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n and Torn Newbie RAW novel - Chapter 785
772화 색정광(色情光) (5)
“제가 한번 솔거 씨를 고쳐 보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모르자니우스는 회의감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난 수십 년간 아무도 고치지 못했던 솔거 삼촌이야. 이 광증은 악마에게 홀려서 생겨난 것으로 사람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을 것이네.]“그래도 혹시 모르잖아요.”
계속된 내 말에 모르자니우스는 고심하는 기색이다.
하지만 지금의 내 피부색은 절대백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완벽한 흰색, 그 때문에 호감도가 MAX상태였던 모르자니우스는 일단 내 말을 믿어 주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겠네.]그는 나를 첨탑 꼭대기에 남겨두고는 혀를 끌끌 차며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가능한 검은색을 밟지 않도록 흰 신발코로 바닥을 총총 딛으며.
“무슨, 어렸을 때 횡단보도 흰 금만 밟는 것 같네.”
초등학교 다닐 적에는 혼자서 그런 상상 많이 했다.
검은 부분을 밟으면 죽는 거고 흰 부분을 밟아야 살 수 있다며 총총걸음을 하다가 검은 부분을 밟으면 숨을 참으며 이번 한번은 연습이라고 넘어가던 그 시절.
모르자니우스가 깨금발로 회랑을 총총 뛰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자, 그럼 어디 볼까.”
나는 그동안 솔거의 기행을 옆에서 쭉 지켜보았다.
솔거.
그는 흰 도화지를 한 장 집어다가 온통 검은색으로 칠한다.
종이의 한쪽 모서리부터 시작해서 대각선 방향의 모서리까지, 한 부분도 빠짐없이 검은색으로 꼼꼼하게.
분명 NPC 이름 앞에는 ‘화가’라는 직업이 붙어 있었지만 그의 기행은 화가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하다.
그림을 그릴 생각도 없이, 그저 종이를 단일한 색으로 꽉 채우는 것이 어떻게 그림이 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뭐, 그래도 일단 도와드릴게요.”
이런 류의 기인과 친해지는 데에는 일단 단순 반복 작업을 함께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나는 붓을 들고 빨간색 물감을 듬뿍 찍었다.
그리고 흰 도화지 한 장을 집어 들고 칠하려는 순간…….
[지금 뭐 하는 거야!]솔거가 갑자기 붓을 내려놓고는 섬뜩한 눈빛을 뿜어냈다.
“히익!”
[헤엑!]
[호앵!]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나도, 내 어깨 위의 쥬딜로페와 오즈마저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탁!
솔거는 내 손에서 붓을 빼앗았다.
그리고 사나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는 빨간색 물감을 파레트에 개어 다시 도화지를 칠한다.
나는 혼자 곰곰이 생각했다.
‘……그 색이 아니다?’
보통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에 누군가가 손을 댔을 때 이렇게 말하나?
아니다. 아마 ‘손 떼’, ‘꺼져’, ‘어딜 만져’ 등등의 다른 욕지거리를 내뱉겠지.
하지만 솔거의 대사는 뭔가 미묘하다.
‘그 색이 아니다’라는 것은 ‘맞는 색은 괜찮다’라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옆에서 솔거가 빨갛게 칠하고 있는 도화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고인물 특유의 룩겜 감각이 빛을 발한다.
‘흐음. 저 붉은색 색상은 아무래도…….’
나는 약간이나마 감이 잡히는 것을 느꼈다.
솔거 몰래 슬쩍 옆으로 빠진 나는 흰 도화지를 새로 한 장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깊은 심호흡을 한 뒤 솔거가 지금 쓰고 있는 붉은 물감을 집어 들었다.
붉은색 물감에 아주 약간의 흰 물감, 극미량의 백색을 한 방울 떨궈 섞는다.
그리고 자홍색 물감과 주황색 물감 역시도 한 방울씩 떨어트려 섞었다.
그러자.
-띠링!
이 물감으로 칠한 도화지는 솔거가 만들어 낸 것과 똑같은 아이템으로 변했다.
– / 재료 / S
미친 노인 솔거가 평생에 걸쳐 색칠한 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