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secret past and present RAW novel - Chapter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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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먹지…. 배 안고파?”
내가 식탁에 마주앉아서 밥을 먹는 아내를 보면서 말했다.
“그냥요…. 같이 먹고 싶어서….”
아내가 멋적은 듯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한 끼라도 더 같이 마주 앉아서 밥을 먹자….
어차피 이제 같이 밥상을 마주할 날도 얼마 안 남았다.
혼자서 속으로 생각하면서 밥을 먹었다.
아내는 밥을 먹으면서 계속 청약 경쟁률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정말로 속이 상한지…. 자꾸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나는 그냥 건성으로 희망을 가지라는 말만 했다.
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오늘 저녁 에 밥을 먹고 작성할 긴급한 서류들과 내일 오전에 방문할 이과장의 거래처들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나는 밥을 먹고 노트북을 펴고 내일 오전에 필요한 서류들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나랑 뭔가 대화를 하고 싶어서 계속 주위를 맴도는 것 같더니….
커피를 타서 내가 일하는 책상 옆에 놓고 방문을 닫아 줬다.
서류 작업을 새벽 한 시까지 하다가 안방 침대로 가서 잠이 들었다.
아내는 이미 세상 모르게 잠이 들어 있었다.
아내가 옆으로 이불을 끼고 자는데 아내의 원피스가 들어 올려져서 허벅지가 보였는데, 허벅지 안 쪽에 멍이 든 것 같은 자국이 있었다.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쌍팔년도 중고등학생도 아니고…. 맨날 어딜가서 저렇게 쳐 맞은 것 같은 자국을 하고 들어오는지,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시도 때도 없이 학교에서 엉덩이와 허벅지를 두들겨패서 항상 엉덩이와 허벅지에 피멍이 들어있었지만, 요새는 학교에서도 애들을 안 때리는데, 도대체 누가 허벅지에 멍이 들어서….
그 것도 허벅지 안 쪽에 멍이 들어서 집에 들어온단 말인가….
학교 다닐 때는 정말 어이 없는 일로도 참 많이 맞았다.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 몇 몇 이 도시락을까먹서어 수업 시간에 반찬 냄새가 난다고 우리반 학생 전부가 수업 시간 내내 허벅지를 두들겨 맞은 적도 있었다.
참….
세월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멍든 허벅지를 보다가 순간 학창시절 생각을 하면서 생각이 딴데로 흘러 버렸다.
아내가 맞은 게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맞아도 지가 스스로 맞는 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신경쓰기도 정말 싫었다.
너무 피곤했는지, 눈감기가 무섭게 잠이 들어버린 것 같았다.
다음날 오전이 되었다.
아침도 안 먹이고 일곱 시에 집을 나섰다.
아내가 계란후라이라도 급하게 해준다고 했지만, 그냥 나가서 먹는 다고 집을 나섰다.
사무실에 가서 밤에 작성한 서류들을 프린트하고 회사에 있는 관련 서류도 같이 챙겨서 일찌감치 거래처들을 돌았다.
너무 늦게 수습에 나선 것일까…. 실적이 없었다.
2월이 거의 다 지나버렸는데, 이과장의 책임이 아니었다.
연대책임이다….
우리 팀 전체의 책임인데….
팀장님이 걱정이 되었다.
엄청 깨질 텐데…. 한숨부터 나왔다.
점심 시간이 될 무렵까지 정신 없이 거래처를 돌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월요일 날 이과장 대신에 방문했던 가장 큰 거래처 중의 한 곳이었다.
어제도 추가 서류를 한보따리 더 넣었던 곳이지만, 너무 큰 계약이라서 솔직히 이번 달은 포기하고 있던 곳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네. 남호군입니다.”
“어이 남대리.. 납니다.”
“네. 부장님. 전화 감사합니다.”
“남대리님 내가 아직 용건도 말 안 했는데 뭐가 감사해요?”
“아. 아니요.
부장님 목소리만 들어도 감사하죠…. 그냥 감사 드립니다.”
“남대리.. 고생이 많네…. 당신네 같은 사람들 처음봐요…. 내가 여러 군데 거래하지만 같은 회사내에서도 다들 쌍심지를 켜고 서로 견제하던데….
남대리 쪽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이번에 남대리가 재빠르게 대응해준거 나나 우리 사장님이나 모두
감명 받았습니다.
남대리 바쁠 텐데….
내가 용건만 말할게요….
내일 오전까지 계약서 가지고 들어와요. 계약합시다.
그런데….
한세트만 하는 게….
아니라,
두세트 합시다.
대신에 네고는 기존 제안 보다 조금 높여서…. 오케이?”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무 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라서…. 하나도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제일 큰 건수를…. 그 것도 두세트면…. 우리 팀 전체가 한달 올린 실적 금액의 두 배가 넘는 액수이다….
워낙 대형 설비 설치건이라서….
가격이 엄청날 텐데….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부…. 부장님.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한테 감사할께 뭐가 있어요. 우리 사장님한테 감사해야지 우리 사장님이 남대리가 월요일 그리고 어제 이틀 연 속에 걸쳐서 서류를 너무 세세하게 열정적으로 잘 해와서 감동 먹으셨나봐….
불경기일 때 투자해야한다고…. 가격 조건 좋을 때 두세트 설치하신데….”
“부장님.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에이….
남대리 감사의 말씀을 말로 하나….
술한잔 해야지….”
“부장님. 제가 정말 제일 좋은 데서 풀코스로 모실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요. 하여간 내일 오전까지 계약서 가지고 들어오고…. 남대리랑 우리
달려본지 정말 오래되었네…. 3월달에 우리 날잡아서 한번 풀코스로 달려봅시다.”
“네. 부장님. 정말 멋지게 모실게요….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이었다.
정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영업을 할 때면…. 이런 순간이…. 제일 행복했다.
노력에 비해서 더 큰 수확이 뻥하고 터질 때 말이다….
이런 대형 계약건수면 회사에서 아무리 큰 비용의 접대를 하고 술을 마셔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게 먹고 오면 팀장한테 혼이 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팀장에게 전화를 해서 보고를 했다.
팀장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커졌다.
팀장은 수고했다고…. 몇 번을 반복을 해서 이야기를 했다.
일단 전화를 끊으라고…. 구두로라도 사장님한테 얼른 보고해야겠다고….
신이나서 이야기를 했다.
평소의 팀장같으면 일단 계약서에 도장 콱 찍기 전에는 절대로 위에 보고 잘 안 하는 신중한 스타일인데….
팀장도 어지간히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이었다.
팀장과 전화를 끊고 정말로 길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가져갈 계약서류는 이미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였다.
계약이 되던 안 되던….
계약서류는 기본으로 미리다 완벽하게 준비 해놓는 다.
항상 계약이 된다는 자세로 미리 해놓으면 계약이 더 잘되는 것 같아서 항상 미리 준비하는 징크스가 있었다.
내일 오전까지는 마음이 좀 편할 것 같았다.
오전에 남은 거래처 한 곳을 편한 마음으로 방문을 해서 일을 보았다.
오랜만에 편하게 점심을 먹고 싶었다.
혼자먹는 점심이지만, 조금은 느긋하게 밥을 먹고 싶었다.
어디서 밥을 먹을까 하고 차를 몰고 가고 있었는데, 조금만 더 가면…. 아내가 일하는 회사 근처라는 게 불현 듯 떠 올랐다.
아내가 새로 옮겼다는 그 회사….
그 때 아침에 내가 한 번 미행을 했지만, 빌딩 주차장으로 들어가서 그 이상은 알지 못했던 그 빌딩이….
지금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있는 곳이었다.
차를 몰아서 그 빌딩 앞을 지나갔다.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었다.
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곳에서 아내를 만날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게 너무 웃긴 생각인 것 같았다.
하지만, 아내의 생각을 하다 보니…. 아내의 일본 출장 영상 중에 심 사장이 중요하다고 나중에 보라고 했던 영상을 아직도 확인 안 한 것이 떠올랐다.
그걸….
본다고 본다고 했던게, 요 며칠 동안 긴급사태를 해결하느라고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아내의 회사 빌딩 앞을 지나가 다 보니, 그 생각이 났다.
일단 밥을 먼저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기사식당에 갔다.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수제 왕돈까스를 하나 시켜서 편안 하게 식사를 했다.
소스까지 남기지 않고 싹 비운 후에 자판기 커피까지 하나 뽑아서 마셨다.
식당에는 부지런히 식사를 하러들어오는 기사들과 일반 사람들이 섞여서 밥을 먹고 나가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다들 분주한 모습들이었다.
여자의 모습이 거의 없었다.
거의 다가 남자들이었다.
저 수많은 남자들 중에 나 같은 아내의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지만, 아내문제로 나처럼 복잡하게 속을 썩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회사의 복잡했던 문제가 어느 정도 풀리자…. 다시 모든 신경이 내 문제로 집중되는 것 같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차라리 회사 일로 바쁠 때가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 생각만 하면 답답했다.
이과장 부인에 대해서도 심 사장과 할 말이 있지만, 일단 이 영상을 먼저 본 후에 심 사장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심 사장이 각자 이 영상을 보자고 했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상이 길기 때문이 그런 것도 있고…. 단순 대화로만 이루어진 영상이라면….
대화를 하나 하나 들으려면 빨리 돌려서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았다.
차를 천천히 몰아서 나만의 아지트로 향했다.
오후 시간은 순전히 나 혼자만의 방해 받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 영상을 다 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다.
아지트에 도착해서 차를 세웠다.
생수 한 모금을 마시고…. 노트북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