 하는데…….”
박원술은 아이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 아이들은 그런 것이 아니잖아요. 사진 찍을 때 누가 웃게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아…….”
강진이 입맛을 다시자, 박원술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아이인데도 어느 부모에게 왔느냐에 따라 이렇게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네요.”
“흠…….”
강진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아이는 백일이라고 온 가족이 모여서 사진을 찍는데, 여기 아이들은 그런 것이 없는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핸드폰이 있어서 사진이나마 잘 찍지만 말이다.
씁쓸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던 박원술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오늘 처음 본 분한테 너무 진지한 이야기를 했네요.”
“아닙니다. 듣고 저도 느끼는 것이 많았습니다.”
말을 한 강진은 황민성을 보았다. 세상 대부분의 가족과 부모에게 아이는 하늘이 준 축복이고, 가족의 기쁨이자 웃음이었다.
황민성처럼 아이가 간절해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부모에게는 아이가 짐이 되고, 그중 일부는 그 짐을 이렇게…….
강진은 보육원 아이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좋아하고 사랑해서 애가 태어났겠지만…… 그 감정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으면 피임을 하지.’
책임감 없는 사랑의 결실에 힘든 건 이렇게 남겨지는 아이들이니…… 일은 두 사람이 저지르고 그 책임을 아이들에게 지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사실에 강진이 고개를 저을 때, 찰칵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박원술이 해맑게 웃으며 음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을 찍고 있는 게 보였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나 보네요.”
“사진을 찍을 때는 제가 신이 된 것 같아서 좋아합니다.”
“신요?”
“시간을 멈추고 그 모습을 담아낼 수가 있잖습니까.”
“아…….”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원술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런 판타지한 것을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취미가 일이 되셨으니 좋겠네요.”
강진의 말에 박원술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습니다.”
그는 남은 잡채를 마저 입에 털어 넣고는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강진이 그런 박원술을 볼 때, 감초 어른이 말했다.
“저 총각도 무척 착해.”
감초 어른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았다.
“자주 보셨나 봐요.”
“계절 변했다 싶으면 와서 애들 사진 찍어 주고 가니까.”
감초 어른은 강진을 보며 말을 이었다.
“가끔 원장이 보는 신문을 보다 보면 세상이 참 말세다 싶은데…… 자네나 여기 봉사하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아직 세상이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감초 어른이 고개를 끄덕이며 잡채를 먹을 때, 강진은 힐끗 산을 보았다.
“아드님 도시락 주러 안 가세요?”
강진의 말에 감초 어른이 입맛을 다셨다.
“전에 가져다줬는데…… 싫다고 안 먹더라고.”
“왜요?”
감초 어른은 한숨을 쉬었다.
“노비 자식에게 부모가 어디 있냐고…….”
“그게 무슨…….”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감초 어른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노비 아빠 밑에서 태어나 노비가 됐으니…… 나를 안 좋아해.”
“그거야…….”
강진은 아이들을 보았다. 이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하지 못했듯, 감초 어른이나 그 아들도 부모 자식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잠시 아이들을 보던 강진은 감초 어른을 보다가 통에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감초 어른이 고개를 저었다.
“가져다줘도 안 먹을 텐데…….”
“안 먹으면 입에 들이밀어서라도 먹여야죠.”
강진의 말에 감초 어른이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 사이 강진은 통에 밥과 반찬, 그리고 음식들을 싸고는 쇼핑백에 담았다.
“산 멀어요?”
“멀지는 않지. 바로 저기니까.”
감초 어른이 옆에 보이는 산을 가리키자,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산이 가까이 있는 것 같아도 막상 가려고 하면 멀 것이다. 게다가 산길을 올라야 하고…….
‘돼랑이 타고 가면 금방일 텐데.’
강진은 산을 보다가 가스 불을 끄고는 푸드 트럭에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형.”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말했다.
“저 어디 갈 데가 있어서요. 푸드 트럭 좀 부탁할게요.”
“나보고 음식 하라고?”
“어려운 것 없어요. 애들 오면 그냥 음식 주면 되고, 모자란 것 있으면…….”
강진은 웃으며 조순례를 보았다.
“어머니, 튀김 하실 수 있으시죠?”
“그럼. 할 수 있지.”
조순례가 자신 있게 답하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직접 하지 마시고 형하고 형수님한테 알려 주세요.”
“그래. 그러마.”
강진은 다시 황민성을 보았다.
“재료는 안에 다 있으니 그것 가지고 하시면 돼요.”
“그렇다면야…… 근데 어디 가게?”
“볼 일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은 더는 묻지 않았다. 강진의 볼 일이라면 귀신하고 연관된 일일 수 있으니 말이다.
“알았다.”
황민성은 김이슬과 함께 조순례를 부축해서는 푸드 트럭으로 향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걸음을 옮길 때, 감초 어른이 말했다.
“걸어서 가면 꽤 멀 거야. 저기에 자전거 있으니 그거 빌려 타고 가.”
“자전거가 있어요?”
“응.”
감초 어른의 말에 강진은 아이들에게 자전거가 있는 곳을 묻고는 빌려 타기로 했다.
그렇게 자전거에 탄 강진은 쇼핑백을 뒤에 잘 묶었다. 아무래도 시골에서 쓰는 자전거라 그런지 안장 뒤에 짐을 실을 수 있는 받침대가 있었다.
“이야, 이런 자전거 TV에서만 봤는데.”
배용수가 신기하다는 듯 자전거를 보며 하는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 도시에서 타는 그런 자전거가 아니라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라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너도 뒤에 타라.”
“그럴까?”
배용수는 뒤에 엉덩이를 대려다가 음식이 담긴 것을 보고는 강진의 어깨를 짚었다. 그러고는 받침대 끄트머리에 발을 대고는 그대로 섰다.
“안 떨어지겠어?”
“차에서도 안 떨어지는데 자전거 뒤에서 떨어지겠어? 운전이나 잘 해라.”
자전거 받침대에 두 발로 서 있는 배용수를 보던 강진은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렸다.
“그래도 모르니까 내 어깨 다시 짚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허리를 숙여서는 그의 어깨에 양손을 올렸다. 그에 조금 안심이 된 강진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를 산 초입에 세워 둔 강진은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인 듯 길이 잘 나 있어서 오르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자전거 누가 훔쳐 가면 어쩌냐?”
배용수의 말에 감초 어른이 웃었다.
“이 마을에 자전거 훔쳐 가고 그런 애들 없어.”
“그런가요?”
“걱정할 것 없네.”
감초 어른이 옆에서 걷는 것을 보며 배용수가 물었다.
“그런데 어르신은 떠서 다니실 수 있는데 왜 걸으세요?”
“푸드 트럭에서야 자리도 좁고 애들하고 부딪힐까 싶어 떠 있던 거고. 내 발이 있으면 내 발로 걸어야지. 굳이 떠다닐 필요가 있나?”
“그건 그렇죠.”
잡담을 나누며 산을 오르던 감초 어른이 한쪽 숲을 가리켰다.
“조금 길이 험한데 괜찮겠나?”
“산은 좀 타 봐서 익숙합니다.”
대부분 돼랑이를 타고 움직이기는 했지만, 약초 캘 때는 내려서 직접 산을 오르니 말이다.
“그럼 따라오게.”
감초 어른이 숲으로 들어가자 강진이 그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귀기 장난 아닌데.”
“귀기?”
“찌릿찌릿해.”
“처녀귀신들보다?”
“그 정도는 아닌데…… 내가 그동안 본 귀신 중에서는 제일 오래된 것 같다.”
배용수의 중얼거림에 강진이 감초 어른을 보았다.
“감초 어르신은 아니잖아.”
“그거야 어르신께서 기운을 드러내지 않고 계시잖아. 근데 이분은 기운을 전혀 감추지를 않으시네.”
배용수의 중얼거림을 들은 듯 감초 어른이 강진을 보았다.
“혹시 등골이 싸늘하거나 춥거나 한가?”
“아닙니다.”
“우리 아들이 조금 성격이 나빠서 귀기를 감추지 않아. 그래서 사람한테는 안 좋은데…….”
“저는 저승식당 주인이라 그런 것을 안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럼 다행이군.”
웃으며 감초 어른이 걸음을 옮기자 강진이 물었다.
“여기에 아드님이 계시면 마을 사람들은 이쪽으로 안 오겠네요?”
“맞아. 나물이나 약초 뜯으러 오는 사람들도 이곳은 안 오고 저쪽으로 돌아가지.”
“그렇군요.”
“이런 것도 다 죄를 짓는 일인데…….”
작게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기는 감초 어른의 뒤를 강진이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