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78
웰컴 투 NBA 78화
#078. 파워 강화
일주일간 진행된 NBA 시즌을 분석하는 ESPN의 프로그램.
풍성한 곱슬머리가 매력적인 여성 해설자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자료 화면을 가리켰다.
“NBA 1주차가 마무리된 지금, 30개 구단의 순위를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4개의 팀이 3승 0패를 기록하며 공동 1위를 달리고 있군요.”
휴스턴 로키츠 3승 0패
샌안토니오 스퍼스 3승 0패
올랜도 매직 3승 0패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3승 0패
“휴스턴 로키츠가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워리어스를 꺾고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에이스인 제임스 하든은 3경기 평균 27.7득점 4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서부 컨퍼런스 이 주의 선수 (Player of the week) 어워드를 수상했죠.”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에이스인 카와이 레너드 없이도 3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라고 해야 할까요? 역시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걱정은 샌안토니오 스퍼스 걱정 같네요.”
“모두가 리빌딩 팀이라고 여기던 올랜도 매직의 기세도 무섭습니다. 마이애미 히트, 브루클린 네츠를 연달아 잡아내더니, 원정 경기에서는 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21점 차로 잡아냈죠. 생각지도 못한 팀이 시즌 초반 복병으로 거듭난 모양새입니다.”
상위권 팀의 성적을 하나씩 짚어 가는 여성 해설자.
선수 출신의 패널이 이야기를 건네받았다.
“블레이저스는 백투백 원정 3연전에서 전승을 거두는 귀중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나 최근 경이로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진격을 멈춰 세운 것이 인상적이었죠.”
“네. 야니스는 최근 3경기 평균 35.0득점 5어시스트 9.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동부 컨퍼런스 Player of the week을 수상했는데요. 이는 밀워키 벅스의 프랜차이즈 역사상 시즌 첫 3경기에서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한 것입니다.”
“현재 야니스는 리그에서 평균 득점 1위, 야투율 7위를 기록하고 있군요. 경이로운 활약이지만, 팀이 1승 2패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김시온의 세계선에서 야니스는 22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전에서 44득점(FG 17/23. 73.9%)을 기록하며 본인의 커리어 하이를 새롭게 경신하게 되지만.
이는 새로운 세계선에서는 벌어지지 않은 일이었다.
“그 외에는 토론토 랩터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등의 팀이 2승 1패로 2위 구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보스턴 셀틱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1승 2패로 고전하고 있군요?”
“오프닝나이트에는 강팀끼리 맞붙으니, 어느 한 쪽은 반드시 하위권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죠. 뭐, 어차피 시즌이 진행되면 순위는 금방 정상화될 겁니다.”
순위의 정상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팀에겐 굉장히 무례한 표현이었으나, 그 이야기에 반박하는 패널은 아무도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매직과 블레이저스가 시즌 종료까지 2, 3위를 사수할 가능성이 없다는 전제에 이견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루키들의 활약에 주목해 보죠.”
진행자가 손짓하자 두 선수의 모습이 화면에 떠올랐다.
블레이저스의 레드&화이트 원정 유니폼을 입고 주먹을 휘두르는 김시온과.
76ers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벤 시몬스.
붉은색과 푸른색.
열정과 냉정의 대비가 두 선수의 개성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었다.
“이번 주에는 두 명의 루키가 NBA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먼저 필라델피아 76ers의 벤 시몬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전에서 21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불과 4경기만에 트리플 더블을 달성. 역대 최단 기간 트리플 더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는 원조 Mr. 트리플 더블, ‘빅 O‘오스카 로버트슨이 세운 기록과 동률입니다.”
“와우. 대단하군요.”
곧이어 재생되는 벤 시몬스의 하이라이트 영상.
센터의 사이즈로 포인트가드처럼 움직이며, 다섯 포지션 모두를 수비할 수 있는 장신 핸들러.
‘신인류’ 벤 시몬스의 등장은 NBA에 새로운 충격을 주고 있었다.
“신기록을 세운 두 번째 선수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19세 포워드, 시온 킴입니다. 23득점, 20득점, 21득점. 이로써 시온 킴은 3경기 연속으로 20+득점을 기록한 역사상 최초의 10대 선수가 되었습니다.”
“고작 19살짜리 kid가 말이죠. 하하. 대단하네요. 난 루키 시즌에 20득점을 기록한 게 손에 꼽힐 정도였는데 말입니다.”
“그 정도면 선방한 거지. 난 저 나이에 대학교에서 벤치에 앉아 있었어요.”
패널들이 일제히 감탄사를 터트렸다.
기록의 달성 난이도는 트리플 더블 쪽이 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벤 시몬스는 부상으로 루키 시즌을 재수한 1996년생 선수인 반면, 김시온은 이제 막 데뷔한 파릇파릇한 19세의 신인.
‘역대 최연소’라는 타이틀은 ‘데뷔 후 최단 기간’이란 애매모호한 조건보다는 직관적으로 피부에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이 친구의 정말 놀라운 점은 꾸준함과 극강의 효율성이에요. 벤 시몬스의 4경기 야투도 7/14, 4/11, 7/16, 8/11로 굉장한 효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시온 킴은 8/15, 7/11, 7/13으로 3경기 연속 50% 이상의 야투율을 기록했습니다.”
“엄청나네요. 보통 스윙맨은 야투율이 45%만 넘어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죠. 특히나 킴처럼 3점 슛 비중이 높은 선수가 50% 이상의 야투율을 기록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뒤이어 김시온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펼쳐졌다.
피닉스 선즈전에서 조쉬 잭슨을 1대1로 압살하는 모습.
인디애나 페이서스전에서 빅터 올라디포가 시도한 레이업을 블락하는 모습.
밀워키 벅스전에서 야니스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까지.
“놀라운 것은 이것이 야니스를 경기 내내 전담 마크하면서 세운 기록이라는 점입니다.”
“야니스만이 아니죠. 킴은 매 경기 상대의 주요 득점원을 마크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에이스 스토퍼 역할을 수행할 선수가 아예 없었던 블레이저스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킴의 공격력보다 수비력이 더 소중할지도 모릅니다.”
“현재까진 벤 시몬스와 시온 킴. 두 선수가 신인왕 레이스에서 한 발짝 앞서고 있는 모양새로군요. 두 선수 중에선 누가 더 나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진행자의 질문에 의견을 내놓는 패널들.
전체적인 중론은 아무래도 1차 스탯이 유의미하게 앞서는 벤 시몬스 쪽으로 향하는 모양새였다.
“아무래도 시몬스겠죠. 만년 최하위권 팀이었던 76ers가 드디어 농구다운 농구를 하고 있잖습니까? 이건 메인 핸들러인 시몬스의 영향이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동의합니다. 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시몬스와 릴라드, 맥컬럼이 제공하는 그래비티의 수혜를 받고 있는 킴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힘들겠죠.”
득점 외의 모든 1차 스탯에서 시몬스가 앞서는 상황.
심지어 김시온의 강점인 수비력과 효율성에서도 시몬스가 딱히 크게 뒤쳐진다고 할 수 없으니,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개중에는 김시온의 편을 드는 패널도 소수지만 분명 존재했다.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죠.”
“어떤 점이 말씀이시죠?”
“지금 두 팀의 실질적인 순위를 한번 보시죠. 3승 0패와 1승 3패. 물론 최하위 팀인 식서스가 1승이라도 거둔 것에는 분명 시몬스의 공이 큽니다만, 블레이저스가 원정 3연승을 거둔 것에 킴의 공로가 적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 팀 내에서의 입지 차이가…….”
“두 팀의 로스터 차이를 생각해야죠. 하위권 팀의 1옵션과 3승 0패 팀의 3옵션은…….”
평론가들이 김시온의 편을 드는 것이 진정으로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방송의 재미를 위해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것인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두 선수가 계속해서 동일 선상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최연소라는 타이틀의 임팩트가 더해져, 대중의 인식 속에서 김시온이란 선수의 위치가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하나까지 격상되었다는 점이었다.
신인왕 경쟁을 레이스에 비유한다면, 우선 첫 스퍼트만큼은 훌륭하게 끊은 상황.
“킴과 시몬스만 있는 게 아니죠. 여기에 론조 볼, 마켈 펄츠, 제이슨 테이텀, 카일 쿠즈마, 도노반 미첼, 라우리 마카넨 등등, 다른 선수들도 언제든지 기회만 오면 치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으니…… 이렇게 재능이 두터운 드래프트는 어쩌면 2003년 이후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2017-18 신인왕 레이스.
82경기의 오랜 여정이 끝났을 때, 과연 어떤 선수가 웃게 될지는 아직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 *
밀워키 벅스전이 끝나고.
오리건로 복귀한 선수단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꿀 같은 휴식을 보냈다.
“홈 스위트 홈이네. 진짜.”
“우웅. 그러게.”
소파에 함께 드러누운 신디가 가슴팍에 얼굴을 비벼왔다.
시즌 개막부터 장기 원정을 떠난 것의 반동인지, 신디는 내가 돌아온 뒤로 눈에 띄게 응석을 부리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더 훈련 없어?”
“응. 회복 훈련 위주니까, 집에서 쉬다가 오후에만 잠깐 다시 나가면 돼.”
다음 경기인 뉴올리언스전까지는 이틀의 휴식 기간이 있으니까.
지금은 잠깐의 망중한을 즐기면 된다.
“대낮부터 이렇게 멍하니 누워 있으니까 좋다.”
“그러게. 잠이 솔솔 오네.”
“진짜? 나랑 같이 있는데 잠이 온다고?”
입을 삐죽이며 품속으로 파고드는 신디.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머리맡에서 은은한 장미 향기가 전해져 왔다.
쓰읍.
대낮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근데 자기야.”
“응?”
“피지컬 트레이너가 가급적이면 오늘 하루는 격한 운동을 삼가라던데.”
“그래?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네.”
“응?”
요망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날름거리는 신디.
부스럭! 소파에 드러누운 채로 자세를 바꾸더니, 내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걱정 마. 격한 운동은 나만 하면 되니까.”
“……아하.”
그렇다면야 뭐.
감사합니다, 땡큐?
* * *
“그래서. 파워를 더 붙이고 싶다고?”
이튿날, 나는 회복 훈련을 진행하며 마르티네스 피지컬 트레이너와 조나단 임 코치과 상담을 가졌다.
“예. 지금 이대로는 한계가 있어요. 민첩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어디까지 증량할 수 있을지, 장기적인 플랜을 짜 주셨으면 합니다.”
“증량을 하는 건 좋은데, 식단은 우리가 짜 준 메뉴대로 제대로 먹고 있는 거야? 어째 안색이 좀 핼쑥해 보이는데…….”
“아하하. 그게…….”
“역시 야니스를 상대하는 게 그만큼 힘들었던 거지? 고생 많았어.”
“예? 예에, 뭐 그렇죠.”
……어떤 의미로는 야니스보다 무서운 강적도 한 명 있었지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리그 최고의 파워포워드, 야니스 아데토쿤보와의 대결은 내게 여러 고민거리를 안겼다.
언론에서는 일개 루키가 야니스를 그 정도 선에서 제어했으면 대단히 선전한 것이라고 평가했으나.
‘그게 말이 되나? 경기 내내 휘둘리기만 했는데?’
챔피언에게 1라운드에 KO 당했어야 할 젊은 선수가 12라운드까지 버텼다고 칭찬을 받은 꼴이다.
평범한 루키라면 그 정도만 해도 선전한 셈이겠지만…….
‘난 평범한 19살 신인이 아니니까.’
이 정도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수비에서 내 최대 장점은 여러 포지션을 마크할 수 있는 범용성이지만. 굳이 따지면 퍼리미터 수비에 조금 더 자신이 있는 편.
운동능력과 사이즈를 겸비한 괴물들을 상대로는 체급에서 밀려 고전하는 경향이 짙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조나단 코치가 말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린 네가 메인 핸들러를 마크할 일은 가급적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예. 저도 그 점엔 동의해요.”
조나단 코치의 말대로.
내 체격에 민첩한 가드를 전담 마크하는 건 스스로 미스매치를 자처하는 꼴이었다.
‘선수 수명을 대폭 깎아 먹는 짓이지.’
한때 데릭 로즈를 락다운했다는 전설이 있는 그 르브론 제임스조차 실제로 데릭 로즈를 전담마크한 건 4쿼터 클러치 상황 한정이었고, 시합 내내 따라다니진 않았다.
전성기 르브론의 운동능력이라면 불가능한 일까진 아니겠지만…….
아무리 르브론의 신체가 금강불괴라도 시즌 내내 그런 짓을 했다가는 무릎이 남아나질 않을걸?
‘나야 부상 문제에선 자유롭다고 치더라도, 나보다 작고 재빠른 가드를 상대하는 건 체력을 어마어마하게 소모하니까.’
나도 본질적으로 퍼리미터 디펜더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 팀에는 상대의 핸들러를 견제할 A급 앞선 수비수가 한 명 더 필요했다.
토니 앨런은 나이 때문에 기동력이 많이 줄었고, 팻 코너튼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하는 타입이지 대인 수비력이 대단한 건 아니니까.
“다행인 건 네가 아직 벌크업을 할 여지가 꽤 남았다는 거지. 요즘은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 신체 프레임의 증량 한계를 계산하는 기법이 크게 발전했거든. 우린 네가 민첩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대략 240파운드(109kg)에서 245파운드(111kg)까지 증량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고 있어.”
240파운드.
그러면 대략 애런 고든, 제프 그린, 벌크업한 뒤의 루이 하치무라 정도가 된다.
물론 신장과 달리 체중은 워낙 시즌 도중에도 변동이 잦은 항목이라, 프로필에 적힌 체중은 크게 신뢰하기 어렵지만.
‘앞으로는 스몰볼 센터가 대세가 되니까. 시대의 흐름에도 부합하지.’
하지만 나처럼 긴 출전 시간을 소화하는 루키가 정규시즌을 치르는 도중에 그만큼 증량하기란 ‘특별한 도움’ 없이는 굉장히 어려운 일.
이번 시즌은 팀 구성상 내가 앞선 수비에 가담할 일이 많기 때문에, 무리한 증량은 자칫하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었다.
“본격적인 증량은 다음 오프시즌을 노리고, 지금은 체중을 유지하는 선에서 체지방을 낮추고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 보자고.”
“좋습니다. 그럼 잘 부탁해요.”
파워 강화.
내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