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10
“야!”
나는 반가움과 당황스러움을 섞어 소리쳤다. 사무실의 팀원들이 무슨 일인고,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도 그럴 것이,
“먹튀를 해?”
선수금까지 넣어 주며 조아영 휴대폰 복구와 뒷조사를 부탁했는데, 이제야 연락이 오다니. 나는 팀원들의 눈치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호운이는 특유의 웃음 섞인 목소리로 대꾸한다.
-먹튀라니요. 사장님 말씀 서운하게 하시네. 그리고 나 문자 보냈다니까요? 전화번호 바뀌었다고. 답장 없던 건 사장님이었잖아요.
“어쭈. 능청까지 떨고. 너 딱 기다려.”
해가 따스하니 바람도 솔솔 부는 옥상. 점심시간이 막 지나서 그런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호운이와 통화를 이어 갔다.
“휴대폰 그거 중요한 거란 말이다. 어떻게, 잘 됐어? 아니, 그보다 왜 연락이 안 됐던 거야?”
나는 뒤죽박죽, 생각나는 대로 호운이에게 질문했다. 아이는 잠깐 숨을 고른다. 마치 한숨을 삼키는 것처럼.
-죄송해요. 이것저것 일이 좀 있었거든요. 그나저나 보내 준 휴대폰 삭제 기록 복구해서 뽑았는데 뭐 특별한 건 없던데요?
조아영과 류 마담의 대화 내용. 보이는 게 다라는 뜻이다. 어디서 누구와 만나라는 주선 내용과 돈에 관해 간단한 언질을 나누던 문자들. 나는 옥상 한편에 놓인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를 뽑았다.
덜컹-
“그래? 다른 건?”
-류세아라고 했죠. 그 마담이라는 여자. 인터넷을 아예 안 하나 싶을 정도로 깨끗해요. 강치중이라는 남자는···. 필리핀 쪽에서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 같고.
“사업? 무슨 사업?”
-골프 사업하는 것 같던데요. 동남아 필리핀이랑 말레이시아에 부지를 갖고 있어요. 얼마 전에 유명 호텔에 매각했다는 기사가 떴더라고요. 그거 추가로 말씀드리려고 전화한 거예요.
필리핀. 정보과에서 조회했을 때 중국을 넘어 필리핀에서 마지막 위치가 확인되었다고 했지. 사업상 밖으로 나간 것인가? 류 마담과 함께? 범죄자 새끼가 자꾸 어디로 나도는 건지 원.
“그나저나 넌 왜, 아니 휴대폰을 바꿨다고?”
-이런저런 일이 좀 있었거든요.
호운이는 대충 둘러대듯 대꾸했다. 뭔가 가벼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음료수를 꿀떡꿀떡 마시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말해 봐. 안 하면 혼난다.”
-···엄마가 좀 아팠어요.
어렵사리 꺼내는 말. 나는 의아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분명 호운이의 어머니가 건강하신 편은 아니었다. 애가 성인 되자마자 쓰러지셔서 일어나지 못했으니.
“내가 병원 미리 가라고 했잖아.”
그래서 누누이 건강 검진받으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내 말에 호운이가 변명하듯 말했다.
-그러게요. 그때 손 붙잡고 갔어야 했나 봐요. 갑자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지금은 좀 괜찮으시고? 왜 쓰러지신 거래?”
-요즘 직장 일이 좀 힘든지 스트레스를 받긴 했는데···. 같이 장 보고 들어가는 길에 쓰러져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같이 넘어지면서 폰도 박살 나고.
“너는? 안 다쳤어?”
-그냥 좀 타박상 정도죠. 엄마 누워 있다가 얼마 전에 겨우 퇴원했어요. 간호한다고 학교도 제대로 못 갔지 뭐예요.
나는 다 먹은 캔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호운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얼마 안 남은 시간. 분명 전생에서는 돌아가셨지만, 지금껏 내가 바꿔 온 것처럼 그것 또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호운아. 다른 말 다 넣어 두고, 고광병원으로 옮겨라. 내가 자리 마련해 둘 테니까 최대한 빨리.”
-고광병원으로요?
“내가 알면서도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 사람 보낼 테니까 그렇게 하자. 병원비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호운이는 잠자코 내 말을 듣더니, 대답하지 않는다. 뭐가 미안한지, 뭐를 알고도 안일했다는 모르겠다는 뉘앙스다.
-엄마한테 말해 놓을게요.
“사람 보낼 테니까 건강에만 유념하시라고 해.”
-근데 일하는 데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아. 잘 모르겠다. 일단 알겠어요. 휴대폰 복구 기록은 사람 오면 그편으로 보내 드릴까요?
“음···.”
일하는 데 문제가 있다 했지? 게다가 어머니의 건강 상태는 전생보다 훨씬 빠르게 안 좋아지고 있었다. 뭔가 원인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
“됐어. 병원 들어가면 내가 한번 뵈러 갈게. 남한테 맡길 물건도 아니고, 그때 직접 받으마.”
-네? 사장님이요?
직접 만나서 무슨 일인지 봐야 할 것 같다. 뜻밖의 말에 호운이가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에게 있어서 나는 의뢰인일 뿐이었으니까.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만 해도 이해가 잘 안 될 것이다.
“거래처 어머님이 우리 병원 오는데 인사 정도는 해야지.”
나는 대충 둘러대며 우스갯소리로 넘겼다. 호운이는 일단 알겠노라, 고맙다며 인사를 남긴 후 전화를 끊었다.
“후우.”
옥상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수안의 전경. 출입국 사범 신고를 넣어 놨으니 입국하는 즉시 연락이 오겠지. 강치중이 골프장 부지를 팔았다고 하는 걸 보니, 필리핀에 간 목적은 달성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곧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때가 오고 있는 기분.
드르륵-
나는 김 실장님에게 문자를 보내며 사무실로 내려왔다. 익숙한 뒷모습. 문 열리는 소리에 이사라 프로가 뒤를 돌아본다.
“어디 갔나 싶었네요.”
“오셨어요? 근데···.”
나는 그녀의 뒤로 보이는 팀원들의 얼굴을 살폈다. 보자, 몽두는 눈이 동그래져서 굳은 상태요, 팀장 역시 입을 떡 벌린 채로 기절한 듯 보였다. 깜장은 소파에 엎드려 있고.
“무슨 일이에요?”
“이번 경찰의 날 행사에 대통령상이요. 저희 수안경찰서가 받게 됐어요.”
10월 21일, 경찰의 날. 매년 서울에서 크게 행사가 열린다. 나는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포상은 개인과 단체로 나뉘는데, 여기서 팀이란 경찰서 전체를 통틀어서 묶는다.
“잘됐네요. 우리 때문에 받는 것 같은데. 하하.”
“거의 그렇다고 봐야죠. 이번에는 개인 다섯 명과 단체 다섯 팀에게 수상이 되는데, 저희가 싹쓸이예요.”
“싹쓸이요?”
“전국 개인 다섯 명에게 주는 표창장, 고지훈 씨 포함 특수대 네 명이 차지하게 됐어요. 축하해요.”
나는 깜짝 놀라며 멈칫거렸다. 대통령상이라니. 이래서 팀원들 반응이 저랬구나. 깜장이 기절한 것도 이해가 된다. 아니, 기절보다는 다리가 풀렸다고 하는 게 맞겠지.
“와. 대박.”
“나머지 한 자리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서울 광수대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광수대에-? 광수대애에-?”
깜장이 벌떡 일어나며 비웃음 섞인 말을 뱉어 냈다. 한껏 자신감이 올라간 표정. 나는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다들 괜찮으세요? 진정 좀 하세요.”
“진정하게 생겼냐? 청장님만 봐도 오금이 지리는데 대통령이라니까? 막 대통령이랑 악수도 하고, 인사도 하고, 카메라 보세요, 하면 웃으면서 포즈도 취하고!”
몽두가 이마를 짚으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하아. 피부과 예약해야겠다.”
“그날 기자들도 막 오고, 와 씨. 와 씨.”
“유니 데리고 가도 되려나? 나 그런 데는 처음이라 잘 몰라.”
팀원들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호들갑을 떨어 댔다. 진짜 피부과까지 갈 생각인지, 몽두는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아둔다.
“21일 날 광화문에서 행사 열리니까, 염두에 두고 계세요. 아시겠죠?”
“네. 이사라 프로님은···.”
“저는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요.”
같은 팀은 아니지만,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함께 했던 이사라 프로. 나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그런 내 생각을 알아채고 가볍게 웃는다.
“경찰청에서 일이 쏟아져서 못 가는 거예요.”
“아. 그렇죠.”
“프로파일러는 워낙 일손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네요. 당일에 축하는 못 해 드리니 미리 한 번 더 할게요. 축하드려요. 특수대원분들.”
“고맙습니다. 모두 이사라 프로님 덕분이에요.”
“자. 그럼, 저는 또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봐야 하고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쇼.”
그녀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쾌활하게 웃으며 나가버린다.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다. 소파에 몸을 눕힌 팀장이 말했다.
“야. 오늘 이래서 일되겠냐? 심장이 두근두근한 것이 집중 안 될 것 같은데.”
“그치? 안 될 것 같지? 소주나 까러 갈까?”
“대낮부터요? 피부 상해요.”
“그럼 넌 사이다나 마셔. 가자! 오늘은 큰형이 쏜다! 막내야! 반차 사유서 네 장 뽑자.”
왁자지껄한 특수대. 인원도 적은데 어찌 이리 오디오가 안 비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후다닥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반차를 써 냈다. 그리고 자축의 의미로 갖는 삼겹살집에서 소주 파티. 경찰서 근처 골목, 경찰들이 자주 오는 단골집이다.
“큰형이 건배사 한번 하쇼.”
“건배사? 음, 음···.”
한낮이라 텅 비어 있는 가게. 한쪽 구석에서 주인 할머니가 텔레비전만 멀뚱히 보고 있다. 팀장은 잘 익은 고기를 와구와구 씹어 대며 고민했다.
“특수대 파이팅?”
“와. 진짜 평범하다.”
“짜식아. 그럼 네가 해 봐라. 얼마나 기깔 나게 하는지.”
팀장의 구박에 깜장이 소주잔을 위로 들었다. 사이다를 먹겠다던 몽두 역시 빼지 않고 소주를 따른다.
“조지자, 지지자, 잡아 처넣···.”
“자자- 건배.”
“수고 많으셨습니다.”
몽두가 깜장의 건배사를 싹둑 자르며 인사했다. 못 들어 주겠다는 표정. 팀장은 고소하다는 듯 단번에 술을 들이마셨다. 일찍이 시작된 술자리. 새벽달이 떠오를 때까지 가게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
그리고 드디어 그날.
조용한 아침. 창문으로는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청명하게 울린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셔츠를 입고 있었다.
“도련님. 준비 다 됐습니다.”
“고마워요.”
오랜만에 입는 정복. 남색의 고운 천이 김 실장의 다림질로 인해 더욱 반질거렸다. 그는 테이블 위에 옷을 내려놓고, 넥타이를 가져온다.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같은 날, 삐뚤어지면 안 되잖아요.”
“하하. 평소에는 삐뚤거렸나 봐요.”
“바로 행사장으로 가시면 되는 거지요? 팀원분들도 다 직접 오시고요.”
“네. 가족이랑 오겠다고 해서요. 근데 실장님, 울어요?”
나는 넥타이를 매 주는 김 실장을 쳐다보며 물었다. 감격에 젖은 표정으로 눈물을 겨우 참고 있는 김 실장이다. 그는 내 말이 기폭제라도 되는 것처럼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냥, 대견해서 그렇습니다. 방구석 폐인처럼 살 때는 저래서 사람 구실 어떡하나 싶었는데···. 헉. 죄송합니다.”
“됐어요. 틀린 말도 아니니까.”
“아무튼 이렇게 잘해 나가고 계신 걸 보면 진짜 제가 더 감동입니다. 도련님. 고광 집안에서 대통령상 받은 건 회장님 이후로 처음이실 거예요.”
“대한민국 형님들은 기업인이니까, 받기 힘들죠. 됐어요. 대충하고 나갑시다. 늦겠어. 아 참. 병원 일은 처리하셨어요?”
나는 정복 재킷을 입으며 물었다. 태가 잘 빠진 어깨와 소매. 다림질 실력 하나는 인정해 줘야 한다. 김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기 시작한다.
“네. VIP실로 입원했고, 검사 및 진료에 들어간다고 하더군요.”
“잘 모시세요. 제 친구 어머니라서. 검사 끝나면 한번 뵈러 갈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빌라 주차장과 어울리지 않는 고급 세단. 나는 차를 타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가슴팍에 달린 배지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행사장은 어수선하면서도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야외 행사장에 대통령이 나오니까, 경비는 더욱 삼엄할 수밖에. 게다가 국가적인 행사 아닌가.
“막내야!”
“먼저들 오셨네요? 유니는요?”
“저어기, 이쪽 안에는 못 들어온다 해서.”
저 멀리, 세이프 라인 바깥에 유니를 안고 있는 형수님이 보인다. 나는 시선을 앞으로 돌려 팀원들을 바라봤다.
“때깔 좋으시네요.”
“오랜만에 입으니까 태 좀 나냐?”
구질구질하고, 늘어난 셔츠가 아닌 정복 차림의 팀원들. 모자까지 갖추고 나니 꽤나 볼 만하다. 우리는 무대 앞, 정해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국회의원들도 오고··· 어어, 장만춘 의원도 있네.’
행사장 반대쪽에는 고위층 인사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바빠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장만춘. 가볍게 눈짓하며 끝나고 보자는 신호를 보낸다.
“야야. 시작한다.”
경찰의 날을 기념하는 식전 행사. 비보이 팀과 난타 팀, 그리고 아이돌들의 축하 무대가 이어지고 화면에 광화문으로 들어오는 VIP 차량이 보인다. 희끗한 머리와 인자해 보이는 눈웃음.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박만필이었다.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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