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76
웰컴 투 NBA 176화
#176. And his name is
방송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쉴 새 없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특히 일일 방송(daily show)을 진행하는 방송인들은 내일은 또 무슨 신박한 떡밥을 투척해야 먹고살 수 있을지 매일 같이 골머리를 앓기 마련.
그런 방송인들에게 있어, 매번 다양한 의미로 뜨거운 토픽을 만들어 내는 김시온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괜히 떡 하나 더 주고 싶은 선수가 아닐 수 없었다.
[Markeiff Morris] [@Keefmorris] [그러니까 이제부턴 시합 도중에 사람을 마구 집어 던져도 괜찮단 말이지? 기억해 두겠어. “메모.”] [Like 2450, Comment 558] [Sion Kim] [@SionKim11] [“메모” 이 지랄 LOL. 쫄보처럼 굴지 말고 직접 찾아오던가. 내가 어디 사는지 알잖아?] [Like 6813, Comment 1281]마커스 모리스의 쌍둥이 형제, 마키프 모리스의 트윗으로 시작된 신경전.
TNT의 Inside the NBA가 이런 대형 떡밥을 모른척하고 넘어갈 리 없었다.
“BAM! 펀치라인! 바로 이거거든!”
“우휴!”
어린애처럼 환호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오닐과 바클리.
상식인을 자처하는 어니와 케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게 농구지!”
“이게 농구라고요?”
케니의 태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제의 메치기 장면을 시연해 보이는 바클리.
“그러니까 여기서…… 이렇게 던졌던가?”
“아니지. 아래로 몸을 숙이면서, BAM! 멋진 파이어맨즈 캐리에 이은 바디슬램이었어.”
“바디슬램? 프로레슬링?”
“유도 아니었나요?”
“무슨 소리야? 다들 WWE 안 봤어? 이건 누가 봐도 AA잖아!”
“AA?”
“Attitude Adjustment!”
샤킬 오닐은 한때 프로레슬링 경기에 직접 출전까지 한 이력이 있는 선수.
딱!
오닐이 손가락을 튕기자, 화면에 우스꽝스러운 SD 버전의 김시온과 모리스가 나타났다.
허슬. 로열티. 리스펙트.
형광색 티셔츠와 주황색 야구모자를 쓰고선 비릿하게 웃는 김시온과, 김시온의 어깨에 얹혀 울먹이는 모리스.
모리스가 부축을 받으며 실려 나갈 때의 그 얼굴이었다.
쾅!
김시온이 모리스를 메치자,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버섯구름이 피어오른다.
1! 2! 3! 땡땡땡!
링 위에서 두 팔을 들며 챔피언 등극을 자축하는 SD 김시온.
그 어깨에는 오닐이 엄지를 척 세우고 있는 모습이 새겨진 챔피언 벨트가 얹혀 있었다.
“큭큭큭큭큭!”
“벨트에 본인 얼굴을 새겨 놓은 거예요? 진심?”
“나 이 영상 너무 마음에 들어. 따로 소장할 수는 없나?”
배꼽을 잡고 폭소하는 세 사람과, 치켜 올라간 입꼬리를 애써 감추는 어니 존슨.
“불량한 태도 고쳐 주기(Attitude Adjustment)라. 기술명에 어울리는 장면이었네요.”
“인과응보죠. 먼저 주먹질을 했으면 맞을 각오도 해야 합니다.”
“그럼. 당연하고말고.”
“펀치가 너무 어설퍼. 상체 힘만으로 주먹을 휘두르니까 매가리가 없지.”
“스웨이(sway)로 여유롭게 피하는 장면 좀 봐. 여기 주먹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거 보여? 이때 킴이 마음만 먹었으면 BAM! 그냥 한 방에 끝이었다고.”
“……이거 농구 채널 맞죠? 종합격투기 아니죠?”
“채널 고정해 주세요. 여러분은 지금 Inside the NBA를 시청하고 계십니다.”
패널들은 입을 모아 모리스가 꼴좋게 되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업계인들 사이에서도 모리스 형제의 평판은 최악을 달리고 있었던 것.
특히 모리스 형제는 뚜렷한 지지층이 없는 비미국인, 동유럽계 백인 선수들을 상대로 텃세를 부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업계에서 고립되기 쉬운 만만한 외국인들을 타깃으로 삼는 것.
“재밌는 건 뜬금없이 라바 볼이 이 논쟁에 끼어들었단 점입니다.”
“그 인간은 좀 닥치고 있으면 좋겠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 ……라는군요.”
그 말에 폭소를 터트리는 패널들.
“푸하하하! 그러면 뭐, 갑자기 마법처럼 론조가 신인왕이 되기라도 한답니까?”
“큭큭큭. 지금 신인왕 레이스에서 론조가 몇 등이지? 10등?”
“9등이네요. 1등은 킴이고, 그다음은 시몬스, 미첼, 테이텀, 쿠즈마, 마카넨, 콜린스, 앨런…… 그다음이 론조입니다.”
“재럿 앨런한테도 밀려요?”
“이러다가 All-루키 세컨드 팀도 위험한 거 아닌가?”
오랜만에 존재감을 발휘한 라바 볼.
하나 이는 의도치 않게 김시온을 도와준 꼴이 되었다.
두 사람의 개인적인 다툼이었던 이번 사태를 인종 대결 문제로 끌고 와 버린 것.
[Jeremy Lin] [@JLin7] [Hey, Not cool. 헛수작 말고 코트 위에서 벌어진 일은 코트 위에 남겨 두라고.] [Like 2512, Comment 538] [Jordan Clarkson] [@JordanClarksons] [뭐야. 싸움에서 지고선 엉엉 울면서 형한테 달려간 거야? 헤이 킴. 형제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해.] [Like 4481, Comment 1102]제레미 린과 조던 클락슨의 지원 사격.
여기에 싸움이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너키치.
훗날 선수협회장 자리까지 오를 정도로 인망이 넓은 맥컬럼.
오리건의 무서운 래퍼 형님들과 친목이 깊은 릴라드까지 김시온을 지원하자, 모리스 형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 그런데 걔들 래퍼 맞지? 속사포 랩 대신에 다른 걸 마구 쏴대는 건 아니지?
– 네. 아닙니다.
– 그래. 열심히 하자.
[Dillon Brooks] [@Dillonbrooks24] [LOL. 루키에게 처맞은 게 쪽팔리면 얌전히 닥치고 있어. 보기 민망하니까.] [Like 2481, Comment 315] [Jordan Bell] [@1jordanbell] [직접 몸으로 당해 본 입장에서 말하는 건데, 저 정도면 많이 봐준 거야. 러시안 삼보를 배웠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더라고.] [Like 1918, Comment 248]여기에 딜런 브룩스, 조던 벨, 크리스 부쉐, 타일러 도르시 등 대학 시절 지인들까지 속속들이 참전하는 상황.
김시온은 모리스 형제의 지레짐작처럼 고립되어 있지 않았다.
“그 문제는 됐으니 이제 경기 내용 분석으로 넘어가 보죠. 보스턴 셀틱스전에서 킴의 활약. 다들 어떻게 보셨습니까?”
어니 존슨의 질문에 케니 스미스가 대답했다.
“확실히 공수양면에서 한 꺼풀 벗었어요. 퇴장당하지만 않았으면 어쩌면 커리어 하이를 새로 경신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아니지. 3점 슛 10개를 성공시킨 42득점 경기가 있는데.”
“아. 그 경기가 있었죠? 그건 워낙 예외적인 경우였으니 넘어갑시다.”
태클을 거는 바클리.
케니 스미스는 김시온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말을 이어 갔다.
“분명한 건 이제 킴의 활약은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라는 점입니다. 공격에서는 릴라드, 맥컬럼에 이은 3옵션이지만, 인게임 영향력은 이미 맥컬럼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폴 조지, 지미 버틀러, 드레이먼드 그린, 클레이 탐슨, 러셀 웨스트브룩…… 이젠 정말로 그런 올스타급 선수들과 동률에 놓고 평가해야 하는 선수가 되었다는 소리지. 단순히 잘나가는 루키가 아니라.”
올스타급 선수.
오닐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이제는 평가의 기준을 루키가 아닌, 현역 선수의 잣대에 놓아야 한다는 것을.
“네. 특히나 수비적인 영향력은 정말…… 전 킴이 올해 All-디펜시브 팀에 드는 건 거의 확정이라고 봅니다.”
“확정요?”
“에이. 그건 좀 너무 갔지.”
“왜요? 물론 경쟁자들이 만만치 않지만, 킴의 활약이 그 선수들에 비해서 크게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힘들 걸요?”
“지금 프런트 코트에 디펜시브팀 후보가 누가 있었지?”
“고베어, AD, 호포드, 디그린, 야니스, 코빙턴 정도?”
All-NBA 팀과 All-디펜시브 팀은 전통적으로 가드 둘, 포워드 둘, 센터 하나로 구성된 5인 팀을 구성하지만.
지미 버틀러처럼 가드/포워드를 오가는 스윙맨이나 앤서니 데이비스처럼 포워드/센터를 오가는 빅맨들은 상대적으로 수상이 유리한 편이었다.
“루키 시즌에 All-디펜시브 팀에 선정된 건 팀 던컨이 마지막이었지?”
“팀 던컨, 데이비드 로빈슨, 마누트 볼, 카림 압둘 자바, 하킴 올라주원…… 첫 시즌에 All-디펜시브 세컨드 팀에 선정된 선수들이죠. 퍼스트 팀은 아예 전례가 없었고요. 이들은 전원 빅맨이었습니다. 포워드 포지션에선 아직까지 전례가 없어요.”
“그거 아십니까? 요즘 고교 선수들의 NBA mock draft에서 컴패리즌으로 킴이 자주 언급된다는 거.”
“아, 그래요?”
어니 존슨의 말에 패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신장 6-8, 윙스팬 7-0 언저리에 3&D형 포워드는 죄다 킴을 컴패리즌으로 꼽더군요.”
“그만큼 킴 같은 다재다능한 콤보 포워드가 각광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예시로는 누가 있습니까?”
“2018년 드래프티에는 미칼 브리지스와 케빈 녹스. 2019년 드래프티에는 RJ 배럿과 디안드레 헌터, 루이 하치무라 등이 거론되더군요. 전원 올스타급 공수겸장 포워드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입니다.”
“What? 누구?”
“하나도 모르겠는데.”
“그야 댁들이 고교 유망주 이름까지 외우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올해, 그리고 내년 드래프트에서 로터리에 지명되는 재능들.
그러나 오닐과 바클리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글쎄. 그게 말처럼 쉽게 되겠어?”
“나도 동의합니다. 저런 유형의 선수는 망하는 경우도 적지만, 킴처럼 대박이 터지는 경우는 훨씬 드물어요.”
“그렇지. 하이 플로어 로우 실링이라고 하던가?”
고개를 끄덕이는 바클리.
“그렇죠. 킴이 특별한 이유는 슛과 수비가 적당히 좋은 레벨이 아니라 대단히 뛰어나고. 보조 핸들링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못한 선수는 그저 범용한 포워드로 남고 말죠. 아마 저들 중에서 한두 명이라도 올스타급으로 성장하면 다행일 겁니다.”
하이 플로어, 로우 실링 유형이라는 평가.
실제로 김시온이 살다 온 세계선에서 다섯 명의 로터리픽 선수 중 올스타급으로 성장한 것은 미칼 브리지스뿐이었으니.
바클리의 예상은 제대로 적중한 셈이었다.
바클리의 호평에 어니 존슨이 장난스런 얼굴이 되어 물었다.
“찰스, 당신처럼 말이죠?”
“하긴 스몰포워드 시절의 찰스는 킴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네요. 그 시절엔 꽤 날렵했잖아요?”
“지금은 도저히 상상이 안 되지만 말입니다.”
“지금은 거의 굴러다니는 미트볼이지. 가로 길이와 세로 길이가 큰 차이가 없을걸?”
“뭐! 나도 소싯적엔 몸 좋았다고!”
다른 패널들의 말에 버럭한 바클리였지만.
단골 피자집에 전화를 걸면 메뉴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피자 5판을 배달해 왔다는 전설을 쓴 바클리였기에, 큰 설득력은 없었다.
* * *
내가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경기는 멤피스 그리즐리스전.
그리즐리스는 마이크 콘리의 부상을 계기로 노골적인 탱킹 노선을 밟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시즌 내내 무조건 패배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간 진지하게 폭동 날 걸.’
아무리 원정에선 탱킹을 하더라도, 홈에선 가급적이면 이기려고 노력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멤피스 그리즐리스에게 귀중한 원정 1승을 선사한 장본인이 되었다.
……그 친구들이 승리를 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우우우!”
“홈에서 경기력이 이게 뭐냐!”
“X발. 멤피스한테까지 지면 어쩌자는 거야! 똑바로 안 해!”
천둥 같은 야유가 쏟아지는 모다 센터.
블레이저스 선수들은 무거운 얼굴이 되어 홈 관중들의 야유를 받아 냈다.
[멤피스 그리즐리스, 81대 78로 귀중한 원정 1승을 챙겨 갑니다.] [놀라울 정도로 느린 페이스의 경기였습니다. 솔직히 현대 농구에서 80득점 페이스의 경기는 어지간하면 나오지 않거든요.] [예. 보통은 수비력이 좋은 팀이 격돌할 때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만…… 오늘은 두 팀 모두 공격 과정에서 답답한 모습을 여럿 노출했습니다.]오늘의 최대 수혜자는 31분을 출전해 18득점을 올린 딜런 브룩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브룩스에게 다가갔다.
“딜런.”
“킴.”
“졌네요. 이런 걸 승리당했다고 하던가요?”
“시끄러워, 그러니까 왜 사람을 쥐어 패서 출장 정지를 받아?”
“큭큭큭.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시합은 경기 흐름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최하위권 팀인 그리즐리스를 상대로 경기력에서 압도당했을 정도로.
‘뭐…… 체력 문제가 극심했으니 어쩔 수 없지.’
주전 라인업의 피로가 누적된 상황.
감독님은 고심 끝에 아미누, 매튜스, 너키치를 전원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두었고.
덕분에 서드 라인업인 팻 코너튼, 토니 앨런, 크리스 부쉐가 오랜만에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지구 반대편에서 생방송을 시청한 한국의 농구 팬들은 불만이 폭발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 와 경기력 존나 암 걸린다;;;
└ 이걸 보고 암세포가 암 걸려 죽었습니다
└ ㄹㅇ ㅋㅋㅋ 어떻게 김시온 하나 빠졌다고 이렇게까지 무너지나?
└ 너키치, 아미누, 매튜스도 빠졌는데?
└ 닥쳐 (소곤)
–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 갈 선수가 맥컬럼밖에 없는 게 큼. 그나마 데릭 로즈가 사람 노릇 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답도 없었을걸?
└ 그런데 이것도 시즌 초 로스터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거잖아.
└ 그때는 ㄹㅇ 중위권 뎁스였음
– 님들 제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들려 드림?
└ ?
└ 올해 초 블레이저스의 주전 3번인 모 하클리스의 연봉은 11mil, 백업인 에반 터너 연봉은 17mil이었음 ㄷㄷ
└ ㄷㄷㄷ;;
└ 둘이 합치면 1듀란트 ㄷㄷㄷ
└ 블서운이야기 씹 ㅋㅋㅋㅋㅋㅋㅋ
└ 17mil 받는 놈이 백업이란 점이 존나 소름돋네 ㅋㅋㅋㅋ
그러나 우울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즐리스전이 끝나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들려온 낭보.
“헤이. 기다렸어?”
덜컹!
라커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익숙한 얼굴에, 동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데임!”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다, 이 자식아!”
“컨디션은 좀 괜찮아요?”
하얀 티셔츠에 호피무늬 재킷을 입은 선수가 쑥스럽다는 듯 손을 흔든다.
블레이저스의 에이스.
데미안 릴라드의 복귀가 근접했다는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